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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화 〉1부 (78/315)



〈 78화 〉1부

아무래도 세나가 해주는 안마가 너무 만족스럽다보니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어우..'


잠에서 깨기 무섭게 눈알이 아리는 느낌이  올라왔고, 그에 눈을 뜨는 대신 '으..'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그래도 감고 있던 눈에 힘을  줘서 감았다.

뭔가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그 직후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 잠들기 전까지 엎드려있었던  같은데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뒤통수와 맞닿아있는 이 베개처럼 푹신푹신한 건 대체 뭘까.


'잠결에 돌아누웠나?'


아니면 엎드려서 자는 꼴이 보기 안쓰러워서 세나가 돌아눕혀주기라도 한 걸까.

 중에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덕분에 허리는 안 아플  같다고 생각하며 노곤노곤한 잠기운 속을 헤매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밤에 좀 못 자더라도 좀 더 잘 생각으로 두 눈을 꼭 감은 채 온몸을 꼬옥하고 감싸안은 잠기운에 몸을 맡기고 있으려니ㅡ


스윽-

잠기운에 취해 헤롱헤롱대기 바쁘던 정신을 단번에 번쩍 들게 만드는 감촉이 몸을 타고 올라왔다.


그것은 누군가의 손길이었다.


중요한  그 손길의 주인이 누구냐는 것인데.. 내가  몇 시간동안 잠들어있던 게 아니라면 용의자는 딱  명 뿐이었다.

그래, 세나 말이다.


그렇기에 의아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세나가 내게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설마 안마해달라는 말을 앞쪽까지 해달라는 뜻으로 알아들은 것은 아닐테고..

상대가 세나다보니 차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긴 했지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정말로 순수하게 앞쪽까지 안마를 해주기 위해서 이러고 있는 거라면 방금처럼 손을 은밀하게 움직일 이유가 없으니까.


그리고 뭣보다 방금 그 손길을 몸을 주무르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내가 입고 있는 걸 벗겨내기 위한 움직임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이해가 안 됐다.


'대체 왜?'

세나는  옷을 벗기려고 하는 걸까.


설마 남자 몸을 주물주물하다 보니 내가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존재라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성욕이 폭발하기라도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귓가로 울려퍼지는 세나의 숨소리는 긴장은 했어도 흥분한 것 같지는 않았다.

따로 호흡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그럼 대체 뭐지 이건..'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슬그머니 내 티셔츠 끝자락을 움켜쥐는데 성공한 세나가 그것을 슬그머니 걷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나의 손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배를 간질이며 올라가는 느낌이 참으로 기묘했다.

그 기묘한 느낌과 더불어 묘한 흥분이 날 감싸안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나가 내가 잠들어있는 틈을 타 내 옷을 몰래 벗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묘하게 흥분되더라.

동시에 궁금해졌다.

세나가 어떤 표정을 얼굴 위에 띄운 채 지금과 같은 짓을 하고 있을지가.

잔뜩 흥분해서 이글이글거리는 표정일까.

아니면 배덕감을 비롯한 이런저런 감정들로 범벅이 된채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일까.

맘 같아서는 실눈이라도 슬쩍 떠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러한 욕망을 꾹 눌러서 참았다.


그리 크지도 않은 숨소리가 이렇게나 또렷하게 들리는 걸보면 보나마나 나와 어느 정도 밀착해있는 상태라는 건데 그렇다면 실눈을 떴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두 눈을  감고 있는 동안에도 세나의 손에 잡힌 티셔츠는 계속해서 끌려올라가고 있었다.


덕분에 훤히 드러나버린 배 위로 서늘하다고는 말하기 힘든 바깥의 공기가 스윽하고 스치고 지나가는 걸 느끼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쪽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다 벗겼는데..'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세나의 손이 이번에는 역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귓가로 울려퍼진 것은 대체 무엇에 대한 안도인지 알  없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휴.."

하고 울려퍼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마냥 흥분되기만 하던 상황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세나의 입에서 터져나온 안도의 한숨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나가 하고 있는 행동이 내 몸 어딘가에 있는 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내 옷을 벗겼다가 뭔가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안도하며 다시 옷을 입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하.. 미친..'

그 기묘하기 짝이 없는 느낌 덕분에 깨달을 수 있었다.

'봤구나.'

내가 걱정했던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그렇기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그걸 어떻게..'


본거지?

그녀가  물건을 보고 있었던 시간이라고 해봐야 채 10초도 되지 않을텐데 말이다.


그런데도 그걸 봤다고?


'대체 얼마나 뚫어져라 쳐다봤으면..'

하긴 여러모로 눈이 갈 수밖에 없는 물건이긴 하지.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안도했다.

