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한 침대 (2) (71/156)



〈 71화 〉한 침대 (2)

“아니, 하아…엄청 좋아요….”

다행히 동생은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해 주는 것 같았어요. 저는 입을 조금 벌린  소리 없이 배시시 웃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샤워를 하러 갔어요.
평소라면 곧바로 동생이 학원에 가야  시간이었지만, 아직 노동절 휴일이 끝나지 않아 학원도 쉬는 중이었어요.
샤워하면서 거울에 비키니 자국을 남기고 탄 몸을 비춰보며 이게 왜 야한 걸까 고민하던 저는 동생과 함께 살게 되면서 사용하게 된 민트향이 가득한 치약으로 양치한 뒤 몸에 물기를 깨끗이 닦아내며 밖으로 나왔어요.


곧바로 동생도 샤워하고 나왔고, 활동적이게끔 레깅스와 브라탑을 입은 저는 방에서 필요한 것들을 먼저 싸서 캐리어에 넣어 동생의 방으로 가져갔어요.
그 후 방에서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사이사이 틈새에 벌레 약을 놓고 있자, 동생이 옷을 입고 제 방으로 들어와서 도와줬어요.

“가구를 다 옮겨야 돼요…?”
“사이에 어디 숨어 있을수도 있잖아요.”
“어제 잡은 게 끝일 것 같은데….”
“그래도 불안해서 안 돼요!”

그렇게 동생의 도움을 받아 제 방의 사이사이에 벌레 약을 전부 놓은 저는 그대로 복도, 싱크대 주변과 거실, 현관문 틈새에 약을 놓았어요.
동생은 혼자 창고 방으로 가 알아서 해 두겠다며 따로 약을 가져갔고, 저는 이제 며칠 정도 기다리면서 집에 음식이 하나도 남지 않게끔 깨끗이 청소하면서 기다리면 안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전부 일을 끝낸 제가 아침밥을 차리던 그때 동생이 창고 방에서 나왔고, 저는 수고한 동생을 칭찬해 주려다가…동생의 손에 들린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굳었어요.

“혹시 이거 누나 거예요…?”

동생의 손에는 엄마가 흑인 남자친구에게 선물 받은 야한 속옷들이 들려있었어요.
전부 다 새것이었는데, 엄마의 취향에는 맞지 않아서 입지 않았다고  것들이었어요.
끈팬티에, 가터벨트에…메이드복이라는 것처럼 생긴 란제리를  저는 잠시 고민에 빠졌어요.
동생은 엄마가 남자친구가 여러  바뀐다는 것도 모르고, 이혼한 이유도 잘 모르는 것 같았어요.
그런 만큼 그에 대한 얘기는 동생에겐 숨기고 싶었던 저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동생에게 말했어요.


“네, 네에…제, 거에요….”
“…가슴이 엄청 큰데요?”
“제 거에요! 그렇게 선물 받아서 안 입었던 거에요!”
“그리고 이거…같이 있던데.”

그렇게 말하며 동생은 디지털카메라를 제게 내밀었어요. 분명 이건…흑인 남자친구가 자주 가지고 다니던 건데….
굉장히 불안한 예감이 든 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동생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제, 제거예요…주세요.”
“…진짜 누나 거예요?”
“네…!”


동생은 뭔가 미심쩍어하면서도 제게 디지털카메라를 건네줬고, 저는 다급하게 받아 등 뒤로 숨기면서…동생이 다른  손으로 내밀고 있는 야한 속옷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주춤했어요.
정말 아무리 봐도 벗는 것보다 입는 게 더 부끄러울 것 같은 옷들이었어요.
예전에는 대체 이런 건 누가 만드는 것인지, 이걸  사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지금은 알 것 같았어요.
남자를 흥분시키기 위한 옷, 섹스를 더 거칠게 해달라고 조르기 위한 옷이었고, 동생도 왠지 옷을 계속 살펴보고 있었어요.

“누나.”
“네, 네?”
“나 다음 달 생일때…이거 입어주면 안 돼요?”
“어?”


저는 동생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생일이라니, 그런 건 정말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생일이에요?”
“어? 말 안 했어요?”
“안 해줬어요! 앗…생일 얘기도 하지 않았었네요 그러고 보니까….”
“누나 생일은 8월 29일이었죠?”
“어? 제 생일은 어떻게 알아요?”
“알아봤어요.”

저는 마음속으로 어? 어? 하면서 당황했어요.
제가 미리 동생의 생일을 알아봐 두지 않은 게 큰 잘못을  것처럼 느껴졌고,  생일을 알아봤다는 동생의 말이 기분 좋으면서도 제가  잘못한  같아 굉장히 신경 쓰였어요.
그런데 동생은 그런 제게…야한 속옷을 내밀다가 주머니를 뒤져서 이번에는…콘돔 상자를 내밀었어요.
이것도…흑인 남자친구   명이 자주 사서 들고 다니는 걸 봤던…XL사이즈의 콘돔이었어요.

