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1부
방으로 돌아와서 컴퓨터부터 켰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세나 때문에 잠시 흐지부지 된 감이 없잖아 있긴 한데 그래도 의지만큼은 여전히 선명하게 살아있었으니까.
물론, 사람 속도 모르고 혼자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가영을 혼내주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어디보자 이거 통신사가..'
컴퓨터가 켜지길 기다리는 동안 휴대폰 설정을 뒤져 어느 통신사를 쓰고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그러다보니 익숙한 기업명 하나를 보게 되었지만 솔직히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그냥 여기서도 열심히 해먹고 있는 갑다하고 생각했을 뿐.
아무튼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통신사명을 알아냈으니 이 다음부터는 쉬웠다.
일단 통신사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가입된 아이디가 있는 지부터 확인해준 다음, 그렇게 찾아낸 것으로 로그인해 부가서비스 메뉴로 들어갔다.
'어디보자.. 분명 있을텐데..'
그리 중얼거리면서 마우스 휠을 드르륵드르륵 내리다보니 마침내 찾고 있던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넘버 어쩌고 하는 이름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말이다.
이용 가격은 한 달에 3850원.
솔직히 그 정도면 싸다고 생각했기에 망설임없이 가입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몇 가지 인증 절차 후에 모니터 위로 떠오른 건 생전 처음보는 낯선 번호들이었다.
대충 한 9개쯤 되더라.
그것을 눈으로 쭉 훑다가 그나마 외우기 쉬울 것 같은 것을 골라 확인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잠깐의 로딩 끝에 서비스 가입이 완료되었다는 문구가 인터넷 창 안으로 떠올랐고, 동시에 키보드 옆에 고이 내려놓았던 휴대폰이 웅웅하고 진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문자에는 지금부터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문구와 아까 내가 직접 선택했던 번호가 떡하니 적혀있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이로써 내 사과폰은 지킬앤 하이드에 나오는 박사 놈마냥 한 몸에 두 개의 인격, 아니 두 개의 번호를 품게 되었다.
게임 이벤트 좀 참가해보겠다고 여기저기 뒤지다가 알아낸 사실을 설마 이런 식으로 써먹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친구 초대 이벤트가 인생에 도움이 되다니..'
이벤트를 해도 뭐 이딴 걸 하냐고 볼때마다 욕이란 욕은 전부 했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그 이벤트를 기획했던 이들은 이런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우매한 이들에게 이벤트를 빌미로 가르침을 내려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개소리가 문득 머릿속으로 떠올랐지만 그럴 리 없겠지.
아무튼 3850원이나 내고 얻은 두 번째 번호로 뭘 할 거냐면 아주아주 재미있는 걸 할 거다.
'가영은..'
야한 걸 좋아한다.
아니, 가영 정도면 단순히 좋아하는 걸 넘어 중독 수준이었다.
그런 가영의 상태를 네 글자로 표현하면 '자위중독'이 되겠지.
허나 해피타임에 쓸 땔감을 마련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꼴리는 상황이나 포인트가 그때그때 다를 뿐더러 표지사기일 가능성도 늘 배제할 수 없으니까.
표지보고 이거구나 싶어서 호다닥 다운받았는데 실제로 틀어보니 표지에 나와있던 배우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아니 아예 종족부터가 다른 것 같은 배우가 튀어나온다고 생각해봐라.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대참사도 그런 대참사가 또 없다.
찾는 데, 다운받는 데 쓴 시간을 고스란히 날려버리는 건 물론이거니와 '너만 오면 고!!'를 외치며 큐돌릴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 무색하게도 꼬무룩해지까지 하니까.
사람들이 품번 추천을 받는 것도 다 그래서다.
자기가 직접 마련하는 것보다 선인들의 지혜를 빌리는 편이 훨씬 더 빠르고 안전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탐사를 멈추지 않는 건 다들 적어도 한 번쯤은 대박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겠지.
보자마자 이건 대박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 정신 차리고 보면 이미 하드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작품.
