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1부
팬티가 축축한 것이 꼭 잠결에 실수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진짜 그랬다면 팬티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도 축축했겠지만.
아무튼 그 안으로 조심스레 손을 밀어넣어 확인해보니 안쪽은 더 했다.
피부에 찰싹 달라붙어버린 것을 떼어내는 느낌으로 손을 밀어넣으니 팬티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던 것이 안으로 파고들어간 손가락으로 치덕치덕 들러붙어 왔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려서 미칠 것 같은데 심지어는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음부에서는 새로운 것들이 꿀럭꿀럭 쏟아지고 있었다.
그 감각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느껴져서 각양각색의 것들로부터 비롯된 수치심이 몸을 타고 확 올라왔다.
수치스러웠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수치스러웠다.
맘같아서는 정신 못 차리고 자꾸만 애액을 토해내는 구멍을 억지로라도 틀어막아버리고 싶었다.
죄책감과 수치심.
속으로 그 두 가지 감정을 곱씹고 있는 와중에도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남자의 육체에 반응한 몸은 정신 못 차리고 좀 더 많은 쾌락을 제게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팬티 속으로 밀어넣은 손가락이 음부를 조금이라도 스칠 때마다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확 치솟았다.
동시에 배가 뭔가를 애타게 갈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미친듯이 욱씬거렸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기에 낯설다는 감상 밖에는 들지 않는 그 감각이 자꾸만 떠올리게 했다.
아랫배를 꾸욱하고 짓누르던 유한의 몸이 주던 '남자'의 감촉을.
자꾸만 머릿속으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그 감촉에 대한 기억 때문에 입술을 꾹 깨물고 있던 것도 잠시, 가영은 스스로가 유한을 '남자'라고 인식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자라니.
아들인 유한에게 남자라니.
무슨 일이 있어도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었다.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이나마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궁지에 몰린 이들이 으레 그러하듯 스스로를 향한 불신에 젖어있던 가영의 정신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
자신이 그럴 리 없었다.
자신에게 있어서 유한은 아들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아니, 아들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아니라 아들이었다.
유한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랬다.
그러니 유한을 상대로 그럴 리 없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그래 생리적인 반응일 뿐이다.
남자도 본인의 의지와는 하등 상관없이 물건을 자극당하면 그것을 세우게 되지 않던가.
자신도 그랬던 것 뿐이다.
민감한 곳을 만져졌기에, 오랫동안 스스로 해결해왔다보니 타인의 손길이 주는 감촉이 익숙치가 않아서 이런 것일 뿐이다.
'어쩌면..'
그래, 어쩌면 쌓여있던 걸지도 모르지.
최근들어 이래저래 신경쓰이는 일들이 많지 않았던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성욕을 느끼는 케이스야 꽤 흔하니까.
그래서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욕구가 많이 쌓여있었던 걸지도 모르지.
아니, 분명 쌓여있었던 거다.
유한의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유한의 행위에서 쾌감을 느껴선 안 된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쾌감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잔뜩 쌓여있었던게 틀림없었다.
그래, 그래서 그랬던 거겠지.
그러니까ㅡ
'해소하면 돼.'
뭔가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니 아예 성욕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쌓인 걸 확실하게 풀어버린다면, 그러면 분명 괜찮아질 거다.
다시는 유한의 행동에 쾌락을 느낄 일도, 이런 욱씬거림을 느끼는 일도 없을 것이다.
스스로 열심히 되뇌이고 있는 말이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채 가영은 그것을 몇 번이고 되뇌였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에서 불과 며칠 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는 사실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증발해있었다.
마치 스스로를 세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뇌이던 가영의 손은 어느새 침대 옆에 놓인 책상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책상 밑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상판 밑에 몰래 붙여두었던 것을 떼어낸 가영은 그것을 이용해 잠겨있던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꺼내든 분홍색의 무언가를 손으로 꼬옥하고 움켜쥔채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가영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다가 떨어진 것이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그 흔적을 새겼다.
그 간단하기 그지없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기이한 열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흡사 벼랑 끝에 매달려 있다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줄 동앗줄이라도 발견한 사람같은 얼굴을 한 가영이 화장실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찰칵-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텅 빈 방안으로 울려퍼졌다.
그렇게 가영의 방에서 쏴아아아하고 물 쏟아지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때, 유한은 식탁 앞에 앉아 가족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나오려나..'
차려놓은게 다 식어도 상관없으니까 부디 가영만큼은 되도록 늦게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누군가 그런 내 소망을 들어주기라도 했던 것일까.
