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관계 (4)
저는 동생의 말이 믿기지 않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어요.
나쁜 일이 있으면 점점 서로가 싫어지고 헤어지게 되는 게 당연한데, 동생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말하고 있었어요.
놀라면서도 저는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있었고, 동생은 그런 저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어요.
“하아아….”
화나고, 속상하고, 답답하고…여러 감정이 뒤섞인 한숨이 느껴지자 저는 온천 안에 있는데도 무척 서늘하게 느껴져 몸을 부르르 떨었어요.
저는 이상하게도 동생이 저를 미워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자 칼에 찔리는 것처럼 속이 아파져 오면서도 지금이 정말 동생을 멈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동생에게 미움받을 만한 말을 입 밖으로 꺼냈어요.
“나, 나 미워하게 될 수도 있어요.”
“안 미워해요.”
“숨기는 것도 있어요….”
“…뭔데요?”
저는 정말 잠깐 입을 다물고 있다가, 결국 어젯밤부터 숨기고 있었던 사실을 말해줬어요.
“…합격, 했어요.”
“네?”
“합격 통지, 어제…교수님한테 받았어요.”
말하면서도 동생이 화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는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떨군 채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어요.
그런데 동생은 그런 제 모습을 보고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어요.
“그래서요?”
“네?”
“그거 말고 숨긴 거는?”
저는 예상과는 달리 덤덤한 동생의 태도에 당황해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다시 동생이 잘 이해할 수 있게 세세하게 얘기해줬어요.
“…합격 통지 숨겼어요.”
“방금 말했잖아요.”
“세, 섹스…해도 되는데…숨기고 있었…다구요.”
동생은 제 말을 듣고 잠시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는 듯 입을 다물고 있더니, 뒤늦게 이해했는지 조금 상냥하게 대답해 줬어요.
“배란기니까 불안해서 그런 거에요?”
“어? 네, 네에….”
“그럼 그럴 수도 있지…저도 너무 흥분해서 자꾸 안에 싸고 싶어 했잖아요. 미안해요.”
저는 정말로 동생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해 보이자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어요.
하루종일 고민하고 동생에게 미안해한 건데, 동생은 별일도 아니었다는 게 황당한지 한숨을 쉬고 있었어요.
“그거 말고도…저기, 이상한 거….”
“뭔데요.”
“가슴…작잖아요.”
“이거 몇 번째에요? 골반이 크잖아요. 그리고 누나 가슴 작은 건 아닌데?”
“그치만, 남자 경험도 없고…누나같지도 않고….”
“귀여워서 좋은데요?”
“다른 여자 사귀고 싶어질 수도 있잖아요…누나는, 그냥…매일 집에서 보게 되니까…좋아진거고….”
저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하면서도 속이 상하고 아파져 와 점점 더듬거리고 울먹이며 말했어요.
그러자 동생은 제 입에 손끝을 대고 말을 못 하게 하더니, 화가 난 듯 차가운 눈빛을 제게 향하다가 몸을 일으켜서 온천 밖으로 나가 걸어갔어요.
“나와봐요.”
저는 아무 생각도 없이 동생이 시키는 대로 조용히 일어나 서늘한 공기 속에서 천천히 동생을 따라갔어요.
동생은 몸을 씻는 곳에서 대충 발을 씻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더니 준비되어있던 가운을 걸쳤어요.
저도 동생과 똑같이 하고 조용히 동생을 뒤쫓았고, 방 안에 도착하자 동생은 가방을 열어 안을 뒤적이더니, 갑자기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어요.
“…별로 대단한 건 아닌데.”
동생이 꺼내 든 건 자그마한 상자였어요.
저는 갑자기 동생이 저를 불러 상자를 보여주자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가만히 서 있었고, 동생은 그런 제 앞에 마주 서더니 천천히, 상자를 제 쪽으로 돌려 열어줬어요.
그리고 저는 상자 안에 든 물건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을 잊었어요.
상상도 해 보지 못한 물건이 안에 있어서…숨이 막혀왔어요.
“손.”
상자 안에 들어있는 건 자그마한 반지였어요.
특이하게도 목걸이 끈에 이어져 있는 반지를 동생은 천천히 꺼냈고, 저는 동생의 목소리에 저절로 몸이 반응해 손등이 위로 가게 왼쪽 손을 내밀었어요.
그러자 동생은 제 손을 잡아 손바닥이 위로 오게 돌려주고는 손안에 목걸이 줄을 흘려 올려주었어요.
