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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1부 (49/315)



〈 49화 〉1부

띠디디디ㅡ


귀에 익은 알람소리에 맞춰 잠에서 깨어난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지독하게 느껴질 정도의 숙취였다.

"으.. 씨발 죽겠네.."


욕이라도 하지 않고서는 배기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속이 뒤집힌다는  분명 이런 느낌이겠지.


간밤의 흑역사같은 사소한 건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 당장 뒤질 것 같은데 그깟 애교 좀 부린 게 대수겠는가.


이 정도 일줄 알았으면 어제 돌아오는 길에 숙취해소제라도 하나 사먹었을텐데ㅡ

시큰거리기 시작한 배와 뒤늦은 후회를 동시에 부여잡고 끙끙대고 있던 것도 잠시, 상점창을 불러냈다.

청심환같은 것도 있는데 설마 숙취해소제가 없겠냐는 생각으로 불러냈던 것인데 역시나 있긴 있었다.


가격이  병에 15만캐쉬라 그렇지.

'이  장사 너무 잘하고..'


속으로 시발시발 거리면서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구매 버튼을 꾹 눌렀다.


그렇게 튀어나온 것을 다급하게 들이키고 나니 플라시보 효과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나마 좀  것 같았다.


'어우..'

아직까지 어질어질함이 남아있는 머리를 한 번 털어준 뒤 그대로 화장실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는 혹시라도 몸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술냄새를 아주 그냥 꼼꼼하게 닦아준 뒤, 옷을 갈아입고 그대로 밑으로 내려갔다.

'아침은..'


일단 다 집어치우고 김치 콩나물국부터 끓이기로 했다.


과연 한 병에 15만원짜리답게 어느새 숙취같은 건 싹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왠지 모르게 칼칼하고 시원한 것이 땡겼으니까.


뭐, 아침부터 그런  내놓으면 초딩입맛 그 자체라  수 있는 세나가 입술을 삐죽거릴 가능성이 컸지만 그거야 소시지나  구워주면 되는 거고.


겸사겸사 계란찜도 하기로 했다. 부드럽고 뜨끈한 계란찜이라면 콩나물국하고는 다른 느낌으로 쓰린 속을 달래줄테니까.

계란찜이야 계란 잘 풀어서 뚝배기 안에다가 넣고 적당한 불에서 쪄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에 딱히 귀찮을 것도 없었고, 콩나물도 마침 처리가  끝난 게 봉지 째로 있어서 그걸 쓰기로 했다.

그렇게 조리대 앞에 찰싹 붙어서 가영의 방에 합법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으로 얼큰하고 시원한 향기가 확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딱 먹기 좋게 끓은 국을 한 숟가락 떠서 호로록 해보니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며 바짝 쪼그라들어있던 속을 확 풀어주었다.

'완벽하구만.'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을 줘도 될 것이다.


그런고로 지금부터는 포상의 시간이었다.


주방을 떠나기 전에 국이 들어있는 냄비를 여전히 뜨거운 기운을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는 인덕션 위에서 탈출시켜준 뒤, 손에 끼고 있던 주방용 장갑을 벗고 그대로 가영의 방으로 향했다.


물론, 앞치마만큼은 그대로 걸친 채였다.

그런 일이 있은 직후 내가 3일이나 자리를 비웠다보니 긴장감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었던 것일까.


가영의 방으로 통하는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덕분에  무엇의 방해도 받지 않고 무사히 방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가영의 방을 드나들 때마다 느끼는 거긴 하지만 가영의 방에서는 묘하게 흥분되는 냄새가 났다.


우유에다가 설탕을 섞은 듯한 냄새 사이사이에 야릇한 냄새가 살짝 섞여있는 식이라고 해야할까.

자연스레 콧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그 냄새를 만끽하면서 오늘도 침대 위에 곱게 누워 잠들어있는 가영을 향해 다가갔다.

자박-

"으응.."

작게 울려퍼진 발소리에 반응한 것일까.

평온해보이는 선을 그리고 있던 가영의 눈썹이 살짝이지만 꿈틀거렸다. 덕분에 내 심장도 덩달아 벌렁거렸다.


'후..'


그래도 잠에서 깬 건 아닌 것 같아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가영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릎을 생각해서라도 어지간하면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는 게 맞았지만 그래버리면 가영이 잠에서 깨어날지도 모르니까.


근 3일만에 갖는 포상의 시간인데 그런 식으로 허망하게 날려버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바닥과 맞닿은 무릎이 살짝 시큰거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잠들어있는 가영의 얼굴을 감상했다.


