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1부
볼때마다 느끼는 거긴 한데 지나는 땀에 젖어있을 때가 제일 매력적이었다.
평소 모습도 예쁘긴 한데 땀에 살짝 젖어있으면 그 느낌이 배가 된다고 해야할까.
덕분에 막 집 안으로 들어선 지나의 자태를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멍을 때릴 뻔 했지만 금방 정신 차리고는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응, 보니까 슬슬 먹어야 될 것 같아서."
"그래? 그거 산지 얼마 안 됐을텐데."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것도 잠시, 지나가 끝까지 올리고 있던 바람막이의 지퍼를 쭉 내렸다.
그럴 리 없겠지만 그 순간 바람막이 안쪽에서부터 허연 김이 피어오르는 듯 했다.
그 정도로 바람막이 안쪽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오죽하면 그 안에 자리하고 있던 회색 스포츠 브라가 땀으로 흠뻑 젖어서 원래 색보다 한층 더 짙은 색으로 변해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안 그래도 몸에 찰싹 달라붙는 편인 그것이 피부하고 바짝 밀착한 채 가슴의 윤곽을 고스란히 내보이고 있는데ㅡ
'미치겠네 시발..'
덕분에 원래라면 보이지 않았어야할 유두의 윤곽또한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추위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나의 유두는 못 본 척 하고 넘어가기가 힘들 정도로 꼿꼿하게 서 있었다.
"아, 아니 아침부터 무슨 운동을 그렇게.."
격렬하게 했냐고 물으려하니 지나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씩 웃으며 대꾸했다.
"아, 오늘따라 날씨가 많이 따뜻하더라고. 그래서 오랜만에 제대로 땀이나 좀 내볼 겸 실컷 뛰다 왔지."
"그래?"
"응, 이제 완전 봄 날씨던데?"
그리 말하고는 땀을 제대로 뺐더니 개운하다는 듯 씩 웃는 모습이 참으로 이해가 안 갔다.
땀을 흘렸으면 당연히 찝찝해야 정상 아닌가?
어째서 개운함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지?
라는 의문을 곱씹고 있으니 지나가 슬그머니 팔을 들어올려 자기한테서 나는 냄새를 맡았다.
"어우 씨.. 냄새 장난 아니네 빨리 씻어야겠다."
질색을 해대는 지나를 향해 다가가 슬쩍 손을 내밀었다.
"그럼 옷 나한테 줘. 내가 바구니에 넣어놓을게."
그러니 얼른 올라가서 몸부터 씻으라 말을 하니 지나가 기겁을 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돼, 됐어. 내가 할테니까 저리가."
혹시 자기한테서 나는 냄새를 맡고 내가 질색하는 표정을 짓지는 않을지 걱정이라도 됐던 것일까.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호다닥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나름대로 귀엽더라. 마치 사자가 고양이의 행동을 따라하는 걸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별로 냄새도 안 나는구만."
"돼, 됐으니까 밥이나 빨리 해줘. 실컷 뛰고 왔더니 배고파 죽겠다."
"그래. 아, 혹시 빵 별로면 누나는 따로 해줄까?"
지나가 식단을 관리하는 모습은 본 적 없지만 그래도 상대가 빵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었기에 그리 물으니 그녀가 손을 홰홰 저었다.
"왜? 빵 냄새 좋기만 하구만."
"아니, 뭐 식단 관리라던지.."
"그거야 그만큼 더 빡세게 운동하면 되는 거고."
먹은만큼 한다 뭐 그런 건가.
다른 사람이 그 말을 할 때는 딱히 신뢰가 가지 않았는데 지나가 그 말을 하니 무지하게 신뢰가 갔다. 지나라면 진짜 칼로리를 다 태울 때까지 운동을 할 것 같았으니까.
"그럼 누나 것도 구운다?"
"응, 바삭바삭하게 해줘."
"네네. 아, 올라가는 김에 세나 누나도 좀 깨워줘."
"그래."
그 정도야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지나가 바람막이를 돌돌 말아쥔 채 주방과 연결되어 있는 다용도실 쪽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걸 빨래 바구니 안에다가 휙 던져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저걸 세탁기에 그냥 빨아도 괜찮을지 확신이 서질 않았으니까.
"그거 세탁기에 돌려도 되는 거야?"
"응? 안 되나?"
"아마 안 될텐데.."
나도 확신이 서질 않아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니 망가지거든 새로 하나 사면 된다고 내 우려를 일축시킨 지나가ㅡ
'..미친?'
입고 있던 스포츠용 브라를 훌러덩 벗어 바구니 안에다가 던져넣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 행동 덕분에 참으로 오랜만에 실감할 수 있었다. 이곳이 남녀의 정조관념이 뒤바뀐 세상이라는 걸.
그래도 그렇지 그저께 나하고 그렇고 그런 일도 있었는데 저렇게 훌러덩 가슴을 까도 되는 건가?