가영은 지나와 세나가 식탁 앞에 앉고 난 후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자신의 방에서 모습을 드러낸 가영의 몰골은 뭐랄까..
"엄마? 혹시 어디 아파?"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지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채 그리 물을 정도로 피곤해보였다. 뭔가에 잔뜩 시달린 얼굴이라고 해야할까.
심지어 움직임마저도 그랬다.
다리에 묘하게 힘이 없어보이는 게 꼭 마치 힘이 탁 풀려서 풀썩 주저앉았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데 성공한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덕분에 그런 가영의 모습을 보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했네 했어.'
그것도 그냥 한 수준이 아니라 실컷해댄 게 틀림없었다.
대체 뭘 가지고 어떻게 했길래 그 짧은 시간만에 사람이 저렇게 되나 싶었지만 모르는 척 하며 걱정스러워 하는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올렸다.
"괜찮으세요. 고모? 많이 힘드시면 오늘은 그냥 집에서 푹 쉬시는 게.."
"아, 아니야..!"
그와 함께 내뱉은 말에 맥아리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후련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던 가영이 얼굴을 확 붉히며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뭐, 당연히 그렇겠지.
진짜로 아파서 쉬는 거라면 또 몰라도 몸에서 힘이 쪽 빠질 정도로 자위를 실컷 해댄 탓에 몸에 힘이 없어서 일을 쉰다는 건 가영으로서는 상상해본 적도, 상상하기도 싫은 일일테니까.
진실을 아는 이라고 해봐야 나와 그녀 밖에 없으니 그걸 가지고 누가 뭐라고 하는 일은 없을테지만 그런 이유로 일을 쉰다면 스스로 얼마나 쪽팔리겠는가.
분명 그런 이유 때문에 방금처럼 펄쩍 뛴 것일텐데 그런 가영이 딱 하나 간과한 점이 있다면ㅡ
"그래, 엄마. 너무 무리하지마."
"맞아. 솔직히 엄마 일 너무 많이 해."
그녀의 두 딸은 이미 그녀를 몸이 안 좋은 상태라고 인식해버린 상태라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던진 말에 지나와 세나가 차례대로 호응했고, 그렇게 사방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걱정어린 시선에 가영의 얼굴이 점차 곤란함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진짜 아픈 것도 아니고 '그짓'을 실컷 해댄 탓에 몸에 힘이 없을 뿐인데 나는 물론 딸들에게까지 걱정을 받고 있는 상황.
엄마로서, 아니 사람으로서 얼마나 쪽팔리겠는가.
그래서 그런 지 몰라도 가영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어쩔 줄 몰라했다.
가영이 왜 그러는지 알 리 없는 세나와 지나가 열까지 있어보인다며 가영을 더 걱정하기 시작한 건 말할 것도 없었고.
두 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출근하기를 고집해 결국에는 그것을 성취해내는데 성공한 가영이 조심스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보며 남몰래 웃음을 삼켰다.
'그래..'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실컷 해댄 탓에 배가 많이 고팠는지 순식간에 자신의 몫을 비워내고는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가영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히죽하고 웃었다.
가영이 무리까지 해가며 왜 그리 실컷 그짓을 해댔는지 알 것도 같았으니까.
보나마나 그런 식으로 성욕을 잔뜩 풀어서 그런 걸 느낄 일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이겠지.
마치 원래 살던 세계에서 남자가 한 번 싸고 나면 현자타임에 빠져 한동안 야한 걸 멀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남녀역전세계니까 성녀타임인가?'
뭐, 아무튼 덕분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즉흥적으로 떠올린 계획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걸.
'그렇다면..'
그만큼 더 써먹어 줘야하지 않겠는가.
그 전에 필히 확인하고 싶은 게 하나 있었기에 가영이 출근한 틈을 타 그녀의 방으로 잠입했다.
'기구들은 어디다 보관해뒀으려나.'
순수하게 손만 쓰는 타입일리는 없었다.
가영의 보지가 손만 댔다 하면 애액을 왈칵 쏟아내는 삼류뷰지라 해도 고작 손만으로는 단시간 내에 그렇게 실컷 할 수가 없으니까.
분명 무언가의 힘을 빌렸을 터.
그걸 알아보고자 문을 등지고 선채 방 안을 쭉 훑다보니 과연 뭔가를 숨기기에 딱 좋아보이는 장소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은 다름아닌 가영의 방 한쪽에 비치된 책상과 한 몸을 이루고 있는 서랍의 맨 마지막 칸이었다.