뭐, 맛있는 거 먹는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일까.


색소가 옅은 편인 연분홍빛의 입술을 작게 오물오물대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그 위로 입술을 꾸욱하고 눌렀다.


그러자 생각치도 못한 반응이 가영으로부터 튀어나왔다.


"으응.."

신음성보다는 차라리 잠꼬대에 가까운 것이 가영에게서 흘러나오더니 그녀의 입술이 막 달라붙은  입술을 맞이하듯 슬몀시 벌어졌다.


그것도 모자라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 가영의 혀가 그대로 내 입안으로 쑤욱하고 밀고들어왔다.

'..설마 깨어있나?'


생각치도 못한 전개에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마저 들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로 깨어있는 상태라면 날 밀어냈으면 밀어냈지 방금처럼 적극적으로 덤벼들어오지는 않았을테니까.

혹시  꿈에서 아이스크림같은 거라도 먹고 있는 중인걸까.

그거야 아무래도 좋을 일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온 가영의 혀를 윗니와 아랫니를 이용해 슬쩍 긁어주었다.


"흐응.."

딱딱한 것이 혀를 긁으며 지나가는 느낌이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새로이 흘러나온 소리는 그 전에 그녀가 흘렸던 것보다 아주 살짝 더 달콤한 느낌을 풍겼다.

그렇게 이빨로 가영의 혀를 살살 긁어주다가 이내 그녀와 혀를 섞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쓰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를 짚고 있던 손을 통해 묘한 움찔거림이 전해져온 건 그 와중이었다.

'깼구나.'


 미약한 떨림을 느끼자마자 직감했다.

가영이 잠에서 깨어났음을.

그래서 느긋하게 즐기던 태도를 집어치우고 본격적으로 그녀의 혀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아마 가영은 자신이 잠에서 깼다는 사실을 내게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의 혀에 대고 내 혀를 얽어댈 때마다 침과 침이 뒤섞이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움찔움찔하고 야릇한 떨림을 뱉어내고 있었다.

아마  눈을 꼭 감은 채 그저 이 순간이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가영은 꿈에도 모를 거다.


지금 그녀의 몸에 깃들어있는 자그마한 떨림이, 어느새 얼굴에 맴돌기 시작한 도화빛이 얼마나 음탕해보이는지 말이다.


맘 같아서는 사진이라도 찍어서 나중에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사진..?'


사진이라.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때마침 휴대폰도 가지고 있는 상태였고.

해서 가영의 코에서 새어나오는 숨결이 거칠거칠하게 변할 때까지 진득하게 입을 맞추다가 슬그머니 몸을 떨어뜨렸다.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한 걸까.


가영이 자기가 잠에서  상태라는  내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나는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잔뜩 거칠어지고 흥분으로 한껏 달아오른 내 숨소리를 여과없이 그녀의 귀에 대고 들려주었다.


그러다가ㅡ

"죄송해요. 고모.."

풀이 죽은 듯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며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찰칵-

이윽고 방 안으로 자그맣게 울려퍼진 소리에 내 고해성사를 듣고는 몸을 흠칫하고 굳히고 있던 가영이 당황한 듯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사히 제 역할을 완수해낸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 안으로 밀어넣은 나는 가영의 귀에 대고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하면  될까요? 3일동안 참았으니까.."

혹시라도 그녀가 깨지는 않을지 걱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동시에 애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간절한 목소리로 가영을 향해 말했다.

그런 내 목소리에 반응한 것일까. 가영이 곧 닥쳐올 뭔가를 대비하기라도 하듯 슬며시 몸을 굳혔다.

부족한 호흡을 보충하기 위해 살짝 벌어져있던 가영의 분홍빛 입술은 어느새 꾸욱하고 닫힌지 오래였다.


"딱 한 번만..  할테니까.."

그에 다시  번 중얼거리며 꾹 다물어져있는 가영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쪼옥ㅡ

마치 충동적으로 저지르고 말았던 첫날의 그것처럼 가볍고 풋풋한 입맞춤.


첫날 이후로 계속 진득하기 짝이 없는 키스만 하다가 갑자기 그런 식으로 느낌이 확 바뀌어버리니 그 차이에서부터 비롯된 온도 차가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 어느 때보다도 커다란 움찔거림이 가영의 몸에 깃들었다.


물론, 아랑곳하지 않고 꾸욱하고 눌러붙이고 있던 입술을 슬며시 떨어뜨렸다. 그에 가영이 안도한듯 몸에서 힘을 뺀 순간 기습적으로 다시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진득하게.

