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7화 〉거리감 (7) (87/156)



〈 87화 〉거리감 (7)



“누나가 원하는 건 그냥 누나, 동생 사이잖아요.”
“네…?”
“원래 이런  아슬아슬하지만, 위험해서 안 된다고 했잖아요. 누나 말대로…조금씩 참아보려고 하긴 하는데 전 그게  돼요.”


동생의 참기 힘들다는 말이 두근거리면서도 오싹한 불안감이 멈추지 않았어요.
분명 원하던 말일 텐데, 동생의 말이 이어질수록 안심이 되거나 고맙기는커녕 바닥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당황스럽고 숨이 막혀왔어요.


“이러다가 누나 말대로 허리 흔들고 싶은  못 참아서 섹스해버리면 큰일이잖아요? 다 누나가 말한 대로에요. 계속 이런 자극이 가는  위험한 거라고 했으니까, 서로 자극도 안 가게 해야 겨우겨우 누나가 말한 대로 될 수 있을 것 같고.”
“어, 어? 네?”
“따로 과외도 안 해도 돼요. 혼자 공부할게요. 누나가 공부 가르쳐주는 거 보고만 있어도 저한테는 자극이 너무 세요. 누나는 그게 쉽게 되는지 몰라도…전 안 되니까.”
“쉬, 쉽게 되다뇨? 뭐가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오거나 하는 거요.”

저는 동생의 말에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갑작스러운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했고, 고개를 들 수도 없었어요.
동생의 말을 들을수록 전부  제가 했던 말이라는 생각에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었고, 동생은 일방적으로  머리를 살짝 만지더니 방으로 가 버렸어요.


“아무튼…그렇게 할게요…저, 조금 힘들어서…들어갈게요.”
“히, 힘들어요? 왜요…?”
“조금 많이 걸어서…괜찮아요.”
“마, 마사지라도? 해, 해줄까요?”


저는 동생의 말을 듣고 대체 왜 힘든 것인지, 어딜 많이 걸어 다녔다는 건지 궁금해하고 놀라면서도 얘기를 좀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말했어요.
하지만 동생은 곧바로 저를 멈춰 세우듯 문을 점점 닫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고, 그대로 제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 채  하나 정도만 열린 문틈으로 말했어요.

“위험하니까 그런  하면 안 돼요.”
“그, 그럼 과일, 과일이라도….”
“괜찮아요. 배불러서…공부도 알아서 하다가 잘 테니까.”


당황한 저는 가만히 앉은 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만 보고 있었고, 동생의 방문은 서서히 닫혀갔어요.

“잘 자요.”


그대로 방문이 닫히고, 해가 져서 어두워진 거실에는…다시 저 혼자만 남게 되었어요.


“…어?”



·


그  이후, 저는  동안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며 동생이 대체  저럴까 고민하고, 대체 어떡해야 좋을지 왜 이렇게  건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했어요.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방 밖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동생의 방도 고요한  밤이 지났고, 다음 날 아침 저는 피곤함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몸으로 동생을 깨울 시간을 기다리다가 곧바로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갔어요.

“좋은 아침.”
“이, 일찍 일어났네요…?”
“매일 깨워주면 힘들잖아요. 제가 일어날 테니까 누나도 아침에 좀 더 자요.”

하지만 동생은 이미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고, 제게 아무렇지 않은 듯…밖에서 조금 봤던 그 차가운 눈빛으로 인사하더니 저를 스쳐 지나가 화장실로 가 씻고 나왔어요.
저는 머릿속이 멍하면서도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동생은 아침 식사를 먹더니…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갔어요.
저는 다급하게 언제나처럼 나가기 전에 안아주려고 현관문에 가까이 갔다가, 동생이 저를 보지도 않고 문을 열고 나가길래 당황했어요.

“아….”

그러다 잠시 멈칫하길래 저는 안길 생각을 하며 팔을 살짝 들어올렸어요.

“아침에 앞으로  빵 사 먹을게요. 도시락도, 편의점에서  가면 되니까.”
“어? 그, 그치만….”
“누나한테도 누나 시간이 있고 누나 친구들이 다 있는 건데, 저한테 너무 이러면 힘들잖아요. 아침 정도는 사 먹어도 좋으니까 누나도 친구도 만나러 다니고 해요.”

