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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4화 〉 [후일담] 누나의 생일까지 (12) (154/156)

〈 154화 〉 [후일담] 누나의 생일까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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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밤을 새다시피 하며 잠을 설친 저는 창 밖이 조금 밝아질 때에서야 잠이 들었어요.

당연히 늦잠을 자 버려, 평소보다 두 시간 이상 늦은 시간에서야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어요.

침대에는 저 혼자뿐이었고, 조금 있으면 동생이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할 시간이었어요.

식사도, 도시락도 해 줘야 한다는 생각에 저는 곧바로 방에서 나와 제대로 씻지도 않고 주방으로 걸어갔어요.

“어?”

그런데, 주방과 식탁에는 이미 식사가 준비되어있었고...엄마랑 동생이 싱크대에 서로 가까이 붙어 서서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어요.

동생이 엄마와 붙어있다는 것 만으로 불안해진 저는 동생의 눈빛이 무척 차갑다는 걸 느끼고 조심스럽게 다가갔어요.

그러자 엄마와 얘기하고 있던 동생이 제가 오는 걸 눈치채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웃으며 제게 다가와 아침 인사를 했어요.

“잘 잤어요?”

“앗...네...둘이 무슨 얘기…?”

“어제 피곤했는지 잘 자던데...아침부터 먹어요. 어제 생일이었으니까, 누나 생일상이에요.”

“어? 어...네…우와....”

동생은 저를 의자에 앉혀줬고, 저는 어리둥절하면서도 멍하니 앉아 수저를 들었어요.

동생은 제게서 엄마를 숨기듯 제 앞에 서서 싱크대에 있는 엄마가 보이지 않게 했고, 저는 묘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반찬을 집어 먹었어요.

“어때요?”

“맛있어요…같이 먹어요.”

“...그럴까요?”

동생은 제 말을 듣고 제 맞은편에 앉아 같이 식사하기 시작했어요.

동생이 한 요리에서는 솔직히 말해 조금 서툰 맛이 나긴 했지만...동생이 해줬다는 것만으로 전날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음식보다 맛있었어요.

저는 맛있게 요리를 먹으며 동생 모르게 엄마가 있는 쪽을 힐끔거렸어요.

엄마는 저를 등지고 조용히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옆에는 찬장에서 꺼낸듯한 꿀과 유리잔이 올려져 있었어요.

아마도 또 차가운 꿀차를 해 마신 것 같았어요.

엄마는 술을 많이 마실 때면 매번 따뜻한 꿀차보다 얼음을 넣어 차가운 꿀차를 마시고 싶어했어요.

어릴 때 아빠가 해준 적이 있어 저도 몇 번인가 마셔봤지만, 저는 별로 좋아하는 맛이 아니었고 동생이 마시는 것도 본 적이 없으니...아마도 저건 엄마가 마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걸 해 마실 정도면 어제는 엄마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술을 정말 많이 마셨다는 얘기였고, 저 정도로 마신 날의 엄마는 머리가 아프다며 침대에 누워 하루종일 잠을 자고는 했어요.

그런 생각을 하고있던 저는 계란말이를 집어먹다가 젓가락을 멈췄어요.

다른 요리들과 다르게 계란말이는 엄마가 해줬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리 대단한 요리가 아니었지만, 생일에 찾아올때면 매일 아침마다 어떻게든 계란말이를 해 줬어요.

저도 어릴때부터 계란말이를 좋아해서, 생일에 엄마가 계란말이를 해주면 언제나 아무 말 없이 먹고는 했어요.

“...엄마는 아침 드셨어요?”

“으, 응? 나는 아직...아니, 나중에 먹을게.”

“드세요.”

“아니, 그게…응....”

저는 설거지를 마치고 나서도 아무 말 없이 싱크대를 닦고 있는 엄마를 식탁으로 불렀어요.

