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1부
내 요구가 예리 입장에서는 정말 생각치도 못한 거였나 보다.
신고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을 때조차도 당황하지 않았던 그녀가 저토록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걸 보면.
'음, 하긴.'
입장 바꿔서 생각을 해보니 충분히 그럴만하긴 하더라.
"..정말로? 정말로 그런 게 보고 싶어?"
"네."
"하.. 아니, 그게 무슨.."
"왜요? 싫어요?"
그 말에 예리의 눈동자 속으로 갈등이라는 것이 깃드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기 싫으시면 어쩔 수 없죠."
"아니, 그, 그런 건 아닌데.. 하.. 잠깐만.. 잠깐만 고민할 시간을 줘."
"시간 별로 없는 거 아시죠? 딱 1분 드릴게요."
아마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나가 맡은 수업이 끝나는 순간 이 짓도 끝이라는 걸.
그래서일까. 예리는 군말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
"하.. 미치겠네 정말로."
예리가 쓰게 웃으며 살짝 흘러내린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렸다.
"알겠어. 그것만 보여주면 되는 거지?"
"일단은요."
"근데 대가가 너무 비싼 거 아냐? 잠깐 좀 만졌다고 뭐 그런 걸.."
"잠깐은 무슨.. 아주 쉬지않고 조물딱 대시더구만."
"아니, 그만큼 네가 꼴리게 생겼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네에네에, 쓸데없는 소리는 그쯤하시고 할 거면 얼른 하시죠?"
"하.."
참으로 많은 것이 담겨있는 한숨을 포옥하고 내쉰 예리가 이내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앉을만한 곳을 찾고 있는 모양.
그래서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친 다음에 마침 눈에 띈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랬더니 반응이 또 가관이었다.
"저, 저기서 하라고?"
설마 내가 그걸 지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지 예리가 답지않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채로 어버버 거렸으니까.
"왜요? 괜찮아보이는데? 자세 유지한다고 힘쓸 필요도 없어보이고."
"..너 진짜.. 하, 아니다."
"왜요? 남자치고 너무 변태같아요?"
그런가 보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걸 보면.
"그럼 먼저 만지질 마시던가. 먼저 만져서 자극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꿍얼꿍얼.."
"아, 하면 되잖아. 하면."
확실히 내게 곧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많이 민망하긴 한 모양이다.
민망함으로 얼굴이 빨갛게 변해버린 예리의 입에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을 향해 그녀가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뒤로 쪼르르 따라붙어 1등석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곳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자, 그러면 시작하시죠."
"잠깐만, 설마 옷도 다 벗어야 해?"
"그러면 입고 하시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중간에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저기서 말하는 '누가'는 분명 지나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러니까 빨리빨리 해야죠. 누가 들어오기 전에."
"하.. 미치겠네. 정말로오.."
한탄하듯 중얼대던 것도 잠시, 예리가 이내 자기가 입고 있는 옷 속으로 손을 쑥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입고 있던 것들을 훌러덩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빨리 치워버리고 지나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 가능성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걸까.
"아, 옷은 이리 주세요. 혹시 젖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요?"
순식간에 알몸으로 변한 그녀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을 슥 내미니 꼴깍하고 침을 삼키며 작게 몸을 떤 예리가 사방에 널브러져 있던 옷과 속옷들을 모아 내게 건넸다.
그렇게 받아든 것중에서 팬티를 찾아내 꼬깃꼬깃하게 구겨져있던 것을 손으로 쫙 펼쳐보았다.
그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운데 부분을 물들이고 있는 짙은 색의 얼룩이었다. 그것도 꽤 큰.
"흠, 땀을 굉장히 많이 흘리셨네요?"
"너 진짜.. 장난 아니구나?"
"그래서 싫어요?"
팬티 감상을 잠시 멈추고 예리를 향해 싱긋 웃으며 물으니 예리가 피식하고 바람빠지는 소리를 냈다.
"아니? 봊나 흥분 돼."
"잘 됐네요."
"하, 씨발.. 이런 거에 맛들려버리면 안 되는데.."
고개를 살짝 밑으로 향한 채 그리 중얼거리던 예리가 이내 내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길게 실을 늘어뜨리며 바닥을 향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얼른 시작해야 얼른 끝내고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예리가 아까 내가 지목했던 기구 위로 올라갔다. 헬스장이라면 하나씩은 꼭 있는, 주로 허벅지를 단련할 때 쓰는 것이었다. 정확한 이름은 나도 모르지만.
"그런데 그거 이름이 뭐에요?"
"이거? 힙 어덕션."
내 말에 간단하게 대꾸한 예리가 다리를 끼워넣기 위해 마련된 공간에다가 자신의 양 다리를 밀어넣었다.
그리고 나니?