그렇기에 그거 하나만으로도 몇 번이나 가능하게 하는 것을 누구나 한 번쯤은 만나본 경험이 있기에 다들 그토록 심해를 탐사하는 걸 멈추지 않는 것이다.
헌데 그런 것을 아주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애타게 찾아다닐 필요 없이 극상의 땔감이 알아서 배달된다면?
굳이 그걸 두고 다른 걸 쓰려고 할까?
내가 가영에게 하려는 건 다름아닌 그것이다.
쉽게 말해서 땔감 통제라고 해야할까.
솔직히 말하면 오늘 아침에 문제의 그 영상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가영이 야동을 보는 것에 대해 딱히 별 생각 없었다.
애초에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짜넣은 설정일 뿐더러 그러한 요소가 그녀의 꼴림도를 배가시켜준다고 생각했으니까.
헌데 가영이 이틀 전에 사용했던 영상을 보며 그녀가 그걸 보며 스스로를 달랬다고 생각하니 뭔가 살짝.. 아주 살짝..
'좀 그렇단 말이지.'
그래 좀 그렇더라.
여자들이 자기 남자친구나 남편이 야동보는 걸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알 것도 같달까.
그래서 한 번 생각해봤다.
어차피 가영이 해피타임을 가지는 걸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어떨까하고.
그런 식으로 발성의 전환이 이루어진 결과 튀어나온게 바로 땔감 통제라는 결론이었고.
땔감 통제라고 해서 무작정 야한 걸 못 보게 막는다던지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보고 싶다면 얼마든지 보도록 내버려둘 거다.
대신 내 것만, 내가 등장하는 것만 보도록 만들 것이다.
통제는 그런 의미였다.
3850원이나 주고서 새로운 번호를 얻은 것도 다 그걸 위해서였고.
내가 나오는 것만 보도록 만드려면 그걸 어떤 식으로든 가영에게 전해줘야만 하는데 그렇다고 그녀가 침대 밑에 몰래 숨겨놓은 방주에다가 소매넣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래서 어떻게 전해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게 바로 두 번째 번호였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걸 이용해 그런 걸 보내버리면 가영이 그걸 사용하기는 커녕 기겁하며 달려오겠지만 가영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번호일 두 번째 번호를 이용해 전해준다면 그걸 보낸 사람이, 그렇게 보내진 사진과 영상 속에 등장하는 남자가 나라고는 생각도 못할테니까.
당연히 거부감또한 한결 덜하겠지.
물론, 그렇다고 사진이나 동영상만 달랑 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야 부자연스럽기만 할 뿐이니까.
지금 이렇게 열심히 불법 사이트들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진에다가 사이트 주소까지 같이 보내는 디테일을 더해준다면 누가봐도 스팸 문자로밖에는 보이지 않을테니까.
'어디보자..'
불법 유흥 사이트와 도박 사이트를 놓고 고민하다가 도박 사이트를 택했다.
아무래도 남녀의 정조관념이 정반대다보니 유흥 사이트 쪽은 뭔가 좀 그랬으니까. 눈에 많이 해롭더라.
물론, 도박 사이트를 택했다고 해서 가영이 이상하게 생각할 일은 없을 것이다.
도박 사이트가 야한 사진이나 움짤을 광고랍시고 걸어놓고 사이트를 홍보하는 건 나름 자주 있는 케이스니까.
번호 마련도 끝났고, 눈속임으로 쓸 사이트 주소도 메모앱에 따로 복사해놓은 상황.
고로 이제 남은 건 사이트 주소와 함께 전달할 따끈따끈한 땔감을 마련하는 것 뿐이었다.
'집에서 하는 건..'
역시 좀 그렇겠지.
나중에라면 모를까 아직 개시조차 하지 않은 상태인 당장은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귀찮다고 괜히 집에서 찍은 걸 보냈다가 거기서 가영이 눈에 익은 뭔가를 발견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대참사도 그런 대참사가 또 없을테니까.
물론, 당연히 대안도 생각해놨다.
'아직 지나네 체육관에 가본 적 없다 그랬지..'
내 기억이 맞다면 가영은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니 거기라면 아무 문제 없겠지.
