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일본여행 - 온천마을 (5)
몸의 물기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끔하게 말린 저는 다시 유카타를 입고 여탕 밖으로 나왔고, 바로 앞에서 어느새 일본 여자 손님들에게 말을 걸어지며 곤란해 하고 있는 동생을 볼 수 있었어요.
“에에~사진 같이 찍어요. 한 장만요~”
“저기, 외국 분이세요? 일본에 얼마 동안 있어요?”
“멋있다아…진짜 키부터 일본사람하고 달라…섹시하다는 말 알아들어요? 섹시….”
동생은 전혀 일본어를 못하고 영어도 잘 못 해서 정말 지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여탕에서 제가 나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하게 달려오더니 저를 한쪽 팔로 끌어안으며 말했어요.
“후으윽…!”
“…my wife.”
“아아…뭐야아, 결혼했어…?”
“난 결혼해도 괜찮은데….”
“하긴…저정도면…아니, 가자 알아들으셨나 봐. 일본인이랑 외국인 부부신가 봐.”
“앗, 화나셨나 봐 어떡해…죄송합니다~”
동생에게 치근덕대던 여자들은 동생에게 끌어안아 진 제가 얼굴을 붉히며 부들부들 떨자 놀라며 도망쳤고, 동생도 제가 갑자기 두 손으로 동생을 잡으며 몸에 매달려서 떨어대자 당황해서 끌어안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왜 그래요…? 어지러워요? 아파요?”
“잠까안…저기잇…하아아아…사, 사람 없는데에….”
저는 부들부들 떨며 젖은 눈으로 동생을 올려다봤고, 동생은 저를 끌어안아 부축해주듯 탕 옆의 구석에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어요.
사람이 전혀 없는 곳에 가자 저는 곧바로 참았던 숨을 뱉어내며 다리에 힘이 빠졌고, 동생은 그런 제 허리를 안아주며 가만히 있어 줬어요.
“하아아아아아…하아아아앙….”
움찔움찔 떨며 동생이 어깨를 잡아 안아 준 것만으로 남들이 보는 앞에서 가버린 저는 수치심에 눈가가 젖어들어 가면서도 고양이처럼 작게 울음소리를 내버렸어요.
동생은 놀라서 저를 끌어안고 있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제 턱에 손을 대서 올려서 잔뜩 붉어진 제 얼굴을 내려다보던 동생은 정말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혹시…갔어요…?”
“죄, 죄송해요오….”
저는 겨우 끌어안아 진 것만으로 심지어 남들 앞에서 가버렸다는 게 너무도 수치스러워서 눈물이 살짝 흘러나오며 입을 작게 벌린 채 사과했고, 동생은 제가 진정할 때까지 안아주고 있다가 아무 말 없이 손을 잡고 조금 비틀거리는 저를 데리고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 줬어요.
그대로 엘리베이터 앞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동생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정말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제게 정말 듣는 것만으로 더 부끄러워져서 울어 버릴 것 같을 정도로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밥 먹지 말고 올라갈까요?”
“밥 먹을 거에요….”
뷔페가 준비되는 레스토랑 층으로 올라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저는 조금 멍한 상태로 동생을 따라서 식당 안으로 들어섰어요.
뷔페식당은 정말 너무 많은 요리가 준비되어 있어서 다 먹지도 못할 것 같았어요.
식당 안은 밖이 훤히 보이는 유리로 된 벽과 고풍스러운 서양식 인테리어에 요리가 준비된 공간만 포장마차 같은 느낌의 일본식 디자인, 벽 쪽에서 가져가는 요리들은 실시간으로 요리사들이 주문한 대로 요리해서 주는 형식을 하고 있었고, 저는 동생과 마을에서 나는 야채들을 사용해 만든 감자조림과 눈앞에서 살아있는 생선을 잡아 떠준 생선회, 커다란 새우튀김과 스테이크를 받아와 자리에 앉아서 먹었어요.
“이거 소금이 녹차 소금이라는 거래요.”
“이런 걸 팔아요?”
“아까 다른 손님하고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여기 주방장이 직접 만드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맛있다…누나도 먹어요.”
새우튀김 하나도 정말 정성껏 튀기는걸 눈앞에서 보여주고 소스도 전부 직접 만들어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식당은 뷔페라고 하기엔 정말 너무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몇 번이나 요리들을 가져오며 해산물, 지역 요리, 튀김, 절임 등을 먹은 저는 마지막으로 리조트에서 직접 발효시켜서 만들었다고 하는 요거트를 가져왔고, 동생은 따뜻한 차에 양갱을 먹으며 식사를 끝냈어요.
식사하면서 몸에 잔뜩 쌓인 열기가 식는 것처럼 천천히 진정 됐고, 요거트를 먹을 때가 되어선 꽤 괜찮아져서 저는 너무 배부르지 않게 먹으려고 주의하며 마을에서 수확했다는 포도와 복숭아를 먹었어요.
“맛있어요…요거트도 먹어봐요!”
“뷔페식당인데 요리를 적은 양으로 계속해서 만드나 봐요. 뷔페 아닌 것 같고 요리도 되게 고급스럽네요…여기는 모든 손님이 다 여기로 와서 먹는 건가 봐요.”
“아…원래 료칸에서 해 주는 건 카이세키 요리라고 하는데…좀더 비싼 방이면 각 방마다 요리사들이 들어가서 요리를 설명해주면서 매일 다른 메뉴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뷔페가 상대적으로 덜 좋아 보이네요.”
더 비싸고 좋은 식사에 비해 부족할 뿐 뷔페는 정말 감탄할 정도로 고급스러웠고 만족스러웠어요.
“정원 산책할래요?”
“괜찮아요?”
