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거리감 (6)
동생의 친구와 인사를 하고 혼자가 된 저는 고민에 빠진 채 그대로 지하철역을 지나 집으로 돌아갔어요.
생각 이상으로 동생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은 얘기도 그렇지만, 자꾸만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상황이 충돌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동생의 요구를 들어주는 건 굉장히 기분 좋고…동생이 남자로 느껴지는 만큼 저 자신도 자꾸만 동생에게 이끌리고, 리드당할 때 굉장히 두근거리는게 커서 이대로는 정말 누나가 아니게 될 것 같아서 조심하려고 한 건데…이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친구들도 다들 당연한 것처럼 제가 동생을 이성으로 느낄 수 없다고밖에 말하는 데다, 저는 누나로서 동생을 편하게 해 주고 싶었던건데…오히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른 사람들이 걱정까지 할 정도라고 하니….
제게는 그 말이 제가 누나로서 점점 실격당하는 것처럼 들려왔어요.
그 말에 불안하면서도 정말 어찌해야 할 지 모를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고…누군가가 대신 답을 내줬으면 싶어지지만, 동생과 제 관계는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요,
소파에 앉아 멍하니 동생 하고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니 점점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빠져드는 것처럼 변해서 머릿속이 몽롱해졌어요.
그리고 점점…동생의 말이 머릿속에 울리는 것처럼 떠올랐어요.
둘만 있으니까, 여긴 한국도 아니고…밖에서 누가 도덕적으로 남매는 그러면 안 된다고 해도, 둘만 있는거니까….
동생의 욕구가 쌓이는 건 남자로서 당연한 일이고, 욕구가 풀려야 공부가 잘될 거라는 것도 당연한 얘기고….
제가 야한 게 잘못이라며, 누나가 야해서 못 참는 거라고 하는 동생의 말…여자로서 몸이 이렇게 야한데, 자기가 참기 힘든게 당연하다며…저에게도 자신을 남성으로서 보고 있지 않냐고 한 말이…사실, 그건 당연한 거였어요. 동생은 누가 봐도 남성적이었고, 욕구가 잔뜩 쌓일 것 같았으니까.
오히려 제가 누나니까 참으라면서 억지로 자제시키는 게 정신적인 거세를 강제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동생에게서 평소 느껴지는 남성으로서의 욕구는 굉장히 컸어요.
체취, 목소리, 눈빛, 시선뿐만 아니라 동생이 저를 대하는 태도 하나하나에서도 그러한 것들이 느껴졌고, 동생이 가끔 골반을 쥔 손을 꽉 쥐어대거나 할 때면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구속감에 머리가 핑 돌 것 같아졌어요.
자꾸만 누나니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자의 몸으로서 동물적으로 반응할 정도로…거기까지 생각하자 머릿속에 동생의 몸이 그려졌어요.
큰 키, 넓은 가슴…어깨…핏줄까지, 제가 무슨 짓을 해도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육체적으로는 저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깨지기 전의 유리 다루듯 섬세하게 절 다루면서도 욕망을 참고 있는 게 너무도 확실하게 보이는 눈빛이나…숨결, 커다랗게 발기되어서 쉴 새 없이 두근거리는…자지….
홍콩에 여행을 간 동안 전혀 숨김없이 저를 정복하고 싶다고 짓뭉개듯 박아대고 싶다고 하던 말이나 행동…그런데도 제가 자꾸만 안 된다고 하자 배려해서 애써 참아주던 몸짓이나, 태도가….
굉장히 제게 죄악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동생의 남성성을 조금이나마 받아들였을 때의 해방감과 쾌감이 자꾸만 떠올라서 정말 위험하다는 느낌이 온몸을 오싹오싹 하게 만들었어요.
분명 안 되는 건데,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동생의 친구나 저의 친구들의 말은…제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만 같고, 동생의 것이 안쪽까지 닿던, 상상도 하지 못했던 깊이로 들어오는 충격적인 감각이 떠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뱃속이 긴장되었어요.
동생이랑 그런 배덕적이고 아슬아슬한 행위를 한다는 건 지금까지 혼자 기피해오면서도 열망하던 쾌락에 대한 해방감으로 이어졌어요.