배에다가 적어놓은게 완전히 지워진 상태라 다행이지 만약 그렇지 않고 물건 위에 남아있는 것처럼 흐릿하게나마 흔적이 남아있었다면 방금 그걸로 꼼짝없이 들켰을테니까.


동시에 세나에게 어마어마한 오해를 심어주게 되었겠지.

그러니까 얌전한 줄 알았던 동생이 사실은 스스로의 몸에 야한 낙서를 하며 흥분하는 씹변태새끼라고 말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생의 몸에서 이상한 것 좀 봤다고 동생이 잠들어있는 틈을 타 이렇게 옷을 몰래 벗기고 그래도 되는 건가?


이래놓고서는 누나라니.


세상 어느 누나가 동생을 상대로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라고 말은 했지만 세나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도 같았다.


아마도 세나는 유한을 걱정했던 게 아닐까.

그녀가 아는 유한이라면 자신의 몸에다가 그런 걸 자의로 적어넣었을리 없다고 생각했을테니까.

자의가 아니라면?

타의라는 소린데 거기까지 도달한 세나가 머릿속으로 뭘 떠올렸을지야 솔직히 뻔했다.


'협박.'

그래 분명 그런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마침 판단의 근거가 될만한 재료들도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며칠 전에 2박 3일로다가 새터를 다녀오지 않았던가. 거기에 내 면전에 대고 요즘 들어서 이상하다는 말까지  정도로 갑자기 바뀌어버린 내 태도를 의아하게 여겼던 세나니..

'머릿속으로 히토미 켰겠구만..'


모르긴 몰라도 강간, 협박 물 하나는 뚝딱 나오지 않았을까. 태그는 뭐.. drunk는 기본으로 붙어있을 것이고 거기에 filming하고 blackmail정도가 붙어있지 않을까.


근데 이걸 꼭 세나가 자기 혼자서 과한 망상을 했다고 보기도 힘든 것이 지나나 가영이 여태껏 보여주었던 태도같은 걸 떠올려보면 '이유한'은 외모가 외모인지라 여난을 겪은 적이 상당히 많은 듯 했으니까.


그것도 단순히 인기가 많아서 곤란한 수준이 아니라 스토킹 비슷한 것까지 당해본 적도 있는 것 같으니..


누구와는 다르게 그 사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기억하고 있을 세나로서는 당연히  좋은 쪽으로만 상상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


하물며 이 몸이 뭐 술이 잘받는 몸도 아니지 않은가.


'뭐, 어쨌든 간에..'


워낙 생각치도 못했던 상황이었던지라 순간적으로 좀 철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들키지 않고 잘 넘어간  같아 속으로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훌러덩 젖혔던 티셔츠를 다시 꼼꼼하게 덮어주고는 그대로 손을 떼길래 아무리 그래도 밑에까지 까서 확인해보는 건 역시 좀 무리였나 보다하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떨어져나간 후로 소식조차 없었던 것이 갑자기 확 뻗어와 입고 있던 반바지의 허릿춤을 슬그머니 움켜쥐는  느낄 수 있었다.

'..시발?'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걸 밑에까지 까보려고 한다고?

세나 얘는 나중에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이러는 걸까.

내줘도 딱히 아무 문제없는 위쪽과는 다르게 아래는 내어주는 순간 빼도 박도 못하고 현장 검거 행이었기에 이것만큼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소파 위에다가 올려놓고 있었던 오른손을 움직여 이제  내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던 세나의 손을 홱 잡아챘던 것도 그래서였다.


그렇게 범행현장을 딱 걸려버린 세나가 퍼뜩하고 몸을 떠는 사이 나는 그녀로 하여금 보란듯이 미간 쪽을  찡그리면서 꼬옥하고 감고 있던 것을 슬그머니 떴다.


"..뭐야."


그리고는 아직 잠에서  깬 것처럼 눈을 질끈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다가ㅡ


"누나 지금 뭐하는데."

내게 손목이 잡힌 채 어쩔 줄 몰라하고 있던 세나를 향해 살짝 잠긴 목소리를 흉내내어 그리 물었다.


물론,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세나는 그런 내 물음에 답을 하지 못했다.


 와중에 살짝 웃겼던  세나의 검지와 엄지가 여전히 내 바지자락을 꼬옥하고 움켜쥐고 있다는 점이었고.


덕분에 새어나올 뻔했던 실소를 다시 속으로 꿀꺽 삼키고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한채 재차 질문을 던졌다.

"응? 방금 뭐하려고 했냐니까? 내 바지는  잡고 있고?"

자, 어디 어떻게 변명하는지나   감상해보실까.

상황에 대한 주도권이 완전히 내쪽으로 넘어왔음을 느끼면서 눈을 데록데록 굴리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세나를 바라보며 속으로 히죽하고 웃었다.

