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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화 〉1부 (62/315)



〈 62화 〉1부

일단은 시청자들이 고른 것들부터 입혀보기로 했다.

따로 뭐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고, 내가 손수 골라온 것을 몸에 걸친 세나의 모습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세나에게 입혀보면 좋겠다며 고른 건 총 세 종류였다.

개중에는 세나가 골라온 것마냥 무난무난한 것도 있었고ㅡ

"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냐..?"


 세나마저도 저런 소리를 하게 만들 정도로 괴랄하기 그지없는 무늬가 프린팅 되어있는 것도 있었다.

그 마저도 어울리긴 했는데 사라는 소리는 안했다.


어차피 저런 것들은 사봐야 계속 옷장 안에만 쳐박혀있을 게 뻔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시청자들이 골라준 것들을 깔끔하게 치워버리고 난 후에야 내가 세나에게 입혀보고 싶었던 것들을 그녀를 향해 들이밀 수 있었다.

"자."


"에윽.."

옷을 갈아입은 횟수만 해도 벌써  번이 훌쩍 넘다보니 세나는 내가 첫 번째 타자를 눈앞으로 들이밀기 무섭게 질색을 해댔다.


꼭 마치 '이만하면 됐지 대체 뭘 더 보는데!'라고 역정이라도 내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가 없어서 속으로만 삭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아무래도 당근을 주지 않으면 계속 저 상태일 것 같아서 세나가 힘을 낼 수 있도록 희망이라는 이름의 당근을 그녀의 눈앞에 대고 살랑살랑 흔들어보였다.

"이제 이거 포함해서 딱  벌밖에  남았어."


역시나 반응이 있었다.


그리 말한 순간 세나의 귀가 쫑긋하고 현란하기 짝이 없는 무빙을 선보였으니까.


"그래도 골라온 것들은 다 입어봐야지. 응?"


달래듯 말하고는 세나가 환장할만한 말을 그 뒤로 덧붙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세 번.


세 번만  입어보고  거  다음에 이만 집에 가자는 말이었다.


"진짜지?"


그에 확인하듯 던져진 세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니 그녀가 내 손에 들려있던 것을 슬그머니 가져갔다.


그러더니 내게서 가져간 것들을 품에 안아들고는 탈의실 안으로 뽈뽈 기어들어가는 세나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물론, 쓴웃음이었다.


"으휴.."

"동생 분이 참.. 고생이 많으시네요."

"어쩌겠어요. 그래도 누난데. 저라도 챙겨야죠."

"야!  들리거든?!"


탈의실 안쪽에서부터 빼액하고 터져나온 세자후에 세희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킥킥대며 웃었다.

"야.. 이거 살짝 작은데..?"

"그래? 아까 누나가 말해줬던 사이즈대로 고른 건데.."

"아, 아니다. 올리니까 맞네."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던 것도 잠시, 세나가 탈의실 커튼을 옆으로 젖히며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아.. 치마 오랜만에 입어서 그런 가.."

 말대로 하루가 멀다하고 트레이닝복만 입고 지내다가 모처럼 치마를 입으니 다리가 드러난 느낌이 영 낯설었던 것일까. 탈의실 밖으로 걸어나오는 세나의 표정은 어딘가 어색했다. 몸짓이나 자세도 그랬다. 쭈뼛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덕분에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오피스룩은 진리라는 걸.

특히나 잘록한 허리라인이 인상적이었다.

튤립모양을  와인색 H라인 스커트와 그거하고 같이 입으라고 챙겨준 하늘하늘한 느낌의 분홍빛 블라우스가 서로 만나는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가있는데 보면 볼수록 자꾸만  부분을 손으로 꽉 움켜쥐고 싶다는 생각이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타킹 없이 맨다리라는 것 정도?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에 커피색이든 검스든 뭐라도 있었다면 더 완벽했겠지.

아무튼 생각한  이상으로 잘 어울려서 감탄하고 있으니 그런 내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언제 쭈뼛거렸냐는 듯 세나의 기세가 살아났다.

"왜? 어울리냐?"

콧대를 세우며 으스대는 모습이 솔직히 좀 얄밉긴 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또 귀엽더라.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던  다 그래서였다.


"어, 예쁘네."

"어, 어?"

자기가 어울리냐고 물어놓고는 막상 잘 어울린다고 해주니까 당황하는 건 대체 뭘까.

맨날 하는 짓만 보면 단순  자체인데 이럴 때 보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아무튼 내 칭찬을 듣고는 몸을 흠칫하고 굳히고 있던 것도 잠시, 세나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으스대기 시작했다. 전과는 다르게 살짝 허둥지둥하는 느낌이 섞여있긴 했지만.