아무튼 탄력적인 구릿빛 가슴과 그 끝에 오똑하게 서 있는 분홍빛 열매가 땀으로 젖어 번들번들 거리는 모습이 퍽 보기 좋았기에 일단은 지적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내버려뒀더니..
"으.. 땀.."
그리 중얼거린 지나가 이번에는 아래에 입고 있던 레깅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찬가지로 땀으로 흠뻑 젖어 다리에 찰싹 달라붙은 것을 낑낑대며 잡아당기는 지나의 모습은 굉장히 꼴렸다. 레깅스 아래에 숨겨져있던 스포츠용 팬티또한 젖어있는 건 똑같아서 더 그랬다.
"으.. 더럽게 안 벗겨지네..!"
지나의 입에서 끄응하고 힘을 쓰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탄력적이기 그지없는 그녀의 육체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 모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나가 등을 보이고 있는 틈을 타 마음껏 훔쳐보던 걸 멈춘 것도 그래서였다.
가슴같은 게 자꾸만 요리조리 흔들려서 내 정신까지도 어지러워지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지나가 괘씸하게 느껴졌다.
의식해서 어쩔 줄 몰라할 때는 언제고 땀 좀 흘렸다고 이렇게 옷을 훌러덩 벗어버리다니.
아니면 설마 지금 유혹하는 건가?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로 지나의 몸은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있는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그녀에게도 알려주기로 했다.
지나가 낑낑대고 있는 틈을 타 건조대에 널려있던 수건을 공수해왔던 건 다 그걸 위해서였다.
"자."
때마침 레깅스마저 벗어던지고 몸에 걸친 거라고는 중요한 곳을 가려주는 팬티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지나를 향해 보송보송하게 잘 마른 수건을 쑥 내밀었다.
"어, 어?"
딱히 발소리를 죽이거나 그러지 않았는데 혼자 끙끙대기 바빠 내 접근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내 목소리에 반응해 내쪽으로 돌아선 지나가 딱 한 걸음 정도만을 남겨두고 있는 날 발견하고는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러더니 살짝이지만 주춤하고 물러나더라.
그래봐야 다른 곳에 비하면 훨씬 높은 다용도실의 문턱에 걸려 채 한 걸음도 물러나지 못하긴 했지만.
아무튼 살짝 당황한 지나와는 다르게 태연하기 짝이 없는 표정과 목소리로 수건을 쥔 손을 살짝 흔들어보였다.
"땀 말이야. 이걸로 닦으라고.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아, 응."
어딘가 어색해보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한 번 끄덕인 지나가 내 손에 들려있던 수건을 슬그머니 챙겨갔다.
그리고는 그것을 이용해 몸에 맺혀있는 땀방울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런 지나의 모습을 사양하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봐주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가슴을 닦을 때였다.
가슴이 큰 편이다보니 가슴 아래로 손을 밀어넣어 밑가슴을 닦는데 철썩 들러붙어있던 것이 떨어지며 나는 소리가 음란하기 그지없었다.
그 왜 떡칠 때 나는 소리 있지 않은가. 땀으로 흠뻑 젖은 피부끼리 찰싹 들러붙어있다가 떨어지는 소리 말이다.
찐득찐득하기 짝이 없는 그 소리가 귀를 제멋대로 희롱하는 느낌을 만끽하며 꿋꿋하게 지나의 몸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으니 그런 내 시선이 의식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었던 모양인지 안 그래도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던 지나의 손이 시간이 지날수록 굼떠지더니 나중에는 아예 멈춰버렸다.
"왜,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냐고 물으려던 것일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서 살짝 감탄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어 대꾸했다.
"신기해서."
"무, 뭐가?"
"누나 몸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까.."
슬쩍 말꼬리를 늘어뜨리기 무섭게 어디선가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예쁘다.. 꼭 조각상 보는 것 같아."
"나, 나야 운동하는 게 일이니까.."
이 정도 쯤이야 당연한 거라는 투로 대꾸한 것 치고는 내 칭찬이 많이 기뻤던 모양이다. 어느새 살짝 옆으로 돌아간 지나의 얼굴을 향해 시선을 던져보니 입꼬리 위로 기쁨이라는 감정이 뚜렷하게 묻어나오고 있었다.
"있잖아.."
"응?"
"한 번 만져봐도 돼?"
"..뭐?"
눈을 크게 뜬채 반문하는 지나를 상대로 어색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아니..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좀 그런가?"
"내, 냄새날텐데.. 땀냄새.."
"무슨 소리야. 하나도 안 나는구만."
그리 말하며 지나의 목덜미를 향해 얼굴을 불쑥 들이밀고는 킁킁하고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해보이니 지나가 당황한 듯 몸을 움츠렸다.
"나, 난다니까?!"
"아니 진짜 안 나는데.. 오히려.."
