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2화 〉1부 (42/315)



〈 42화 〉1부

이용객이라고는 나와 유린밖에 없는 야외화장실은 굉장히 조용했다.


덕분에  것인지 아니면 유린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숨소리가 여과없이 그대로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배덕적이라는 말은 분명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위해서 존재하는 거겠지.

문득 혹시 나만 흥분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린의 하체에 고정시켜놓고 있었던 시선을 슬쩍 들어올려 얼굴 쪽으로 던졌던 건 그래서였다.

그리고 알게되었다. 나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나보다도 더 흥분한 게 바로 그녀라는 것을.

눈으로 들어온 유린의 얼굴은 보드카라도 한 병 원샷때린 사람마냥 새빨갰다. 그런 얼굴을 한 채 그녀가 흐읍흐읍하고 잔뜩 억눌린 호흡을 연달아 뱉어냈다.


대놓고 거친 숨을 흘리면 내가 징그러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걸까.

'귀엽네..'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다가 유린을 향해 물었다.


"그.. 긴장되면 그냥 나부터 할까?"


어디까지나 바짝 긴장한 듯한 그녀를 배려해서 한 말이었는데 그건  싫나 보다.

유린이 고개를 격하게 흔들어댔다.

그러더니 눈을 질끈 감고는 애매한 곳에 멈춰선채 움찔움찔대고만 있던 손을 본인이 입고 있던 바지 속으로 쑥하고 밀어넣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손이 훨씬 차가웠던 걸까.


흠칫하고 몸을 떨던 것도 잠시 유린이 상체를 살짝 숙이고는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

쓰윽ㅡ

청바지 특유의 거칠거칠한 천이 보드라운 살결을 따라 미끄러지는 소리가 화장실 벽을 타고 메아리치는  듣고 있으니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 안이 바짝바짝 말랬다.

 사이 허벅지 중간까지 바지를 내린 유린이 허둥지둥하며 손으로 자신의 팬티를 가렸다.


"그ㅡ 자, 잠깐만요."

"쉿-"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유린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요청해왔다.


"자, 잠깐만 고개  돌려주시면.."


"부끄러워서 그래?"


"..."

"왜? 곰돌이 귀엽던데."

그랬다.

유린의 팬티는 무려 곰돌이 무늬였다.


그 점을 지적하니 안 그래도 빨갛던 유린의 얼굴이 귀까지 빨개졌다.

"아니면 혹시.. 벗겨주길 원하는 거야?"


"네, 네?!"


"쉿, 조용히 해야지. 사람 들어오겠다."

유린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걸 보고 말을 이었다.

"아니야? 여자들은 그런 거 좋아한다고 그러던데."


"누, 누가ㅡ"


"인터넷."

"아,  그래요.."

자기가 말해놓고도 확신할 수가 없는지 유린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아쉽네."


"네..?"

"여자팬티는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거든."

아까도 말했든 난 네가 처음이다.

라는 어필을 빼먹지 않고 해주니 유린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지만  봤다.

유린의 고개가 밑으로 향하기 직전에 그녀의 입꼬리가 위를 향해 확 솟구치는 걸.


"그런데 빨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네?"


"아니, 너무 오랫동안 안 들어가면 찾으러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유린이 팬티를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운 건  직후였다.


귀까지 빨갛게 물든 그녀가 조심스레 팬티에다가 손가락을 걸었다.


스륵-


부드러운 면으로 된 것이 내려가는 소리는 청바지가 내려갈 때 났던 소리하고는 또 달랐다.


조금 더 부드럽다고 해야할까.

물론, 그것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기 무섭게 유린이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샥하고 가렸다.

그에 불만 가득한 시선을 그녀를 향해 내던졌다.

"안 보여줄거야?"


"그, 그렇지만.."

"나도 벗으라고?"


유린이 다시 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대체 뭘까.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유린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정답을 내놓았다.


"그.. 지, 징그러우실까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얼토당토 않은 이유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나도 인터넷으로는 몇 번 본 적 있거든?"

"이, 인터넷으로 보는 거랑 실제로 보는 건.."


"다르지 않겠냐고?"

"..네."


"그것도 봐야알지."

"..."


"걱정하지마 징그럽다고 안할테니까."

 말에  안심이 되었던 것일까.

