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1부
'오늘도 사진이 좋으려나..'
라고 생각하기 아무리 그래도 3연속 사진은 좀 선 넘는 거 아니냐는 딴지가 마음 속 어디선가부터 튀어나왔다.
나름 일리가 있는 발언이라 생각했기에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동영상에 익숙한 가영에게 있어 자그마한 움직임조차 없는 사진은 반찬으로 삼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이 없잖아 있을테니까.
물론, 사진이 동영상이 선물해줄 수 있는 것 이상의 꼴림도를 자랑한다면 이야기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게 쉽겠는가.
내가 뭐 프로 사진 작가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고 동영상 찍어서 보내는 것도 좀 그런데..'
나중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렇게 본격적인 것은 조금 그랬다. 게다가 찰칵하면 끝인 사진과는 달리 비교적 오랫동안 촬영해야하는 동영상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좀 힘들 것 같기도 했고.
게다가 용량도 문제였다.
문자로도 동영상을 보낼 수 있기야 하겠지만 분명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같은 게 있을테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여기서는 움짤로 가는 수밖에.
문제는 어떤 움짤을 쪄내냐는 건데..
고민을 시작하기 무섭게 머릿속으로 떠오른 수많은 것들을 놓고 고민하던 것도 잠시, 한 번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가영이라고 가정한다 치고 그렇다면 어떤 걸 받았을 때 가장 놀라고 흥분을 느낄까.
남자가 요염하게 옷을 벗는 짤?
아니면 꼿꼿하게 세운 물건을 잡고 흔들다가 퓨슛퓨슛 사정하는 짤?
'우욱 씹..'
뇌가 자길 그딴 거 떠올리는데 쓰지 말라며 상상하길 거부했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추측을 이어나가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히도 답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나왔다.
이거다하고 딱 떠오르는 게 있었으니까.
침대 끄트머리에다가 걸쳐놓고 있던 엉덩이를 슬그머니 들어올렸던 것도 다 그래서였다.
원래라면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하여 비교적 안전한 장소라 할 수 있는 체육관에서 가영에게 보낼 오늘의 딸감을 제조했겠지만, 방금 떠올린 것의 종류를 생각하면 적어도 오늘만큼은 좀 서두르는 편이 좋을 것 같았으니까.
가영이 알아볼지도 모르는 흔적같은 거야 최대한 꼼꼼하게 지우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아니면 뭐 필터같은 걸 써서 아예 알아보질 못하도록 주변 풍경을 완전 흐릿하게 만들어도 되는 거고.
아무튼 한시라도 빨리 가영에게 보낼 것을 마련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와 문부터 걸어잠궜다. 그리고는 변기 커버를 내리고 그 위에 털썩 주저앉으니ㅡ
'그런데 움짤은 어떻게 만드는 거지..'
의욕만 잔뜩 앞서서 간과하고 있던 점 하나가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세나나 지나에게 물어보기도 좀 그랬기에 대신 인터넷에 움짤 만드는 법이라고 검색해보니 참으로 다행히도 친절하게 잘 나와 있더라.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새하얀 캐릭터가 음흉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이모티콘으로 시작된 블로그 글에 따르면 휴대폰을 이용해 움짤 만드는 방법은 대충 세 가지가 있단다.
하나는 여러 장의 사진을 어플을 이용해 이어붙이는 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동영상을 골라 움짤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휴대폰 화면을 녹화해서 만드는 방법도 있다는데 그 부분은 읽지 않고 패스했다.
내가 찍으려고 하는 것은 휴대폰 속이 아닌 휴대폰 바깥에 있었으니까.
그렇게 사진 이어붙이기와 동영상 자르기 중에서 고민하다가 후자 쪽을 택했다.
아무래도 사진을 이어붙이는 방식은 왠지 좀 부자연스러울 것 같았으니까. 뚝뚝 끊기는 야짤이라니 그딴 걸 대체 어디다가 써먹는단 말인가. 그래서야 꼴릴 것도 안 꼴릴 터.
'그러면 이제 동영상을 찍어야 하는데..'