그런 유한의 눈에 비친대로 세나는 크게 당황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설마 유한이 이렇게 갑자기 깨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쿨쿨 잘도 자길래 피곤해서 완전히 골아떨어진  알았는데..

차마 입술을 깨물지는 못하고 애꿏은  안쪽의 살만 짓씹고 있던 것도 잠시, 자신이 여전히 유한의 바지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세나가 황급히 그것을 손에서 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손에서 놓자마자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난처한 상황인지를 말이다.

만약 이걸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아니, 그냥 상상하기 싫었다.


'어떻게..'

뭐라고 해야하지?

뭐라고 해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갈  있을까.


말 그대로 자고 있던 동생의 옷을 몰래 벗기려다가 딱 걸려버린 상황이 되었기 때문일까.


세나는 심장이 쿵쿵하고 미친듯이 뛰며  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걸 느꼈다.

목이 탔다.


맘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주방으로 달려가 정수기에 입을 그대로 가져다 댄채 거기서 쏟아지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을 정도로.


"아니, 뭐하려고 했냐니까?"

허나 그보다는 점점 더 짙어지는 유한의 의심에 대처하는 것이 먼저였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위에 아무 것도 없다는  확인한 시점에서 끝냈을텐데.

괜히 확실하게 한다고 밑에까지 확인해보려다가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아니, 애초에 유한이 자고 있는 틈을 타 유한의 옷을 몰래 벗기려고 했다는 점부터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짓을 자신은 저질러 버린 거다.

한 번 시작되니 순식간에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리고만 불길하기 짝이 없는 상상들에게 홀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아니, 홀렸던 거다.

그것에 홀려버렸던 게 틀림없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렇기에 해서도 안 되는 짓을 그토록 얄팍한 결심만을 가지고 저질러버렸을 리 없으니까.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암만 그 말을 속으로 되뇌여봐도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았다.


대신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결말만이 머릿속으로 떠오를 뿐.


그래서  꾹닫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ㅡ

"..뭐야, 표정이  그래?"

"..."

"..설마 진짜로 이상한 짓이라도 하려고 그랬어?"

시간이 지날수록 길어지고, 무거워지는 침묵을 따라 덩달아 짙어지기 시작한 의심이라는 감정의 변화를 목도한 순간 깨달았다.

지금 자신에게는 그 침묵조차도 사치라는 걸.


뭐라도 말을 해야 했다.


말을 해야..

"무, 무슨 소리야..! 그냥 돌아눕혀주다가 바지가 좀 내려가가지고.."


올려주려고 했을 뿐이다.


그래, 그렇게 말을 할 생각이었는데..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변명이랍시고  말을 주워섬기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얼토당토 않은 말을 변명이랍시고 입에 올리는 자신을 보며 유한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경멸스러워할까?


아니, 어쩌면 어처구니 없어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되도 않는 변명이었으니까.


기껏 입을 열어 '변명'을 입밖으로 밀어내는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끝을 맺지 못했던 건 그래서였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그또한 실수였다는 걸.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해도 끝은 냈어야 했다.

말을 하다 말고 멈춰버리는 건 스스로 이상한 짓을 하려고 했다는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리고 자신은 방금 그런 짓을 해버렸고 말이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차마 유한의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어서 시선과 함께 고개를  내리깔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뭐야, 그런 거였어? 난 또.. 누나가 말이 없길래 괜히 오해했잖아."


귓속으로 흘러들어온 말에 세나는 슬쩍 숙이고 있던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믿기지가 않았으니까.

그 말도  되는 변명이 통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헌데 고개를 들어올려 확인해본 유한의 얼굴은 누가봐도 자신에게 미안해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혹시 가족이니까 일부러 모르는 척 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유심히 들여다봤음에도 그랬다.


되도 않는 변명에 홀라당 속아넘어가버린 것도 모자라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사과까지 건네오는 유한의 모습이 시야 속에 담긴 순간ㅡ


쿵- 쿵-


세나는 뭐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기이한 열기가 몸을 휘감는  느꼈다.


남들에게는 절대 알려줄 수 없는, 그렇기에 들켜서도 안 되는 그녀만의 은밀한 취미.


꼭 마치 그걸 했을 때처럼 심장이 크게 뛰면서 발가락이 제멋대로 움찔거렸다.

마치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는 줄 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헌데 지금 느껴지는 이 감각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과 비교하는  무색할 정도로 몇 배는 더 강렬했다.

더 스릴 넘치고 짜릿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동시에 배덕감마저 드는 것이ㅡ


'안 돼..'


당혹스러웠다.

몸을 칭칭 휘감은 그 강렬하기 그지없는 감각에 중독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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