“…숨길 수 있게 목걸이 줄도 같이 샀어요.”
“어? 어?”
“저는…계속 낄 거지만, 누나는 목걸이로 숨겨서라도 해주면 좋겠어요.
“그, 그치만…이거….”
“나도 누나랑 이런 거 하고 싶고, 좋은 일도 같이하고 나쁜 일도 같이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해요.”
"그렇지만, 그치만…어….?"
"다른 여자랑 이런 거 안 해요."
저는 손 위에 올려진 목걸이를 보고…그 목걸이 끈에 이어져 있는, 작게 반짝이는 정말 보석 장식 같은 건 전혀 없는 깔끔한 디자인의 가는 은반지를 가만히 보다가 부들부들 떨며 젖은 눈을 크게 뜨고 동생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바, 바, 받아도…괘, 괜찮아요…?”
“받아주세요.”
“그치만, 나…누나, 인데…저기, 이, 이거….”
“혹시 디자인이 별로라서 그래요?”
“아뇨! 좋아요! 그…잠깐만요…!”
동생이 뭔가 걱정되는 듯 반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져가려는 것처럼 손을 뻗어 말하자 저는 혹시 빼앗길까 봐 황급히 주먹을 쥐었어요.
그리고 반지를 소중하게 품에 안은 채 동생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정말로, 받아도 괜찮아요…?”
“싫어요?”
“좋아요! 좋아…너무 좋은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어요.
정말 받아도 되는 걸까?
이런 거,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걸까?
근친인데…남들한테 절대 말하면 안 되는 건데, 들켰다가는 큰일 나는 건데….
동생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데, 이렇게 기쁜 걸 해도 될까?
“정말로…이런 거…해도 괜찮아요?”
“해줘요.”
“정말, 후회 안 해요? 정말로 마지막 기회에요…정말, 진짜 마지막이에요.”
“후회할 시간 지났어.”
“…나쁜 일 많이 생길 거에요.”
“좋은 일은 안 생기고?”
동생은 제 말을 듣고 비웃는 것처럼, 정말로 별것도 아닌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코웃음을 치며 말했어요.
그리고 저는 신기하게도 그 모습을 본 것만으로 제가 고민하던 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졌어요.
그냥 동생한테 다 맡기면 된다고…정말 비겁하고 이기적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동생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생한테 모든 걸 다 넘겨주고 싶어졌어요.
정말로 모든 걸, 제 생각도, 몸도, 마음도 전부….
제 인생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동생이 원한다면 언제든 뺏어올 수 있게.
언제든, 동생이 원하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완전히 구속되고 싶어졌어요.
근친이라는 관계를 누군가에게 들키면 큰일 나니까, 내 인간관계가 부서지니까.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으니까.
들킨 순간 내게는 동생밖에 남지 않게 되니까.
저는 가까이에 있던 동생의 핸드폰을 찾아 동생의 손에 쥐어주고…부탁했어요.
“…끼워주세요.”
“뒤돌아봐요.”
“목에 말고….”
저는 목걸이 끈을 풀고, 반지를 꺼내 동생의 손에 쥐여줬어요.
그리고 왼손을 내밀어서 두근두근 하면서도 자꾸 눈이 젖어들어 가는걸 참지 못해 울기 직전이 되어버린 눈으로 동생을 가만히 올려다보면서 부탁했어요.
“껴주는거…촬영해주세요.”
“영상 찍어달라고요?”
“…네, 절대로…끊지 말아 주세요.”
저는 동생의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았어요.
그 상태로 저도 모르게 머리를 쓸어넘기며 정리하고, 잔뜩 긴장하고 잔뜩 흥분한 채 정말 조심스럽게…살며시 손을 들어 올려 내밀었어요.
동생은 대단한 일이 아닌 것처럼 촬영하기 시작했지만, 저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천천히 왼손 약지에 반지가 끼워지기 시작하고, 동생이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아 머릿속이 눈이 내린 것처럼 새하얘졌어요.
저를 동생의 여자로 하고 싶다는 의미로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왼손 약지에 딱 맞는 반지.
저는 눈물을 글썽이며 가만히 반지를 내려다보다가, 상자 안에 있는 다른 반지를 꺼내, 동생의 손에 끼워줬어요.
저랑 마찬가지로 왼손 약지에 들어간 반지는 누가 봐도 서로 이어진 것처럼 보였어요.
“저, 저는….”