휴대폰을 손에 쥔채 잠시 고민하다가 입고 있던 옷들을 싸그리 벗어던졌다.
그리고는 혹시라도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저 구석까지 치워버린 뒤 다시 변기 위에 걸터앉았다.
그 상태로 촬영을 시작하려 하니 뭔가 좀 기분이 요상했다.
아직 팬티도 안 벗었는데 현자타임부터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지..'
문득 그런 생각과 함께 자괴감이라는 놈이 찾아왔지만 어쩌겠는가.
이또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 것을.
앞으로도 이 세계에서 먹고 살려면?
어떻게든 가영을 손에 넣어야만 했다. 그래야 그녀와 농밀하기 그지없는 점막 접촉을 할 수 있을테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그걸 위해 필요한 희생일 뿐이었다.
'절대 좋아서 하는 게 아니야..'
마음 속으로 그 말을 되뇌이면서 촬영시작 버튼을 꾹하고 누른 뒤 가로로 눕힌 휴대폰을 추욱하고 늘어져있는 물건을 향해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뇌 속에 탑재된 뇌비디아 3090을 풀가동해 불과 몇 시간 전에 봤었던 가영의 가슴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손을 쫘악하고 펼쳐서 움켜쥐어도 남을 정도로 풍만했던 가슴과 그 끝에 매달려 있던 앙증맞은 크기의 돌기들.
마치 눈에 새겨지기라도 한 것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것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으려니 힘없이 축 늘어져있던 것이 움찔움찔대며 조금씩 반응을 보였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건이 천천히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허나 아직 부족했다.
가영에게 '이걸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려면 지금보다 더 꼴리는 모습일 필요가 있었으니까.
'풀발.. 풀발을 해야한다..'
가영의 가슴을 어루만질 때는 아주 그냥 기다렸다는 듯이 빨딱 서서 아파 죽을 것 같더니만 고작 상상만으로 그 경지까지 도달하려니 결코 쉽지가 않았다.
해서 가영의 가슴을 쪽쪽하고 빨던 순간의 기억과 그녀의 아랫배에 대고 딱딱하게 선 물건을 비비던 순간의 기억까지 떠올리니 어찌어찌 물건을 그때와 비슷한 느낌으로다가 빨딱 세우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다만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뭔가 살짝 애매한데..'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을 실제로 확인해보니 어째 영 만족스럽지가 못하다는 것이었고.
보자마자 애매하다는 느낌부터 들더라. 개꼴리는 야짤이라면 으레 가지고 있어야할 자극적인 맛이 없다고 해야할까.
'이걸 어쩐다..'
영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들여다보며 고민하던 것도 잠시, 휴대폰을 잠시 세면대 위에다가 올려놓고는 그대로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책상 위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하나정도는 있을 법도 한데..'
라고 생각하기 책상 서랍 안에서 애타게 찾고 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을 손으로 꼬옥하고 움켜쥔 채 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그렇게 화장실로 들어와 변기에 걸터앉는 대신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는 서랍 안에서 꺼내온 사인펜을 몸에 가져다 대려 하니 그제서야 좀 망설여지더라.
그럼에도 눈 딱 감고 미리 생각해둔 멘트를 배 위에 대고 적었다.
찍- 찌익-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스스로의 몸을 도화지 삼아 그 위에 뭔가를 적는 느낌은 참으로 기묘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뭐 완성해놓고 보니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꼿꼿하게 선 물건을 기둥 부분을 따라 적혀있는 '개걸레자지'라는 문구와 아랫배 쪽에 적어놓은 '한 발당 500원'이라는 문구가 그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자극적인 느낌을 한껏 더해주고 있었으니까.
아마 이 세계 여자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한채 서 있으면 바로 따먹힐테지.
원래 세계로 따지면 한 번도 안 써본 것 같은 깨끗하고 예쁜 핑보에 새하얀 피부를 지닌 여자가 양쪽 허벅지에다가 '개걸레보지'와 '질싸 한 번에 500원'을 보란듯이 적어놓은채 알몸으로 서 있는 꼴이니 뭐.. 말 다했지.
