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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화 〉일본여행 - 첫째 날 (5) (114/156)



〈 114화 〉일본여행 - 첫째 날 (5)

동생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손을 끌고 갔고, 다음 층으로 내려갔어요.
아래층은 AV 코너였고, 내려가자마자 야한 신음소리들이 잔뜩 재생되고 있었어요.
매대에는 조그마한 화면으로 샘플 영상들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재생되고 있고, 저는 동생의 손을 잡은  얼굴을 붉히며 가다가…한쪽 코너에서 묘한 글자와 영상을 보고 동생에게 말을 걸었어요.

“앗…이거봐요, 좋아하는 자세….”


저는 영상 패키지 중 눈에 띠는 하나를 손끝으로 꺼내 들어 영상 설명을 동생에게 읽어줬어요.

“…근친이면 하면 안 되는 아가만들기 자세여서 더욱 배덕한 섹…그, 이건 그게…파, 판타지니까…뭔가 이상한 내용이네요…내, 내용이 좀 이상하죠…? 여, 여긴 그만 볼까요…?”

저는 이상한 기분이 들게 되는 묘한 내용에 당황해 패키지를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으며 손으로 눈을 가리는 동생에게 말했어요.
그러자 동생은 숨을 길게 내쉬면서 저를 따라 나왔고, 1층으로 돌아온 저는 지하를 살짝 힐끔거렸어요.

“머리 안 어지러워요? 그…저기, 힘들면…저 혼자 잠깐 보고 올까요?”
“…같이 가요.”

저는 AV 내용을 읽어준 후로 동생이 묘하게 흥분해 있는  보여서 동생이 조금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얘기했지만, 동생은  말을 듣고 주변의 남자들을 쓱 보더니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따라왔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하를 내려간 동생과 저는 성인용품점이라기에는 조금 특이한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가챠라고 하는 이름의 일본 특유의 조그마한 공 모양의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든 상품을 뽑는 뽑기 기계가 가득하고…한쪽에는 정말 뭔지 모를 공간들이 있었어요.
대체 뭘까 하고 가까이 가서 일본어를 읽은 저는 정말 깜짝 놀라서 동생을 끌고 나가려다가 동생이 따라오지 않고 가만히 멈춰서서 동생을 잡아당기며 말했어요.

“가, 가요…여기 나쁜 곳이에요.”
“…여긴 안 봐요?”
“아, 안 봐도 괜찮아요.”
“…이거 뭐에요?”

뽑기 기계에 들어가 있는 건 여자들이 입고 있던 속옷을 캡슐에 넣어 사진과 함께 판매하는 거였어요.
한쪽 구석에 있는 공간은 속옷을 팔러 온 여자분들의 사진을 찍고 벗어서 돈을 받고 가는 곳이었고, 그리고 제가 살펴보고 놀란 곳은 정말 이런 걸 팔아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아마추어 비디오라는, 실제 사람들의 섹스 영상을 판매하는 코너였어요.

제일 놀란 건 당연한 것처럼 근친이라는 글자를 크게 적고 카테고리를 분류하기까지 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동생은 근친이라는 한자가 그대로 적혀있는 데다가 누나, 동생이라는 글자까지 적혀있자 조금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어요.
위의 층과는 정말 확연히 비교될 정도로 어두운 지하엔 뭔가 조금 위험해 보이는 물건들을 파는  같았어요. 동생은 그대로 아무런 표지도 없는 디스크를 하나 뽑아보더니 다시  자리에 넣었고,  칸은 족히 채울만한 공간을 보다가…제 팔을 잡고 나갔어요.

가게 밖으로 나가자 정말 조금 전 까지 있던 곳이 다른 세상이었던 것처럼 현실감이 확 올라왔고, 그런데도 마지막에 본 곳이 자꾸 기억에 남아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졌어요.
저는 동생이 지하에 있었던 물건들이 뭔지 이해하지 않아 줬으면 싶었지만, 동생의 얼굴을 보니 동생도 뭔지 눈치를 챈 것 같았어요.
그대로 동생과 조용히 가게 밖으로 나와서 길을 걷다가…문득 사람이 조금 없는 골목에 다가서자 동생이 저를 보지 않은 채 조금 고민스러운 듯 말했어요.

