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0화 〉누나 실격 (2) (90/156)



〈 90화 〉누나 실격 (2)

가장 먼저 동생의 방의 기본적인 청소를 끝낸  침대 시트를 새것으로 갈아  뒤, 얼굴이 붉어지면서 이불을 깔끔하게 정리한 침대 머리맡에 여러 가지를…준비해 놨어요.
   방에 가서 오늘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준비해 둔 물건들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들고 와서 생각해 둔 대로 내용물들을 조금씩 세팅해 놓고, 거실까지 예뻐 보이게끔 깔끔하게 배치했어요.

거실에서 방으로 오는 길에는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적어둔 카드와, 생일 선물이 담긴 상자를 뒀어요.
선물은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 브랜드의 신발이었어요. 한국에서 올 때 신발을 많이 들고오지는 않아서 부족해 보였던  계속 신경이 쓰여서, 평소에 패션에 맞게 신을 수 있도록 색조 합이 무난하면서도 동생의 코디에 맞는 운동화였어요.

벽면에도 테이프를 써서 조금 장식을 하고, 바닥에도 여러 가지를 꾸미고, 난 뒤엔 케이크가 너무 차가워지지 않게 냉장고에서 꺼내서 혹시 냉장고 냄새가 나지 않는지 살펴보고, 동생의 방에 둔 뒤 방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안에서…따로, 상자 안에 담긴 것들을 하나둘씩 꺼낸 저는 얼굴이 점점 뜨거워졌어요.
상자 안을 보며 생겨난 정말로…할까? 하는 망설임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후에는 샤워실로 들어가 입고 있던 옷들을 전부 벗었어요.

“하아…하아….”

익숙하게  번이고…몇 번이고…씻어내기를 반복하고, 10번이 넘도록 씻고 나니 그것만으로 그 새 3시간이 넘는 시간이 지나 있었어요.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친 저는 머리를 깨끗하게 감은 뒤 트리트먼트를 한 채로 다시   씻고, 머리를 깨끗하게 헹궈내고 차가운 바람으로 오랫동안 천천히 머리를 말렸어요.
그 후에는 몸에 살짝 오일을 바르고, 혹시라도 보기 싫은 곳은 없나 거울에 비춰 보며 온몸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난 후부터는 계속해서 머리를 빗질했어요.


거울에 비춰보고 이상한 점이 있으면 다시 빗질하고, 머리에도 에센스를 잘 바르고 난 후엔 동생이 선물해준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으면서…익숙하지 않은 모양새에 몇 번이고 다시 풀었다가 묶기를 반복해서 가장 맘에 드는 모양이 되었을 때가 돼서야 그만뒀어요.
그리고 그 상태로, 천천히…준비해 둔 걸 얼굴을 붉히면서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올렸다가,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해가며 입었어요.

그때쯤 되자 저는 동생이 9시에 와주겠다고 한 게 제가 먼저 생각한 것 보다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오히려 늦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부 다 꾸민 뒤 살짝 춥다는 생각에 가운을 걸치고 혹시나 싶어 발톱, 손톱까지 다듬고 약하게 화장까지 한 저는 정말로 이렇게까지 열심히 꾸며  적이 없어 어색해하면서도 잘못되어 보이는 건 없는지  번이고 체크했어요.
그  화장실을 깨끗하게 치우고…어느새 해가 진 밖을 보며 집 안의 모든 불을 꺼 버렸어요.

정말 이것만으로도 하루가 다 가버려서, 벌써 동생이 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저는 혹시 언제쯤 올까, 친구들하고 있다 보니 더 늦어지진 않을까 싶어 고민하다가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고, 얼마 되지 않아 동생이 전화를 받자 저는 긴장한 탓에 평소보다 훨씬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어요.

“여,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음…혹시, 늦을…것 같아요?”
[아…누나구나. 가는 중이에요.]
“어? 버, 벌써?”
[그냥 도망 나왔어요. 선물 중에 디저트 와인도 있는데 케이크랑 같이 먹어요.]
“어디쯤이에요…?”
[지금 집 근처 편의점요.]
“처, 천천히 오세요!”

저는 동생의 말에 깜짝 놀라 다급하게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하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긴장한 탓에 화장실도 한 번 더 갔다 오고 다시  번 간단하게 깨끗이 씻고, 머리 모양을 한 번   뒤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길을 한 번 더 살펴보고 동생의 방에 들어갔어요.
케이크를 꺼내 초를 꽂고, 불을 붙인  바닥에 조심히 두고, 그 바로 뒤에 선 저는 바닥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허리를 낮췄어요.

“후우…후읏…하아….”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 깔끔하게 개 바로 옆에 둔  긴장한 몸을 이완시키려고 열심히 숨을 내뱉으면서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고 난 뒤, 무릎을 꿇은 채 얌전히 허리를 펴고 머릿속에는 복습하는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서 잔뜩 공부해둔 걸 떠올렸어요.
정말로, 너무 부끄럽지만…왠지 전혀 망설여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기대되고,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만…애써진정하려 하면서 저는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동생이 오길 기다렸어요.