“후으으읏…후으으응…하아아아….”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어느새인가 제 방에서 딜도를 가져와서 소파에 눕듯이 앉아 두 다리를 위로 들어 올려 벌린 채 정신없이 딜도를 제 곳에 쑤셔대고 있었어요.
제가 올라타는 것이 아닌, 딜도를 밑으로 깊숙이 박아대는 자세로 찔걱찔걱 하는 물소리가 쉴 새 없이 새어 나오고, 머릿속에는 동생의 목소리와 말소리를 떠올렸어요.
홍콩에 갔을 때 조금씩 탑을 쌓듯 서로 이성으로 느껴가던 걸 멈출 수 없었던 게 떠올랐어요.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이 더 편하고 행복하고 기분 좋은가 생각하면…딱히 그렇지도 않았어요.
동생의 욕구를 억지로 자제시키면서 저 자신도 지금 이 순간에도 만족하지 못해서 안타까워지는 느낌…이딴 딜도같은 걸로는 만족할 수 없는 정신적인 쾌감과 육체적인 욕구가 자꾸만 아쉽고, 아깝고, 갈증이 차올라서…저는 갑작스럽게 딜도를 빼고, 잔뜩 애가 타 어쩔 줄 몰라 하는 보지가 뻐금거리는 걸 느끼면서 정말 자연스럽게 동생의 것을 떠올렸어요.
“하아아아…하아아….”
안 되는 건 알고 있지만…머릿속이 혼란스러웠어요.
알지만, 그게…뭐가 잘못된 걸까요?
누나로서 동생이 기분 좋아하면 저도 기뻤고…기분 좋아하면, 저도 기분 좋은 건 당연한 건데….
“하아….”
딜도를 빼내며 쾌감이 멈추자 갈증이 잔뜩 느껴졌어요.
그러면서도 현실감이 확 밀려들어오면서…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니 다시 머릿속이 혼란해지고, 저는 다시 한 번 제가 누나니까, 누나로서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독였어요.
분명 뭔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더는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럴수록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멈춰야 한다는 위기감보다는 갑갑한 느낌뿐이었어요.
“…진짜 위험해…요.”
대충 수건을 가져와 흔적을 닦아내고, 딜도를 수건에 감싸 방 안에 던져넣은 저는 그대로 소파에 누워서 갑갑한 마음에 한숨을 쉴 새 없이 내쉬다가 점점 멍해지고…그대로 잠들었어요.
·
소파에 잠이 든 저는 언제부턴가 꿈을 꾸고 있었어요.
꿈속 배경은 홍콩에서 묵었던 호텔이었고, 그곳에서 동생은…결국 참지 못하고 제게 욕망과 욕구를 그대로 쏟아내고 있었어요.
침대가 걱정될 정도로 잔뜩 짓눌러대면서, 전혀 꼼짝 못 하게 구속한 채 허리를 흔들어대는…완전히 짐승 같은, 누나한테 해선 안 될 섹스를 하면서 동생은 포식자처럼 저를 탐욕스럽게 내려다보면서…정말로, 정복하고 지배한다는 게 뭔지 알려주겠다는 듯 제 몸을 맘껏 맛보고, 취하고, 음미하고…탐하고 있었고….
꿈속의 저는, 완전히 아무것도 생각 못 하는 바보 멍청이가 되어서 동물처럼, 짐승처럼 앙앙 울어대고 있었어요.
쪼옥, 쪼옥 하고 입술에 아무 생각 없이 맞닿는 키스, 자궁에 콘돔 하나 없이 잔뜩 짓눌러 지면서도, 평소 제가 접해오던 제 비위만 맞추고 자기 성욕만 생각해 위장해오던 남자들과는 다른…정말 저를 정복해주는 수컷의 씨앗을 받을 기대감에 가득 차 순종적이게 몸을 허락하고, 짓눌러지는 모습은 아무 생각도 못하는 한 마리 암캐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하아….”
“읏…으음…하아….”
그리고 저는 갑자기 귀에 들려오는…아니, 갑자기 들리고 있다고 느껴지게 된 한숨 소리에 조금 전까지의 일이 꿈이었다는걸 떠올리면서 비몽사몽 한 상태로 소파에서 눈을 떴어요.