유린이 슬금슬금 보지를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하야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유린의 그곳은ㅡ


"여, 역시 징그럽ㅡ"

"예쁘다.."


놀랍게도 그랬다.


평소에 아주 세심하게 관리를 하는 스타일인 걸까. 털도 세심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꽉 다물어진 보지 주변도 하나도 착색되지 않고 뽀얀 것이 홀린듯 바라보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네?"


"좀 더 가까이서 봐도 돼?"


"네? 하, 하지만 내, 냄새날 수도 있는데.."


"향긋한 냄새밖에  나는데?"

상체를 살짝 그녀 쪽으로 기울인채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해보이니 유린이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딱 한 번 끄덕이고는 그것을 그대로 푹 숙였다.

"그러면 조금만 가까이 와줄  있어?"

내 부탁에 유린이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는 조심스레 내쪽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한결 가까워지긴 했지만 대신 높이가 맞지 않아서 슬쩍 미간을 좁히고 있으니 그런 내 기색을 알아차린 유린이 발뒤꿈치를 들어올려 까치발을 섰다.

"괜찮아? 힘들텐데.."


"괘, 괜찮아요."


"그러면ㅡ"


슬쩍 말꼬리를 늘어뜨리면서 유린의 보지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설마 그렇게 훅 치고 들어올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턱쪽하고 맞닿은 유린의 허벅지가 움찔하고 떨렸다.

"예쁘다.. 인터넷으로 본 거하고는 완전 다르네.."


내가 무슨 말을  때마다 내 숨결이 그곳을 스치고 지나가는 게 유린에게는 아찔할 정도로 자극적으로 느껴졌던 모양이다.

유린의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렸다.


동시에 유린의 그곳이 점차 촉촉하게 젖어들기 시작했다.


분홍분홍하고 뽀얗던 곳에 윤기가 어리기 시작하니 정말로 보석을 보는  했다.

"한 번 만져봐도 돼?"

"넷?!"

"대신 너도 내꺼 만지게 해줄게."

유린에게는 차마 거부할 수 없는 딜이었던 걸까.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채 고민하던 유린이 이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의 허락까지 떨어진 이상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기에 조심스레 유린의 다리 사이로 손을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촉촉하게 젖어있는 유린의 그곳을 가볍게 톡 건드렸다.

"읏ㅡ!"


유린의 몸이 움찔하고 튀어오른   직후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격한 반응에 놀란 척을 하고 있으니 유린이 다급하게 변명을 덧붙여왔다.


"소, 손이 차가워서.."

"아, 미안."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럴만해서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유린의 다리 사이로 밀어넣고 있던 손을 잠시 빼냈다.


그리고는 바로 조금 전에 유린의 그곳과 맞닿았던 손가락을 입에다가 넣고 혀로 핥았다.


침이라도 묻히면 그나마 덜 차갑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그, 그ㅡ!"

그런 날 보며 유린이 기겁한 건 말할 것도 없었고.

'아.'


덕분에 깨달았다.

방금  행동이 유린에게 어떤 식으로 비춰졌을지를.

"아니, 차갑다고 그래서.."

"그, 그래도-"

"아, 아무튼 이제  차가울거야."


유린에게 적당히 맞춰주며 다시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을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아까 그랬던 것처럼  닫혀있는 그녀의 균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슥 훑었다.


"으읏ㅡ"

"아직도 차가워?"


"아, 아뇨. 그런  아니라.. 그런 게 아닌데.."


"그러면 계속 해도 될까?"

"..네."

역시나 유린은 솔직했다.


그래도 한  정도는 사양할 법도 한데 내가 뭔가를  때마다 당황해서 움찔움찔대는 것 치고는 그런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도 사양하지 않고 열심히 만졌다.

츠윽- 쯔윽ㅡ

물기 어린 소리가 화장실 안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앞뒤로 움직이며 유린의 균열을 훑던 손가락은 어느새 침과는 다른 액체로 질척하게 젖어있었다.

"이거.. 젖은 거 맞지?"


부끄러웠던 걸까. 입술을 꾹 깨문 채 자꾸만 새어나오려 하는 신음을 꾹 참고 있던 유린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네."

"왜?"


"워, 원래 그런 거에요.."

민망해서 그런 지 유린은 차마 기분좋아서 젖은 거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흐음, 원래 그런 거구나."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유린의 균열을 따라 손가락을 쭉 미끄러뜨렸다.

