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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1부 (5/315)



〈 5화 〉1부

그렇게 자애롭고 귀여운 얼굴을 하고서 취향은 능욕물, 강간물, 치한물이라니.

이 정도면  모에가 아니라 갭 뭐해 수준이었다.

한편으로는 또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 설정상 가영이 남편과 사별한 것도 대충 20여년 전의 일이다.

내가 손수 박아넣은 '성욕이 치밀 때마다 야한 동영상을 보며 혼자 해결한다.'라는 설정 때문에 그 긴 세월을 야동과 손장난에만 의지해왔을텐데 그 정도면 확실히 순애물같이 밍숭맹숭한 걸로는 반응이 오지 않을 만도 했다.

아니  경우에는 오히려 아직 이상성욕의 영역에 발을 들이지 않은 가영을 칭찬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여자들 용으로 만들어진 야동은 어떠려나.


궁금한 마음에 가장 눈에 띄는 걸 골라서 재생시켜봤는데 바로 후회했다.


'어우 쉣.'

번인 현상마냥 눈깔에 잔상이 남은 것만 같아서 눈을 한  질끈 감았다가   방주의 연결을 해제했다.

'이제 이게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확인해보면 되겠지.'


최종목표는 방주 안에 든 영상들을 싹다 의붓아들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 정도가 되면 아마 적당히 여지만 줘도 가영과 관계를 맺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연결을 해제한 방주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매트리스 밑에다가 손을 쑤셔넣었다.


그리고는 방주를 거기다가 놔두고 다시 손을 빼려고 했는데..

툭-


'읭?'


이게 왠걸?

방주가 한 대가 아니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것만 해도 대충 세  정도니 다른 곳에 숨겨놓았을지도 모르는 것까지 고려하면 그 이상이란 소리겠지.


'어휴..'


우리 가영이 누나가 많이 고프셨던 모양이다.


무슨 도토리 숨기는 다람쥐마냥 방주를 이렇게 많이 마련해놓은 걸 보면.

한시라도 빨리 그녀에게 키워준 은혜를 갚을  있게 되길 기도하면서 내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꼼꼼하게 방 안을 정리한 뒤 조용하게 3층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미리 계획했던대로 상점창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빨리 끝나버렸다.

그래도 여신이 손수 선물해준 이능이니만큼 분명 소설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온갖 것들을 다 팔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물품 수가 적었으니까.

더보기 버튼이 있어서 그것까지 눌러봤지만 더 보고 싶으면 캐쉬를 좀더 쓰라길래 그대로  털고 나왔다.

 돈이 없는  아니었다.


상점을 확인하기 전에 이유한의 자산현황이나 확인해볼겸 휴대폰에 깔린 은행 앱을 켜봤는데 그래도 한창 가난할 시기인 대학생치고는 제법 많은 금액이 통장 안에 들어있었으니까.


무슨 돈인가 싶어서 내역을 확인해보니 입금자 명에 가영이 찍혀있더라.


'이거 완전 밥버러지 아냐.'


얹혀사는 것도 모자라서 용돈까지 따박따박 타먹는다?

는 아마 아닐 거다.

하도 예전에 짠 설정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분명 유한 앞으로 되어있는 보험금 통장이 하나 있는 걸로 아니까. 물론, 그 안에  건 유한의 부모였던 이들의 사망보험금이고.


아니나 다를까 은행앱을 몇  더 건들여보니 상당한 금액이 들어있는 계좌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계좌에서 달마다 얼마씩 금액이 자동으로 이체되도록 설정이 되어 있었고.

쓰고자 하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돈.


그럼에도 그것에 손대지 않았던  양심같은 것 때문은 아니었다. 저것에 손을 대는 순간 왠지 모르게 가영이  사실을 알게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몸을 타고 스물스물 기어올라왔으니까.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했다.

성인이 된지 이제 고작 2년밖에 안  놈의 어디를 믿고  큰돈을 덜컥 쥐여준단 말인가.


'애 망치는 지름길이지.'

그러니 내가 아는 가영이라면 자신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최소한의 안전책, 이를테면 문자알림 정도는 걸어놓았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선뜻 그 돈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가영이 그걸 가지고 뭐 자기  훔쳐다가  것처럼 화부터 내거나 그러진 않겠지만 분명 어디다가 썼는지 정도는 물어올텐데 그때 제대로 둘러댈  있을  같지가 않았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일주일 뒤에 여신이 현실에 남아있는 내 나머지 재산들을 처분한 금액을 캐쉬로 충전해준다 했으니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도  나올 구석을 마련하긴 해야되는데..'

배운 게 도둑질 뿐이라고 그리 되뇌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웹소설'이었지만 바로 제외했다.

모처럼 미모라고 당당히 칭할  있을만한 외모를 갖게 되었는데 뭣하러 책상 앞에 앉아 골머리를 싸매야한단 말인가.


