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1부
남성의 성욕은 여성의 그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편이다.
원래 세계였다면 감히 입밖으로 내뱉지조차 못했을 말이 이 세계에서는 상식이다.
그렇기에 이 세계의 성인물 중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치남물이다.
대충 어떤 식이냐면 원래 세계의 치녀물이 그러하듯 잘생이고 성욕도 왕성한 미남이 먼저 여자한테 들이대서 결국 메챠쿠챠 섹스하는 내용이랄까.
물론 상식적인 판단이 가능한 여자라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걸.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나로인해 그것이 깨지려고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 다들 저 난리가 난 거겠지.
그래도 저건 좀 과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한 번 반대로 생각해봤다.
만약 내가 원래 세계에서 인방을 보고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얼굴도 몸매도 개 쌔끈한 미녀가 존나게 밝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씨발 난리칠만 하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존나게 꼴리는데 그걸 참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닐까.
물론, 세나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진실이 어찌되었건 간에 그녀에게 있어 유한은 지켜줘야할 동생이자 가족이었으니까.
"미친 년들.. 매니저 분들 지금 선 넘는 애들 싹 다 밴하고 아이디도 다 기록해놔요."
고소장 받고 싶으면 어디 한 번 더 날뛰어봐라.
캠에 대고 그리 말하며 철권통치를 선언한 세나가 같이 방송을 하고 있던 소리아에게 잠깐만 기다려 달라며 양해를 구하더니 이내 내쪽을 향해 홱하고 고개를 돌렸다.
"하.. 아니 너는 왜 그딴 걸 빤히.. 쳐다봐가지고..!"
"아니 난.. 신기해서 그랬지."
"대체 뭐가 그렇게 신기하셨는데요."
"아니.. 실제 교도소에서도 저렇게 하나 싶어서.."
내가 궁금했던 건 여자의 몸이 아니라 실제 교도소에서도 저런 식의 절차가 이루어지느냐였다.
급조한 것 치고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변명이었고, 그래서 그런 지 몰라도 어느 정도 먹혀든 것 같았다.
"하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나가 저리 말하는 걸 보면.
뭐, 급조한 변명이 먹혀든 데에는 급조한 것 치고는 퀄리티가 썩 나쁘지 않았다는 점 뿐만 아니라 세나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유한'이라는 인물의 이미지도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만큼 다른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 난 또..]
[그럴 줄 알았읍니다 ㅎㅎ;;]
[ㄹㅇ 씹덕 련들 봊나 역겹네 사람이 신기할 수도 있는 거지 그거 가지고 뭔..]
[아니, 근데 진짜 저렇게 검사함? 에반데;;]
[아 뭔 상관이냐고 ㅋㅋ 어차피 평생 가볼 일도 없을텐데]
[망상충 환자 새끼들 싹다 쳐내!!]
[얘들아 멀리 안 나간다~ 세나 합의 잘 안 해주는 거 알제?]
[유세나의 그린캠프 시즌 3 각임?]
[전설의 그 컨텐츠 ㄷㄷ]
[⠄⠄⠄⠄⠄⠄⣠⢼⣿⣿⣿⣿⣿⣿⣿⣿⣿⣿⣶⡄⠄⠄⠄
⠄⠄⣀⣤⣴⣾⣿⣷⣭⣭⣭⣾⣿⣿⣿⣿⣿⣿⣿⣿⣿⡀⠄⠄
⠄⣾⣿⣿⣿⣿⣿⣿⣿⣿⣿⣿⣿⣿⣿⣿⣿⣿⣸⣿⣿⣧⠄⠄
⠄⣿⣿⢿⣿⣿⣿⣿⣿⣿⣿⣿⣿⣿⣿⣿⣿⣿⣯⢻⣿⣿⡄⠄
⠄⢸⣿⣮⣿⣿⣿⣿⣿⣿⣿⡟⢹⣿⣿⣿⡟⢛⢻⣷⢻⣿⣧⠄
⠄⠄⣿⡏⣿⡟⡛⢻⣿⣿⣿⣿⠸⣿⣿⣿⣷⣬⣼⣿⢸⣿⣿⠄
⠄⠄⣿⣧⢿⣧⣥⣾⣿⣿⣿⡟⣴⣝⠿⣿⣿⣿⠿⣫⣾⣿⣿⡆
⠄⠄⢸⣿⣮⡻⠿⣿⠿⣟⣫⣾⣿⣿⣿⣷⣶⣾⣿⡏⣿⣿⣿⡇
⠄⠄⢸⣿⣿⣿⡇⢻⣿⣿⣿⣿⣿⣿⣿⣿⣿⣿⣿⣇⣿⣿⣿⡇]
[아 씨발 혐짤 치워]
[매니저 뭐해!! 저 년 밴 안하고 뭐하냐고!!]