“저런  팔기도 하네요.”
“저런 걸 파는 건 정말…소수 니까요…가짜, 일지도 모르는 거고.”
“…안 파는 사람들도 많고, 진짜일 수도 있는 거죠.”

저는 동생의 말을 듣고 정말로 숨이  막히는 것 같았어요.
진짜로…누나랑, 동생이랑 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걸까…싶을 정도로  칸을 꽉 채운 근친 영상들이 가득한 아마추어 섹스 영상들은 내용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양만으로도 굉장히 배덕적이고 위험한 느낌이 났고, 일본에서도 그런게 당연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들었어요.
당연한거…여기에서는 당연한 거…굉장히 머릿속이 이상해지게 만드는 최면처럼 느껴졌고, 저는 머릿속이 몽롱해져서 일본어 간판들을 등진 동생을 가만히 올려다보다가…굉장히 흥분해 있는 동생을 보고 망설이다가, 셔츠 옷깃을 두 손으로 잡아 살짝 잡아당기며 발끝을 세워 일어섰어요.

“쪼옥…쪽….”

그대로 자판기가 가득한 골목에서 잠시동안 조용히 키스하다가…정말 동생과 애정깊은 키스를 해서 정신을 차린 것처럼 저는 눈에 초점이 돌아왔고, 몽롱했던 머릿속이 조금 개운해져서 조금 멍한 얼굴로 있는 동생을 올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해줬어요.

“저, 저런건 절대 평범한 게 아니에요.”
“어…음….”

머릿속이 혼란스러우면서도 정말 잘못해서 누나 동생 사이에 이렇게 키스하기도 한다는 걸 들키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저는 다시 한번 제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동생을 다그쳤고, 동생도 저도 건물 내의 더운 열기에 조금 더위를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서 자판기에서 차가운 음료수를 두  사서 동생에게 건네줬어요.
그대로 꿀꺽꿀꺽 하고 속을 식히는 것처럼 마시자 동생도  모금 정도 마셨고, 저는 곧바로 제가  마신 음료수병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동생의 팔을 잡으며 끌고 갔어요.

“다른  가요, 볼  많으니까.”

다시 거리로 나가자 점점 밤이 깊어지고 호객행위를 하는 메이드와 고양이귀, 교복을 입은 카페 직원들도 많아졌어요.
동생은 거리에 정말 흔히 보이는 코스프레 직원들이 신기한지 계속 힐끔거렸고, 특히 메이드복을 입은 사람들 앞을 지날 때쯤에는 신기한 듯 가만히 바라보기까지 했어요.
그러자 호객행위를 하던 직원은 동생을 보고 놀라면서도 얼굴이 붉어져서 포스터를 건넸어요.

“메, 메이드 카페 해피 러블리 카와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왜 이름이 다 이딴…근데 이분들 진짜 메이드에요?”
“아니에요! 가요!”

저는 동생의 팔을 잡아끌었고, 동생은 포스터를 받더니 읽지도 못하는 포스터를 빤히 보고 있었어요.
저는 그 모습을 보고 문득 제가 입어줬던 것도 그렇고, 야한 코스프레 옷을 사려고 성인용품 백화점에 들어갔다 나왔던 것도 생각나서 조금 샘이 나서 동생에게 물어봤어요.

“…메이드가 그렇게 좋아요?”
“그냥 신기해서요. 한국에선 저러면 욕 엄청나게 먹을 것 같은데…저게 그거죠? 메이드 카페?”
“알고있네요? 관심있었나봐요…?”
“아니…유명하잖아요. 얘기는 들었어요.”
“유명하구나…?”

저는 괜히 질투가 나서 말했고, 동생은 제가 조금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가만히 저를 내려다보다가 어깨를 잡아 끌어안으며 말했어요.

“왜요? 신혼부부인데 딴 여자 봐서 질투 나요?”
“시, 신혼부부 아니에요…그건 오해 받은 거잖아요.”
“싫어요?”
“그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에요….”

