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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7화 〉[외전] 자위-동생시점 (1) (137/156)



〈 137화 〉[외전] 자위-동생시점 (1)

아쉽게 지망대에 붙지 못했을 때, 갑자기 중국으로 유학하는 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을 땐 조금 황당했다.

“제가 왜요?”
“네 누나도 그쪽에 있고…여기에서 다른 대학 준비하는 것보다는 거기가 더 낫지 않겠니? 대학 순위도 한국보다 훨씬 좋고.”
“하아…그냥 대학 안 가면 안 돼요? 별로 관심도 없는데.”

대학 같은 건 솔직히 정말로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도 대학에 가지 않으면 앞으로 취업하기가 어렵고…돈을 벌기도 안정적인 직장과 가정을 가지기도 힘들다는 말을 할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거 나오지 않아도 그냥 아는 형이 하는 옷가게의 피팅모델을 하는 것만으로 돈은 충분히 벌  있었다.
반드시 공부해야만 취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미 그런 생각은 너무 낡은 생각이다.

“어릴  누나랑 같이 있고 싶다면서 중국어도 공부했었으니까 괜찮지 않겠니?”
“그게 언제 얘기에요 대체.”

사춘기 때는 아버지와 나밖에 없는 집이 싫어 누나랑 같이 살고 도피하는 상상도 했지만…이미  그런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하기엔 너무 많이 자라버렸다.
태어나서 지금껏 얼굴도, 사진도 제대로 본  없는 누나라는 사람은 이미 내게 있어 인생에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었다. 아주 가끔 연락하는 엄마라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유치원조차 혼자 나오며 살아온 탓인지 안정적인 가정을 가지기 위해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말은 내게 있어 개소리나 다름없었다. 대체 안정적인 가정과 직장이 대학이랑 무슨 상관이지?
그저 지금까지 제대로 신경 써서 키워주지 못했으니 미안하니까 면죄부의 하나로 대학이라도  달라는 얘기로밖에는 안 들린다.
이번에는 중국으로 대학을 가라는 점에서 조금 새로운 느낌이 나긴 했지만, 결국 하는 얘기는  대학에 가지 않으면 앞으로가 힘들다는 얘기로 이어지겠지.

“네 엄마한테도 이미 연락했다. 엄마가 해준 얘기야.”
“…네?”


그런데 아버지의 입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단어가 나왔다.
엄마라니. 초등학생  이후로  번도 아버지의 입에서 들어보지 못한 단어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부관계다. 이혼했다는데도 미워하는 듯하면서도 매주 통화를 하고 있는  알고 있다. 좋아하지만 미안하고 괴로워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듯한 비뚤어진 애정 관계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짜증 나게 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렇게 자주 통화를 해도 아버지는  앞에선 엄마라는 단어를 함부로 꺼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엄마라니? 내 대학 때문에 엄마한테 연락를 했단 말인가?
그런 부모 같은 일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버지는 몰라도…날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버린 그 엄마가  걱정해서 중국으로 대학을 오진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 번만 가 봐라…제발, 내가 제대로 못 해준 건 알지만…부탁이다.”
“엄마가, 가라고 했다고요? 이제 와서 같이 살아보자고?”
“…네 누나랑 같이  거다.”
“…누나요?


대체 무슨 자신으로 그런 말을 한 건가 싶어 어이가 없어 곧바로 거절하려고 하자…아버지의 입에서는 또다시 생각도 못  사람이 나왔다.
유일하게 나와 서로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피해자이면서도…아무리 만나보고 싶다고 해도 엄마와 아버지가 서로 은근하게 거절했었던 사람.
…어린 시절의 사진을 제외하고는 얼굴을 한 번도  적 없는 누나.

“…하아.”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누나는  번쯤 만나보고 싶다.
별로 예전같이 누나랑 같이 살고 싶다거나 하는  아니다. 이미 가족이라는 느낌도 없고…그냥 내게 누나라는 존재가 있기는 하구나 정도의 인식이다.
하지만, 궁금하긴 하다. 정말 단순히 궁금하다.
대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사람일까?
별로 대학을 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돈을 주고 누나랑 만나게 해준다고 잠시 여행을 다녀오라고 한다면…그건 괜찮겠지 싶다.