아니, 이걸 믿는다고?
진짜로?
어쩌면 세나 방 시청자들은 몇몇 악질들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도 산타할머니가 실존할 거라 믿는 동심 넘치는 친구들이었던 거 아닐까.
황당함이 도를 넘어서니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
뭐,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그녀들의 머릿속에 문신처럼 각인되어있을 '남자는 성욕이 적다.'라는 상식의 영향이겠지.
뭐, 덕분에 생각치도 못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렇다고 살짝 어색하게 변해버린 분위기까지 어찌할 수는 없었지만.
난리도 그냥 난리가 아니었다 보니 그 탓에 남은 시간은 꽤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보내야 했다.
그래도 재밌긴 했다.
게임의 스토리가 절정으로 향해 달려갈수록 세나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의 종류가 다양해졌으니까.
[역시 인간 관악기 유세나 ㄷㄷㄷ]
[아니 사람 입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날 수 있지?]
[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
[소스다 소스!]
[뭐지? 세CC를 암시하는 것인가?]
[올해 세CC도 알차겠누 ㅋㅋ]
[편집자들 힘들겠네 매순간이 하이라이트누 ㅋㅋㅋ]
[이제 세튜브에 비명 하이라이트 모음집 올라오는 거지? 내 말 맞지?]
[아 내일 영상 다봤다 ㅋㅋ]
"씨이이이이이이이이 나오지마! 나오지 말라고!"
세나의 캐릭터가 아무 것도 없는 복도에 서서 허공에 대고 헛손질을 해대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헛웃음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더라.
"아니, 앞에 아무 것도 없는데 뭔.."
"있다니까? 백퍼 나온다고! 이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어..!"
[아니 이제는 하다 못해 미리 놀라버리네 ㅋㅋㅋㅋ]
[하도 많이 당해봐서 통달해버림 ㅋㅋ]
[이러고서 나오면 그때 또 놀란다는 게 포인트]
[ㄹㅇ 예측하면 뭐하냐고 어차피 또 놀랄 거면서 ㅋㅋ]
[프로놀래미 ㄷㄷ]
[세흐나야.. 동생 분이 헛웃음 흘리시는 거 안 보이니..]
[근데 솔직히 헛웃음 나올만 하긴 함 ㅋㅋ]
[든든한 누나? 어림도 없지 ㅋㅋㅋ]
[괜찮습니다 세나 네에서 든든함 담당은 따로 있으니까요]
[아 그분;;]
[언니 분은 ㅇㅈ이지 ㅋㅋ]
놀랍게도 지나도 세나 방송에 잠깐 출연한 적이 있는 모양이다.
나처럼 방송 중일 때 들이닥치기라도 한 걸까.
[저번에 한 번 살짝 나오셨을 때 나도 모르게 후원창 열고 후원할 준비 하고 있었음;;]
[저절로 지갑을 바치게 만드는 '패기']
[아 나중에 갚는다고~ 갚는다니까? 너 나 못 믿냐?]
[ㅆㅂ 기억폭행 오지네 ㅋㅋㅋ]
[고등학생때 내 패딩 빌려간 친구 생각나네 ㅎ]
[그 분도 선생님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 왜 ㅋㅋ 친구비 줬으면 친구지 ㅋㅋ]
[앗.. 아아..]
[사람하고 지갑이 어떻게 친구 되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이 새로운 떡밥을 돌리고 있는 동안에도 세나가 조종하는 캐릭터는 아까 그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농담 아니고 진짜 단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더라.
실수로라도 한 번 정도는 누를 법도 한데 말이다.
문제는 이게 협동게임이라서 세나가 제 역할을 안 해주면 진행이 막혀버린다는 점이었다.
"세나야. 네가 문을 열어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있다니까?"
"맞아. 빨리 문 좀 열어봐."
"알았다고..! 알았으니까 재촉 좀 그만해..!"
[이 분은 왜 같은 편한테 화내고 있는 건가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세나야 나 한숨 자고 올테니까 문 열면 비명소리로 깨워줘]
[아 이럴 거면 동생 분 캠화면이나 키우라고 ㅋㅋ]
[ㄹㅇ 어차피 겜 화면 보는 사람 몇 명 없을텐데 ㅋㅋㅋ]
[당신의 겜화면 빈 메모장으로 대체되었다]
"후우.. 후우.."