동생이 제가 대답하기 굉장히 곤란한 말을 해서 저는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고, 동생은 그런 제가 귀엽다는 듯 머리를 사락 사락 하고 두번쯤 손가락으로 빗겨주더니 팔을 밑으로 뻗어 허리를 끌어안았어요.
저는 균형을 잡으려고 동생의 허리에 손을 올렸고, 그대로 같이 밤길을 걷다가 동생이 읽지 못하던 포스터를 제게 건네줬어요.

“이거 근데 뭐라는 거에요?”
“…콘서트 연대요.”
“콘서트….”

포스터를 받아보자 일본어로 밤에 콘서트를 연다고 적혀 있었고, 정말 말도  되는 가격들이 적힌 게 보였어요.
동생은 콘서트라는 말을 듣고 조금 착각한 듯해 보였고, 저는 동생에게 메이드 카페의 현실을 얘기해줬어요.

“절대로 지금 생각하는 그런 콘서트 아니에요. 재미 없어요….”
“그걸 어떻게 누나가 알아요?”
“…그런게 있어요.”

저는 혼자 여행을 왔을 때 일을 떠올려서 다시는 가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어요.
처음 왔을 때는 메이드 카페라길래 조금 영국 느낌의 귀족적인 카페로 아가씨 취급하듯 티타임을 즐기는 카페인 줄 알았는데…실제로는 메론소다라는 음료수 하나에 한국 돈으로 2만 원 가까이 받으면서 이상한 주문을 강제로 외우게 하고 주문 값을 받는 정말 무시무시한 가게였어요.
가게 안의 손님들이 정말 엄청나게 행복한  웃으면서 먹길래 그렇게 맛있는 걸까 하고 일본의 이색적인 카페라서 비싼가 보다 하고 그냥 시켜봤는데…정말 이런 가게도 있고 이런 걸 좋아하는 분들도 있구나 하는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이 되었고,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  곳이었어요.

“저런 거 가고 싶으면…차라리 누나가 메이드복 입고 비슷한 거 해 줄게요.”

동생은 제 말을 듣더니 말없이 갑자기 검은 봉투를 들어올리고…안에서 정말 엄마가 선물 받은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아니, 이게 대체 뭐죠 싶은 무언가를 꺼냈어요.

“그, 그, 그게 뭐에요…?”
“메이드 끈…아닐까요? 이런건 처음 봐서.”

그건 옷이라고 하기에는…아니, 그런 비유를 할 것도 없이 그냥 끈에 레이스가 달린 무언가였어요….

“아까 산 게 이거였어요…?!”
“보고 있지 않았어요?”
“부끄러워서 제대로  봤어요…,”
“입고 메이드 카페 흉내 내준다고요?”

저는 제가 한 말이 설마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어서 당황하며 동생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가…아무것도 듣지 못한  동생을 잡아 끌어당겼어요.

“느, 늦었어요 빨리 호텔 가요."

어느새 밤이 깊어져서 내일 일정을 위해 호텔에 가서 자야 할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고, 저는 동생을 데리고 호텔 쪽으로 걸어갔어요.

“근데 진짜 궁금한  있는데.”
“네?”
“여기 원래 물건들 이름이 다 그래요?”

동생은 성인용품점에서  기구들 이름이 아직도 트라우마처럼 남아 머릿속에서 익히지 않는 것 같았어요.
굉장히 오묘한 표정을 하면서 물어본 동생에게 저는 천천히 걸어가며 고민해봤어요.
편의점에서 봤던 삼각김밥 이름은 ‘초 맛있어 더. 그레이트 사몬 연어삼각김밥’ 같은 것도 있었고…라면중에서도 ‘맹렬 극한의 매운맛 미각격침 하바네로 라면’….

“네, 원래 이런 것 같아요….”
“…중국어 사실은 깔끔하고 좋은 언어 아니에요?”
“아, 아니…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일본어 자체는 의외로 괜찮아요. 단지 그…광고 문구나 작명이 좀 이상한 것뿐이에요….”

중국어에 비교하는 것부터가 조금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저는 동생이 일본 여행에 굉장히 충격받은  같아 너무 많은 걸 통역해준걸까 싶어 걱정되었어요.

“대체 왜 그렇게 이름 짓는 걸까…일본 사람들 감성이 그런 거겠죠?”
“…생각해보면 서양에서 나오는 제품들은 보통 안 그렇네요?”