“네에! 배부르긴 해도 움직일 수 있어요.”
“그걸 물어본 게 아닌데….”
식사를 마친 저는 동생과 그대로 로비로 내려와 정원을 거닐었고, 실내 정원뿐 아니라 실외에도 있는 일본식 정원에서 잔뜩 사진을 찍고 놀았어요.
사람들도 꽤 많은 데다가 커플이나 부부가 대단히 많아서 동생과 저는 어느새 남들처럼 서로 착 달라붙은 채 연인 같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고, 서로 키스를 하는 모습을 찍어서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어요.
“핸드폰 남한테 보여주면 안 돼요…?”
“비밀번호 걸려있는 웹하드에 저장하니까 괜찮아요.”
“…나중에 저도 공유해주세요. 쪼옥…쪽….”
애정이 어린 사진을 잔뜩 찍고 나자 어느새 밤이 깊어졌고, 저는 동생과 정원에 살짝 숨어서 키스하다가 발소리를 듣고 도망치듯 건물 안으로 돌아왔어요.
“…탁구 할래요?”
“내기?”
“진 사람이 소원 들어주기?”
“…감당할 수 있어요?”
건물 안에는 실내 정원과 인공 연못만 있는 게 아니라 가라오케라고 적힌 일본 노래방, 선물가게, 게임센터와 탁구장도 있었고, 게임센터에서 유카타를 입은 채 동생과 또 스티커 사진을 찍은 저는 게임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같이 밖으로 나오다가 탁구장을 보고 동생에게 말했어요.
동생은 이길 자신이 있다는 듯 내기를 하자고 말했고, 저는 동생과 내기를 걸고 탁구를 치기 시작했어요.
“아니, 왜, 이렇게…잘해요?!”
“아하하하! 대학에 있는 선수단 애들하고 자주 하고 놀았거든요! 맨날 졌지만요!”
“네에?! 아니…좀 봐줘요!”
“그러면 스매시는 안 칠게요!”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저는 원래 공격적이게 하기보다는 수비적으로 기다리는 탁구를 좋아했고, 압도적인 차이로 동생을 이겨버리고 신나서 탁구 채를 한 손에 들고 동생에게 비어있는 손을 내밀어 브이자를 해 보였어요.
“이겼어요!”
“졌다…아니, 못 이기겠다…진짜….”
동생도 운동신경이 좋아서 잘하긴 했지만 별로 경험이 없어서인지 조금만 스핀을 걸어도 당황해서 잘못 쳤고, 저는 동생과 놀아주는 것처럼 오랫동안 공을 주고받다가 스핀을 이리저리 걸어서 게임을 끝내버렸어요.
제자리에서 요리조리 공을 보내며 농락하듯 동생을 뛰게 한 저는 땀이 거의 안 나다시피 하며 조금 몸이 따뜻해진 정도에 불과했지만, 동생은 잠깐 탁구를 한 정도로 온몸에 땀이 나서 벌어진 유카타 사이로 땀방울이 몸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후우우우우….”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뒤로 넘긴 동생은 눈을 살짝 감고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제게 다가왔고, 저는 갑자기 동생이 이런 야한 모습으로 다가오자 깜짝 놀라서 두근두근하며 입을 가리고 굳어버려서 가만히 올려다보기만 하고 있었어요.
“소원, 뭐에요?”
“네, 네? 네?”
동생은 제 앞에 서서 전등 빛이 가려지도록 하며 후광처럼 보이도록 빛을 등진 채 그늘진 모습으로 내려다보며 말했고, 저는 정말 쿵쾅쿵쾅 뛰어대는 심장 소리에 귀가 잘 안 들리는 것 같아서 되물었다가 뒤늦게 동생이 한 말을 이해했어요.
가만히 서서 바로 앞에 있는데도 동생을 힐끔거리던 저는 탁구채로 입가를 가리면서 정말 저도 모르게 잔뜩 수줍어하며 말했어요.
“그, 그게…뽀, 뽀뽀…해, 주세요….”
“…뽀뽀요?”
“뺘, 뺘, 뺨에…아니면, 이마에….”
“그게 소원이에요?”
저는 지금껏 키스는 했지만 이런 정말로 애정어린 표현은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게 생각나서 어린애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해버렸고, 동생이 확인하듯 묻자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어요.
그러자 동생은 정말 누나가 아니라 동생을 보는 것처럼 귀여워하며 웃더니 머리가 헝클어질 정도로 쓰다듬다가 그대로 이마가 드러나게 머리를 쓸어올려서 쪽 하고 키스했어요.
“쪽, 쪽, 쪼옥, 쪽….”
“앗, 잠깐, 저기, 한번이면….”
“하아…쪼옥…쪼옥….”
“후읏…후윽….”
동생은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잡고는 그대로 이마에, 눈 위에, 코에, 볼에 입을 맞추더니 목에 입술을 가져다 댔고, 또 길게 빨아들이듯 키스해댔어요.
당황해 제가 동생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부들부들 떨자 불편하다는 듯 머리카락을 쓸어 제친 동생이 다시 입술을 대 깊게 빨아댔고, 천천히 입을 떼어주더니 뜨거운 숨을 길게 내쉬고, 눈가를 적신 채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숨을 고르고 있는 저와 눈을 마주쳤어요.
“하아…하아…하아….”
반쯤 감은 채, 정말 위험한 눈빛을 하고 먹이를 보는 맹수처럼 요사스럽게 빛나는 눈빛을 하고 있던 동생은 입가가 점점 올라가더니 살짝 벌어진 이를 혀끝으로 핥으며 제 눈을 지긋이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조금씩 얼굴이 가까워졌고 긴장하면서도 젖어가던 입술이 쪽 하는 소리를 내며 동생의 입술에 맞춰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