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하면 안 되는 것 (6)
자꾸 엉덩이 얘기를 하니 부끄러워서 호흡이 잘 진정되질 않았어요. 레깅스 위에 치마라도 덧입어야 할까 생각하며 저는 다시 뛰기 시작했고, 땀이 좀 났을 때 다시 멈춰서 숨을 고르고 있자, 동생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고개를 숙이며 작게 속삭였어요.
“…엉덩이 만져도 돼요?”
“무, 무슨 소리에요….”
저는 깜짝 놀라 주변을 살펴봤는데…왜 동생이 그런 말을 한 건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생과 제가 멈춰선 곳은 가로등이 망가진 것인지 밝은 달빛이 비치고 있으면서도 주변에 비하면 조금 어두운 곳이었어요.
“여, 여기서는 안 돼요….”
“그럼 이쪽으로 와봐요.”
동생이 갑자기 제 손목을 잡고 약하게 잡아당기자 저는 당황하면서도 주변을 둘러봤어요. 어두운 곳이어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도 근처까지 오지 않고 있었고, 바로 옆에 수풀이 있기도 해서…저도 모르게 시선이 수풀을 향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생을 살짝 올려다보니, 동생이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어요.
“앗…아….”
저는 머뭇거리면서도 동생에게 이끌려 수풀 너머로 건너갔고, 가로등 불빛에 그림자가 생긴 수풀 뒤편은 정말 주변에서 아무도 못 볼 것 같을 정도로 어두웠어요.
계속해서 두리번거리다가도 동생을 가만히 올려다본 저는 동생이 천천히 다가와 마주 보면서 끌어안아 오자 저도 모르게 두 손을 올려 동생의 어깨 위에 올려줬어요.
“응…읏, 으응…으읏….”
그대로 천천히 손이 엉덩이 쪽으로 내려와…천천히 쥐었다 피기 시작했고, 저는 바깥 공기와 빌딩 숲 사이에 있는 산책로의 작은 풀숲에서 동생에게 엉덩이를 만져지고 있다는 게 정말 당황스러우면서도…굉장히 두근거려서, 야한 소리를 내는 걸 애써 참으며 동생에게 몸을 맡겼어요.
운동하느라 땀이 난 동생의 몸에서 굉장히 남자다운 냄새가 나서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고, 저도 모르게 코를 자꾸만 가까이 가져다 대게 되어 버려서 킁킁 하고 냄새를 맡았어요.
“후우…후우…앗…쪽, 하아…쪼옥….”
엉덩이를 만지는 게 그렇게 좋은 걸까…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니 동생이 입을 작게 벌리고 혀를 살짝 내미는 게 보여서 저도 발끝을 세우면서 두 팔을 동생의 목에 감아 매달리며 혀를 길게 내밀어 휘감아줬어요.
그렇게 점점 달리면서 뜨거워졌던 몸 안에 다른 열기로 가득해질 때쯤, 점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동생의 목에 휘감던 팔을 풀고 내려가며 엉덩이를 꾹 쥐고 있던 손을 톡톡 두드렸어요.
“누나한테 밖에서 이러면 안 돼요…쪼옥, 쪼옥….”
“아직도 그 얘기에요?”
제 말을 듣고 동생은 마지막이라는 것처럼 두 손으로 제 머리를 잡아 혀를 빨아준 후 천천히 놔줬어요.
저는 얼굴이 너무 뜨거워 손으로 부채질하다가, 머리를 묶고 있던 고무줄을 풀어 얼굴을 조금 가렸어요.
그대로 심호흡을 하며 주변을 살피고 수풀 밖으로 나왔고, 느린 걸음으로 동생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으로 걸어갔어요.
“바, 밖에서 이러면 안 돼요….”
진정하려고 자꾸만 머리를 빗으며 걸어가는 저는 옆에 나란히 선 동생을 올려다봤다가 왠지 굉장히 만족스럽고 기분이 좋아 보여서 마음속이 복잡해졌어요.
