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1부 (59/315)



〈 59화 〉1부

역시 담당일찐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질색이란 질색은 다 해가며 '그건 좀..'이라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뿜어대고 있던 세나를 무려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으니까.


물론, 표정만큼은 여전히 죽상이긴 했지만 말이다.

느긋한 모습을 연기하며 그런 세나의 옆얼굴을 열심히 힐끔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걸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  것 같아서 일단 출발하자고 하긴 했는데 막상 출발하고 보니까 옷을 어떻게 골라주면 좋을 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일단 아무거나 무작정 입혀본 다음에 어울리면 그걸로 사라고 할까..'

그런 식으로 결론 지어버리자니 다  어울릴 것 같아서 문제였다.


애초에 지금 입고 있는 것들도 후줄근해서 보기  그럴 뿐이지 세나하고 안 어울리냐면 그건 또 아니니까.

얼굴이 워낙 사기다보니까 뭘 입고 있어도 그럴 듯 하게 보이는 마력같은  있었다.

뭐, 그 점을 고려하면 아무거나 주워입히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왕 사는  최대한 세나에게 잘 어울리는 것들로 사는 게 낫지 않겠는가.


가격같은 건 둘째치고서라도 말이다.


문제는 그런 것들을 내 눈깔로 골라낼 수가 있냐는 건데..


솔직히 말하면 자신없었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니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스윽하고 스치고 지나갔다.


'..잠깐만.'


 내가 고를 필요는 없지 않나?

라는 의문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선택권을 세나의 손에 쥐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버리면 보나마나 지금 입고 있는 후드티 같은 거나 몇 개 주워온 다음에 이럴 거면 그냥 집에 가자고 징징댈게 뻔하니까.

그렇다고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한테 맡길 생각도 없었다.

그게 저는 호구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래서 떠올린 게 바로 시청자들이었다.

그들이라면 철저하게 팩트로 두들겨 패줄테니까.

"누나."


"..응?"

"혹시 휴대폰 들고 왔어?"

세나를 향해 그리 물었던 건 다 그래서였다.


집단지성의 힘을 빌리려면 우선 집단부터 이룰 필요가 있으니까.

"휴대폰? 당연히 들고 오기는 했는데 왜?"

"누나 휴대폰으로도 방송킬 수 있지?"


틀림없이 가능할 거다.


세나의 채널에는 휴대폰으로 방송했던 걸 편집해서 올린 영상도 있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세나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내 말에서 뭐 불안한 예감같은 거라도 받은 것인지 정작 표정은  떫은 거라도 한 입 크게 베어문 듯한 표정이긴 했지만.

"가능하기는 한데.. 그건 갑자기 왜?"


"그럼 휴대폰 좀 줘봐."


"아니 그러니까 휴대폰은 왜.."


"왜겠어."


그야 당연히 방송키려고 내놓으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 오, 오늘 휴방인데ㅡ"


"아, 그랬구나아. 휴방이라서 아침에 그렇게.."


"ㅡ그래서 그런 지 몰라도 방송이 더 키고 싶고 그러네."


"그래서 휴대폰 어딨는데?"


"후, 후드 주머니.."

그에 살짝 벌어져있던 주머니 속으로 손을 쑥하고 밀어넣으니 갑자기 파고들어온 내 손 때문에 놀라기라도 했는지 세나가 '흐잇..!'하고 요상한 소리를 터뜨리며 몸을 흠칫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사히 그녀의 휴대폰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나는 그것을 인질로 삼아 세나에게 잠금을 풀 수 있는 패턴을 요구했다.


"그.. 그냥 이렇게 위아래로 왔다갔다 하면.."

다행히 저항은 그리 거세지 않았고, 무사히 잠금을 해제하는데 성공한 나는 세나에게 물어물어가며 방송을 준비했다.


'방송 제목을 뭘로 한담.'


잠시 고민하다가 어그로가 팍팍 끌릴  있도록 '죄송합니다 한 번만 도와주세요..'를 제목란에다가 써 넣은  마지막으로 한 번  세나를 상대로 확인절차를 걸쳤다.

