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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화 〉1부 (63/315)



〈 63화 〉1부

달이 지고 해가 뜨면 아침이 온다.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지극히도 당연한 현상이다.

그토록 당연한 것이 최근 들어서는 무척이나 기대되고 기다려졌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은 찾아왔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아침이건만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요란스레 울려퍼지는 알람소리만큼은 여전히 지긋지긋했다.

뭐, 덕분에 잠이  깨서 즉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몸을 씻고 1층으로 향했다.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준비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기에  시간조차도 이제는 아깝게 느껴졌으니까.


물론, 말이 대충이지 그렇다고 구성이 허술하지는 않았다.

쭉 한식으로 조져줬으니 하루 정도는 서양식으로 먹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바싹 구워서 칩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 베어컨과 칼집을 내 겉면을 노릇노릇하게 익혀낸 소세지.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나온 기름으로 튀겨낸 써니 사이드 업과 해시브라운 두 장을 옆에다가 곁들였다.

'너무 기름진가?'

접시 위에다가 차려놓고 보니 그런 것 같아서 냉장고에 있던 양상추를 꺼내 꼼꼼히 씻은 뒤 먹기 좋은 크기로 뜯었다. 그리고 그 위에다가 키위 드레싱을 슉슉 뿌려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원래는 여기에다가 바삭바삭하게 구운 식빵까지 곁들어줘야 진짜 완성이지만 벌써부터 구워놓으면 식사 시작할 때쯤에는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변해있을테니까 그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어차피 그리 오래 걸리는 작업도 아니니까.

'자, 그럼 아침은 다 차렸고.'

아침 차리는 게 끝났으니 이제는 그에 대한 보상을 챙기러 갈 시간이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쳐다보는 눈이 있지는 않은지 빠르게 고개를 돌려 확인해준 뒤 그대로 가영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방에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특유의 달콤한 냄새가 났다. 그 사이로 화장품 특유의 인공적인 향이 살짝 섞여있긴 했지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새액새액하고 고르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잠시 문에 등을 기댄 채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소리를, 세상 모르고 잠들어있는 가영의 모습을 즐겼다.

'사진은 봤으려나.'

봤다면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두근거렸을까.


아니면 흥분했을까.

어쩌면 당황스러워 했을지도 모르겠다.


추측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정도로 궁금했다.

혹시 저장은 했을까.

사실 그게 제일 궁금했다.

맘 같아서는 가영을 깨워서 직접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로.

'차단한 건 아니겠지..'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문에 기대놓고 있던 등을 떼어내 침대 위에 누워있는 가영을 향해 다가섰다.

자박-


"으음.."

중간에  발자국 소리를 듣고 반응한 건지 고운 선을 그리고 있던 가영의 눈썹이 순간적으로 살짝 찌푸려졌다.

그간 당한  있다보니 자연스레 잠귀가 밝아지기라도 한 것일까. 분명 첫날에는 이 정도까지 예민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으니 살짝 찌푸려져있던 눈썹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것을 확인하고는 늘 그랬듯 가영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오늘은..'

어디까지 할까.


아니, 어디까지 할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이제 슬슬 키스만으로는 참기가 힘들었다.

 짓을 시작한지 고작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그런 걸 느끼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쩔  없었다. 그만큼 가영이 매력적이었으니까.

입을 맞추면 더 진득하게 하고 싶었고, 그래서 진득하게 입을 맞추고 있으면 더한 짓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가슴 속으로 뭉클뭉클 피어오르는데 어쩌겠는가.


문제는 그럴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악셀을 풀로 밟아버리고 싶은 나와는 달리 가영의 속도는 이제 막 스쿨존으로 진입한 자동차마냥 느릿하기 그지없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참아야 했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가영이 내가 원하는 곳까지 도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테니까.


'그래도..'

입을 맞춘다는 행위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거기까지는 가영이 이미 허락해준  있으니 말이다.

분명 그럴 거라 생각하며 조심스레 몸을 들어올려 매번 그랬던 것처럼 가영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감탄했다.


역시 키스의 힘은 위대했으니까.


입을 맞추기 무섭게 가영으로부터 반응이 돌아온 게 그 증거였다.

맞닿은 입술을 통해 움찔하고 자그마한 떨림이 전해져왔다.

척하면 척이라고 이제는 그 자그마한 떨림만으로도 가영이 잠에서 깨어났다는 걸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멈출 생각은 없었지만.