좋은 냄새밖에 안 난다고 작게 중얼거리니 그걸 또 들었는지 지나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런 지나로 하여금 보란듯이 시무룩해하는 척을 해보였다.
그동안 지나를 상대하며 알게된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녀가 '유한'의 시무룩한 표정에 굉장히 약하다는 점이었다.
지금도 봐라.
내가 시무룩한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올리기 무섭게 무슨 일이 있어도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던 표정이 실시간으로 무너져내리고 있지 않나.
"아무튼 안 돼?"
"자, 잠깐 정도면.."
결국 지나는 조건부로 터치를 허락했다.
그에 혹시라도 그녀의 마음이 바뀔세랴 즉시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생글생글 웃으며 지나의 앞에 쪼그려 앉은 순간,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기 위해 애먼 곳을 주시하고 있던 그녀가 몸을 흠칫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나의 앞에 쪼그려 앉은 나는 검지손가락을 세워 그녀의 무릎 윗 부분, 흔히 허벅지라 부르는 곳을 쿡하고 찔렀다.
"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탄력이 어마어마했다.
손가락으로 찌르기 무섭게 그것이 그대로 튕겨져나왔으니까.
"딱딱할 것 같은데 의외로 말랑말랑하네."
되도 않는 감상을 쏟아내면서 지나의 허벅지를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그럴 때마다 내 손가락은 차츰 위를 향했다.
덕분에 어느새 내 시야는 지나의 중요한 곳을 감싸고 있는 팬티로 가득 차 있었다.
흠뻑 젖어서 원래 색보다 훨씬 짙은 회색을 띄고 있는 그것 말이다.
아마 누군가 나와 지나의 모습을 본다면 내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보빨이라도 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 정도로 절묘한 각도였고, 그 정도로 아슬아슬한 거리였다.
여기서 내가 조금만 더 앞으로 움직인다면?
내 코가 지나의 팬티를 쿡하고 찌르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일까.
"그, 그만!"
내가 허벅지를 쿡쿡 찔러댈 때마다 몸을 움찔움찔하고 떨면서 어쩔 줄 몰라하던 지나가 날 향해 외쳤다. 그 와중에 혹시 소리를 크게 지르면 가영이든 세나든 나올지도 모른다 생각한 것인지 그 와중에 내게만 들리도록 목소리를 죽인 게 왠지 좀 귀여웠다.
"응? 벌써?"
"내, 냄새나잖아. 그만해."
"아니, 정말 안 난다니까? 봐봐."
되도 않는 변명을 해대는 지나를 응징해주기 위해 상체를 살짝 앞으로 내밀며 슬며시 눈을 치켜떠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 상태로 킁킁하고 다시 한 번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해보이는 내 모습이 지나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모르긴 몰라도 남동생처럼 여기는 아이가 자기 팬티 근처에다가 코를 가져다 댄채 냄새를 맡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지나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 아무튼 이제 안 돼."
그 상태로 그녀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다면 그녀의 발뒤꿈치가 다른 곳에 비하면 드높기 짝이 없는 다용도실의 문턱하고 맞닿아있었다는 것 정도?
그런 상태에서 몸을 뒤로 물렸으니 어떻게 되었겠는가.
문턱에 걸린 지나의 몸이 휘청하고 흔들렸고, 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 앞뒤 가리지 않고 그녀의 허리를 양팔로 꼭 끌어안아 내쪽으로 잡아당겼다.
당연히 지나가 뒤로 자빠지는 걸 그런 식으로라도 막기 위함이었다.
헌데 지나의 신체능력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뒤로 자빠지는 것보단 차라리 앞으로 넘어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일까. 허우적대던 지나의 손이 벽을 턱하고 짚더니 그녀가 그 반동을 이용해 뒤로 넘어가던 몸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순간적으로 한 것치고는 썩 나쁘지 않은 대처.
다만 딱 하나 흠이 있다면 당황한 나머지 힘을 너무 과하게 써버렸다는 것정도?
지나가 뒤로 자빠지는 걸 막기 위해 그녀의 허리에 매달려있던 몸이 뒤로 기우뚱하고 기우는 게 느껴졌다.
쿵-!
'윽..'
알싸한 고통이 뒤통수를 타고 흘렀다.
허나 거기에 주목할 겨를같은 건 없었다.
탄력적이면서도 뜨끈하게 달아올라 있는 것이 몸을 꾸욱하고 짓누르는듯한 느낌이 몸에 걸치고 있던 것들을 뚫고 전해져왔으니까.
그에 고통 때문에 질끈 감고 있었던 눈을 슬쩍 뜬 순간이었을 것이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마침 지나도 날 바라보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 둘의 눈이 딱 마주쳤고, 그렇게 그녀의 눈을 확인한 순간 그것에 그대로 압도되었다.
지나의 눈동자 속에 깃들어있는 것, 그것은 불이었다.
"이유한."
나지막한 목소리로 날 부르는 지나의 눈동자 속으로 기이한 열기가 일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