“그래서 중국 가는 거야~?! 말도  돼!”
“맞아맞아! 진짜…! 갔다가 언제 오는 거야?”
“야야, 뭐가 말이  돼! 얘가 간다는데!”
“아씨, 넌 좀 빠져!”
“맞아! 못생긴 게!”
“와…진짜 너무하네?”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들과 만나 중국에 갈 걸 얘기해주면서도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정말로 날 중국에 보내려 하는지 이미 비행기표까지 준비해줬고, 엄마도…정말 그 듣기 싫은 달콤하고 걱정이 가득해 보이는 목소리로 내게 학원이나 대학은  준비해줬으니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대체 이제 와서 무슨 염치에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말로는 누나도 이미 집도 준비해주고 같이 사는 것도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 같다.
나는 그냥 한번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거지만…대체 무슨 생각일까.

“근데 왜 가는 거야? 정말 대학 가는 거야?”
“맞아! 나랑 같이 패션 브랜드 만들기로 했잖아~! 네가 모델 해주면  패디과 나와서 한다니까! 내가 진짜 너 먹여 살릴 수 있어! 나랑 같이…!”
“진짜 얘 사심 장난 아니다. 나랑 어때?  아빠가 이번에 나온 차 대학 선물로 사준대! 같이 여행 갈래?  면허 따면 되잖아!”
“…너네 뭐 얘한테 약점 잡혔어? 뭐 주려는 게 그렇게 많아?”
“아 너희는 왜 여기 있는 거냐고~여자애들끼리만 모이기로 했는데.”
“내가 불렀어.”
“아~그게…! 잘 왔다구! 송별회 같은 건데  같이 모여야지!”


송별회? 누가 들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한테 인사하는 줄 알겠다 싶어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있어 봐야 한 달 정도겠지. 공부도 할 생각도 없다. 애들 말대로 그냥 모델일  하고 살아도 돈은 굴러들어오는 건데…뭐, 엄마도 아버지도 싫지만, 외모를 물려준 것만은 좋아서…쓸만하다.


“근데…왜 가는 거야? 대학 갈 생각 없다면서.”
“…누나 보러.”
“누나…?  누나 있었어?”
“중국에 있어. 본지 15년도 넘었지만.”
“시, 십오년…그…미안.”


친구는 뭔가 예민한 가정사가 있다는 걸 느꼈는지 더는 묻지 않았다. 뭐 별로 대단한 얘기도 아니고 그냥 핏줄만 이어진 사람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가보겠다는 건데…너무 조심해 한다.

“야! 누나 보고 실망하면 안 된다?”
“무슨 소리야?”
“맞아맞아…우리 누나만 봐도 얘기할  있지만, 그냥 남자 형제라고! 겨드랑이 털도 많고 거기 털도 그렇고 화장 안 하면 그냥 오크같은 그 사과껍질 얼굴에 붙인 거처럼 바삭바삭하고 오돌토돌한 피부가…으으으…!”
“너희 누나한테 말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언니한테 이른다?”
“일러라! 난 당당하니까!”
“야야, 누나랑 만나는 거 너무 기대하면  돼~!”

나는 친구들의 말에 말없이 보드카가 담긴 잔을 들어 마셨다. 난 별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전혀 안 들어서 거의 백지로 내다시피 하며 대학에 떨어졌지만 다른 애들은 열심히 공부한 덕에…오늘 만난 건 내가 중국에 가서 한동안 못 보는 것에 대한 인사 같은 것도 있었지만, 대학 시험이 끝난 걸 축하하는 날이기도 했다.