엄마는 망설이고 저와 동생의 눈치를 보며 식탁으로 다가왔고, 제 옆에 앉을까 동생 옆에 앉을까 고민하다가...동생이 바로 옆자리의 의자를 뒤로 당겨주자 곧바로 동생 옆에 앉았어요.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미묘한 감정을 느끼다가 다시 수저를 움직였어요.

엄마는 아주 느리게 젓가락을 움직여 반찬을 먹었고, 밥도 아주 조금만 먹었어요.

계속해서 저를 힐끔거리고, 제가 자주 먹는 반찬이 보이면 슬쩍 밀어주기도 하고 동생한테도 밀어주고….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자,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을 치우며 말했어요.

“설거지 내가 할테니까...씻을래? 아직 안 씻었지?”

“아...네...씻었어요?”

“...양치만 하면 돼요.”

엄마의 말을 들은 제가 동생에게 묻고, 동생의 대답을 들은 저는 동생과 함께 샤워실로 걸어갔어요.

평소에도 같이 식사를 마치고 나면 함께 양치를 하고는 해서, 양치는 같이 해도 괜찮다는 생각에서였고...동생과 저는 서로 세트로 맞춘 칫솔에 치약을 짠 뒤 양치를 하기 시작했어요.

양치는 남매가 같이 해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니까...다른 남매들도 다 하는거니까….

아무 생각 없이 평범한 남매들처럼 양치를 마친 저는 입가를 깨끗하게 닦은 뒤 평소 하던대로 동생을 올려다봤어요.

평소대로, 양치하고 나서 키스하려고 한 저는 곧바로 제가 실수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지만, 동생은 갑자기 화장실 문을 힐끔거리고는 제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어요.

“...키스.”

“...밖에, 있잖아요….”

“소리 안나.”

“읏….”

“...하기 싫어?”

샤워실 문...닫혀있고, 밖에서는...엄마가 설거지중이니까 안 들릴테고, 잠깐은...키스해도..이상하게 생각 안할테고….

잠시 망설이던 저는 아무 말 없이 발 끝을 세웠어요.

곧바로 동생은 저와 뜨거운 숨을 서로 섞으며 혀를 살짝 깨물고 빨아들이며 조금은 거칠게 키스해버렸어요.

“쪽...안돼, 쪼옥...살살….”

샤워실 안에 쪽, 쪽 하는 소리가 잔뜩 울려서 부끄러워진 저는 동생에게 매달렸고, 동생은 그런 제게 흥분한 모습을 보이며 허리를 조금 숙여 두 손으로 제 엉덩이를 받쳐 잡았어요.

이대로 들어올려서 섹스하고 싶다는 신호에 저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동생의 목에 손을 감았다가 두 손으로 동생의 가슴을 톡톡 두들겼어요.

“안돼요...어제 했잖아요….”

“두 번밖에 안했잖아….”

“그래도...나중에, 해줄테니까아….”

동생의 말대로...잔뜩 쌓아놓게 해 놓고 두 번 밖에 안 해준 건 맞았어요.

엄마만 오지 않았다면 그 세 배 이상은 무조건 했을 동생의 것은 잔뜩 흥분해있었고, 저는 동생에게 저절로 흥분해버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나중에 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후우...그래요, 조금만 더 참을게요.”

다행히 동생은 참아주겠다는 말을 하며 제 허리로 손을 올렸고, 그 대신이라고 하듯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로 제게 키스해댔어요.

저는 완전히 몽롱해져버려서 동생이 키스를 마친 뒤에도 혀를 살짝 내민 채 멍하니 입을 벌리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동생이 제 얼굴을 살살 만져주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요.

저는 일단 동생을 배웅하고 씻을 생각에 동생과 함께 샤워실에서 나왔어요.

동생은 수업에 갈 준비를 하러 방으로 들어갔고, 저는 현관으로 걸어갔어요.

그런데, 현관에는 엄마가 혼자서 캐리어를 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엄마를 본 저는 동생과 둘만 있을때의 환상에 빠진 듯한 감각이 순식간에 현실로 끌어내려지는 걸 느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뭐 하세요?”