'오..'
바꿔서 생각해보니 좀 꼴렸다.
덕분에 찐한 자괴감 때문에 축 늘어져버린 것도 움찔하고 다시 반응을 보여주었고.
그런 식으로 새단장을 끝마친 뒤 아까 촬영했던 그대로 재촬영을 해보니 확실히 맛 자체가 달랐다.
내가 볼 때는 구와아악하는 느낌을 주던 것이 궤에에에엑하는 느낌으로 바뀌었을 뿐이지만 남자라면 눈이 돌아가버리는 이 세계 여자들에게는 야동 속에나 존재하는 발정난 변태놈이 얼른 따먹어달라고 아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겠지.
이왕 시작한 거 할 때 확실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아싸리 물건 끄트머리에다가 물도 몇 방울 뿌려줘서 그것이 쿠퍼액마냥 좆기둥을 타고 흐르도록 만들거나 꼿꼿하게 선 물건에 힘을 줘서 그것을 꺼떡거리게 만드는 둥 추가 촬영까지 깔끔하게 끝마치고서 그렇게 촬영한 것들을 움짤로 바꾸었다.
물론, 그 와중에 필터를 덮어씌워 가영이 알아볼만한 것들을 싸그리 흐릿하게 바꿔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빚어낸 것을ㅡ
'내일 바로 써줬으면 좋겠다.'
두 번째 번호를 이용해 가영에게 전송했다.
그렇게 유한이 갓쪄낸 따끈따끈한 움짤을 가영의 번호로 전송한 순간, 참으로 공교롭게도 가영은 휴대폰을 앞에 두고 있는 상태였다.
원래라면 끊임없이 몰려오는 손님들 때문에 그런 일은 꿈도 못 꿨겠지만 오늘만큼은 가능했다.
딱봐도 엄청 피곤해보이는 얼굴을 한채 출근한 가영을 본 그녀의 직원들이 오전 손님들은 자신들이 알아서 할테니 원장실 안에서 좀 쉬고 있으라며 그녀를 억지로 그 안에 가둬버렸기 때문이었다.
아픈 게 아니라 야한 생각따위는 절대 들지 않도록 실컷 해댄 탓에 피곤할 뿐인 가영으로서는 참 낯부끄럽고 민망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지만 결국 가영은 직원들의 부탁아닌 부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얼굴은 진짜 어디 아프기라도 한 것처럼 퀭하고 힘이 없어보였으니까.
그 모습을 보니 또 얼굴이 화끈거려서 차마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을 마주할 수가 없었고 가영이 순순히 원장실에 틀어박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손님의 머리를 만지려면 어떤 식으로든 거울과 마주해야만 하는데 거울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로 평소처럼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괜찮아질 때까지만 좀 쉬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낯부끄러운 느낌이 가라앉을 때까지만 좀 쉬자고 생각하며 가영은 원장실 의자에 몸을 편히 기댔다.
낯부끄러운 것과는 별개로 확실히 피곤하긴 했으니까.
그또한 평소 하던 것보다 훨씬 격렬하게 '그걸'해댄 탓이었지만 그래도 피곤함과 낯부끄러움을 감수한 보람은 있었다.
쌓여있던 것들을 실컷 해소한 덕분에 더는 이상한 잡생각같은 건 들지 않았으니까.
그저 피곤하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할 뿐.
맘 같아서는 이대로 의자에 몸을 뉘인 채 한숨 자고 싶었지만, 눈을 감는 대신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물론, 유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아침의 일로 깨닫게 되었으니까.
'이대로는 안 돼..'
두렵다고 유한을 계속 이 상태로 방치한다면?
정말로 언젠가는 큰 사고가 터져버릴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때는 정말 끝이겠지. 더는 되돌릴 수 없을테니 말이다.
그리되는 것만큼은 막아야했다.
문제는 유한을 어떤 식으로 설득하냐는 것이었다.
어떤 말로 유한을 설득해야.. 유한이 자신을 상대로 품은 마음을 돌리게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모질고 단호하게 유한의 마음을 거절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짓은.. 못해..'