“근데 넌  맨날 보드카야?”
“소주 맛없잖아. 보드카에 얼음물 타 마시는 게 훨씬 나아. 이렇게 먹는 게 양도  많고.”
“…대신 가게에서 안 좋게 보잖아.”
“아까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던데?”
“아니…그건 여사장님이…너 얼굴 때문에…왜 계속 마셔? 그렇게 맛있어?”
“…먹어볼래?”
“나! 나 그러면 오렌지 주스 섞어줘~”
“나도나도~그거 맛있어~”


그날은 밤까지 애들과 술을 마시며 인사하고  뒤, 다음날로 날짜가 바뀌고 나서야 헤어졌다.


“안녕~꼭 돌아와야 해~”
“올  고량주!”
“올 때 마오타이!”
“올 때 시진핑 머리카락!”
“아하하하하하!”
“그래, 한 두  뒤에 보자.”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아직 기운이 남았는지 친구들은 서로서로 신나서 돌아갔고,  옆에는 여자애 둘만 남아있었다.
둘 다 나한테 고백했던 애들이고, 서로 그 사실을 알고있는데다…나한테 차였던 애들이다.
그리고 둘 다, 나랑 섹스하지 못한 애들이기도 했다.

“저기…그, 도, 돌아오면…누구인지 선택해줄래?”
“나, 나도…기다릴테니까.”

처음 고백한 애는 거절했지만,  마시고 날 데리고 모텔로 가서…하기 직전까지 갔다.
키스 같은 건 하지도 않았고 단순히 성욕이 일어나서 할 뻔했던 거지만…내걸 보고 놀라서 겁먹고 도망쳤다.
뭐, 자기 팔만한 굵기에 길이였으니까.


그리고 다른 한 명도 비슷한 방식으로 내가 술 취한걸 집에 데려다줬더니 갑자기 덮치려 하다가…가만히 있으라면서 지퍼를 내리고 입으로 빨아주려고 하다가 얼굴보다 훨씬 큰 걸 보고 겁먹어서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술에서 깨고는 사과했다.
이런 거 남자다워서 멋있지만, 무섭다면서.


“…몇 번이나 말하는데 난 연애 생각 없어.”
“그, 그…그것만 해도 좋으니까.”
“응…나도, 그게…나만 보면 좋지만, 그게 싫다면…얘랑은…그, 우리  다 친구고 서로 얘기해 뒀으니까….”
“무섭다면서?”

황당한 얘기다. 나도 성욕이 없는 건 아니어서 그렇게 원한다면 섹스 정도는 해볼까 싶었지만, 둘 다 내걸 보고 도망쳤으니까.
서로 친한 친구 사이여서 그런지 서로에게 상담하다가  다 내게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안 뒤로는 이상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나는 연애 생각은 전혀 없고…별로 진실한 사랑 같은걸 믿지도 않는다. 단순히 본능적으로 눈앞에 암컷이 있으니 교미를 하고 싶다는 천박한 동물적 욕구뿐이라고 생각한다.
섹스는 해 보고 싶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하고 싶지도 않고…내가 매달리지 않아도 여기저기에서 하고 싶다고 하니 별로 섹스를 반드시 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여자애들을 볼 때마다 엄마도 이렇게 다른 남자랑 하고 싶어 하다가 헤어졌을까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대놓고 말해 준 적은 없었지만, 짐작은 하고 있다.
아빠와 통화하다가 가끔 다른 사람하고 만나고 있다는 듯한 대화를 하기도 하고…신음소리가 들리기도 했으니까.
더럽다.

“노, 노력할게….”
“필요 없으니까, 그냥 다른 남자 만나라.”

둘이 동시에 고백하는 건 몇 번째였지? 다른 여자들도 가끔 고백하긴 하지만…얘들은  끈질기다.
친구니까 계속 만나긴 해도 중국에 갔다 오면 조금 거리를 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한  차줬다.


애초에 잠깐 성욕이 일어나서 고민한 것뿐이지, 마음이 가지도 않는다.
좋아할 생각도 없고 연애에도 관심이 없다. 그냥 친구라면 좋지만 왜 내가 연애를 하는지에 대한 의문만 든다.


