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7화 〉관계 (1) (127/156)



〈 127화 〉관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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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저는 결국 예정보다 늦게, 체크아웃 시간이 넘어서야 방을 나올 수 있었어요.
저는 샤워도 제대로 다시 하지 못하고 땀에 젖은 몸을 대충 씻고 나왔고, 동생도 마찬가지로 급하게 씻은 뒤 서로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걸 느끼며 부끄러워하면서도 손을 잡고 느릿하게 방에서 나왔어요.
그 후에도 엘리베이터에서도 잠깐 틈이 나면 서로 키스하고, 조금 걸어가다가도 둘이서 있는 순간이 생기면 키스하고….

동생과 키스를 하며 저는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갑갑해졌어요.
분명 편하게 입고 나왔는데도 자꾸 옷이 불편하고, 머리를 묶은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다시 눕고 싶고, 땀에 젖어서 기대고 싶고, 잔뜩 몽롱해지고 싶어서…이성을 잃어버리고 싶어서 곤란했어요.
동생하고 손을 맞잡은  행복한 기분에 젖어 리조트 밖으로 나와서 길을 걸으면서도 그런 기분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어요.

“쪼옥…쪽…하아…사, 사람…와요….”
“…갔네요.”
“네에…쪽, 쪽, 하아…쭈읍….”

바보가 되어버려서 동생하고 같이 있는 것밖에 생각하지 못하게 되고….
동생하고 부부…신혼부부 취급 당하는 게 자꾸 두근거려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들 그렇게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동생하고 키 차이가 나고 그리 닮지 않았다는 게 기쁘기까지 했어요.

남매가 아니라 평범한 짝으로 보이는구나.
…아무도 모르니까, 평범한 연인처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좋아해.”
“저도, 요….”

길거리에 숨어서 서로 좋아한다고 속삭이고, 몸을 기대고 맞출수록 점점 더 저는 꿈에 빠져드는 것 같아 머릿속이 어지러워졌어요.
이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동생과 부부라는 오해를 받을수록 행복하면서도 곤란하고, 지금 이런 게 전부 환상처럼 느껴져서 무척 애가 타고, 속이 상한데도…기분 좋아서….
자꾸, 이대로 돌아가지 않고 싶어지게 되고 있었어요.

이제 겨우 하루, 이틀 지났을 뿐인데…동생하고 사귄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이렇게 기분 좋고 행복할 거라고는 생각  했어요.
그런데도 어딘가 부족해서, 결국 동생이라는 사실이 너무 아픈데…그래도 그런 점도 좋아서….
동생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모르겠어요.
정말로 도저히 모르겠어요.

왜 하필 내가 이렇게 좋아하게 되는 사람이 동생인 건지….
그리고 그걸 넘어설 만큼 너무 좋아서 참을 수 없다는 게 힘들면서도 좋아서 괴로우면서도 동생도 저를 좋아해 준다는 게 기뻐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요.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정말로 좋아해도 되는 걸까?
잠깐이라도, 행복해도 될까…?
마음속으로는 계속해서 고민하면서도 그냥 이대로 바보가 되어 버리고 싶어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동생하고 잔뜩 좋아하고, 섹스하고…뒤얽혀 버리고 싶어서 가슴이 떨려왔어요.

풍경이 안 보일 정도로 좋고, 여기가 어디인지 잊어버릴 정도로 좋고….
같이 먹는 음식의 맛이 잘  느껴질 때도, 단순히 같이 먹는 것만으로 너무 맛있어질때도 있고.
 쉬는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고, 핏줄 하나하나, 피부 한곳 한곳이 다 신경 쓰이고….
팔에, 손에, 목에 자그마한 점이 있기라도 하면 하나하나 위치를 기억해 버릴 정도로 너무 좋은데.

좋아했다가 나쁘게 끝나면 어떡해야 할까…?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키거나 해서…정말 힘들어지면 어떡하면 좋을까?
제가 동생의 인생을 망쳐버리는 건 아닐까 자꾸 걱정되면서도….
그냥, 얼굴만 보면 너무 좋아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바보같이 그냥 좋아서…그런데도 또 나쁜 일이 생길까 봐 겁나서….
이미 저는 그런 결과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본만큼, 동생과 제 관계는 그것보다도 더  좋을  있는 만큼 불안했어요.
동생이라면 평생 같이 있을 수 있는데, 동생으로서 좋아하기만 해도 난 만족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꾸 서로 이성으로 보이니까….

동생이어도 괜찮다는 생각에, 섹스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에 자꾸 선을 넘어버리고, 누나로서 보여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보이고, 부끄러운 욕망을 잔뜩 드러내 버리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생이니까….
그냥 바보가 되어 버리고 싶어요.
그런데도 잠깐 떨어지면 불안해서, 떨어지게 될까 봐 무서워서 시작도 하지 않는  좋은 걸까…고민이 들고 있었어요.