정말 조금 전까지 꿈속 그 장소에 있었던 것처럼 몸이 굉장히 뜨거워져 있었고, 귀가 무척 화끈거렸어요.
호흡도 왠지 진정이 되지 않아 잠에서 깨자마자 두리번거리며 뒤쪽을 보자 동생이 소파 뒤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앗, 어, 언제 왔어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아직 외출복 그대로인 동생에게선 방 안과는 다른 온도가 느껴졌어요. 정말 방금 들어온 듯해 보였고 동생은 대답 없이 저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머리를 다급하게 다듬고 있는 제게 뭔가를 내밀었어요.
“…누나.”
“네?”
“이거….”
동생이 머뭇거리며 제게 건네준 것은 조금은 투박하게 포장이 된 직사각형 모양의 선물이었고, 저는 깜짝 놀라서 선물을 받으며 물었어요.
“어…? 제 거에요?”
“선물…이에요. 그, 열어봐요.”
“…받아도 돼요? 열어도…괜찮아요?”
제가 잔뜩 긴장하면서 말하자 동생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저는 두근두근하며 포장지가 상하지 않게 조심조심 뜯었어요.
“어? 우와….”
선물은 스포츠 브랜드에서 나오는 포니테일 홀더 세트였어요.
머리를 묶는 평범한 고무줄만 쓰던 저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아주 예쁘게 디자인되어 있는 데다 스포츠 브랜드에서 나온 만큼 운동할 때 하기 좋은 소재여서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기분이 무척 좋아졌어요.
“마음에 들어요?”
“네…앗! 저 이걸로 머리 묶어줘요.”
저는 갑자기 신이 나서 곧바로 식탁 의자에 앉아 동생에게 머리를 내밀었고, 동생은 조금 망설이는 듯하다가 제 뒤로 조용히 다가와 손으로 머리를 빗겨 주면서, 제 머리를 올려 묶어주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왜 선물이에요…? 생일 아직 멀었는데.”
“그게….”
조심스럽게 제 머리를 빗겨주던 동생이 쥐고 있던 머리를 조금 놓치고 다시 빗겨 주면서, 예전과는 확연하게 다른…정말 하기 싫은 말을 하는 것처럼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잘모, 잘못…했어요.”
“어…?”
“잘못했어요…누나, 남자친…구, 인 척…해서….”
정말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얘기지만…저는 이미 동생이 제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행동했던 것에 대한 화는 이미 다 풀려버린 데다 선물을 받으니까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고, 다른 생각도 머릿속에 점점 가득 차고 혼란스러워져서…이렇게까지 사과하니 고마운 걸 넘어서 미안해 지고 있었어요.
굉장히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면서도 여유 있는 모습만 보다가 지금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할까, 저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요.
아프다기보다는, 뭔가 해선 안 되는 짓을 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살짝 충격이었고, 뭔가 괴리감이 느껴졌어요.
“앞으로…안할게요. 누나 남자친구…같은, 생각…티도, 안나게….”
저는 말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고…동생은 제 머리를 조금 엉망으로 묶어줬어요.
신경 써서 묶어주긴 했지만, 머리가 살짝 당길 정도로 잡아당기지 않고 조심조심 만져서 전혀 팽팽하지 않았고, 머리를 올려 묶었다기보다는 정말 모아서 잡아주기만 한 것 같은 모양이었어요.
사과를 들을수록 저는 갑갑한 기분이 풀리기보다는 왠지 더 갑갑해졌어요.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고, 분명 동생이 제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말이니 안심해야 하면서도…오히려 뭔가가 뜯겨 나가는 것처럼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상실감이 느껴졌어요.
“…욕구도, 안 품을게요. 누나로 대할게요.”
“어…?”
동생의 말 한마디에 숨이 콱 막히면서 머릿속이 하얘진 저는 갑자기 굉장히 불안해지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었어요.
분명 이게 제가 원하는 대답이었을 텐데, 제가 원하는…모습이었을 텐데.
“왜, 왜…요?”
제 입은 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동생이 저를 단순히 누나로만 대한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꺼내 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