"내, 내가 불편한 걸 싫어해서 그렇지   먹으면 어? 이 정도야. 이 정도."

"그런데 대체  맘을 안 먹는 걸까."

"아니 뭐.. 나갈 일도 없고.. 방송하는데 이렇게 불편하게 입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리 말한 세나가 슬쩍슬쩍 내 눈치를 살피다가 시청자 핑계를 댔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싫어할 걸?"

뭐, 말은 그리 했지만 결국 불편해서 싫다는 거겠지.


솔직히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아까 전부터 저렇게 치맛단부터 시작해서 블라우스에 이르기까지 시도때도 없이 손으로 꾹꾹 잡아당겨대고 있는데 모르면 바보지.

"이제  벌 남았지?"


불편해서 빨리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싶은 건지, 아니면 한시라도 빨리 쇼핑이라는 이름의 지옥에서 탈출하고픈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나가 날 향해 손을 까딱까딱하며 다음 옷을 요구했다.

"아, 누나 잠깐만."

그런 세나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그녀의 휴대폰을 잠시 세희에게 맡긴  왼손에 쥐고 있던 내 휴대폰을 양손으로 잡았다.

"갈아입기 전에 사진  장만 찍자."


"사, 사진?"


"응."

"사, 사진은 뭐하려고.."

사면 되지 귀찮게 사진은 또 뭐하러 찍냐고 꿍얼대는  보니 부끄러운가 보다.


"예쁜데 아깝잖아."


"아, 아니.."


"그리고 내가 볼  그거 오늘 보고 다신   것 같아."

"이, 입으면 될 거아냐! 입으면..!"


"진짜?"

"아니 뭐.. 나갈  있으면은 입을 수도 있지 않나.."

"이봐이봐 또 기껏 사놓고 옷장 안에다가 쳐박아두려고."

사진을 찍으려 하는 건 다 그럴 게 뻔하기 때문이라 둘러대면서 살짝 움츠린 채 서 있는 세나의 모습을 휴대폰을 이용해 찍었다.


"나중에 지나 누나 퇴근하면 보여줘야지."


"아, 아니 언니한테 그런 걸 왜 보여주는데!"


"내 맘인데?"

씩 웃으며 대꾸하고는 다음 옷을 세나의 손 위에다가 올려놓았다.

블라우스에 스커트까지 해서 투 피스인 지금 입고 있는 복장과는 달리 이번에는 원피스였다.

그것도 그냥 원피스가 아니라 몸에  달라붙는 스타일의 분홍색 원피스였다.

그것을 받아든 세나는 아까 세희로부터 멜빵바지를 받아들었을 때하고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당황스러워했다.


"이, 이걸.. 입으라고..?"

"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씨이.."

이쁘기만 하구만  뭐가 그리 불만인 걸까.

씨근덕대던 것도 잠시, 세나가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휴대폰 거치대 역할에 바짝 몰입하고 있던 세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지하에 신발도 파신다고 하셨죠?"

"네? 아, 네."


"그러면 방금 그 원피스하고 잘 어울릴만한 구두 하나만 골라주실 수 있을까요?"

"구두요? 아, 네 잠시만요.."

내게 부탁을 받은 게 그리도 기뻤던 것일까.


세나의 휴대폰을 자기가 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먹은 채 그대로 지하로 향하려던 세희를 붙잡아 휴대폰을 회수했다.


그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


놀랍게도 세나가 탈의실에서 기어나오는 것보다 세희가 내 옆으로 돌아오는  훨씬  빨랐다.

'아니, 무슨 옷 하나 갈아입는데..'

시간이 이리 오래 걸린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슬슬 다 갈아입은 모양인지 탈의실 안쪽에서부터 부스럭대는 기척이 느껴졌고, 그 타이밍에 맞춰 세희에게 마실 것을 부탁했다.


그렇게 세희가 자리를 뜨기 무섭게 세나가 내가 건네준 분홍색 원피스를 몸에 걸친 채 탈의실에서 기어나왔다.

내가 세나에게 건네 준 원피스의 포인트라면 역시 팔을 덮는 부분 전체가 시스루 재질로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원래라면 천으로 덮여서 보이지 않았어야할 팔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 팔을 이용해 세나가 뭘 하고 있었냐 하면ㅡ

"이, 이건.. 겨울에 입기에는 좀.."


치마자락을 손으로 꼬옥하고 움켜쥔 채 그것을 꾹꾹 잡아내리고 있었다.

"왜?"