어깨까지 들썩여가며 심호흡을 하던 것도 잠시, 마침내 세나가 본인의 캐릭터를 전진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굼벵이 기어가는 속도긴 했지만.
[씨발^^ 하루종일 걸리겠네 ㅋㅋㅋ]
[동생 분 캐릭터 문 열어주는 거 기다리다가 얼어뒤질듯 ㅋㅋ]
[어쩌면 세나 캐릭터가 범인이었던 거 아닐까?]
[와! 몰살 루트! 아시는 구나!]
쏟아지는 경멸과 조롱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전진을 이어나가던 세나의 갸륵함을 하늘이, 아니 제작자들이 알아주기라도 한 것일까.
세나의 앞이 자리하고 있던 어둠 속에서 눈을 부릅 뜬채 피눈물을 줄줄 쏟아내는 사람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정확히 그 순간 세나의 행동이 우뚝하고 정지했다.
[오 이번에는 비명 안 질렀네]
[젠장.. '성장'해버린 거냐고!! 유세나!! 젠장.. '성장'해버린 거냐고!! 유세나!! 젠장.. '성장'해버린 거냐고!! 유세나!! 젠장.. '성장'해버린 거냐고!! 유세나!!]
[ㄴㄴ 표정 자세히 보셈 얘 그냥 비명도 못 지를 정도로 놀란 거임 ㅋㅋ]
딱 그 말대로였다.
다 가만히 있는 데 눈만 좌우로 미친듯이 흔들리는게 저러다가 까무러치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돼서 조심스레 그녀를 불러보았다.
"그.. 누나? 괜찮아?"
"것 봐아아아아악 내가 나온다고 했자나아아아아아악!!!!"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닌 비명이었지만.
아니, 그런데 상식적으로 나올 줄 알고 있었으면 안 놀라야 하는 거 아닌가?
뭐, 대충 그런 식으로 화려하기 짝이 없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인간이 지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비명을 다 질러보는 챌린지라도 하듯 미친듯이 비명을 쏟아내던 세나는 결국 게임이 끝나자마자 진이 다 빠져서 그대로 드러눕고 말았다.
"헤흐.."
"아, 재밌었다. 그치?"
"그러게요. 생각했던 것보다 스토리가 훨씬 괜찮아서 영화보는 것 같았어요."
"헤헤헤헤.. 귀신이다 귀신.."
[언니, 이 새끼 웃는데요?]
[압도적인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실성해버렸누..]
[그동안 세나 방송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부터는 동생 분 방송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뭐지? 최고잖아?]
[그래도 세나가 시청자들 섭섭하지 말라고 가는 길에 큰 선물 하나 주고 가네]
[재미있었지 그래도..? 그래 재미있었으면 됐어.. 재미있었지 그래도..? 그래 재미있었으면 됐어.. 재미있었지 그래도..? 그래 재미있었으면 됐어..]
[어라..? 나 어째서 눈물이..]
[세나야 어떡해 ㅠㅠ 하나도 안 그리울 것 같애..]
"세나야? 이제 정신 차려야지? 다 끝났어요."
"허으으윽.. 언니이.. 나 진짜 죽는 줄 알았어.."
"그래그래 언니가 잘못했어."
"진짜 겜 봊같이 만들었네ㅡ"
세나가 씩씩대며 게임 제작진들을 향한 극찬을 쏟아내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느릿느릿하게 올라가던 엔딩스크롤이 갑자기 확 빨라지더니..
"네에에에에엑ㅡㅡㅡㅡ!"
피로 새빨갛게 물든 손바닥과 함께 눈이 있어야할 자리가 텅 비어있는 여자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대로 모니터를 뚫고 현실로 튀어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아주 그냥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한채로.
'어우 씨바..'
이번 건 솔직히 나도 좀 놀랐다.
나조차도 그랬을진데 다 끝난 줄 알고 마음을 놓고 있었던 이 세계관 최고 쫄보에게는 어땠겠는가.
이딴 게임 더는 쳐다도 보기 싫다는 것처럼 얼른 게임을 끄기 위해 마우스를 조작하던 세나가 만세라도 하듯 팔을 천장을 향해 쭉 뻗은 채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고..