그러고 보면 성인용품도 일본에서 나오는 것만 이런 조금 이상한 느낌의 감성이 가득 담겨있었고, 서양 쪽 제품들은 우머나이저나 새티스파이어나 잘로 같은 것처럼 깔끔하고 새로운 이름을 가지는 게 많았어요.

저는 동생의 말을 듣고 거리를 슬쩍 둘러봤어요. 확실히 거리는…감성적이고 예쁜 느낌이었지만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제 눈에는 간판의 조금 특이한 감성의 문장들이 읽히고 있었어요.
저는 동생에게 너무 많은 걸 가르쳐 줘 버린 걸까 싶어서 미안한 마음에 물어봤어요.

“앞으로 너무 이상한 건 통역해주지 말까요?”

동생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부정도 하지 않았어요.
일본식 작명이 그렇게 충격이었던 걸까 싶어진 저는 동생에게 예쁜 것만 들려주자는 생각을 하며 호텔로 데려갔어요.
호텔 앞에 도착하자마자 동생은 또 조금 놀란 듯 말했어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여기도 홍콩에서 처음 머문 호텔 같은 곳이에요?”
“조금 비슷해요. 신기한 호텔이에요.”

평범한 빌딩 밑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4층부터 6층까지가 호텔인 곳이었고, 동생은 이런 곳은 상상도 하지 못한 듯 해 보였어요.
저는 어딜 여행해도 처음 가는 곳이면 첫날은 제일 저렴한 곳에서 숙박하는 걸 좋아했어요.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다면 좁은 곳에서 현지에서 머무르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머물러 보는게 그 나라를 이해하고 즐기기에 좋다고 생각했고, 일본에서 동생과 첫날을 지낼 호텔도 그런 이유에서 굉장히 좁고…특이한 곳이었어요.

“앗, 잠깐…쪽, 하아…왜, 왜요오….”
“…못 참겠어요.”

동생은 작은 엘리베이터에 단둘이 되자 갑자기 저를 덮치듯 끌어안더니 키스하기 시작했고, 허리에 손을 올리면서 몸을 밀착시켰어요.
굉장히 흥분하고 기대하고 있는 게 느껴져서 저는 깜짝 놀랐고…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동생을 애써 떼어내고 지하철을  때부터 조금 걱정하고 있었던 얘기를 동생에게 해줬어요.

“저, 저기 그게…오늘, 호텔이….”

그리고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예정된 층에 도착했고, 동생과 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로비로 다가갔어요.
그대로 저는 로비에 동생과 제 여권을 내면서 동생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얘기해줬어요.

“그게…있잖아요, 오늘 호텔은 캡슐 호텔이에요.”
“캡슐 호텔이 뭔데요?”
“그게에…그, 엄청 작아요. 캡슐처럼…그, 벌집처럼 자는건데…남녀 따로 자야 해요.”
“…네?”

동생은 제 말을 듣고 정말로 당황한 건지 아무런 말도 못 들은 것처럼 멍한 표정이 되었어요.
저는 그런 동생의 손을 잡고 캡슐 호텔을 안내해주면서…동생에게 설명해줬어요.

“그게…이건 일본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비즈니스호텔 같은 건데,  칸에 하나에요. 정말로 캡슐에 들어가서 자는 것 같아서 캡슐호텔이라고 하고…그, 샤워실은 저쪽에 공용으로 쓰고…화장실도에요. 저는 위에 층에 있는 다른 캡슐….”
“위층요? 여기요?”
“앗, 아뇨. 위에 있는 캡슐이 아니라…윗층에 있는 다른 캡슐방에 제 캡슐이 있어요.”
“이게 호텔이에요…?”

저는 정말로 당황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하는 동생의 모습에 정말 할 말이 없어서 머뭇거리며 사과했어요.

“그게에…저기, 그…내일, 내일 좋은 곳 갈 꺼니까…그, 숙박비 약간…절약 하려고.”
“…그 좋은 곳이 어디인지, 여행 코스는 계속 비밀인거죠?”
“네, 네에…그게, 오늘은…참아주세요.”
“하아아….”

동생은 정말 오늘 제일 힘들어하는 듯한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저를 정말 차가운 눈으로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말했어요.

“…자기전에 키스하러 와주세요.”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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