"치, 치마가 너무 짧잖아.. 요즘같은 날씨에 이런 거 입고 돌아다니면 얼어죽어.."


"그러면  풀린 다음에 입으면 되잖아."


그런 식으로 세나의 발언을 일축시킨 뒤 슬그머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바로 조금 전까지 내가 앉아있었던 곳을 손바닥으로 팡팡 두들겼다.

"잠깐만 여기 좀 앉아봐."

그에 세나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순순히 내가 지정한 곳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타이밍에 맞춰서 세나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는 세나의 다리를 향해 슬그머니 손을 뻗으니ㅡ


"무, 뭐하는 거야?!"


세나가 제자리에서 펄쩍하고 뛰었다.


"응? 왜? 신발 갈아신겨 주려고 했는데."


"..아."

"아니면 설마 그렇게 입고 신발은 운동화 신고 다니려고 했어?"

진심이냐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거냐고 뜨악한 표정을 해보이며 그리 물으니 세나가 발끈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거든?"

"네네, 그러시겠죠. 암요."

"내, 내가 직접 신을 테니까 그거 이리 내놔."


그리 말한 세나가 상체를 내쪽으로 쭉 뻗으며  손에 들린 구두를 뺏으려 했다.


물론, 몸을 뒤로 젖히는 식으로 회피했다.

"내가 한다니까?"


"됐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무슨."

퉁명스레 대꾸하고는 진작에  손을 탈출한 세나의 다리를 잡아  펴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밑을 내 무릎으로 받쳤다.

"이것 좀 벗길게."

세나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왼발을 감싸고 있던 운동화를 쑥 벗겨냈다.


그러자 등장한 건 새하얀 양말에 감싸인 자그마한 발이었다.

"와.."


"씨이.. 이봐 또 냄새난다고 뭐라고 하려고.."

"뭐래, 그냥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아서 감탄한거야."


그리 대꾸하고는 자연스레 손바닥을 세나의 발에다가 가져다 대보았다.

양말을 신고 있음에도 간지러움을 느꼈던 걸까.

내 허벅지 위에 올라와있던 세나의 다리가 작게 움찔하더니 이내 거기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손보다는 크네."


"다, 당연하지. 그러니까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신겨줄 거면 얼른 신겨주기나 해."


"예예."

알아서 할테니 재촉하지 말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하다가 멈칫하는 척을 했다. 마치 뭔가 마음에 걸리는 점이라도 있는 것처럼.


"뭐, 왜."

"아니 생각해보니까 구두 신을 때 양말같은 거 안 신지 않나?"

그리 말하고는 양말까지 벗기려는 것처럼 손을 움직이니 세나가 기겁을 하며 발을 뺐다.

"아니다. 냄새날 것 같아. 관둘래."

"...뒤진다 진짜."


"농담이야. 농담."

싱긋 웃으며 그리 말하고는 세나의 다리를 다시 내쪽으로 끌어온  살짝 몸을 숙여 냄새를 맡는 척을 했다.

"와! 발냄새같은  하나도 안 나는걸?"


장난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는 덤이었다.

장난이라는데 뭐라고 역정을 내기도 애매한 상황.


그렇기에 세나가 할  있는 대응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애꿏은 발가락들만 꼼지락꼼지락대는 게 전부였다.

'귀엽네 진짜..'


뭐, 놀리는 건 이쯤하기로 했다.


슬슬 마실 걸 가지러 간 세희가 돌아올만한 타이밍이었으니까.

덤으로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눈도 있었고.


여기까지는 남매끼리  많이 친한갑다하고 그들을 납득시키는게 가능하지만  이상이 되어버리면 힘들테니까.


해서 장난은 그만두고 세희가 손수 골라온 구두를 세나의 발에 신겨주었다.


그렇게 양쪽 모두 신겨준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게 해 확인을 해보니 과연 입고 있는 옷이랑은 어울리지도 않는 운동화를 신고있을 때보다 훨씬 그럴  했다.


물론, 그 모습도 사진으로 찍어서 남겼다.


그리고나서 마지막 세 번째 옷까지도 확인하고 나니 대충 뭘 사면 좋을지 가닥이 잡혔다.

일단 세희가 추천해준 것들은 전부 사기로 했다.


물론, 내가 고른 것들도 전부 구매했다.

의외로 세나가 먼저 나서서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


그렇게 세희가 고른 것 네 벌에다가 내가 고른 것, 세나가 골라온 것들하고 시청자들이 골라온 것들 중에서 그나마 무난했던 것을 합쳐 총 열네 벌의 옷이 세나 방에 있는 옷장으로의 입주를 앞두게 되었다.

