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일본여행 - 온천마을 (2) [내용 미세 수정]
동생은 제가 점점 자기 몸을 훑어보면서 얼굴이 붉어지는걸 보고 있더니 버스 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무릎에 팔꿈치를 대고 손에 턱을 괴며 말했어요.
“알고는 있지만 그게 부끄러워하거나 이렇게 조심히 하지 않아도 될 말이라는 거예요.”
“그래도…누나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해놓고…제가 이러면….”
“둘만 있을 때는 연상연하 커플이잖아요. 섹스하고 싶은 게 당연하죠, 이렇게 야하고 귀여운데.”
“그건…그렇지만….”
동생의 말대로 둘만 있을 때에는…그런 거지만 이미 저를 완전히 여자로만 보고 있는 동생과 다르게 저는 자꾸만 동생이 남자로도, 동생으로도 보여서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점점 성욕과 본능이 앞서서 위험해지고 있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고, 저는 지금보다 더 심해지기 전에 미리 동생에게 부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젖은 목소리로 부탁했어요.
“그래도…저기, 혹시나지만…섹스, 안 하게….”
“알고 있어요.”
동생의 말을 듣고 저는 저 자신의 자제력은 믿기 힘들지만, 동생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안심했어요.
그런데 동생은 섹스 안 하도록 조심해주고 막아준다고 말하면서도…그런 말을 한 게 굉장히 불만인지 가만히 턱을 괴고 있다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계속 참았으니까, 또 참을 수 있어요.”
“앗….”
저는 깜짝 놀라 동생을 올려다보고 미안한 마음에 울상이 되었어요.
남자들은 성욕에 익숙해지고 참는 게 일상이어서 제가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를 테지만, 오히려 그런만큼 늘 이런 걸 참아주고 있다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았어요.
제가 그런 느낌이 된 상태에서 동생이 계속해서 참아주었다는 말을 들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지고, 무척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 미안해요….”
“아니…사과하라는 건 아니었어요.”
생각해보면 동생은 늘 굉장히 짐승 같은 욕구가 쌓여있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인데도 손으로 꽈악 잡았다가도 제가 다치거나 아파할까 봐 신경 써서 놔주기도 했고, 생일에 할 때에도…거칠게 하려다가 멈칫하며 조심조심 대해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동생의 생일 때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동생이 늘 참고 있다는걸 의식하자 저는 그제야 지금까지 계속해서 동생이 참기만 하고 있었다는걸 생각하게 되었어요.
성욕 처리하듯 거칠게 대해달라고 해놓고 제대로 준비도 안 해서 목에 허리를 박듯 움직이다가 살살 어루만지며 달래주듯 움직여준 것과, 뒤쪽은 걱정되니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한 점이나…그 뒤로 목구멍 깊숙이 밀어 넣은 일이 없는 것도, 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도 없는 것도…사실 제가 굉장히 미안해해야 할 일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하자 처음부터 끝까지 동생은 저한테 참아주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안한 걸 넘어서 풀이 죽어버린 저는 정말 계속 동생을 괴롭히기만 했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해졌어요.
“혹시…저기, 섹스…많이 하고 싶어요?”
“음…하고싶긴 한데, 왜요?”
“그게…혹시, 원하면 오늘만이라도….”
저는 정말 긴장하면서도, 혹시라도 동생이 원한다면…콘돔도 있으니까, 일본에 있는 동안은…아주 잠깐은 미리 해줘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물어봤어요.
그러자 동생은 제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창밖에 날아가는 새를 보면서 대답했어요.
“아뇨, 괜찮아요.”
“어? 시, 싫어요…?”
“싫은 게 아니고, 아직 참을 수 있어요.”
저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한 거절에 깜짝 놀랐고, 동생은 천천히 창밖에서 고개를 돌려서 저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해줬어요.
“난 누나로 성욕처리 하고 싶은 게 아니고, 진짜로 서로 좋아하면서 하고 싶어요.”
“조, 좋아하는데….”
“지금은 아직 마음에 걸린다면서요?”
