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일본여행 - 온천마을 (3)
동생은 얘기를 듣고 보니 신경이 쓰이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저는 동생과 함께 흙길을 걸어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언덕에 도착했어요.
그대로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돌로 만들어진 계단을 올라 커다란 토리이를 몇 개나 지났고, 붉은색이 조금 흐려져 갈색이 섞여 보이는 토리이를 지나며 말했어요.
“이거는…토리이라는건데…일본 신사에서는 이승과 영계를 이어주는 문이라고 해서, 이걸 지나간다는 게 신을 만나러 간다는…물 필요해요?”
“아뇨, 괜찮아요.”
“일본은 토속신앙이라서 정말 신사마다 다른 신을 모시고, 기도하는 것도 다르고 들어주는 것도 다르다고 하거든요…지역마다 종교가 다르다고도, 같다고도 할 수 있어요.
계단은 꽤 높았지만, 평소에 운동을 계속한 덕에 올라가는 게 별로 힘들지는 않아서 동생에게 일본 신사에 대해서 얘기해 주며 올라왔어요.
마을에서 제일 높은 높이까지 올라오자 계단이 끝나면서 신사가 보였고, 신사 위에는 뜻밖에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어요.
“어…? 여기 뭔가 유명한 곳인가 봐요.”
사람들은 모두 마을 사람이 아닌 관광객처럼 보였고, 특이한 점은 모두 다 부부와 커플로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다들 소원을 비는 사당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부적을 파는 건물에 모여있거나 소원을 빌고 있었고, 저는 동생을 데리고 일본 신사 특유의 손을 씻고 입을 헹구는 우물로 가서 손을 씻었어요.
“여기 물은 마시면 안 돼요.”
“…올라오는 거 힘들었으니까 마시라고 해둔 거 아니에요?”
“약수랑 달라요. 그냥 손하고 입을 헹구는 거에요. 종교적인 의미일 거예요.”
마셔도 되는 물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 마시지 못하게 하고 입안에 물을 바닥에 뱉어낸 저는 동생을 데리고 사당으로 갔어요.
그리고 소원을 비는 부부 뒤에 서서 기다리다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세전함에 동전을 몇 개 던지고 두껍고 긴 끈을 흔들어 방울 소리를 낸 뒤 소원을 빌었어요.
동생은 그런 제 옆에서 가만히 서 있더니…갑자기 소원을 다 빌고 제가 눈을 뜨자 사당 안을 손가락질하며 말했어요.
“저거…딜도 아니에요?”
동생의 말을 듣고 사당 안을 보자 정말로 사당 안에는 커다란 남성기 모양의 조형물이 놓여져 있었어요.
어두운 사당 안을 잘 보니…지붕을 받치는 기둥도 과도하게 큰 남성기 모양의 기둥이었고, 중앙에 정말 고귀한 것을 모시듯 반짝이는 방석 위에 꼿꼿하게 세워져 있는 남성기 모형은…실제로 있을 것 같은 크기의 모형이었어요.
저는 저도 모르게 또 동생 것과 비교해서 보면서 동생 게 더 멋있고, 예쁘고, 크고, 두껍고 모양이나 기울어짐이나 휘어지는 정도도 더 보기 좋다는 생각을 했지만, 입 밖에는 내지 않은 채 얼굴을 붉히며 동생에게 말했어요.
“딜도는 아닐 거에요…그게, 여기 있으면…신체라고 해서, 모시고 있는 신…인데…그, 원래는 안 보여주지만, 가끔 이렇게 신체를 드러내기도 해서….”
“…여기는 딜도를 신으로 모시는 거에요?”
“딜도 아니에요…아닐 거에요….”
“딜도한테 무슨 소원 빌었어요…?”
“아, 안 말해줄 거에요.”
당황한 저는 동생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말하고 사당에서 벗어났어요.
어느새 신사에 올라와 있던 손님들은 다들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고, 저는 동생과 따라 내려가려다가…올라온 김에 봐야지 하는 생각에서 부적을 파는 작은 건물로 갔어요.
“어머…드문 분들께서 찾아주셨네요.”
그러자 건물 안에 있던 무녀복을 입은 여자분이 동생과 저를 보고 굉장히 기뻐하면서 인사했어요.
무녀는 깨끗한 흰색 상의와 붉은색의 긴 치마 모양의 무녀복을 입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야한 느낌이 드는…굉장히 묘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었어요.