밖에서 이런 건 정말로 안 되는데…다른사람이 보면 안 되는데.
문득 저랑 다르게 동생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한테 드러내고 싶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걸어갈 때쯤…저는 저 멀리에서 보이는 사람을 보고 제가 잘못 본 건가 싶어 조금 인상을 썼어요.
설마 설마 하면서도 점점 가까워졌고, 결국 바로 근처에 왔을 때쯤 낯이 익은 얼굴이 보였어요.
동생은 저를 보고, 제 시선을 따라갔다가 갑자기 하, 하고 헛웃음 소리를 내었고, 정말 조금도 운동하러 나온 것 같지 않게 옷을 빼입은 사람이 뒤늦게 저를 발견하고 가까이 왔어요.
“오~뭐야, 그냥 지나가다가 와봤는데 우연이네.”
“…안녕하세요.”
요즘 왠지 자주 보게 되는, 옛날 대학 선배였어요.
대체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생각해보면 예전에 제게 고백할 때도 집 근처 조깅 코스까지 찾아왔었어요.
가만 생각해보니…전에 고백했던 곳도 이 근처라는 생각을 하며 저는 몰래 작게 한숨을 쉬면서 인사했고, 선배는 그런 제게 다가오면서 말했어요.
“아니…어제 좀 전화하기 바빠 보여서. 지나가던 길에? 혹시 오늘도 뛰러 나오나 해서 잠깐 들러 본 건데 진짜 우연이네. 그치?”
“…그러게요.”
전에도 생각했지만 뭐랄까, 조금 안타까우면서도 소름이 끼치는 사람이었어요.
이렇게 숨어있거나 기다리는 게 자기 딴에는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제게 고백했던 사람이다 보니 왜 기다리고 있는 건지 모르고 싶어도 알 수밖에 없었고, 태도가 좋게 나오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선배는 그런 제 까칠한 태도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가까이 다가와 조금 긴장한 얼굴로 말했어요.
“그, 그런데말야…운동하느라 바쁘다고 해서 그냥 운동할 때 잠깐 대화하려고 온건데…근데 쟤는 또 보네?”
선배가 동생을 보며 말해서 저도 동생 쪽을 뒤돌아봤어요.
동생은 정말 굉장히 기분 나빠 보이는 데다…전에 한 번 본 적 있는, 저는 자주 보기 힘든 살벌한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찢어 죽이고 싶은 것처럼 노려본다고 해야 하나, 말라뮤트가 허스키로 변한 것 같다고 해야 하나…인상 자체가 달라 보이는 눈빛이어서 저는 흠칫 놀라면서 동생 앞을 가리고 서면서 대답했어요.
“제가 아는 사람한테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세요?”
“응? 그야 당연히 관심 많지…아는 사람이 아니고 아는 남자처럼 보이는데….”
“용건만 말해주세요.”
저는 괜한 관심 좀 가지지 말라고 한 말이었는데, 선배는 전혀 말귀를 못 알아들은 것 같았어요.
빨리 그냥 할 말 듣고, 하고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단호하게 말하니 선배가 동생 쪽을 계속 힐끔거리면서 얘기했어요.
“어…식사, 같이…할 곳, 예약하려…고…한건데…혹시…내가 방해하는…건…아니지?”
“눈치 엄청 없네.”
그때, 갑자기 동생이 뒤에서 굉장히 낮은…위협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갑자기 저를 끌어안았어요.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저를 전혀 보지 않고 있는 동생은 선배 쪽을 계속해서 노려보더니, 천천히 저를 끌어안던 손을 제 가슴 쪽으로 향해, 가슴을 꽈악 쥐면서 말했어요.
“댁 하고 밥 먹기 싫어하는 거 안 보여?”