알고 있지만.. 그것만큼은 차마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이성 때문에 받은 상처가 많은 아이다.
헌데 마음을 착각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처음으로 호감을 품었던 이성에게 그토록 매몰차게 거부당해버린다면 그로인한 상처가 얼마나 깊고 크겠는가. 최악의 경우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성을 향한 마음을 완전히 닫아버리게 될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그것만큼은 절대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좋담..'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로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황.
그 와중에 휴대폰을 집어들었던 건 어디까지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리했던 것이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이 문제에 대해 털어놓고 상담을 하거나 유한과 자신의 사연을 글로 써서 인터넷 게시판 같은 곳에 올려 의견을 구하는 건 혹시라도 유한에게 피해가 갈지도 몰라서 차마 할 수가 없었다.
허나 검색을 통해 비슷한 사례를 찾아낸 뒤 혹시 해결한 사람이 있다면 그 방법을 참조하는 것정도는 해도 괜찮을 것 같았기에 곧바로 인터넷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흔할 리 없으니 어쩌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할지도 몰랐지만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설마 비슷한 사연 하나가 없겠는가.
분명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가영이 검색해서 나온 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손 안에 쥐어져있던 휴대폰이 웅웅하고 진동했고, 문자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그 신호에 가영은 별 생각 없이 화면 상단에 떠오른 알림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그게 쓸데없이 화면을 가려서 얼른 확인하고 치워버리자는 생각으로 그리했던 것이었는데ㅡ
그렇게 막 도착한 문자의 내용물이 휴대폰 화면 위로 떠오른 순간, 그것을 확인한 가영의 눈이 확 커졌다.
홀딱 벗은 남성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남성의 아랫배와 물건에는 새하얀 피부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외설스럽기 그지없는 문구가 보란듯이 적혀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당혹스러운데 남성이라면 당연히 수치스러워 해야할 몰골을 하고서도 부끄럽지도 않은지 축 늘어져있던 남성의 물건이 조금씩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심장이 쿵쿵하고 빠르게 뛰었다.
외설스럽기 그지없는 남성의 모습을 보고 흥분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당혹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얼른 지워버릴 생각으로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었는데ㅡ
그 순간 꼿꼿하게 발기한 남성의 물건이 앞뒤로 꺼떡거리더니 그 끝에 슬며시 매달려있던 투명한 액체가 물건을 타고 주륵하고 흘러내렸다.
남성이 크게 흥분한 상태라는 걸 알려주는 적나라하기 그지없는 모습.
그것이 시야 속으로 박혀든 순간 가영은 그만 휴대폰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까부터 쿵쿵하고 뛰어대고 있는 심장과는 별개로 잔뜩 흥분한 남성기의 모습이 시야 속으로 박혀들어온 순간 쿵쿵하고 뛰기 시작한 다른 무언가 때문이었다.
마치 아랫배 쪽에 심장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그 안에 자리한 뭔가가 격한 떨림을 내보였다.
그와 함께 몸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당분간은 느낄 리 없다 생각했던 열기였다.
순식간에 몸 전체로 화악하고 번져나간 그것이 전신을 장악한 순간 가영의 머릿속으로 떠오른 것은ㅡ
사진 속에 존재하는 남성의 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크고 딱딱하게 부풀어오른 유한의 물건이 그녀의 아랫배를 뜨겁게 짓누르던 순간에 대한 기억이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린 그 기억과 직면한 순간 가영은 깨달았다.
아침의 그 모든 노력들이, 억지로라도 그것을 떠올리지 않으려 외면하고 또 외면했던 순간들이 지금 이 순간 전부 허사가 되어버렸음을.
그럼 그렇게 쉽게 해결될 줄 알았냐고 비웃기라도 하듯 움찔대기 시작한 그곳이 뭔가를 울컥하고 쏟아냈다.
그렇게 쏟아진 것들로 인해 팬티가 조금씩 젖어드는 걸 느끼며 가영은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딱 그게 전부였다.
그 순간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