나이도 많아 보이지 않고 제 또래거나 그보다 약간 더 많아 보였는데, 키도 저와 비슷하면서 가슴도 제법 크고…힐끔 보니 꽉 조인 허리끈 밑으로 내려오는 라인도 굉장히 넓어져서 옷에 가려져 있는데도 몸이 굉장히 좋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여우 같은 얼굴 상을 하면서도 요염하고 야릇한 인상을 가진 무녀는 곱게 땋은 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동생과 저를 가만히 보더니…정말 기쁜 듯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젊은 부부께서 오시는 건 어릴 때 이후로는 처음 보네요. 기도는 잘하셨나요?”
“앗…네.”
저는 정말 언젠가 본 사람처럼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이 조금 놀라워서 당황해 대답했어요.
신기한 건 동생을 보고 감탄하거나 홀린 듯 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순수하게 저와 동생이 온 게 기쁜 듯 보고 있다는 거였어요.
“마라님께서 분명 좋은 아이를 점지해 주실 거에요. 신혼이신가요…?”
“신혼부부냐고 물어보는 거죠?”
“네….”
저는 대체 왜 다들 동생과 저를 본 사람들은 커플 아니면 신혼부부로 볼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계속 듣다 보니 이젠 그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서 동생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러자 무녀는 동생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더니 입을 가리면서 말했어요.
“어머…한국 분이세요? 그게…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어…?”
그런데 무녀는 갑자기 안녕하세요 라고 정말 신기할 정도로 좋은 발음으로 한국어로 인사하더니, 정말 기뻐하면서 다시 일본어로 말했어요.
“후후, 동생에게 이것만 배웠는데 쓰는 날이 오네요. 앗, 일본어는 할 줄 아실까요?”
“앗, 네…제가 할 줄 알아요.”
“어머, 발음이…부인은 일본 분이세요?”
“아뇨, 한국인이에요.”
신혼부부라는 말은 그래도 조금 부끄럽지만 익숙해지기도 하고 동생 하고 저를 커플처럼 봐 준다는 게 기쁘기도 했지만…부인이라는 말은 정말 결혼한 것처럼 대해지는 것 같아서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 탓에 얼굴을 잔뜩 붉히며 대답하자 무녀분이 요염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우후후, 신기하네요…앗, 그러면 혹시 신사에 온 건 우연히…? 아니면 알고 오셨나요?”
“신사에 대해서요? 아뇨, 여기 앞에 리조트에 왔다가 기념품점 할머니께서 가 보라고 해서….”
“할머님도 참, 옛날 생각 하셔서…올라오는 거 힘드셨죠?”
대화하며 굉장히 사교성이 밝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자, 무녀가 가게 옆을 통해서 밖으로 나왔고, 손을 포개어 배 위에 올린 채 조용한 걸음으로 동생과 제 앞에 서서 고개를 살짝 숙였어요.
“오신 걸 환영해요. 할머님 때문에 외지 분들께 고생시켜드렸네요.”
“아, 할머니 분이세요…? 가게 분이….”
“저희 할머니는 아니시지만, 동네에서 옛날부터 알고 지내신 분이세요. 저희 집은 대대로 무녀거든요.”
“그러면 이 신사를 물려받으신 거에요?”
저는 무녀의 말을 듣고 조금 놀라면서 질문했고, 무녀는 요염한 목소리로 조금 아쉬운 듯 말했어요.
“그러고는 싶지만…아직 제 마라님을 모시지 못해서요. 저희 신사는 대대로 물려받을 때마다 새로운 마라님의 신체를 모셔 와야만 물려받을 수 있거든요….”
“마라님요…? 아까도 들었지만…마라님이 뭔가요?”
“어머, 아까 기도하실 때 혹시 못 보셨나요…? 오늘은 신체를 공개하는 날인데….”
저는 무녀의 말을 듣고 사당 안에 있던 딜도…아니, 남근 모형을 떠올렸고, 얼굴을 붉히면서 혹시나 하며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저기 혹시…마라님 이라는게….”
“후후…남자분의 그곳이랍니다.”
설마설마 했지만…조금 충격적인 발언에 저는 얼굴이 화끈해졌어요.
“신사의 무녀는 마라님께 모든 걸 바쳐야 하는데…지금 계신 마라님은 어머니의 마라님이세요, 저도 제가 몸과 마음을 모두 바쳐 모실 마라님을 모셔와야만 신사를 물려받을 수 있어서 아직은 견습 무녀랍니다.”
“트, 특이하네요…그게….”
“저희 신사에 대해서는 모르고 오셨다고 하셨죠…?”
“네….”