"누나가 알려준   했는데 그러면 이제 송출버튼 누르면 되는 거야?"

"아, 응."

"누른다?"


그에 세나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 순간 미리 대기시켜놓고 있던 손가락을 이용해 송출버튼을 꾹 눌렀고, 그러자마자 손바닥으로 휴대폰의 카메라를 가렸다.


이러면 시청자들한테는 아무 것도  보이겠지.

"그런데 이러면 채팅같은 건 어떻게 확인해?"

"어, 보통.. 옆에 태블릿같은 거 하나두고 채팅만 띄워놓긴 하는데.."


태블릿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해서 꿩대신 닭이라고 내 휴대폰을 꺼내 새까만 썸네일이  인상적인 세나의 방송을 골라 접속했다.


[뭐임;; 뭔 일 생겼음?]

[방제  이래? 방제 왜 이래? 방제  이래? 방제  이래? 방제  이래?]

[아니 휴방한다며;; 왜 자꾸 방송키는 건데!!]


[휴방한다고 공지해놓고 방송을 두 번이나 쳐 키는 스트리머가 있다?]

[이왜진;;]


[뭔 일터짐?]


[뭐 사고라도 쳤음?]

아무래도 원래 방송하는 시간대가 아니기도 하고, 아직 그래도 낮이다보니까 채팅창 올라가는 속도가 평소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빠르긴 하더라.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고.

[아 ㅋㅋ 장난치지 말라고;; 안 속는다고;; 아 ㅋㅋ 장난치지 말라고;; 안 속는다고;;  ㅋㅋ 장난치지 말라고;;  속는다고;;  ㅋㅋ 장난치지 말라고;;  속는다고;;]


[설마 -단- 계정 해킹이라도 당함? ㅋㅋㅋ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세첨지의 운수좋은날;;]

[솔직히 운이 말이  되기는 했어~]

[당신의 36퍼 매니아 마일리지로 대체되었다]


[?  말임?]


[또 휴방한다 해놓고 방송키고 -단- 함?]


[윗련들 그걸 못봤네 ㅋㅋ 씹 레전드였는데 ㅋㅋㅋㅋ]

[ㄹㅇ 핵 쓴줄 알았자너;;]


[아 뭔데 ㅋㅋ 니들끼리만 알지 말고 나도 알려달라고]

[니들만 아는 이야기 하지마!!!!!!]


[새 동영상 1 떠있는 흑우련 없제?]

[어휴;; 그러니까 나처럼 성실하게 세나 방송 볼 것이지]


[ㄹㅇ ㅋㅋ 일 안 나가고 휴방 방송 본방사수 했으면 같이 신나게 떠들 수 있었을 거 아냐 ㅋㅋ]

[그래서  일임? 그래서  일임? 그래서 뭔 일임? 그래서  일임? 그래서 뭔 일임? 그래서  일임? 그래서 뭔 일임? 그래서 뭔 일임? 그래서 뭔 일임? 그래서 뭔 일임?]


[그건 말이죠..]

[알려드렸습니다^^7]

[와! 매우 친절하시네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

[아니 동생 분도 잠깐 나오셨었는데 그걸 안 본 블랙말랑카우 련이 있다고?]

[아직도 그걸 안 봤다고? 에반데;;]

[에바.. 에바에 타라..!]


[그 에바 말고 10련아]


[동생  나오셨다고? ㅆㅂ  참겠다 다시보기  보고 옴]


[아니 그래서 대체 뭔 일이냐고;; 혹시 뭐 사고  건 아니지?]


[세흐나야.. 지금 말하면 용서해줄테니까 얼른 나와서 아가리  털어봐]

[ㄹㅇ 화면 시커머니까 자꾸 내 얼굴 비춰보여서 보기 민망하자너]

[너두? 나두! 야 나두!]


쭈르륵 올라가는 채팅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오른손에 들린 세나의 휴대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


그리고는 마이크 테스트라도 하듯 짧게 툭 내뱉으니 채팅  위로 물음표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


[이게 머선129]

[설마 세나 계정 해킹당함? ㅆㅂ 소름돋네;;]


[아 ㅋㅋ  보니까 결혼발표네 ㅋㅋ]


[그거 마따 내가 봄;;]

[아니 동료라며!! 같은 솔로부대 동료라고 했잖아!!]