지금까지는 계속 거짓말해왔지만, 이 잠깐 사이에 결국 동생하고 사귀자는 말까지 하면서…점점 불안감이 커졌어요.
정말 괜찮은 걸까?
힘들게 되면 동생도 마음이 식지 않을까?
어려워지면…싫어지지 않을까?

결국, 남녀관계라는건 언젠가 멀어질 수밖에 없었고, 남매 관계라는 건 멀어지려 해도 멀어질 수 없는 관계였어요.
동생을 너무 좋아해서 참을 수 없다고 해도, 정말 제가 동생을 남자로 봐도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대로 나쁜 일이 생겼다가 멀어지면 어떡해야 할까 불안해요.
그런데도 좋아….

“…해 지고 있네요.”
“네….”

해가 질 때까지 그냥 크게 떠들거나 하는 것 없이 서로 조용히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좋고, 같이 과자를 사 먹으며 웃는 것도 좋고, 식사하면서 서로 먹을  나눠주는 것도 좋아요.
남들 모르게 키스하고 장난치는 것도 좋고, 야한 장난을 쳤다가도 정말 서로 두근두근하며 바라보는 것도 좋고, 굳게  있는 몸에 가만히 기대어 있는 것도 좋고….
서로 심장을 맞대고 조용히, 두근두근거리는 고동이 조금씩 맞춰져 가는걸 느끼는 것도, 숨을 섞으며 호흡을 맞춰가는 것도 좋아.

좋아.
너무 좋아서, 지금 너무 좋으니까….
이게 계속되었으면 싶으니까…불안해요.
섹스하는 순간, 분명 이제는 남매관계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어요.

남매지만 남녀로 완전히 변하게 되는 거에요.
이미 멈출 수 없다고 생각되긴 했지만….
동생을 좋아하는 만큼 헤어지는 게 벌써부터 무서웠어요.

그런 생각이 전부 바보 같다는 걸 알면서도, 정말 괜찮은 걸까 고민이 되어서….
어떡하면 좋을지 알기 어려운데도 자꾸 동생만 보면 바보같이 행복해지고 기분이 이상해졌어요.

아무 생각도 없이 소유 당하고 싶어….
그냥, 동생이 마음껏…억지로 가져가 줬으면 좋겠어요.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아요.
하지만 역시….
앞으로, 안 좋은 일로 가득해져서 동생이 절 안 좋아하게 되면 어떡해야 할지 고민이 돼요.

“…료칸 갈까요?”

저는 동생과 같이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공터에 앉아 서로에게 기대고 있다가 해가 져 가는 걸 보고, 천천히 일어났어요.
인터넷과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이미 대략적으로 알아봤어요.
저는 온천 리조트 때문에 손님들도 줄었을 테니, 분명 방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동생과 함께 료칸으로 걸어갔어요.

천천히 걸어가면 10분 정도가 되지 않아 도착할만한 곳이었고, 생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있었어요.
그리고 원래 가기로 한 료칸에 도착한 저는…지도를 보면서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없어 당황했어요.

“…어?”

료칸이 있어야  자리에는 공사 중이라고 적힌 천막이 쳐져 있었어요.
앞에 적혀있는 알림판을 읽어보니 이 료칸은 이미 팔려서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고, 저는 뒤늦게 연락이 되지 않을만한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은 과거의 저를 마음속으로 욕했어요.

“…망했나 보네요.”
“자, 잠깐만요….”

저는 다급하게 인터넷을 켜 주변에 다른 료칸이 있는지 찾아봤어요.
동생은 일본어를 할  몰라 제가 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었고, 저는 주변 료칸에 최대한 많은 전화를 돌려봤어요.

하지만 이미 다른 료칸들 중에 객실이 빈 곳이 없었어요.
한 곳에서 온천 리조트가 들어오며 여러 료칸들이 문을 닫거나 리조트와 합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해줬고,  이런 상황이 된 건지는 알 수 있었지만….
저는 벌써부터 동생과 제게 안 좋은 일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같아 가슴이 갑갑해졌어요.

“괘, 괜찮아요…리조트 돌아가서…하루 더 거기에서 묵어요.”

동생과 함께 리조트로 돌아간 저는 이미 해가 져버린 밖을 보며 다른 객실을 예약하려고 로비에 얘기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뭔가 잘못된 것처럼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죄송합니다, 지금 그 가격대의 객실은 다 나가서….”
“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오셔서, 그 위의 객실은 어떠신가요? 아, 잠시…죄송합니다, 좀 더  등급의…객실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곤란하게도 타이밍이 안 좋게 겹쳐 방이 없었어요.
카드를 써서 무리하면 낼 수는 있다는 생각에 카드를 긁어보려 했지만, 이번에도  좋은 일이 생겼어요.

“죄송합니다 손님…카드가, 안 읽히네요.”
“다, 다시 긁어봐 주세요.”
“현금은 어려우실까요?”