무녀는 요염한 얼굴에 맞지 않게 아이처럼 해맑게 웃더니, 정말 동생과 제가 온 게 기쁘다는 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저희는 다산과 안산을 기원하는 신사인데, 효험이 좋기로 유명하답니다. 아이가 어려우신 분들께서도 찾아와주시고 옛날에는…조금 더 세세한 일도 했지만, 지금은 신사만 하고 있어요.”
“아, 아이요…?”
“네에, 정말 효험이 좋아서…예쁜 아가를 가지시는 분이 많으세요, 어려우신 분들만이 아니라 옛날에는 신혼부부들이 꼭 들려서 기도하고 가시기도 했어요, 앞으로 함께 지내며 화목하고 행복하길 바라기도 하고…요즘 말로는 허니문 베이비라고 하죠…? 혹시 신혼여행 오신 거라면…저희 신사에 찾아오신 것도 우연이 아닌 인연이실 수도 있을 거예요. 아참….”
무녀는 얼굴을 붉히며 정말 자부심 넘치면서도 기분 좋아하며 말하더니, 옷 안에 손을 넣어서 자그마한 방울이 달린 부적 두 개를 꺼내줬어요.
“이거는…제가 처음으로 만든 부적인데, 처음 본 신혼부부시니 드릴게요. 효험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드리고 싶어요.”
“아뇨, 그게….”
“…뭐래요?”
“네, 네? 그게…그, 처음으로 만든 부적인데…처음 본 신혼부부니까 주고 싶다고….”
저는 자신이 처음 만들었다는 부적을 주려고 하자 놀라서 신혼부부가 아니라는 걸 밝히려고 했는데 동생은 무녀가 부적을 내밀자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궁금한 걸 참을 수 없었다는 듯 대화를 통역해달라고 했어요.
그러자 동생은 갑자기 한 손을 내밀더니 부적을 받았고, 무녀는 동생과 손끝이 스치더니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어요.
“고맙다는 게 아리가토죠?”
“네, 네에…감사해요….”
동생이 부적을 받아서 일본어로 감사인사까지 하자 저는 부끄러워하며 인사했고, 순산기원과 건강기원이 적힌 부적을 동생과 서로 가방에 달아줬어요.
“순산기원이라니….”
“좋은 의미 아니에요?”
“의미야 좋지만….”
그리고 무녀에게 인사를 하려고 돌아보자, 무녀는 얼굴을 붉힌 채 몽롱한 눈으로 동생을 보고 있었고, 저는 조금 불안한 마음에 동생과 무녀 사이에 서며 말했어요.
“저…괜찮으세요?”
“어, 어머…죄송해요. 그, 남편분이…너무 멋있으셔서.”
무녀의 말을 듣고 동생을 힐끔 올려다보니 저는 그럴 만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조금 경계심이 들었어요. 일본에 와서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예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무녀는 굉장히 이런 곳에서 이러고 있는 게 아까울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몸매도 좋고…저보다 키도 좀 더 컸어요.
저는 무녀의 말을 듣고 동생의 팔을 꼬옥 끌어안으며 잡아당겼고, 무녀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가만히 노려봤어요.
“죄송해요, 제가 그만…정말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야말로 미안해요.”
그러자 무녀는 저를 보고 자기가 실수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입을 가리며 사과했고, 저도 너무 과잉반응을 한 것 같아 사과했어요.
“나중에라도 또 마을에 오시게 되시면 신사에 들려주세요, 그때는 더 좋은 부적으로 바꿔드릴게요.”
저와 동생은 무녀와 인사를 하고 신사에서 나왔고, 무녀는 얼굴을 붉히며 동생과 인사했어요.
저는 그런 모습이 조금 신경 쓰여서 계단을 내려가며 동생에게 말했어요.
“무녀 예쁘죠…?”
“그러게요, 누나 닮았어요.”
“저요? 어디가요?”
“분위기가 묘하게 야한 거?”
저는 키도, 가슴도, 얼굴도 전혀 닮지 않은 외모를 떠올리며 대체 어디가 닮은 걸까 싶었는데 동생은 정말 상상도 못 한 대답을 돌려줬어요.
그렇게 계단을 내려가고 리조트로 돌아가며 제 분위기가 야하다는 말에 대체 어디가 야하다는 걸까 고민하고 있자 동생이 리조트 앞에 도착할 때쯤 제게 물었어요.
“근데 딜도는 왜 신으로 모시는 거래요?”
“…다산을 기원하는 거래요.”
“아….”
동생은 정말 복잡한 감정이 담긴 탄성을 한마디 흘리더니, 조용히 생각하고 있다가 말을 이었어요.
“…효과가 좋을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