그녀는 기구에 의해 허벅지를 좌우로 쫙 벌린 모양새가 되었다.
"하.. 이러라고 있는 기구가 아닌데.."
한탄하듯 중얼거린 것 치고는 예리의 보지는 아까보다 더 젖어있었다.
슬슬 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적응이 되기 시작한 걸까.
"그런데 잘 안 보이는데요? 살짝만 앞으로 땡겨주시죠."
"원래 이렇게 앉는 거거든?"
"그건 운동할 때잖아요."
그리고 지금부터 예리가 할 것은 운동같은 성실한 행위가 아니었다.
아니지 운동은 운동이려나?
"하.. 그건 그렇네."
다시 한 번 한탄하듯 말한 예리가 허리를 살짝 움직여 자그마한 의자 위에 눕듯이 기댔다.
덕분에 고무로 된 의자 부분에 찰싹 달라붙어 수분공급에 힘쓰고 있던 그녀의 보지가 내 전면으로 드러났다.
남자 경험이 많다길래 솔직히 그리 기대는 안 했는데 예리의 보지는 경험이 많은 것치고는 꽤 예뻤다.
착색된 부분도 거의 없었고.
"씨발.. 너무 빤히 쳐다보는 거 아냐? 안 부끄러워?"
"부끄러우신가 봐요?"
"어, 쪽팔려서 죽을 것 같아."
거짓말은.. 아닌 듯 했다.
실제로 지금 예리의 얼굴은 술이라도 한 병 들이킨 것마냥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으니까.
"진짜 이해가 안 되네.. 하아.."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니까요?"
"누가 하기 싫대? 이해가 안 된다는 거지.. 이해가.."
"왜요? 평소에 궁금했을 수도 있죠."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나오잖아."
"그건 재미가 없잖아요."
"이러는 건 재밌고?"
"네, 흥분되고 좋은데요?"
"하.."
내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린 예리가 이내 고개를 끄덕끄덕하기 시작했다.
"그래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얼른하고 끝내지 뭐."
그리 말한 그녀가 몸을 따라 손가락을 미끄러뜨리기 시작했다.
이미 땀으로 촉촉하게 젖어있던 살결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간 손가락이 순식간에 그녀의 보지에 가서 닿았다.
그렇게 시작할 줄 알았더니만..
"아니, 근데 잠깐만."
아직 할 말이 남았나 보다.
"또 왜요."
"하는 건 좋아. 하는 건 좋은데.. 그냥 하라고?"
"안 돼요?"
"아니 뭐라도 있어야 할 거 아냐. 아님 뭐 마른 보지 쑤시라고?"
"그러면 뭐 야동이라도 찾아서 틀어드려요?"
퉁명스레 대꾸한 순간 예리의 얼굴 위로 씨익하고 미소가 번졌다. 마치 내 입에서 그 말이 흘러나오기만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뭐하러? 더 좋은 게 있는데."
"설마 지금 나보고 벗으라는.."
"맞는데?"
"하."
"왜? 그 정도는 보여줄 수 있는 거 아냐? 난 지금 쪽팔려서 뒤질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고는 보지가 아까 전부터 쉬지않고 움찔대며 투명한 애액을 꿀렁꿀렁 토해내고 있었지만 굳이 그 점을 지적하진 않았다.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거죠?"
"어..? 아, 응."
평범한 남자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만한 요구.
그걸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니 살짝 당황했던 모양이다.
그거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예리의 얼굴은 어딘가 멍해보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입고 있던 반바지를 팬티와 함께 내렸다.
아예 다 벗지는 않고 허벅지 중간정도까지만.
그리고는 예리의 치태를 보며 이미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 있던 물건을 팬티 사이에서 끄집어냈다.
됐죠?
라고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아.. 후.."
내 물건이 등장한 순간부터 예리는 보지를 어루만지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으니까.
"씨발.. 봊나 크네.."
"아까 만져봤잖아요."
"그건 옷 위였잖아."
"그래서 만지고 싶다고요?"
내 물음에 예리가 정신없이 고개를 흔들어댔다.
"그러면 지금 시킨 거부터 끝내요. 그리고 나면 생각해볼테니까."
"언제까지 읏..❤ 하면.. 흣..! 되는데.."
"평소에는 혼자서 할 때 어떻게 하는데요."
"그야 한 번 갈 때까지..잇..!
"그럼 평소대로 하면 되겠네."
정확히 그때부터였다.
예리가 미친 듯이 스스로의 보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흐윽..! 학..!"
한손으로는 클리토리스를 다른 손으로는 보짓속을 쑤셔대는 예리의 모습은 바로 조금 전까지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하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천박했다.
'개꼴리네..'
안 그래도 빳빳하던 물건 속으로 힘이 바짝 들어갔다.