하지만 동생은 안아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천천히 나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 인사하고 현관문을 닫아 버렸어요.
저는 제가 대체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하니  있다가, 당황한 나머지 급하게 만들어 줬던 도시락이 마지막 도시락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굉장히 우울해졌어요.


분명 이런 건…친구들이 말해주던 남동생이나 오빠랑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는데, 서로 밥도  챙겨주지 않고 그냥 알아서 하는…평범한 남매였는데.
왠지 모르게 머릿속이 무척이나 공허해서 온종일 저는 멍하니 시간을 보냈고,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하루가 지났어요.


“어, 어서 오세요! 고생했어요.”
“아, 저녁…친구랑 먹고 왔어요.”
“어…? 어, 어디서요? 아무 데서나 먹으면….”
“괜찮아요, 그냥 애들끼리 편의점에서 라면  먹었어요.

온종일 정신이 나가 있다가 저녁에 미리  둔 국을 데우는 정도밖에 하지 못한 저는 동생이 집에 오자마자 한 말에 저는 당황해서 되물어봤지만, 동생은 오자마자 저를 피하는 것처럼 방으로 들어갔어요.
멍하니 깨작깨작 밥을 먹던 저는 설거지도 느릿느릿하면서 동생의 방문을 힐끔거리다가 방 안에 들어가고, 밤을 새운 탓에 피곤하면서도 자꾸만 잠이 오지 않아서 잠을 설쳤어요.


그리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피자집에, 맥도날드에 가서 저녁밥을 먹고, 아침밥도 안 먹고 오고….
도시락을 싸 주면 가져가 주긴 했지만 가져갈 때마다 내일은 안 싸줘도 된다고 하고, 동생은 손끝이 혹시라도 닿을까 봐 조심조심 가져가려 하고.
현관문 앞에서 잘 다녀오라고 안아주고 싶어도 무시하듯 나가는 데다, 전혀 제게 관심이 없는 듯, 관심을  가지려는 듯….


누나로서 대해주기는 하지만, 누나도 먹으라면서 먹을 걸 사 와주거나 하기도 하지만….
평범한, 평범한 남매지만….
뭔가 이상하고 뭔가 안타깝고 뭔가 아쉽고 뭔가 부족해서.
같이 살고 있는데도 점점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줄어들어서….
점점 이상해 질  같았어요.

“저, 저기….”

동생의 방문을 두드리고 과일을 깎아주고 가면 동생이 정말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옆에서 보고 있으면…동생이 한참 뒤에서야 책상 옆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고, 저는 보지도 않은  말했어요.


“고마워요, 두고 가면 이따가 이거 다 풀고 먹을게요.”
“…네.”

그러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조용히 두고 나가면서 동생을 힐끔거리다 나가고….
다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새벽까지, 동생의 방에서도 방 밖에서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정적을 듣고 있다가 고민에 빠졌어요.

진짜 이게 맞을까? 이게 원하는 게 맞긴 한데….
이런 게 맞을까? 이건…이게 맞는데…분명, 맞는데….
완전히 피하듯이 아침밥을 안 먹어주는 것도 아니고, 동생이 좋아하는 메뉴를 하면 먹어주는 날도 있어서 저는 오히려 더 일찍 일어나서 좋아하는 걸 해주려고 열심히 만들었어요.


“잘 먹었습니다.”
“마, 맛있었어요? 도시락도 이걸로 싼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는데 뭐로 가져갈래요?”
“맛있었어요. 근데…다음부턴 이건 하지 말아주세요. 누나 힘드니까.”


그러면 동생은 오히려 오래 걸리는 메뉴인 게 보이니까, 애써 밝은 얼굴로 있다가 동생이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고 행복해하고 있으면 동생이 하나씩 거부해왔어요.
누나가 힘드니까 동생으로서 배려해주는 거지만…분명 좋은 일일 텐데,

다른 메뉴를 매일같이 열심히 해주려 하면서 피곤해하자 동생은 아예 도시락을 싸지 말아 달라는 말까지 했고, 저는 결국 마지막 도시락으로 연어 스테이크에 생선튀김, 달걀 샐러드와 새우튀김까지 한 일식 느낌의 도시락을 주고, 그날 도시락통을 닦아 준 뒤로는 꺼내지 못하게 되었어요.