확실히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동생의 말에 감동하면서도 두근거리고, 거절당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지면서도 오히려 더 하고 싶어진 저는 정말 안쪽이 두근두근하고 크게 뛰어대는 걸 느끼며 끈적하게 젖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 그러면…저기, 합격 통지 오면…진짜, 맘껏 해도 되니까….”
“맘껏요?”
“그게에…거칠게…그, 참은거 전부…안에, 잔뜩…그러니까…토, 통지만 오면…언제든 그래도 좋아요. 그날부터 얼마간은 정말 그게…그러니까….”
저는 말을 하려다가도 제 생각을 그대로 전달할만한 단어가 잘 생각 나지 않고,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언어들이 충돌하다가 한국어에서 제일 적절한 언어를 생각해서 말했어요.
“상냥하게…강제로 해 주세요.”
“…네?”
“아, 아, 아…그게, 그게 아니고…아아아….”
그리고 이게 아닌데 하고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다가 너무 부끄러워서 눈물이 살짝 나올 정도로 얼굴이 뜨거워졌어요.
“상냥하게 강제로 해달라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상냥한 강간…도 아니고….”
“마, 말실수에요…단어가 생각이 안 나요….”
정말 외국어를 많이 익히고 있을 때 가끔 있었던 일이지만, 여러 나라 언어로는 비슷한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라도 한국어로는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어요.
애초에 제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건 굉장히 이상한 생각이었고, 동생의 말대로 단어가 조금 자극적이지만 상냥한 강간이나 다름없는 행위였어요.
저는 동생에게 결국 짧게 말을 할 자신이 들지 않아서 굉장히 길게 말을 풀어서 해주기 시작했어요.
“그, 말이 이상하죠…그러니까, 많이 참고있고…그러니까…그, 생일 때 처럼 누나 신경 쓰지 말고…홍콩에서도 정복욕 생기고 그렇다고 했잖아요. 그건 남자로서 당연한 거니까…그게, 결국 저를…그, 여자로서…남자로서 동물적, 으로…정복한다는건 결국 소유하고 싶다는 거고….”
“음…네.”
“그게…그, 생일 때 처럼…그런거 싫어하는 거 아니니까…좀더 거칠…아니, 하아아아…그게…지배해주는거 좋아하는 것 같아서…아니이, 그러니까…그게 아니고 누나도 동생이라는 걸로 평생 이어지는 것도 좋지만 당연히 저도 사람이고 욕구가 있으니까 정복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저도 그걸 좋아하니까 만족시켜주고 싶고 그래서 여자로서도 소유당하고 싶은…게 아니라아, 그게요…아아아아…..”
말을 할수록 저는 더 말이 꼬이는 것 같았고,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어요.
머릿속에는 계속 이게 아닌데 하면서 단어가 점점 이상해지고 이상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오면서 부끄러움만 커져갔어요.
“합격 통보만 받으면 제 맘대로 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거죠?”
“…네.”
“참아줘서 고맙고 그때는 전혀 참지 말아 달라는 거죠?”
“고마워요….”
결국, 제가 말을 할수록 점점 더 부끄러운 나머지 눈물이 나올 정도가 되자 동생이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주며 정말 간단하게 정리해줬고, 저는 고개를 숙인 채 수치심에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상상을 하며 조용히 있었어요.
“앗…여기에서 내려요.”
그 후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온천 리조트 앞에 도착했고, 저는 동생과 함께 버스에서 내렸어요.
버스가 정차하는 곳은 온천 리조트 입구였고, 시골 길에 어울리지 않게 리조트 주변은 갑자기 도심지처럼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어요.
산속의 작은 도심처럼 만들어진 온천 리조트는 리조트 바로 앞에 번화가가 생겨 기념품이나 마을 특산품들을 판매하는 것 같았고, 리조트의 높으면서도 좌우로도 긴 건물은 료칸이 아닌 온천 리조트이니 당연하지만, 전통적이라기보단 너무도 현대적이었어요.