일이 연속해서  풀리자 저는 점점 가슴이 갑갑해졌어요.
동생은 전혀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제 표정을 보고 안 좋은 상태라는 걸 아는지 가만히 있었고, 저는 한숨을 쉬면서 다른 카드를 찾아봤어요.

“…한도 초과십니다.”
“으….”

저는 순간적으로 여기에서 못 자면 대체 어디서 자야 하는 걸까 하고 반쯤 포기하며 대책을 생각했고, 이미 다른 여관들을 알아보고 왔다는 사실에 울고 싶어졌어요.
동생하고 즐겁게, 기분 좋게 있고 싶은데…왜 갑자기 이런 나쁜 일이 생기는 걸까.

“괜찮으시면 가까운 다른 여관을 알아봐 드릴까요?”
“이미 알아봤…네에, 알아봐 주세요.”

직원은 제 상황을 파악한 것인지 무척 신경 써주며 얘기해줬지만, 저는 머리만 아파져 왔어요.
어디서 자야할까…원래는 동생하고 같이 혼욕하다가 자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보다, 동생에게 안 좋은 기억을 남길까 봐 무섭고 불안했어요.
좋은 기억만 같이 하고 싶은데….

“저기…괜찮으세요?”
“어…?”

그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등 뒤에서 기억에 남는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무녀옷이 아닌 평범한 옷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얼굴만 봐도 기억에 남는 특이한 사람이었어서 등을 돌리자마자 누군지 알아봤어요.

“들어보니까…잘곳이 없으신  같은데….”

무녀의 말을 듣고 저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미 조금 지쳐버린 데다 어떡해야 할지 방법을 알 수가 없어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계속해서 얘기를 듣고 있었는지 말없이 가만히 서 있던 무녀는 저와 동생을 가만히 바라보고 뭔가 결심한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대로 제게 조심히 다가온 무녀는 저에게만 들리게 작게 속삭였어요.

“실례지만, 혹시 남편분은 상황 알고 계신가요?”
“…아뇨.”
“이상한 말이라는  알지만, 도와드리고 싶어요.”

저는 누군가 꾸며놓은 것처럼, 갑자기 나타나 저를 도와주고 싶다는 무녀의 말에 조금 당황했어요.
그리고 대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도  수가 없어 가만히 서 있자, 무녀가 얼굴을 붉히며 얘기했어요.

“제가 무녀 일을 제대로 하게 된 이후 신사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신혼부부시거든요.”
“네?”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거라는  아는데, 이것도 하나의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도와준다는 말에 망설여졌어요.
이상한 일인데…이렇게 도와주는 건 여행지에서 아예 없는 일은 아니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정말 드문 일이고, 민폐를 끼치는 건데….

“마침 오늘이 제가 옛날 료칸을 잠시 관리하고 오는 날이기도 해서…그런데 딱 맞게 곤란해 하시는 분을 보게 된 건 뭔가 이끌어 주셨다고 생각해요.”
“어? 네….”
“갑작스럽게 죄송해요, 불안해하실 것 같아서 본론부터…불편하실지 모르지만, 잘 곳 정도는 제공해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저는 조금 전까지 가지던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도 잊은 채 무녀의 얘기에 넋을 잃고 있었어요.
도와준다면…그렇게 해준다면 저야 고맙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요?

“무슨 얘기에요?”
“아, 그게…그, 무녀님이…저희 갈 곳 없으면 재워 준다고….”

저는 대화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던 동생이 물어보자 곧바로 무슨 얘기인지를 얘기해줬어요.
그러자 동생은 안 그래도 불안해하던 제가 걱정되었는지 곧바로 무녀에게 두 손을 모으며 합장하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어요.

“땡큐.”
“어머, 어머…남편분은 괜찮으신 것 같네요.”

저는 동생이 인사하는 게 부끄러워져 얼굴을 붉혔지만, 결국 눈을 감고 동생과 함께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어요.
하루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동생하고 돌아다니며 이미 해도 져 가고 있었고, 슬슬 잘 곳을 찾아야만 했기에 어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너무 미안해져서 무녀에게 숙박비로 쓰려고 했던 남은 돈을 드리려 하자, 무녀가 곤란하다는 듯 얘기했어요.

“이끌려서 베푸는 것뿐이니, 이러지 마세요.”
“그래도….”
“저…가족이  많아요.”

무녀는 어쩐지 수줍어하며 얘기했고, 저는 결국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예 받지 않으려 하는 태도에 머물게 되면  안에 몰래 숨겨놓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돈을 다시 집어넣었어요.

“잠깐만, 여기에서 기다려주세요.”

무녀는 그대로 갑자기 리조트 안으로 걸어가더니, 정말로 잠시 후에 손에 녹슨 열쇠를 하나 들고 나왔어요.
평범한 열쇠가 아닌, 옛날 자물쇠에 들어갈 만한 커다란 열쇠였고, 끝에는 나무패가 달려 ‘달의 연못’ 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네.”
“그러면…갈까요?”

저는 동생과 함께 무녀를 따라서 리조트 밖으로 걸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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