무슨 지금 사귀지 않으면 앞으로 다시는  만날 것처럼 생각하는 듯 갑자기  고백한 것도 그렇고…별로 원하지 않는데 몇 번이고 고백하는 건 민폐다.
나이가 들면 또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연애에 대한 관심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냥 더럽기만 하다.


누굴 봐도 별로 예쁘게 생겼다는 생각도 안 들고…그냥 흥미 자체가 일어나질 않는다. 괜찮은 사람이다. 라는 생각은 들지만 예쁘고 연애하고 싶고 두근거린다는 감정은 한 번도 못 느껴봤다.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가 날 좋아해 주거나 성적인 눈빛으로 보거나 한다는 건 알고 있다.

“저기…혹시, 모델…하세요?”
“아뇨, 학생이에요.”
“어머…그게 저기…이거, 그냥 여행하시는 거면…드시라고….”
“아, 네. 고맙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도 스튜어디스가 초콜릿을 건네주거나…음료수를 더 주거나 계속 힐끔거리거나….
단순히 이성적으로 내게 끌려서 뭔가 더 잘 해주려 한다는 건 좋지만 불편하기도 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조금만 불편한  감수하면 무척 이득이 되고 편리한 감정이기도 하다.
초콜릿을 먹다 보니 뒷면에 전화번호와 이름이 적혀있는 게 보인다.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 먹을 때도 자주 있던 일이다. 피시방에 놀러 갈 때도.

귀찮지만, 소중히 가방에 넣는 척을 해 준다. 관심은 없지만 쓸데없이…상처를 줄 필요는 없다.
상대가 감정이 남아있다는  아는데도 상처를 주는 행동은 싫어한다.
엄마처럼, 일부러 신음소리가 살짝 들리게 하며 통화한다거나 하는 것 같아서 끔찍하다.
더럽다.

결국, 거짓말처럼 정말 중국 북경에 도착해 버렸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공항 출구로 나가면서 내 머릿속에는 뒤늦게 한가지 걱정이 생겼다.
그냥 한번 얼굴만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건데,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지?
생각해보니 누나도 엄마랑 아버지의 딸이라면…조금 이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말해준 누나한테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말도 그렇고….

정말 좀 아니다 싶으면 그냥 얼굴만 보고 다음 주쯤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얼굴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찾을 수 있긴 할까?
 못 찾을 것 같으면 이름은 알고 있으니 이름이라도 불러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며 출입 게이트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어….”

그런데…게이트를 나오자마자 정말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시선이 한 곳으로 당겨졌다.
주변의 사람이 보이지 않는 듯 한…이질적일 정도의 비율을 한 여자가 눈에 보인다. 주변 사람들과 정말 닭들 사이에 혼자 서 있는 학처럼 비율이나 인종 자체가 다른 듯한 외모…포니테일로 묶은 머리가 무척 찰랑거리고, 자그마한 키인데도 키가 전혀 작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예쁜 비율에, 레깅스를 입은 다리가 정말…저거 괜찮은 걸까? 싶을 정도로 라인이 야릇하면서도 매력적이고, 탄력있다.
나도 운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저건 진짜 운동선수 수준의 다리다. 허리도 잘록하고 골반이…아니, 어깨보다…거의 2배 가까이 골반이 큰 것 같은데…진짜 모델인가?


주변 남자들도 자세히 보면 다들 힐끔거리고 있다. 모델인가? 싶을 정도에 비율인데다…얼굴은 묘하게 귀엽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선이 굵직한 느낌도 있어 단호해 보이기도 하지만…순진한 느낌이  강하다. 뭔가 불안한 듯, 찾는 듯한 눈빛으로 나랑 눈을 마주쳐서…잠깐만.
…손에 들고 있는 거 내 이름이 적힌 스케치북 아닌가?


“어…저기…혹시 누나…에요?”

정말 혹시나 싶어…가까이 다가가 묻자…눈을 멍하니 마주치고 있던 여자가  가슴께 정도밖에 오지 않는 키로 열심히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며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면서 귀가 녹아내릴 정도로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응? 그, 도, 동생…이세요?”

…이 무서울 정도로 귀엽고 예쁘게 생긴 게 내 누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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