뭐라도 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그 느낌을 참기 힘들어서 손으로 물건을 감싼뒤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그런 내 변화를 확인한 것일까.
쾌감으로 부들부들 경련하던 예리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이지만 위를 향했다.
그렇게 유한과 예리가 서로를 마주보며 스스로를 위로하는데 푹 빠져있던 그때.
레슨 중인지라 어쩔 수 없이 유한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지나는 뭐라 이루말할 수 없는 초조함에 휩싸여있었다.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아닐 거다.
몇 번이나 조심하라고 당부해뒀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이 한 말 하나만큼은 착실하게 따르는 유한 아니던가.
그러니 딱히 별 일 없을 거다.
그런 말들을 몇 번이고 되뇌이면서 자꾸만 술렁거리는 속을 달래보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아까 봤던 광경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말 그대로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을 한채 자신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어대던 유한의 모습과 그 뒤에 보란듯이 버티고 있던 예리의 모습이 말이다.
알고 있다.
자신이 걱정이 과한 편이라는 걸.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워낙 특출난 외모를 지닌 탓에 유한은 학창시절부터 정말 별의 별 일을 다 겪었으니까.
고백했다가 차인 년들이 미련을 못 버리고 들러붙는 건 물론, 선생이라 불릴 자격도 없는 쇼타콤년한테 스토킹을 당한 적도 있었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보니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것마냥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
이러면 안 되는데.
이렇게 레슨에 집중을 못해서야 자신을 믿고 PT를 신청해준 이에게 실례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생각을 다잡아보려 했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해봐도 생각은 미꾸라지마냥 꿈틀대며 원치 않는 곳으로 뻗어나갔다.
'레슨을 줄여야하나..'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많이 줄일 필요도 없이 딱 두 타임.
딱 유한이 센터에서 운동하는 동안에만 시간을 비워서 유한을 케어한다면 앞으로는 지금처럼 당장 해야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이나 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유한이 어제 모레부터 시작하면 안 되겠냐고 할 때 짜증내지 말고 그러라 할 것을.
그랬다면 오늘처럼 재수없게 예리와 마주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예리가 유한에게 관심을 갖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이제와서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지만 자꾸만 다른 경우를 상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걸레같은 년이 감히 누굴..!'
안다.
언제까지고 유한을 감싸고 돌 수만은 없다는 것 정도는.
그도 그럴 것이 유한도 벌써 22살아닌가?
언젠가는 여자친구도 사귀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자신의 걱정은 유한에게 있어 방해밖에는 되지 않을테지.
하지만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볼 문제고..
아직 한 번도 누군가와 사귀어본 적 없는 유한이다.
그런만큼 더더욱 나예리같은 년이 유한의 여자친구 자리를 노리는 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
'나이도 일곱 살 차이나 나잖아..!'
그뿐만이랴?
그년만큼 남자 관계가 복잡한 년도 또 없었다.
그렇기에 나예리 그년이 유한과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치밀었다.
'그 꼴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을 것이다.
설령 자신의 손으로 유한을 이 센터에서 쫓아내게 된다고 할지라도.
유한의 첫 상대로는 유한과 비슷한 타입의 여자가 아니면 안 됐다.
지나가 그런 식으로 예리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는 사이, 예정된 레슨 시간이 모두 끝이 났다.
시계를 통해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지나는 가장 먼저 예리의 개인지도실을 향해 뛰었다.
일단 그곳부터 확인해본 다음에 거기에 유한이 없으면 그때부터는 좀 느긋하게 찾을 생각으로 그리했던 것인데..
"아.. 안 돼.."
"가만히 있.. 다쳐.."
"더는 안.. 윽..!"
"그러니까 가만히 좀 있으.."
급하게 닫기라도 했는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채 아주 살짝만 열려있는 문을 통해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앓는 듯한 유한의 목소리와 강압적인 느낌이 듬뿍 담겨있는 '그년'의 목소리.
그것이 귓속으로 박혀든 순간, 발끝에서부터 솟구친 분노가 순식간에 몸을 집어삼켰다.
그렇게 분노에 사로잡힌 채 예리의 개인지도실 문을 박차고 그 안으로 밀고들어간 지나를 반긴 것은-
"악!! 아프다고요! 그만!! 더 안 된다니까!"
바닥에 주저앉은 채 다리를 좌우로 벌려놓고 상체를 앞으로 굽힌 채 바닥을 손바닥으로 탕탕 두들기고 있는 유한과-
"더 할 수 있다니까?"
곧게 뻗은 팔을 이용해 그런 유한의 등을 양손으로 꾹꾹 눌러대고 있는 예리의 모습이었다.
머릿속으로 그렸던 풍경하고는 전혀 다른, 건전하기 그지없는 현장의 모습에 둘을 바라보는 지나의 눈동자 속으로 황망함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