덕분에 그녀의 손에 쥐어져있던, 딱봐도 비싸보이게 생긴 무선 마우스가 그대로 허공을 날았다.
[아니 세나가 쏘아올린 작은 마우스임? ㅋㅋㅋ]
[세쏘마 ㅋㅋㅋㅋ]
[저거 개 비싼 걸텐데 조졌누 ㅋㅋㅋ]
그리고는 천장하고 한 번, 벽하고 한 번, 바닥하고 한 번이라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쓰리쿠션을 선보이며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렇게 마지막마저 화려하게 장식하며 다사다난했던 첫 합방이 끝이 났다.
"님들.. 저도 이만 들어가 볼게요.."
보통 스트리머가 방송을 종료하겠다고 하면 가지말라고 붙잡기 마련인데 오늘만큼은 차마 다들 그럴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긴, 누가봐도 진이 다 빠져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사람한테 더 하고 가라고 하긴 좀 그랬겠지.
아무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종료한 세나가 조심스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일찌감치 인사를 끝내고 미리 화면 밖으로 빠져있던 날 향해 다가오더니..
"유한아.. 오늘.. 진짜 고생 많았어.."
잔뜩 쉰 목소리로 그리 말한 세나가 이내 내 어깨를 토닥토닥하기 시작했다.
"그.. 나보다 누나가 더 고생했지."
"나야 하는 일이 이건데 뭐.. 아, 그.. 혹시 뭐 가지고 싶은 거 있어?"
"응? 가지고 싶은 거?"
그야 당연히 있긴 했다.
다만 상점의 존재를 발설할 수는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는 대신 의문어린 반응을 내비치니 세나가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방송도 도와주고 영상에 나오는 것도 허락해 줬으니까 뭐라도 좀 챙겨줘야할 것 같아서.. 엄청 비싼 것만 아니면 딱히 상관 없으니까 아무 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봐.."
"어.."
"아니면은.. 그냥 오늘 후원들어온만큼 통장에다가 넣어줄테니까 네가 알아서 쓸래? 그게 편하고 좋으려나..?"
그리 해준다면야 나야 땡큐였지만 더 큰 것을 위해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인내를 택했다.
"아냐 뭘.. 민폐만 끼친 것 같아서 솔직히 받기 좀 그래."
"뭔 소리야. 그런 거 절대 아니니까 챙겨줄 때 받기나 해."
그래, 이래야 내가 아는 세나지.
서서히 기운이 돌아오기 시작하는 건지 평소의 까칠한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한 세나가 슬쩍 내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혹시 어땠어?"
"응? 뭐가?"
"바, 방송 말이야. 혹시 불쾌하거나 그랬던 건.."
왜 이렇게 조심스럽나 했더니만 그걸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다른 남자였으면 이런 식으로 무사히 방송을 끝마치기는 커녕 중간에 기분 나쁘다고 뛰쳐나갔을테니까.
물론, 난 아니지만.
"재밌기만 하던데?"
"으, 응?"
"누나가 왜 방송하는 거 좋아하는 지 알겠더라."
그게 꼭 제 칭찬처럼 들리기라도 했던 걸까.
세나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치솟더니 그 상태로 움찔움찔대기 시작했다.
"흐, 흠 그래?"
"아, 근데 말이야 누나.."
"응?"
"그.. 괜찮겠어?"
"뭐가?"
"오늘 무서워 가지고 잠 못자는 거 아냐?"
그제서야 자신이 내 앞에서 보인 추태들이 떠오른 것일까.
세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정 무서우면 옆에서 손 꼭 잡고 같이 자줄까?"
"이, 이게..! 뒤질래? 방송 끝났거든?"
"아니 걱정돼서 그렇지."
"뭐, 뭐래.. 그, 그거 다 시청자들 재미있으라고 연기한 거거든?"
"그렇다니 다행이네. 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살짝 몸을 앞으로 기울여 세나의 귀에다가 입술을 들이밀었다.
갑작스레 훅 치고들어온 나 때문에 놀란 것일까.
세나의 몸이 흠칫하고 떨리는 게 눈으로 들어왔다. 그것을 눈에 담으며ㅡ
"문 안 잠궈놓을테니까.. 무서워서 혼자 못 잘 것 같으면 올라와."
딱 그렇게 속삭이고는 그대로 냅다 도망쳤다.
"오빠가 특별히 오늘만 허락해줄게."
그리고 그날 밤 세나의 방에서는 아침 해가 빼꼼하고 고개를 내밀 때까지 불빛이 새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