단순히 입술을 가져다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살짝 입을 벌려 혀를 이용해 가영의 입술을 간질였다.


마치 가영의 입술에다가 내 거라고 영역표시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의 입술을  색으로 칠했다.

그러다가 앞으로 기울이고 있던 몸을 바로하고는 가영을 향해 작게 중얼거렸다.


"후우우.. 더 하고 싶지만 오늘은 이걸로 참을게요."


물론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서 이룩해놓은 것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자는 척을 하고 있는 가영이 답을 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슬며시 손을 뻗어 가영의 입술을 살짝 건드렸다.

톡-

입술을 통해 느껴지는 손가락의 느낌이 낯설었던 것일까.


가영의 몸이 작게나마 움찔거렸다.


"깨어계실 때도 이렇게 하고 싶은데.."

그리고 그 움찔거림은 이어진 내 말을 먹이로 삼아 순식간에 몸집을 불렸다.

"참아야겠죠.. 고모라면 분명.. 슬퍼하실테니까."

"..."

"솔직히.. 힘들 것 같긴 한데 참아볼게요. 고모가 저 때문에 슬퍼하시는  보기 싫으니까.."

움찔거림이 조금 더 커졌다.

"그러니까.. 주무시고 계신 순간만이라도 허락해주세요.."

간절하게 읊조리고는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목을 가다듬듯 큼큼하고 헛기침 소리를 냈다.

그것은 신호였다.


가영에게 보내는 신호.


그런 식으로 포상 시간이 끝났다는 걸 가영에게 인지시켜준 뒤 조심스레 그녀를 불렀다.

"고모."

물론,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일어나세요. 고모. 밥 다 됐어요."

한 번 더 불러준 뒤 못 말리겠다는 듯 슬쩍 한숨을 내쉬며 가영의 어깨를 슬며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몸을 조심스레 흔들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자는 척을 하고 있던 가영이 반응을 보인 것은 대충 네  정도 흔들고 난 후였다.


"으, 으음.."


진짜로 잠들어 있을 때 냈던 것에 비하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잠꼬대.

그런 것을 한 차례 입밖으로 흘린 가영이 이내 눈에 힘을 꽈악하고 주어 그것을 파르르 떨어보였다.

마치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일어나셨어요. 고모?"


"으음, 유한이니..?"


"네, 얼른 일어나셔서 씻고 아침 드세요."


그 말에 반응한 것일까.

가영이 꾸욱하고 감고 있던 눈을 슬그머니 떴다.

그 타이밍에 맞춰 슬쩍 몸을 앞으로 숙여보이며 가영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 얼굴과 몸을 덮고 있는 앞치마의 모습에 한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물론, 말할 것도 없이 효과적이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그것이 살짝 커지더니 이내 당황한 듯 흔들리기 시작했으니까.

"..고모?"


"으, 응?"

"왜 그러세요?"


"무, 뭐가 말이니?"

"아니, 좀.. 놀라신 것 같아서요."


혹시 몰래한 행동을 들키진 않았을지 조마조마해하는 것처럼 연신 가영의 눈치를 살피는 척 했다.

그랬더니 가영이 더 당황하더라.


"미, 미안해서 그렇지."

"네? 뭐가요?"

"속은 좀 괜찮니? 어제 많이 마신 것 같던데.."


"..아."

"아침이야 고모가 해도 되는 건데.. 그냥 방에서 쉬고 있지 그랬어."


그 말을 듣고는 안심한  가영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아니에요. 별로 그렇게 힘들지도 않은데요 뭐."

"그래도.."

"이제 밥상만 차리면 되니까 얼른 씻고 나오세요."

"그, 그래.."


혹시나 가영이 엄한 시도를 하는 걸 막기 위해 '잠들었을 때'로 한정하며 선전포고 비스무리한 것도 했겠다 원없이 즐기기도 했겠다 미련없이 가영의 방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가영의 방에서 나오니ㅡ


철컥-


참으로 공교롭게도 지나가 아침 조깅을 끝마치고서 막 집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내가 그녀가 낸 소리를 듣고 반응했듯 지나도 내가 낸 소리를 듣고 반응한 것일까.

주방 쪽을 향하고 있던 지나의 시선이 내쪽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의 얼굴 위로, 아니 우리 둘 사이로 내려앉은 건ㅡ


"그.. 엄마 깨우고 온 거야?"


어색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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