저는 가만히 숨을 죽이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며 동생의 손과 제 손을 번갈아 봤어요.
그리고 조용히…카메라를 바라보면서, 카메라 너머의 상대가 누가 될지 모르지만 눈앞의 동생일지도, 다른 누구일지도 모를 상대를 생각하면서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어요.
“저는…동생하고, 섹스할 거에요.”
저는 일부러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천박하고, 상스러워 보일 단어를 말하며 천천히 가운을 내렸어요.
이미 준비되어버려서, 지금부터 할 말과 행동에 흥분해버려서 유두가 잔뜩 세워져 있고, 붉게 상기된 피부와 수분이 남아 반들거리는 피부가 렌즈 앞에 드러났어요.
“저는, 동생이…좋아요…그냥 동생이 아니에요…근친, 이에요.”
왜…근친상간 같은 걸 영상으로 남긴 것인지 지금 이해되어버렸어요.
왜 성인용품점 같은 곳에, 진짜 남매사이 같은 사람들끼리 찍은 영상이 남아있었는지.
어째서 인터넷에 그런 영상들이 올라가기도 하는 것인지…제멋대로 이해했어요.
“누가 될지 모르지만, 저는 동생이 아닌 남자를 좋아할 생각이 없어요.”
어쩌면 다른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저는 멋대로 제가 생각한 이유가 맞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런 의미를 담아서, 영상을 찍히기로 했어요.
“영상을 보는 당신이 제 동생이 아니라면, 죄송해요…저는 절대로 당신의 것을 제 안에 받아줄 생각이 없어요.”
만약, 정말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된다고 해도…동생하고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온다고 해도, 절대로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애초에 그런 상황도 싫고, 다른 남자를 만나느니 차라리 동생하고 도망가고 싶지만…지금 찍히는 영상은 저의 기분은 상관없었어요.
“제 안에는 동생의 정액만 받아주고, 동생에게만 절정하고, 동생의 앞에서만 진심으로 기뻐할 거에요.”
동생인 게 싫을 정도로 좋아.
하지만, 동생인것도 더해서 좋아.
혹시라도…정말 혹시라도…어쩔 수 없이 비밀을 지켜야 하니까 결혼해야 한다고 해도
다른 남자한테 여기 허락해 주고 싶지 않았어요.
동생이 절 빼앗아주길 원해요.
혹시라도 저항하면…강간해줘도 괜찮아요.
혹시라도 결혼하면…이혼시켜주면 좋겠어요.
“제 몸은…동생, 전용이에요. 입술도, 가슴도, 보지…도, 아가방, 도…전부, 동생의 아이만을 임신하고, 기뻐하게 해주기 위해서….”
혹시라도, 가정을…꾸리고 싶어 하면….
몰래….
아가…만들고 싶어요..
못되고, 해선 안 될 생각이지만, 가져선 안 될 마음이지만….
만약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잘되지 않는다면 뭔가 나쁜 방법을 써서라도…계속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동생이 남자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영상을 보는 게 동생이라면…언제든지, 이 영상을 보면서, 혹시라도 제가 저항하고 싫어하면 이 영상을 보여주면서…혼내주세요.”
저는 배꼽 밑에 손을 대서, 어디를 혼내주길 바라는지 보여줬어요.
“언제나처럼, 당연한 것처럼 누나 보지에 박아주세요, 울어도 멈추지 말고 조금도 참지 말고 마음대로 해주세요.”
일부러 노골적이고 천박한 단어를 써서 점점 더 영상을 위험하게 만들었어요.
“동생 전용으로 해주세요, 동생만 가질 수 있는 곳에 아기씨 잔뜩 해서 영역표시 해주세요.”
쪼그려 앉은 채 다리를 벌리고 두 손으로 보지를 벌려, 음란하게 말했어요.
“누나랑…정말, 조금도 참지 않고…이불 위에서, 신혼부부처럼….”
분명 이런 거, 제가 남자친구가 생기거나 결혼하거나 하면 보여주자마자 욕을 먹으며 헤어지게 될 거에요.
파혼당하고, 멸시당하며 동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될 거에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버렸다가는 무조건 결별 당하고, 동생에게 묶일 수밖에 없게 될 거에요.
제가 동생의 여자라는 걸 증명하는, 배덕적이고 음란한 관계라는 걸 알리는 서약이, 동생이 언제든 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약점을 촬영한 영상이 될 게 분명했어요.
“섹스, 해주세요.”
분명 그러길 바라니까, 영상을 찍은 걸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