“어? 가, 가려고...이제….”

저는 당황한 엄마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엄마가 어제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이제 동생하고 잘 지내는 거 봤으니까 앞으로 찾아오지 말까….

지금 엄마한테 가라고 하면 엄마는 앞으로 정말 제 앞에 나타나지 않을거라는 예감이 들었고, 그건 지금까지 제가 몇 번이나 바랬던 일이었어요.

“...어제는, 저기...그게...엄마가 취해서, 말 실수를….”

“됐어요.”

엄마는 제게 힘겹게 말을 꺼냈고, 저는 엄마와 대화가 시작되려 하는 걸 차갑게 쳐냈어요.

엄마와 이 얘기로 더 대화하고 싶지 않았고, 엄마가 이런 얘기를 꺼낸것만으로 어제 엄마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미안해….”

“됐다니까요....”

“응....”

저는 엄마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긴 한숨을 내쉬었어요.

어릴 때부터 원했던 상황은 막상 이렇게 갑작스럽게 눈 앞에 닥치고 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상쾌한 기분은 아니었고...오히려 무겁고 찝찝하고 씁쓸하기만 했어요.

마음이 착잡해진 저는 엄마를 가만히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어요.

엄마를 이대로 보내는게 맞을까….

엄마는 앞으로 보지도 말고, 조금 전처럼...동생하고 집안에서 잔뜩 키스하고 행복하게 지내는게 맞을까….

엄마가 아무리 잘해줘도 저는 엄마와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고, 이런저런 걸 신경써주는 엄마의 마음이 고맙기는 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엄마랑 같이 사는 건...이미 그렇게 되기에는 늦어버렸고, 엄마는 이미 저한테 너무 많은 상처를 줘버렸어요.

그런데도 대체 어째서인지 저는 엄마를 내치지 못했어요.

그래도 신경 써주기는 했고, 엄마 나름 노력하긴 했고...잘 된 건 하나도 없지만, 전부 틀렸지만...하려고는 한 거니까….

같이 사는 건 싫어도, 지금같은 사이 정도는...가끔 오는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저는 한숨을 쉬며 조금 충동적인 말을 엄마에게 해 버렸어요.

“...일주일 있다가 간다면서요.”

“아, 그건...사실 일도 바쁘고, 그냥...빨리 일하러 갈까 해서….”

“...더 있다 가요.”

“어?”

“일주일...아니, 며칠만 더 있다 가라고요….”

엄마가 좋아졌다거나, 엄마를 용서한 건 아니었어요.

여자로서, 딸로서 불쌍해서 하는 동정에 가까웠고, 약간의 감사도 섞여있는...제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보답 같은 것이었어요.

엄마도 제가 혼자가 아니길 바래서 동생하고 같이 살게 해준거니까, 동생을 만나게 해줬으니까...그건 고마우니까.

별로 공감하고 싶지 않지만, 엄마가 어떤 기분이고 왜 그랬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해버린 저는 엄마가 원하는게 뭔지 알 수 있었어요.

엄마가 제 생일에 찾아온 건 그나마 이런 때가 아니면 엄마를 싫어하는 제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도 힘드니까...일주일 정도라도 동생하고 저하고, 가족이 같이 있는 걸 원해서 온 게 분명하고...일주일 정도는 저도 동생을 소개시켜준 보답이라고 생각하며 참아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휴가 냈다면서요.”

“그건, 그런데….”

“딴데가서 또 이상한 사람 만나지 말고, 조금이라도 집에….”

그렇게 말하며 엄마의 캐리어를 들고 돌아서려던 저는 마침 현관으로 걸어나오던 동생과 눈을 마주쳤어요.

동생은 차가운 눈으로 저를 보다가 엄마에게 시선을 향하더니 하...하고 작은 헛웃음 소리를 내고는 엄마를 지나쳐 현관문을 열었어요.

그리고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제게 인사하며 문을 닫았어요.

“갔다올게요.”

“어? 어…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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