[그걸 믿었음? 쩨트킥!!]

[누군지 몰라도 전문적 해킹을 배웠구나..]


[수준이.. 전문가 수준입니다]


[이거 지금 못 막.습.니.다]

[에욱..]

[우욱.. 채팅창에서 왜 쓰레기 냄새가;;]


그  마디가 뭐라고 정말 별의 별 소리가 다 나오더라.

해킹부터 시작해서 사실은 깜짝 결혼 발표를 하기 위해서 남자친구와 함께 기습적으로 방송을 킨 거라는 얼토당토 않은 추측까지.

자기들끼리 알아서 떡밥을 만들고 그걸  요리조리 굴려대면서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니 그래서 대체 누구신데요;;]

[슬슬 무서워 지려고 하니까 이쯤에서 그만하라고 유세나!! 슬슬 무서워 지려고 하니까 이쯤에서 그만하라고 유세나!! 슬슬 무서워 지려고 하니까 이쯤에서 그만하라고 유세나!!]

[장난, 곤란.]

[설마.. 동생 분임?]


[그런가? 하긴 세나한테 남자친구가 있을 리 없지]


[아  ㅋㅋㅋ 그래도 세나 정도면  치잖아]


[치면 뭐하겠누 집 밖으로 쳐 나가질 않는데;;]


 정체를 정확히 추측해내는데 성공한 채팅이 하나 눈에 띄어서 거기에 반응해주었다.


"예, 저 맞아요. 세나 누나 동생."


[아니 이게 진짜 머선129;;]


[아아, 드디어 왕좌를 '계승'해버린것인가.]

[2대 호카게 탄생 ㄷㄷㄷ]


[ㄴㄷㅆ!]

[근데 호카게라고 해봐야 결국 마을 이장 아님?ㅋㅋㅋ]


[제에엔장 믿고 있었다고!!]

[???: 이 방송은 지금부터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헤으응.. 나도 마음대로 해조.. 헤으응.. 나도 마음대로 해조.. 헤으응.. 나도 마음대로 해조.. 헤으응.. 나도 마음대로 해조.. 헤으응.. 나도 마음대로 해조..]

[그래서 세나는 어떻게 처분하셨나요]


[세나야 그동안 고생했고.. 다신 만나지 말자!!]


[세흐나님.. 인방 부흥을 위한 당신의 고귀한 희생.. 잊지 않겠읍니다..]

"누나요? 지금 운전중이라서요."

그리 말하며 카메라를 가리고 있던 손바닥을 슥 옆으로 치우니 까맣게 물들어있던 화면이 확 밝아지며 열심히 날 힐끔거리고 있던 세나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갸아아아악 내 눈!!!]


[다신 만나지 말자고 했잖아!!  돌아온 거야 유세나!!]

[그래서 둘이 어디가는 중임?]


[세나 네 이년!! 동생 분 방송에서  꺼지지 못할까!!! 꾸짖을 허!!!]

[설마 둘이서 사랑의 도피 중임?]


[?]

[상상하는 거 개 역겹네 ㅆㅂ]

[아 좀;; 씹덕 망상은 느그들 머릿속에서나 중얼거리시라고요;;]


[선 존나 넘네;;]

"아, 지금 어디가는 중이냐면ㅡ"

목적지에 대해 말해도 괜찮을지 판단이 잘  서서 슬그머니 세나를 향해 시선을 던졌더니 그런 내 시선 속에 담긴 걸 읽기라도 한 것인지 세나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옷 사러가는 중입니다."


[ㅗㅜㅑ.. 그러면 동생 분 옷 갈아입는 모습도 보여주시나요]


[?]

[??]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매니저들 없으니까 선 넘는 련들 존나 튀어나오네 ㅋㅋㅋㅋ]

[얘들아 멀리 안 나간다~]


[합의금 '500배']


"아, 제 옷 사러 가는  아니구요."