"그 계산은 어떻게.."

"아, 이걸로 해주세요."

"넵, 아 그리고 이건 약속했던 서비스입니다."


세희가 건네받은 카드를 시원하게 긁는 동안 세나는 뭘 하고 있었냐하면 뒤늦게 가게 안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가게 안에 걸려있는 것들을 살피던 세나의 시선이 어느 순간 한 곳에 고정되었다.

'응?'


대체  그리 뚫어져라 바라보는 건가 싶어 슬그머니 세나의 시선을 쫓아보니 눈으로 들어온 건 가게 한쪽에 걸려있는 검은색 가죽 자켓이었다.


그걸 보고 있으려니 자연스레 지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만큼 평소 지나가 입고 다니는 것들과 유사한 스타일의 옷이었다.

세나한테 어울릴 것 같냐면.. 글쎄.

아무튼 저건 왜 저렇게 쳐다보고 있는 걸까.


혹시 저걸 사다가 지나에게 조공으로 바치기라도 하려는 걸까.

자기 좀 제발 그만 구박하라고?


그럴 리는 없겠지.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면 방금처럼 쳐다보기만 하지 않고 진작에 저것도 같이 포장해달라고 했을테니까.


세나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카드 여기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벽에 걸려있는 가죽 자켓을 향해 의미모를 시선을 던지던 세나가 세희의 목소리에 반응해 자켓 쪽을 향하고 있던 시선을 홱 꺾었다.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저도 재밌었는데요 뭐. 겸사겸사 가게 홍보도 많이 했고."


생글생글 웃고 있는 세희와 인사를 주고받던 것도 잠시, 그럼 이만 가보겠다며 세나가 세희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는 가게를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세희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보인 뒤 어느새 문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세나의 옆으로 합류했다.

그렇게 가게를 나와 근처 주차장에다가 주차해놓은 세나의 차로 돌아가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죽 자켓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나의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무시하자니 왠지 모르게 찝찝했다.


세나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 말고 우뚝 멈춰섰던 건 다 그래서였다.


방송이야 진작에 종료한 상황.

"뭐해?"


그렇기에 거리낄 것도 없었다.


"그..  가게에 뭐 두고   같은데.."

"뭐?"


"여기서 좀 기다리고 있어봐. 금방 다녀올게."

"..같이가줘?"

"아냐, 됐어."

손을 휘휘 저어 사양하고는 나눠들고 있던 짐을 잠시 세나에게 맡긴 뒤 그대로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참으로 다행히도 세희의 가게는 아직 열려있었다.

"응? 동생 분?"

가게 안으로 들어선 날 발견하고는 의아한 표정을 해보이는 세희를 상대로 보란듯이 아까 세나가 열심히 쳐다보았던 예의  가죽 자켓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거.. 저거 좀 주시겠어요?"

서두른다고 막 뛰어왔더니만 숨이 차서 말이 잘  나왔다.


"아, 저 자켓 말씀이시죠? 포장해드릴까요?"

그래도 다행히 뜻은 통하더라.

"사이즈는.. 세나 님 사이즈로 드리면 될까요?"

"..네."

자켓의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그렇게 확보한 것을 들고 세나에게 돌아갔다.


"두고 온 건? 찾았어?"

그리고는 그리 말하는 세나의 품에다가 자켓이  쇼핑백을 던지듯 떠넘겼다.


"어, 아 그리고 그것도 서비스라고 가져가라더라."

"이게 뭔ㄷㅡ"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리며  품안으로 들어온 것을 향해 시선을 내리던 세나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그러더니 그것이 이내 내쪽으로 돌아왔다.

"왜 뭐."

"..."

"서비스라잖아. 입든가 말든가.."

"최소 30만원은 할텐데 이런 걸 서비스로 준다고?"

"아, 뭐. 그래서 싫어? 싫으면 다시 내놓든가. 돌려주고 올테니까."


퉁명스레 말하며 세나의 품안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쇼핑백을 향해 손을 뻗으니 그녀가 황급히 그것을 끌어안으며 몸을 홱 돌렸다.


"누가 싫대?"

그리 대꾸하고는 도망이라도 치듯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세나의 입꼬리는ㅡ


솟구치는 기쁨을 어쩌지 못하고 움찔움찔 떨리고 있었다.

"아, 같이가!"

그런 그녀의 등뒤로 따라붙었다.


"..생일 선물 미리 해준 거야."

"서비스라며?"


"..."


그렇게 어느덧 어둑어둑하게 변해버린 길을 세나와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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