“다녀왔….”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살짝 열려있는 방문 틈새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눈을 감고 있는  머릿속엔 거실에 있는 동생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현관에서부터 바닥에 길을 만들듯 LED 촛불들이 천천히 흔들리고 있고, 거실 벽면에는 생일 축하해요 라고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글자를 적은 카드가 붙어있었어요.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천천히 동생의 발소리가 들리고스윽 스윽 하고 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무언가가 바닥에 닿는 소리, 그리고…생일선물을 넣은 상자를 여는 것으로 생각되는 소리와 다시 일어나는 듯 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잠시 후에 살짝 열려있는 방문이 열리며 동생의 인기척이 느껴졌고, 저는 수줍어하면서도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떠서, 무릎을 꿇은 채 부끄러운 나머지 동생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허리 쪽에 시선을 향하면서 말했어요.

“생일…축하드려요.”
“…허이?”

정말 당황한 듯 동생의 입에서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고, 동생은 그대로 손에 쥐고 있던 여러 쇼핑백을 털썩하고 떨어트려 버렸어요.
쇼핑백에서 생일선물로 받은듯한 물건이 너저분하게 쏟아져 나오고…저는 그런데도 가만히, 다소곳하게 앉은 채 동생을 올려다보면서 앉아있었어요.

“이게, 저기…그게….”

 안을 두리번거리는 동생의 모습에 저는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동생의 눈에 보이고 있을 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동생의  안에는 현관에서부터 이어지던 LED 촛불이 길을 만들어서 제게 향하고 있었고,  앞에는 동생의 생일을 축하하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있었어요.
직접 써넣은 생일 축하해요 라는 글자와 정중앙에 하트모양이 그려진 케이크에는 동생의 나이에 맞춰 촛불이 꽂혀있었고, 은은한 촛불 빛이 가득한 방 안에 앉아있는 저는…엄마가 선물을 받았던 메이드복 형태의 란제리를 입고 있었어요.
침대 머리맡에는 동생의 사이즈에 맞는 콘돔 상자와 생일을 준비하면서 잔뜩 사뒀던…러브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아로마 캔들의 달콤하면서도 진득하게 무거운…조금 야한 향기가 가득한 방 안에서 저는 얌전히 무릎 꿇은 채 동생에게 케이크를 살짝 내밀었어요.

“초, 촛불…불어주세요….”

가만히 올려다보자 동생의 시선이  새 없이 흔들리면서 저와 케이크를 번갈아 보는 게 보였어요.
그대로 머리 위에서부터 동생의 시선이 움직이며 천천히 저를 훑어봤어요.
동생이 선물해 준 머리끈을 써서 양 갈래로 깨끗하게 묶여 있는 머리, 머리에 쓰고 있는 새하얀 레이스로 만들어진 메이드 머리띠, 목에 매어진 검은 리본이 달린 하얀 레이스 쵸커, 이어서…가슴의  부분이 너무 커서 전혀 가슴을 가려주지 못하고 열려 있는 것처럼 고정되어있는 브래지어 부분과, 흰색과 검은색으로 야릇하게 교차하는 레이스 프릴이 장식된 시스루 소재의 코르셋, 속이 다 비쳐 보이는 엄청나게 얇은 시스루 치마에…앞쪽에 약간의 장식과 조그마한 흰색 리본이 달린 끈팬티…그리고, 망사 스타킹에, 가터벨트…오일이 발라져 살짝 반들거리는 피부…..

“…후우우.”

꿀꺽, 하고 동생이 침을 삼키는소리가 들렸고, 조용히 다가온 동생이  하고 케이크에 붙인 촛불을 꺼줬어요. 저는 박수를 쳐 주고 케이크를 동생에게 내밀었고 동생은 얼떨떨하게 받아주고는 눈빛으로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저를 내려다봤어요.

“여, 옆에…놔주세요. 지금, 일어날 수 없어서….”

동생은 제 말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케이크를 책상 위에 올려놔 주었어요.
벗은 것만도 못한 옷차림으로 꽃잎이 열린 것처럼 벌어지는 모양새의 브래지어 쪽에 동생의 시선이 느껴지자 훤히 보이고 있는 가슴 끝부분의 꼭지가 천천히 세워지는 게 느껴졌어요.

“생일, 축하…해요. 그리고…여자친구, 생겼…으려나. 그것도, 축하해요.”
“…네?”
“오늘은 저기, 생일이니까…저도, 잘 아직…뭐라고 해야  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엉망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 상태로 가만히 동생을 올려다보면서, 심호흡하다가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모, 못되고…나쁜 누나라서 미안해요. 잔뜩 자극해놓고…괴롭혀서 잘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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