애초에 가본 적 없으니 눈에 익고 뭐고 할 게 없을테니까.
'진짜는 거기서 찍는다 치고..'
그 전까지 시간을 어찌 때울지 고민하다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생각해보니까 사진 찍는 법을 좀 연습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았으니까.
암만 소재가 꼴리면 뭘하겠는가.
카메라를 잡고 있는 사람의 실력이 꽝이면 꼴림이고 뭐고 다 죽어버릴게 뻔한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로 들어와 거울 앞에 서니 때가 되면 알아서 잘 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막막함만 올라왔다.
'시발 셀카를 찍어본 적이 있어야 찍든가 말든가 하지..'
그것도 그냥 셀카가 아니라 야한 셀카를 찍어야하는 상황.
여태껏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해봐야 리뷰이벤트에 쓸 음식사진 정도가 전부인 내게는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슬라임 잡으면서 열심히 레벨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최종보스가 뿅하고 튀어나온 격이라고 해야할까.
아니, 애초에 야한 셀카라는 게 뭘까.
여자 버전이야 본 적 있지만 남자 버전은 관심도, 본 적도 없다보니 솔직히 그 부분부터가 의문이었다.
혹시 뭐 여자들이 그러하듯 상의나 아랫도리를 훌러덩 까고 찍으면 되는 걸까.
살다살다 이런 쓸데없는 고찰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속으로 헛웃음을 흘리면서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냥 선조들의 지혜를 빌리기로 했다.
어떻게 찍어야하는지 모르겠다면 이미 존재하는 케이스를 참고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해서 인터넷을 켜 후방주의 짤들을 검색해봤다.
덕분에 시력을 잃어버릴 뻔하긴 했지만 그 고통을 감수한 대가로 이 세계에 여성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꼴림포인트가 대충 어떤 식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찰칵ㅡ!
그렇게 찾아낸 사진들을 참조해 최대한 똑같은 포즈와 구도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결과를 확인해보니ㅡ
'음..'
솔직히 좀 미묘하긴 하더라.
이딴 게 왜 도대체 꼴린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고.
뭐, 그래도 참고할 건 많아서 사진찍는 연습만큼은 정말 원없이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혹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점이나 흉터같은 건 없는지 확인하고 있으니 이제 운동하러 갈 시간이라며 지나가 날 데리러 왔다.
그에 연습삼아 찍은 사진들을 싸그리 지워버린 뒤, 미리 골라둔 옷으로 갈아입고 지나를 따라나섰다.
"아, 누나."
"응?"
"먼저 좀 갈아입고 있을래?"
"응? 왜?"
"화장실 좀 들렸다 가려고."
그렇게 체육관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지나는 이미 탈의실을 향해 떠난지 오래였기에 화장실 안쪽만 확인해보면 되는 상황.
해서 꼼꼼하게 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해준 뒤 그대로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는 아까 연습했던대로 입고 있던 티셔츠를 걷어 그 끝자락을 입에 문 뒤 왼손을 이용해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의 밴드 부분을 꾸욱하고 눌렀다.
그러자 그것이 살짝 아래로 내려가며 거뭇거뭇한 털이 슬며시 드러났다.
'어우, 꼴보기 싫어.'
그래도 해야겠지.
그래서 눈 딱 감고 그 모습을 찍었다.
찰칵ㅡ
그 소리가 화장실 안으로 울려퍼지자마자 옷부터 다시 제대로 입었다.
그리고는 사진을 확인했다.
참으로 다행히도 다시 찍을 필요는 없을 듯 했다.
실전은 처음임에도 흔들림없이 깔끔한 사진이 나왔으니까.
'그런데 뭔가 살짝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나름대로 잘 찍힌 걸 들여다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사진 편집 기능을 이용해 하트 모양 스티커를 옆구리 쪽에다가 찰싹 붙여주었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정체가 드러날만한 요소들도 까맣게 칠해서 지워주었고.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것을ㅡ
'좋아하려나?'
두 번째 번호를 이용해 가영에게 전송했다.