그러니 역시 답은 하나뿐이겠지.

인터넷 방송.


그래 그거 말이다.


와꾸만 믿고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이유한의 주변 상황까지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바로 옆에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 브이튜버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마땅히 활용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최상의 시나리오는 역시 세나의 방송에 게스트같은 걸로 출연해서 화제몰이를 한뒤에  유명세를 이용해 브이튜버로 데뷔를 하든 스트리머로 데뷔를 하든 하는 거겠지.

그것만큼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성공할  있는 방법도 또 없을 터.

'문제는..'


세나의 방송이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었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고 현실에서처럼 제법 훈훈한 미모를 지닌 여자들이 그것을 활용해 남자들을 꼬시는 방송이 있는가 하면 세나는 평범한 게임방송이었으니까.

다만 그 규모가 상상이상으로 클 뿐.

그러니 내가 세나에게 혹시 방송에 출연시켜주면 안 되겠냐고 묻더라도 그녀가 그걸 수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장난스럽고 가벼워보이는 세나지만 그녀는 자기가 하는 일에는 진지하다는 '설정'을 지니고 있으니까.


고로 내가 아니라 세나 쪽에서 먼저 자기 방송에 출연해주면  되겠냐고 묻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뭐,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인방 시청자들은 자기가 보는 방송인에게 관심이 많은 편이니까.

그런데 스트리머한테 연예인 뺨치는 미모를 자랑하는 남동생이 있다?

'이건 못 참지.'


한 번 반대로 생각해봤더니 나온 결론이 그랬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간단했다.

세나가 방송중일  실수를 가장하여 그녀의 방송에 얼굴을 비치는 것,  그거면 됐다.


나머지는 뭐, 시청자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그러니까 지금 당장 해야할 건.. 기다리는  뿐이었다.


그렇다고 남는 시간을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흘려보내긴 좀 그래서  한쪽에 자리한 노트북을 켜서 이런저런 것들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 물론 웹소설 사이트에도 들어가봤다.


플랜 A가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풀렸을 때도 대비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러다보니 알게된 사실은 놀랍게도 원래 세계에 존재하던 플랫폼들이 이 세계에도 똑같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다만  내용물이 달랐다.

야설로 유명한 사이트는 소설들의 표지가  남자들로 바뀌어 있었으며 내용또한 여자가 남자들을 따먹고 다니는 내용들 위주였으니까.

'씨바..'


남녀역전 세계라서 그 개같은 BL물 표지를 더는 안 봐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BL물이 GL물로 바뀐 대신 항상 내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여캐들이 헐벗은 남캐들로 바뀌어버리다니..


'뭐지  딜교에서 씹손해본 것 같은 기분은.'


심지어 유명 게임에 등장하는 여캐들마저 싹다 남캐로 교체되어 있었다.


내 카타눈나랑 미포눈나가 남캐라니.. 이런 현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소..

대신 노란머리 고아 놈은 예쁘장한 금발 여캐가 되어 있었다.

새카만 쫄쫄이를 입고 다니던 닌자 놈도 몸에  달라붙는 타이즈를 입은 쿠노이치 캐릭터로 바뀌어 있었고.


허나 그것만으로는 한순간에 주캐 둘을 모두 잃게된 내 참담한 심정을 달랠 수는 없었다.


그런 식으로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세나가 방송을 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우웅-


[세나_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약한 진동과 함께 익숙한 이름이 포함된 알림이 휴대폰 화면 위로 떠올랐다.


드디어 켰구만.


기다리던 순간이 도래했지만 무턱대고 몸부터 일으키지는 않았다.

아직은 타이밍이 아니었으니까.

어그로를 끌거면 확실하게 끌어야하지 않겠는가.

세나가 아무리 유명해도 이제 막 방송을 켰는데 벌써부터 시청자 수가 그득그득할  없었다.


그러니 조금 더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보통 8시에 키는  아니었나?


팬카페에 보니까 그렇게 적혀있던데.


헌데 시계를 보면 이제 고작 6시였다.

'아.'

그러고보니까 아침 먹을  저녁에 합방이니 뭐니 했었지.

그래서 일찍 킨 건가?


'합방이라..'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만 설마 이런 식으로 운이 따라줄 줄이야.

세나한테만 빨대를 꽂으려고 했는데 생각치도 못하게 빨대가 복사되게 생겼다.

속보충들이 넘쳐나는 곳이 인방이니만큼 일단 내가 세나의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면  소식이 도네를 타고 세나와 합방을 하기로 한 스트리머들의 방에까지 퍼져나갈테니 말이다.

반응이 어떨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 정도로 관종이었나 싶을 정도로.

'어디보자..'

그래서 세나의 방송으로 접속했다.

방송을 킨지 이제 한 20분 정도 됐는데 방송화면 아래에 찍힌 시청자 숫자는 벌써  명을 가뿐히 넘기고 있었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치솟고 있었고.