"이렇게 만져주면 느낌이 어때?"

꿀꺽-


"..간질간질해요."


"여기는?"


"잠, 흐읏ㅡ!"

아주 살짝 튀어나와 있는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려주며 물으니 유린이 몸을 퍼뜩하고 떨었다.

"알겠다. 여기가 그 클리토리스라는 곳이지?"

"네, 네헷.. 그, 그러니까 살사할.."

정신을 못 차리고 헐떡이는 걸 보니 역시 이곳이 특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래서 몇   건드려주니 유린이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며 '흐읏-!'하고 날카로운 신음성을 터뜨렸다.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긴 했지만ㅡ


'아직은 부족해.'


역시나 손만으로는 그랬다.

애초에 유린을 꼬신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다 그녀를 내 보증인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여신에게 따끔하게  소리 듣고 나서 가영과 찐한 딥키스를 나누긴 했지만 솔직히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할 것 같았으니까.

그렇다고 아무나 붙잡고 야한 짓을 하긴 좀 그래서 괜찮아보이는 상대를 물색 중이었는데  와중에  걸려든 게 유린이었다.

그 정도로 유린은 내가 원하는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상대였다.

미녀에다가 '이유한'이라는 존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입까지 무거워보였으니까.


그래서 유린을 택했던 거다.

그녀라면 다른 년들하고는 달리 어디가서 소문내고 다닐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뭐, 그것말고도 술기운으로 인한 충동도 어느 정도는 있긴 했지만.


'아, 귀여운데 어떡하라고.'


남들하고 있을 때는 찬바람만 쌩쌩 부는 차가운 인상의 미녀가 내 앞에서만 안절부절 못하며 귀여운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해봐라.


참을 수 있나.


'절대 못 참지.'

그나저나 어떻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솔직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을 넣어서 찔꺽찔꺽해댄 것도 아니고 살살 쓰다듬고 툭툭 건드려댄 것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빨아주겠다고 하면 정말 기절할지도 몰랐으니까.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유린을 기절시키지 않고 점막 접촉이라는 행위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유한이 그런 식으로 고민하고 있을  유린또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물론,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유한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녀는 아까 전부터, 정확히 말하면 유한의 손에 이끌려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도저히 믿기질 않았으니까.

그녀에게 있어서 유한은 곤란할  도와준 은인이자 장장 6개월동안 그녀를 끙끙 앓게 만들었던 상사병의 대상이었다.

벌써 몇 달도  된 일이지만 지금도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자신의 옷이 더러워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곤란해서 어쩔 줄 몰라하던 자신을 친절하게 도와주고 심지어는 그녀를 부축해 의무실까지 데려다주었던 유한의 모습들이.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너무 착해서, 누군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들이.

그녀가  때는 유한이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섭섭하기는 해도 유한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특별한 일이지만 유한에게는 그냥 곤란해보이는  한 명 도와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테니까.

물론 그녀는 그 순간에 대한 기억 때문에 유한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장학금을 핑계로 노아대학교를 택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유한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노아대학교 소속이라는 것과 얼굴 밖에 없었지만 같은 학교가 된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선택이 맞았다.


너무 잘 맞아서 문제였다.


유한과 선후배 관계로 재회하게 된 것도 모자라 이런 짓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꿈인가?'

그래서 오죽하면 그런 생각마저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밑에서부터 짜르르하고 올라오는 쾌감이 이게 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고 있었고.


'마, 마, 만지고 있어..'


혹시라도 유한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을 삼켰다.


솔직히 말하면 뒷담의 현장에 있다가 걸렸을 때는 말 그대로 죽고 싶었다.

반년 넘도록 간직해온 짝사랑이고 뭐고 전부 끝났다고 생각했으니까.

헌데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덕분에 진심으로 두들겨 패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감사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년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상황은 꿈도  꿨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감사함과는 별개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어대는 짜증나는 년들이라는 인상만큼은 여전했지만.


아마도 그리 생각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있잖아."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개인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유한과 굉장히  어울리는 목소리라 생각했다.

"핥아봐도 돼?"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뒤따라 들려온 말에 겁이 덜컥 났다.


'설마..'


나 오늘 죽는 건가..?


그래서 가는 길에 쓸쓸하지 말라고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해주는 걸까.


오죽하면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로 유린은 지금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이 현실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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