아까 미리 복사해두었던 도박 사이트 주소와 '미남 딜러 항시 대기중!! 항시 20%추가 충전!!'이라는 문구는 덤이었다.
그렇게 유한이 첫 임무를 무사히 끝마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유유히 화장실을 빠져나가고 있던 그때, 공교롭게도 가영은 잠깐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항상 예약이 밀릴 정도로 손님으로 붐비는 곳이 바로 가영이 운영하는 샵이었지만, 그래도 잠깐 숨 돌릴 틈은 언제나 있는 법.
점심부터 계속 서 있었던 탓인지 몰라도 허리가 살짝 뻐근한 걸 느낀 가영은 휴게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맘 같아서는 편히 누워서 쉬고 싶었지만 이 뒤로도 예약이 빼곡하게 들어차있음을 떠올린 가영은 한숨을 푹 내쉬며 눕는 걸 포기했다.
누워서 쉬게 뒤면 분명 머리가 잔뜩 흐트러져서 꼴 사나운 모습이 될텐데 미용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런 모습을 손님에게 보일 수는 없었으니까.
해서 꿩대신 닭이라는 느낌으로 가영이 말아쥔 손을 이용해 뻐근한 곳을 툭툭 두들기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겸사겸사 피곤함도 좀 달래기 위해 갓 내린 커피를 홀짝이고 있으니 휴게실 안으로 울려퍼지던 티비 소리 사이로 이질적인 것이 슬그머니 끼어들어왔다.
우우웅-
문자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그 소리에 가영이 홀짝홀짝 마시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휴대폰 확인을 게을리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급한 연락일지도 몰랐고.
해서 나름대로 다급하게 도착한 문자를 확인했는데, 그것을 클릭하기 무섭게 휴대폰 화면 위로 떠오른 건 새하얀 피부를 가진 남성이 입고 있던 상의를 위로 젖힌 채 자신의 배는 물론 그 밑에 자리한 음모를 슬쩍 드러내고 있는 야릇하기 그지없는 사진과ㅡ
-미남 딜러 항시 대기중!! 항시 20%추가 충전!!
누가봐도 스팸임이 분명한 문구, 그리고 생전 처음보는 사이트 주소였다.
화면 위로, 눈 앞으로 떠오른 야릇한 사진에 가영의 얼굴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연기따위가 아니라 그녀는 실제로 크게 놀란 상태였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마저 들었을 정도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여태껏 그녀가 받아본 스팸문자라고 해봐야 대출을 권하는 것들 뿐이었다. 이런 류의 스팸문자를 받아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물며 지금은 일하다가 잠시 쉬는 중 아니던가.
'호, 혹시 누가 본 건..'
그래서 그런 우려가 머릿속으로 떠오름과 동시에 심장이 쿵쿵하고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뛰었다.
가영의 눈동자가 주변을 살피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것도 잠시 이내 그녀의 입에서 터져나온 건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 말고 다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휴우..'
하여간에 이 놈의 스팸은 진짜..
짜증스레 중얼거리던 가영이 검지로 휴대폰 화면을 꾹 눌렀다.
당연히 쓸데없이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문자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기 위함이었다.
그러지 못했던 건 문자를 지우려다가 실수로 사진을 눌러버린 바람에 그것이 확대된 순간 머릿속을 슥 훑고 지나간 기묘한 위화감 때문이었고.
대체 왜 그런 느낌이 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영은 사진 속에 있는 반라의 남성, 정확히는 남성의 몸을 보며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그럴 리 없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그랬다.
언제 사람이 들어올지 알 수 없는 곳이니만큼 얼른 화면 위에서 치워버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물끄러미 그 사진 속 남성을 바라보고 있었던 건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가영이 속으로 그리 되뇌이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원장님!"
닫혀있던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휴게실 안으로 뛰어들어왔고,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가영이 그만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손에서 떨어진 휴대폰이 매끄러운 타일로 된 바닥을 타고 쭉 미끄러지더니ㅡ
"그, 글쎄 방금 전화로ㅡ"
불청객의 발과 접촉사고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