“어…어…? 그, 그래…그, 나, 남친…생겼구나? 아, 아…왠지, 아…홍콩, 여행….”
“적당히 하고 좀 꺼지지?”
“하, 하하…씨발….”
선배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엉망진창인 얼굴이 되어서, 우는 듯하면서도 화난 듯, 치욕스러우면서도 겁먹은 것처럼 몸을 움츠리며 떨고…화가 난 것처럼 저와 동생을 번갈아가며 노려보더니, 욕을 하면서 뒷걸음질 치다가…그대로 도망가 버렸어요.
그리고 저는…멍하니 서 있다가, 정말 뒤늦게서야 현실감이 찾아와서….
동생의 팔을 내치고 품 안에서 벗어나 동생에게 정말, 엄청 화난 목소리로 말했어요.
“뭐 하는 거예요!”
“…열 받게 하잖아요 계속.”
“그게 무슨 대답이에요! 지금 뭘 한 건지 알아요?”
동생은 자기가 뭘 한 것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게 저는 더 당황스러웠고, 화가 나면서도 동생이 몰라서 그런 거겠지 하고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이걸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머리속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말이 나오질 않았어요.
“자꾸 누나한테 찝쩍대잖아요. 누나도 싫다고….”
“싫어도…하아…싫어도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 사람은 입이 아주 싸단 말이에요.”
그렇게 말해줬지만, 동생은 아직도 자기가 뭘 잘못한 것인지 모르는 것 같았어요.
저는 모르니까 그럴 수 있지…하고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어떡하지 하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이마에 손을 올리다가…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막 울리기 시작해서 알림을 확인하고, 눈을 가렸어요.
“와, 진짜….”
전에 고백을 찼을 때도 그랬지만, 이 선배는 이상하게 자기 SNS에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 근황을 올려버리고, 질문하는 사람들한테 다 얘기해주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어요.
거기에…하필 이 선배가 돈이 없지 않다는 것 때문에 이상한 짓을 해도 괜히 아부하는 애들과, 따라다니는 여자애들…자꾸 뭔가 먹으러 가면 돈 자랑한다고 사주니까 형님 하면서 따르는 애들이 많았고, 그중에서 저한테 고백했던 남자애들이나, 저를 굉장히 안 좋게 보던 여자애들도 있어서….
그 잠깐 사이에 벌써 4명 정도한테 메시지가 오고 있었어요.
고백을 찼을 때도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심각한 것 같았어요.
잠시 후 동생이 중국에 온 걸 알고 있는, 친한 친구한테서 전화가 와서 왜 전화를 하는 것인지 알 것만 같아 한숨을 쉬면서 전화를 받았어요.
“여보세요….”
[아니 이거 무슨 얘기야?]
“와~역시, 유학생 출신들끼리 소문 참 빠르다…그치?”
[아니, 너 남자친구 뭐야? 생겼으면 얘기해 줬어야지!]
“…뭐?”
저는 친구의 말에 깜짝 놀라면서 앱을 켜 선배의 계정을 찾아 들어갔어요. 친구추가도 되어 있지 않았지만 발은 넓은 사람이라서 조금만 찾아봐도 찾을 수 있게 되어있었고, 사진을 확인한 저는 굉장히 당황했어요.
도망치면서도 대체 언제 그럴 시간이 있었는지 저 멀리에서 도촬하듯 저와 동생을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고, 사진 속에서 저와 동생은 가로등 밑에서 동생에게 제가 끌어안겨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조금 멀어서 가슴을 잡고 있는 게 아닌, 어깨를 잡은 것처럼 보였다는 거지만…저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저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처럼 보였고, 저는 정말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이 상황에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젖혔어요.
“누나…?”
상황 파악이 안 되던 동생은 제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전화까지 오자 그제야 조금 이상한 일이 되고 있다는 걸 알아준 것인지 조심스러워하며 저를 불렀고, 저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 동생에게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집 가서 얘기 좀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