이게 대기업이지.


내가 세나였다면 실시간으로 치솟는 저 숫자만 봐도 심장이 쿵쾅거려서 어버버거리기 바빴을텐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팬카페를 들여다보며 노가리를 까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을 통해 접하는 세나의 모습은 실제로 볼 때와는  달랐다.

뿐만 아니라 입도 굉장히 잘 털었고.


다만 예쁘장한 여자기 신나게 군대 이야기를 하는 광경은.. 몇 번을 봐도 적응이 되지 않을 것 같긴 했지만.

자기가 후임한테 그렇게 잘해줬다면서 그 누구도 믿지 않을 주장을 펼치는 세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놓고 밑으로 내려갔다.

시청자 수가 15000명을 넘어섰으니 슬슬 행동을 개시해도 될 것 같았으니까.

스튜디오를 향해 접근하는 걸 세나에게 들키면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기도 전에 입구 컷을 당하게 될 가능성이 컸기에 까치발을 든채 조용히 움직였다.

세나가 스튜디오로 사용하는 방은 다른 방과는 문부터 달랐다.

그 앞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고른 뒤, 굳게 닫혀있는 것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누나, 고모가 빨래할  있으면 저녁 되기 전에 내놓으라고 하셨.."

미리 준비해놓은 대사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입밖으로 내뱉으면서.

"님들 잠시만요. 언니가 왔.."

그렇게 문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던 세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덕분에 아주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었다.


내가 지나인 줄 알고 왜 들어왔냐고 짜증을 터뜨리려던 세나의 입이 벌어지던 속도보다 배는 빠르게 꾹 닫히더니 그녀의 두 눈동자가 당황으로 흔들리는 광경을 말이다.

그리고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내가 방송 중에 스튜디오에 쳐들어온 건 세나가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 이번이 처음이었는지 참으로 다채로운 감정들이 그녀의 얼굴 위로 떠올랐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에 맞춰서 세나의 안색이 실시간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듯 새빨갛던 것이 이내 파랗게 변해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격렬해서 솔직히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어, 뭐, 뭐야 방송 중이었어?"


그것을 숨기지 않고 얼굴 위에 그대로 드러내며 지금의 상황이 내게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는 걸 최선을 다해 어필했다.

참으로 다행히도 그런 내 모습이 남들이  때는 퍽 자연스러워 보였던 모양이다.


혹시라도 그 모습이 캠에 보이지 않도록 입술을 살짝 깨문 세나가 금세 표정을 바꾸었다. 헛웃음이 다 나올 정도로 완벽한 태세전환이었다. 역시 프로는 프로라는 걸까.

언제 당황했었냐는 듯 순식간에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갈아탄 그녀가 날 향해 손을 휘휘 휘둘렀다.


"뭐야, 나 방송 중이야. 나가."


"미, 미안."

파리라도 쫓는 듯한 그 손짓에 당황한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채 허둥지둥 방밖으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그대로 3층으로 올라가 세나의 방송에 접속해보니..

[씨바 동생분 미모 실화냐..]


[세나 동생! 날 가져도 좋네! 세나 동생! 날 가져도 좋네! 세나 동생! 날 가져도 좋네! 세나 동생! 날 가져도 좋네! 세나 동생! 날 가져도 좋네!]

[나를 소개할 때, '올케'라고 불러줄래요? 나를 소개할 때, '올케'라고 불러줄래요? 나를 소개할 때, '올케'라고 불러줄래요?]

[헤으응.. 오빠 나죽어.. 헤으응.. 오빠 나죽어.. 헤으응.. 오빠 나죽어.. 헤으응.. 오빠 나죽어.. 헤으응.. 오빠 나죽어..]

[제발 죽어 10련아 ^^]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오빠 나 뷰지가 이상해.. 오빠 나 뷰지가 이상해.. 오빠 나 뷰지가 이상해.. 오빠 나 뷰지가 이상해.. 오빠 나 뷰지가 이상해.. 오빠 나 뷰지가 이상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언니 내 남편 왜 쫓아내? 언니  남편 왜 쫓아내? 언니 내 남편 왜 쫓아내? 언니 내 남편  쫓아내? 언니 내 남편 왜 쫓아내? 언니 내 남편 왜 쫓아내? 언니  남편 왜 쫓아내? 언니 내 남편 왜 쫓아내? 언니 내 남편 왜 쫓아내? 언니 내 남편 왜 쫓아내? 언니 내 남편 왜 쫓아내? 언니  남편 왜 쫓아내?]


[오빠 가지마.. 오빠 가지마.. 오빠 가지마.. 오빠 가지마.. 오빠 가지마.. 오빠 가지마.. 오빠 가지마.. 오빠 가지마.. 오빠 가지마..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미친 놈, 아니 미친 년들이 날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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