그리 말하고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세나의 휴대폰을 위아래로 움직여 현재 세나의 몰골을 비추었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사람 있죠? 저 사람 옷 사러 가는 중입니다."


[아니 그러고 보니까  뭔데 ㅋㅋㅋ]


[옷 뭐야..]

[대체  그러고 살어.. 돈도 잘 버는 련이..]

[차가 아깝다 세나야..]

[얼굴 자꾸 그렇게 막  거면 나나 주라고!!]


[팩트) 세나는 오늘 -단-에만 600을 박았다]


[-단-]


[팩트)다]


[아니 근데 그건 결과적으로 쌉이득 봤자너 ㅋㅋ]

[저거 사실 힘숨찐 코스프레 하는 거임 ㅋㅋ]


[그게 뭔데 씹덕새끼야]


[맨날 츄리닝만 입고 다니던 내가 실은 억대 스포츠카 오너?!]

또 자기들끼리 떠들어대기 시작한 시청자들을 상대로 내가 출발하기 전에 들었던 충격적인 사실들을 주르륵 늘어놓았다.

그러자 다들 경악하더라.


[이거 완전 방미새련 아냐;;]

[세나야 내가 니 방송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건 좀 부담스럽다]


[방송밖에 모르는 련.. 방송에 미친 련.. 그저 시청자 밖에 없는 련.. 방송밖에 모르는 련.. 방송에 미친 련.. 그저 시청자 밖에 없는 련..]


[아니 ㅋㅋㅋ 아무리 밖에 나갈 일이 없어도 옷장 안에 후드티하고 트레이닝 복밖에 없는  말이 되냐고 ㅋㅋㅋ]

[그만큼 방송에 진심이시라는 거지~ 그만큼 방송에 진심이시라는 거지~ 그만큼 방송에 진심이시라는 거지~ ]


[그렇다고 우리보고 친구라고 생각하지는 말고 ㅎ]

[무야호~ 무야호~ 무야호~ 무야호~ 무야호~ 무야호~ 무야호~ 무야호~ 무야호~ 무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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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 ㅆㅂ 내눈!!]

[우욱 씹;;]

[매니저들 다 어디갔어!! 위에  씹련 좀 짤라!!]


중간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채팅 때문에 움찔했던 것도 잠시, 하려던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여자옷 같은 건 잘 몰라서요. 그래서 시청자 분들이 누나한테 어울리는  고르는 걸 좀 도와주셨으면 해서 방송을  건데.."


슬그머니 말끝을 늘어뜨린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 ㅋㅋ 맡겨 달라고 ㅋㅋ]

[우리만 믿으라구~ 우리만 믿으라구~ 우리만 믿으라구~ 우리만 믿으라구~ 우리만 믿으라구~]

[우리가 누구? 우리가 누구? 우리가 누구? 우리가 누구? 우리가 누구? 우리가 누구? 우리가 누구? 우리가 누구? 우리가 누구? 우리가 누구?]


[누구신데 아는 척이세요]

[자기야 형님 드릴 선물 고르는 거였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자기야 형님 드릴 선물 고르는 거였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자기야 형님 드릴 선물 고르는 거였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자기야 형님 드릴 선물 고르는 거였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방구석 봊문가련들 다 튀어나오네 ㅋㅋㅋㅋㅋ]

[익살꾸러기 같은 련들;;]

[헤으응.. 오빠 내 꺼는..?  속옷도 골라주면 안돼..? 헤으응.. 오빠  꺼는..? 내 속옷도 골라주면 안돼..? 헤으응.. 오빠 내 꺼는..?  속옷도 골라주면 안돼..? 헤으응.. 오빠  꺼는..? 내 속옷도 골라주면 안돼..?]


채팅창이 폭발했다.

[ㅇㅇ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 혹시 따로 정해두신 가게는 있으신가요? 없으면 저희 가게는 어떠세요?


[할아버지리어카부수는세나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희 가게로 오시면 제가 주변 가게를 다 털어서라도 원하시는  공수해드릴게요!

[빨간문어님이..]

[안니님이..]

덤으로 후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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