위에 있는 다른 두 칸과는 다르게 딱봐도 수상하기 짝이없는 열쇠구멍이 달려 있는 그것은 힘으로는 절대 무리겠다 싶을 정도로 굳게 잠겨있었다.
이런 걸 힘으로 억지로 열려면 지나 정도는 와야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억지로 여는 건 포기하고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곳을 여는 열쇠가 의외로 근처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리했던 것이었는데ㅡ
'서랍 밑은 아닌가?'
서랍 밑이 아니고 책상 상판 아래였다.
딱 여기까지만 확인해보자는 마음으로 손으로 책상 상판 아래를 더듬거리다보니 대충 중앙쯤에서 다른 곳과는 다르게 매끄러운 감촉이 손에 착하고 감겨들어왔다.
그에 그것을 손으로 조심스레 긁어보니 테이프가 붙여진 열쇠 하나가 툭 떨어졌고.
보자마자 이거구나 싶어서 열쇠를 주워들어 구멍에다가 꽂아보니 아주 그냥 매끄럽게 쑥 들어갔다.
그렇게 굳게 잠겨있던 것을 살살살살 끄집어내보니 이게 웬걸?
눈에 보이는 것들이라고는 갈색의 서류봉투들 뿐이었다.
뭐 중요한 계약서같은 것들만 따로 모아서 보관해둔 것일까.
내심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비쥬얼에 흥이 팍 식는 걸 느끼며 서랍을 다시 닫으려하니 달그락하고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서랍 안쪽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종이로 된 서류봉투끼리 부딪혀서 난 거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이질적인 그 소리에 설마설마하는 심정으로 서랍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서류봉투들을 슬그머니 들어올리니ㅡ
'이야..'
헛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기구들이 서류봉투의 산 밑에 숨겨져있었다.
영상 속에서 하도 봐서 익숙한 핑크색 로터부터 시작해서 끝부분이 동그란 마사지 봉에다가 여성을 확실하게 보내버린다는 우머나이저가 메가진화를 한 것 같은 형태의 기구까지.
살짝 의외였던 건 딜도의 갯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다는 점이었다. 인종별로, 센티별로 구비해놨을지도 모른다는 예상과는 달리 달랑 두 개밖에 없었으니까.
그 마저도 죄다 제일 아래 쪽에 파묻혀있는 걸 보면 사용하지 않은지 꽤된 듯 했고.
'삽입 자위보다는 클리 자위파인가?'
딜도들을 저렇게 홀대하는 걸 보면 틀림없이 그런 거겠지.
아무튼 그래서 오늘 아침에 사용된 녀석은 어떤 녀석일까.
그걸 알아내는 건 솔직히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말라있는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혼자서만 쥬시한 녀석이 하나 있었으니까.
일단 쓰고 나서 씻기는 했는데 말릴 시간까지는 없었던 것일까.
손잡이로 추정되는 부분에 땀방울같은 물방을을 두어방울 정도 매달고 있는 것을 조심스레 집어들었다.
앞서 언급했던 우머나이저가 메가진화를 한 것처럼 생겨먹은 녀석이었다.
전기면도기처럼 생겨먹은 몸통에 부항기를 축소시켜놓은 듯한 모습이었는데 실리콘으로 만들어져서 부들부들한 그것의 속안을 확인해보니 자잘한 돌기가 아주 그냥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분명 이 자그마한 구멍에다가 클리토리스를 집어넣으면 저 돌기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클리를 철저하게 조지는 스타일이겠지.
변기 위에 걸터앉은 가영이 이 흉악하기 그지없는 물건을 자신의 소중한 곳에다가 가져다 댄채 쫘악하고 벌린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며 애액을 울컥울컥 쏟아내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으려니 물건이 순식간에 딱딱해졌다.
동시에 자그마한 소망 하나가 내 안에 자리잡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꼭..'
쓰는 것좀 보여달라고 해야지.
혹시라도 그걸 까먹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그 소망을 머릿속에다가 땅땅 박아넣으며 가영의 실컷 가버리게 만든다는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린 녀석을 원래 있던 자리에다가 돌려놓고는 그대로 그녀의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그대로 거실을 가로질러 내 방이 있는 3층으로 향했다.
'오늘은 뭘 보내주는 게 좋으려나..'
가영에게 보낼 오늘의 딸감에 대해 고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