감질난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게 가영과의 입맞춤이 별로라는 걸 뜻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기분 좋기는 했다.


내가 그 이상을 바래서 그렇지.

얼른 열어달라고 애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영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혀를 이용해 느릿하게 훑고 있으니 간지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계속 버텨도 내가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꾸욱하고 맞물려있던 가영의 입술이 스르륵 벌어졌다.


 사이로 혀를 밀어넣어 느릿하게 가영의 입안을 훑었다.

어디까지나 잠결에 한 행동이긴 했지만 저번에는 그녀 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입을 맞춰오지 않았던가.


그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렇게 가영의 목구멍 안에서 흘러나오는 숨 한 점마저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진득하게 입을 맞추다가 숨이 벅차오를 때쯤 슬그머니 입술을 떨어뜨렸다.

어느새 가영의 것인지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 번들번들하게 변한 그녀의 입술과 내 입술 사이로 투명한 실이 길게 늘어지다가 툭 끊어졌다.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한 걸까.

눈을 꼬옥하고 감고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색을 자랑하는 안도라는 감정이 가영의 얼굴 위로 화악 번져나갔다.

그 광경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내가 여기서 끝내서 습관적으로 안심한 모양인데 끝났다고 안도하고 있는 가영에게는 참 안타까운 이야기겠지만 오늘은 여기서 끝낼 생각따위 없었으니까.


숨을 고르는 척 하며 다시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는 가영의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을 향해 슬그머니 손을 뻗었다.


생각해보니 이 이불이라는 놈이 참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나조차도 아직 가영의 몸에 제대로 닿아본 적이 없건만  놈은 살아있지도 않은 주제에 매일 밤마다 가영에게 꼭 끌어안겨서 같이 자니까.

그래서 그 괘씸한 놈을 치워버리고자 손을 뻗었더니 그러면서 난 '스윽..'하는 소리에 가영이 반응을 보였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가 자신을 향해 뻗어오니 당황한 것일까.

가영이 몸을 흠칫하고 떨더니 그대로 몸을 굳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가영의 어깨까지 올라와있던 이불 자락을 손으로 잡고 내쪽으로 슬쩍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물론, 가영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이불이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에 정신이 번쩍 들기라도 했던 것일까.


"으으음.."

가영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입술 사이로 흘리며 벽쪽으로 돌아누웠다. 덕분에 잡아당기는대로 스르륵 딸려오던 것이 우뚝하고 멈추더니 팽팽하게 당겨졌다.

'쯧..'

덕분에 깨달았다.


일단은 여기까지라는 걸.


'이불 아래쪽은 아직  된다 이거지.'


그럼 어쩔  없지 뭐.


아쉬운대로 살짝 드러난 목덜미로 만족하는 수밖에.

원래 계획은 이불을 걷어낸 다음에 그 밑에 숨어있는 가영의 손을 끄집어내 거기에 입을 맞추고 혀로 간질이는 것이었지만 가영이 저렇게 극렬하게 거부하니 어쩌겠는가.


뭐, 원래 노렸던 게 아니라서 그렇지 목덜미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여태껏 입맞춤이라고 해봐야 입술에 대고 한 게 전부였기에 입술만 아니라면 어디든 가영에게는 낯설고 생경한 느낌을 선물해줄테니까.

해서 이불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풀고는 그것을 부슬부슬하게 흐트러진 머리칼로 살짝 덮여있는 가영의 목덜미를 향해 뻗었다.

그리고는 머리카락을 옆으로 치우기 전에 시험삼아 가볍게 톡 건드려봤다.

말 그대로 손가락만 살짝 가져다댔을 뿐인데 반응이 꽤 격렬했다. 내 손가락이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들어가기 무섭게 가영이 몸을 움츠렸으니까.


"으으음.."


저건 혹시 경고인 걸까.


여기서 더 건드리면 깨어날지도 모르니까 그만하라는?

어쩌면 그럴지도 몰랐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경고를  거면 말로 해야할지 저런 식으로 애매하게 하면 내가 그게 무슨 뜻인지 어찌 안단 말인가.


"고모.."


뭔가를 꾹 눌러 참는 사람마냥 살짝 억눌린 목소리로 가영을 부르며 그녀의 목덜미를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들을 손가락을 이용해 슥 걷어냈다.


목 뒷부분과 닿을 듯   움직이는 내 손가락이 간지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본인의 머리카락이 문제였던 걸까.