온천이 딸린 호화 호텔 같은 느낌이었고, 그러면서도 정원이나 여러 장식은 전통적인 일본 양식을 띄고 있었어요.
리조트 앞의 형성된 번화가도 건물은 모두 깔끔한 현대 건물이었지만 지붕의 형식이나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은 온천마을과 관련된 상품들이 많았고, 리조트에 온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온천 유카타를 입은 채 쇼핑을 하고 있었어요.
“체크인 시간 아직 남았으니까 조금 구경해요!”
“살짝 묘한 냄새 나지 않아요?”
“앗, 그거 온천 냄새일 거에요. 여기 온천이 다른 지역하고는 조금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다고 하더라고요.”
도심 속 별장 같은 분위기에 저는 동생과 가장 먼저 기념사진을 찍고 번화가를 구경했어요.
여러 상품 중 저는 동생과 기념품으로 서로 온천 수건을 사기도 하고 꼬치를 사서 나눠 먹거나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도 했어요.
번화가는 도심처럼 그렇게 길진 않았지만, 편의점이나 약국, 기념품점, 식당, 카페 같은 필요한 건 전부 준비되어 있는 곳이었고 동생은 기념품 점에 들렀다가 굉장히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물건 하나를 집어 들었어요.
“뭐에요…? 앗….”
“이건 왜 파는 거에요…?”
기념품점에는 자그마한 것부터 큰 것까지 해서…남근 모양의 목조 조각품들을 팔고 있었어요.
동생은 굉장히 매끄러운 표면의 손가락 정도 길이의 남근 열쇠고리를 손에 들고 있었고,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이 붉어져서 말했어요.
“그…약간 부적 같은 것 아닐까요? 정력이 좋아지는….”
“혹시 저건 수제 딜도같은 거에요…?”
“그건 아닐 거에요….”
나무를 정성스럽게 깎아 만든 목조 남근상을 가리키며 동생이 말하자 저는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동생의 것을 힐끔 보며 저도 모르게 크기를 비교해버렸어요.
동생 것보다 작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저는 자꾸 이런 걸 비교해대는 절 마음속으로 혼내고 있었어요.
“호호호…마라님이 필요하신가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가게 안에서 할머니가 나오시더니 남근 열쇠고리를 잡고 있는 동생에게 일본어로 말을 걸었어요.
저는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께 일본어를 못하는 동생을 대신해서 대답했어요.
“마라님이라뇨?”
“우리 마을의 신님이지요…신혼부부인 것 같은데…달의 연못에 오신 건가?”
“신혼부부….”
또다시 신혼부부라는 단어가 나오자 동생이 반응하면서 저를 가만히 바라봤고, 저도 얼굴이 뜨거워지면서도 조금 기분이 좋아져서 대답했어요.
“달의 연못요? 아뇨…여기 온천 리조트에 왔어요.”
“아하…아이구, 차암…달의 연못은 이제 안하지…저기 신사도 참 좋은데 가 보는 건 어때요?”
“신사요…?”
“으잉…? 모르고 오신 건가…? 한 쌍이라면 당연히 저길 가 봐야지요…저쪽 언덕 위에 있으니 한번 가 봐요. 오늘은 무녀님도 와 계실 거야. 마라님보다는 신사에서 나온 부적이 더 좋지요…좋을 때 오셨네요, 호호호…지금이 제일 좋은 부적이 나올 때거든….”
할머니는 번화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언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얘기해주셨고, 할머니의 안내대로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나서 보자 작은 언덕 위에 일본 신사를 나타내는 토리이라는 장식이 있는 게 보였어요.
“뭐라고 한 거예요?”
“음…저기 신사가 뭔가 부부가 꼭 가 봐야 하는 곳이라고…했어요.”
저는 동생을 데리고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나 온천의 손님들은 전혀 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사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마을 전통 신사로 보이면서 저는 문득 동생 하고 일본에 왔는데 아직 신사를 못 가봤다는 게 떠올랐고, 동생의 손을 잡고 살짝 올려다보며 물었어요.
“한번 가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