[자격증 합격했어요.]
“진짜? 축하해요! 그, 그럼 오늘은 축하할걸….”
[아…합격한 애들끼리  먹기로 해서 오늘 늦을 것 같아요.]




분명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거니까 좋은 일인데, 저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을  분명 제가 꼭 다녀오라고 한 일인데….
왜인지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동생을 기다리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공허해지고 허무해져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읏…후우…응….”

그럴수록 많아지는 건 자위시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딜도자위는 더 하지 않고 있었어요.
안쪽을 자극하는 게 왠지 점점 더 힘들어져서, 기분 좋기는커녕 이게 아니라는 생각만 더 강해져서 뭔가 부족했어요.
머릿속에서 쾌락을 담당하는 곳이 망가진 것처럼 예전만큼 기분 좋지도 않고 아쉽기만 했어요.


동생의 방을 청소해봐도 예전처럼 정액이 담긴 콘돔이나 휴지 같은  나오지도 않았고, 동생의 방에서 자위해 봐도 점점 냄새가 흐릿해지는  느껴질 뿐이었어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자위를  보기도 했지만 뭔가 부족했고, 뭔가 아쉬워서…그런데도 나중에는  냄새마저 부족하다 느끼게  정도였어요.
자고 일어난 것뿐인 베개의 냄새는 점점 흐릿해져 가고, 채취라고 하기에는 조금 달랐어요.


매일같이 세탁하고 청소해주던 방은 동생의 느낌이 조금이라도 날아갈까  점점 게을러졌고, 자위는…딜도의 자극이 오히려 괴롭게만 느껴지게 될 때쯤부터, 동생이 온 후로 어째서인지 딜도만 쓰고 있어 꺼내지 않았던 우머나이저로 바꾸게 되었어요.
클리를 살짝 빨아들이는 쾌감은 확실히 딜도랑은 다른 자극이라 가볍게 갈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했어요.
운동하고 다이어트 할 때 과일, 채소와 샐러드만 먹으면 배가 부르긴 하지만 뭔가 부족한 것처럼….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참기 힘들어지는 것처럼, 뭔가 부족했어요.

“다녀오겠습니다.”
“조, 조심히…다녀…오세요….”

동생의 방에서 희미해지던 야한 냄새도 더는 안 나게 되어 버렸어요.
어느 날부터인가 여자아이들이나 살 것 같은 형태의 디퓨저가 생겨서…예전과는 다른 냄새가 났어요.
진한  같은 느낌의 향이어서 동생이 오기 전에 방 안에 엄마가 섹스하고  후의 냄새가 빠지도록 두던 디퓨저가 생각났고, 냄새를 맡을수록 예전처럼 집안에 저 혼자만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후읏…후읏…후으….”

저는 동생의 방도 무언가에 빼앗긴 것처럼 우울해 하다가 문득 든 생각에 세탁기에 벗어둔 동생의 옷을 꺼내 냄새를 맡기 시작했고, 배덕감과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세탁기 앞에서 동생의 옷에 얼굴을 묻은 채 자위해댔어요.


“하아….”


그대로 죄책감을 씻어내듯 세탁기를 돌리고, 조금…변태 같지만…속옷 냄새를 킁, 킁 하고 맡기도 하고….
그러고 나면 동생에게 이런 걸 하면 안된다고 잔뜩 말해놓고 제가 이러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굉장히 우울해졌어요.
동생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말해놓고…동생을 위해서 욕구를 풀어주는 거라고 해놓고, 정작 제가 참지 못해 저지르는  변태 같은 행동들이었어요.

점점 이상해져 가는 걸 느끼면서도 참기 힘들고, 아무리 해도 만족이 되지 않아 자위시간은 길어지기만 했어요.
설거지도 제대로 안 해 쌓여있는  동생이 오기 전에서야 급하게 해치웠고, 청소도 대충 해 창고 방은 점점 먼지가 쌓이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이게 옳은거니까…이게 맞는거니까, 동생의 말대로 제가 원하던 거니까 하면서 시간이 지나갔어요.


“앗….”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던 어느날…저는 집 밖에 내리는 비를 보고 멍하니 있다가 급하게 우산을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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