"으, 으응.."

 그래도 살짝 움츠러든 상태였던 가영이 목을 바짝 움츠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머리카락이 옆으로 걷히며 드러난 가영의 목덜미를 향해 조심스레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첫날 그랬던 것처럼 그곳에 대고 입술을 꾸욱하고 눌렀다.

설마 손장난을 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입까지 맞출 줄은 몰랐던 것일까. 가영의 피부와 맞닿아있는 입술을 통해 그녀의 몸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고작 그걸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슬그머니 숨을 들이켰다.


그러자 입술과 맞닿아있던 가영의 살결이 끌어당기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살짝이지만 입 안으로 빨려들어왔다.

그렇게 빨려들어온 것을 조심스레 혀로 핥았다.

마치 동물이 상처를 혀로 핥는 것처럼 조심스레 혀를 움직일 때마다 가영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한 행위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이만하면..'

뭐라도 흔적이 남지 않았을까.

딱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맞추고 있던 입술을 조심스레 떨어뜨렸다.

물론,  전에 이빨을 살짝 세워서 혀로 핥짝거리고 있던 부분을 꼬옥하고 깨물어 경고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후우.."

그렇게 입술을 떼어내고 확인해보니 과연 가영의  뒤쪽에 벌레한테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벌건 자욱이  있는  확인할 수 있었다.

약간의 이빨자국은 덤이었다.


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깨물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피부가 약한 걸까.

아무튼 가영의 목 뒤쪽에 벌건 자국이 동그란 모양으로 남아있는  보니 왠지 모르게 만족스러웠다.

마치  여자는 내꺼라고 도장이라도 찍어놓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상상했던  이상의 충족감을 느끼며 한올한올 꼼꼼하게 걷어냈던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툭 쳐서 그 위로 흐트러뜨렸다.

그리고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ㅡ


"고모."


평소나 다름없는 목소리로 가영을 불렀다.

물론, 저번에도 그러했듯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고모, 일어나세요. 아침 드셔야죠."

"으으음.."

그래서 같은 목소리로 한 번 더 부르니 그제서야 가영이 옆으로 뉘이고 있던 몸을 꿈틀대며 내 목소리에 반응한 척을 했다.

아무래도 바로 조금 전까지 당한 게 있다보니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나 본데..

"이러다 식겠어요. 얼른 일어나세요."

여전히 벽쪽으로 돌아누워있는 가영을 향해 손을 뻗었던 건 그래서였다.

내가 자기 몸에 손을 대도 계속 안 일어나고 버틸  있을지 참으로 궁금했으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영은 버티지 못했다.


내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기 무섭게 꼬옥하고 감겨있던 눈이 번쩍 뜨였으니까.

"으, 으음.. 유한이니?"

"네, 고모.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그러더니 몸을 일으키는  하며 제 어깨하고 맞닿아있던 내 손을 자연스럽게 몸에서 떼어내더라.


본인의 목 뒤에 남았을지도 모르는  그리도 신경쓰이는 걸까.

가영이 작게 입을 벌리더니 '하음..'하고 하품할 때나 낼법한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손을 움직인 그녀가 그것을 자신의 목덜미를 향해 뻗었다.


스륵-


가영의 목 옆 부분에 내려앉았던 것이 목을 주무르는 척 하며 아까 내가 이빨로 살짝 깨물었던 부분을 향해 나아갔다.

그걸 지적하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서 슬쩍 한 번 찔러봤다.


"..혹시 목쪽이 막 땡기거나 그러세요?"

"으, 응?"

"주무르시길래요."


"아, 아냐! 그냥 살짝.. 뻐근해서 그래 뻐근해서.  때 베개를 잘못 베고 자서 굳었나봐."

그랬더니 가영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부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에 그럼 다행이라는 것처럼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번처럼 어지럽지는 않으시고요?"


"으, 응.. 오늘은 괜찮네.."

 말에 어색하게 긍정하는 가영의 얼굴은 살짝이지만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침 다 차려놨으니까 얼른 나오세요."

"그, 그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 해보이는 가영의 얼굴은 어색함 그 자체였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그녀의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아까 차려놨던 것들과 함께 먹을 식빵을 하나하나 구워내고 있으니ㅡ

"오늘은 빵이야?"

아침마다 하는 조깅을 끝마치고 돌아온 지나가 집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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