“이것도…선물 받은 거예요?”
“…어, 그게.”


왠지 모르겠지만, 동생의 눈빛이 뭔가 살벌해서…이건 선물이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디, 딜도…살 때…같이, 온…건데….”
“그렇죠?”

동생은 묘하게 서늘하게 웃으며 말하고 콘돔 상자를 열었어요.
안에는 투명한 포장지로 콘돔이 하나하나 낱개 포장되어 있었고, 특이하게도 그렇게 두껍지 않아 보이면서도 검은색으로 되어 있어서 왠지 제가 가지고 있는 검은색의 딜도에 씌우면 콘돔을 씌운 것인지 안 씌운 것인지 조금 헷갈릴 것 같아 보였어요.
동생도 그걸 보고 신기한 것인지 살펴보면서 말했어요.


“저한테도 맞겠는데요?”
“앗, 그래요…?”


동생이 쓸 콘돔을 처음 살 때 알게 된 거지만, 큰 사이즈의 콘돔은 적혀있는 건 L, XL 사이즈지만 각자 길이나 둘레 같은  다 다른 것 같았어요.
써 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동생은 자기 나름 상자에 적혀있는 콘돔의 길이를 보고 판단하는 것 같았지만…제가 볼 때는 조금 헷갈렸어요.
저는 갑자기 동생의 물건이 얼마나 긴 건지 궁금해져서 물어봤어요.

“근데…몇 센치에요…?”
“음…딱히  보질 않아서…아.”


그러자 동생은 현관 쪽으로 가더니…제가 신던 슬리퍼를 들어 올리며 말했어요.


“이거랑 비슷하니까…누나 발 사이즈가 의외로 크네요?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보였는데.”
“아…슬리퍼는 조금 더 크게 신어요.”


저는 동생의 물건 크기를 생각하면서…가만 생각해보니 그걸  때는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렇게 현실적인 길이를 생각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크긴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동생과 저는 벌레 약을 놓는 김에 방 청소도 같이 해서…하루종일 같이 가구를 옮기고 사이사이까지 깨끗하게 청소하며 하루를 보냈어요.
청소하면서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왠지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하는 동생에게 조금 특별한 레시피로 라면을 만들어 줬어요.
면을 삶은 뒤 고기를 구워서 따로 놓고, 고기 기름이 올라간 팬에 기름을 아주 약간만  두른  파를 살짝 튀기듯 볶아주다가 삶아둔 면을 넣으면서…스프를 원래 넣는 물의 양의 반 정도만 넣어 졸이는 것처럼 맛이 깊게 배게 해주고, 고기를 올리고 위에 계란을 올려줬어요.

“이거 대체 무슨 라면이에요…?”
“중국요리중에 차오미엔이라고 해서, 면을 볶는 요리가 있는데…예전에 중국인 친구가 한국 라면을 혼자 다 먹어보고 싶긴 한데 국물이 너무 많고 매운맛이 힘들다고 해서 살짝 퓨전 해주는 기분으로 해줬던 거에요.”


너무 중국식이려나 하고 걱정했는데 맛있게 먹어줘서 저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식사를 마친 후에는 깨끗하게 설거지를 하고, 뜨거운 물을 싱크대에 부은 뒤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도 전부 제대로 밀봉되어 있는지 확인하고…냉동실에 생긴 성에를 제거했어요.
왠지 신년 청소같이 된 것 같았지만, 이렇게 뭔가 시작되었을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것처럼 계속해서 하는 걸 좋아해서 별로 지치거나 하진 않았어요.

“앗, 바닥에 비누칠 한번 하고 걸레질해주세요.”
“바닥에 비누칠을 해요…?”
“마룻바닥이니까요. 하는  훨씬 깨끗하고 밟는 느낌이 더 좋아져요. 앗, 그냥 비누 말고 전용 비누가 있어요. 손으로 하면 힘드니까 물걸레 청소기로 하고…신기하죠? 아무리 아파트라도 중국인데 한국같이 이런 바닥인 거.”
“어? 원래는 아니에요?”
“음…아파트는 중국에서 성공의 상징 같은 거라서 외국식으로 많이 지어요. 여기 아파트는 한국식 온돌이 들어왔다고 유명해서, 처음 지을 때도 한국식 아파트로 광고했다고 하더라고요. 바닥에 쓰인 것도 한국에서 보이는 재료라고 하고, 벽도 벽지로 다 되어있고.”
“…그 말은 원래는 벽지가 아니라는 얘기죠?”
“원래는 페인트를 쓰는 때도 있고, 물기를 머금으면 가루처럼 떨어져 나오는 이상한 걸 쓰는 곳도 있어요. 먼지가 굉장히 많이 나는 소재고…아, 옛날 집은 바닥까지 시멘트로 만들어져서 오래 살면 바닥에 틈새 사이사이에 때가 낀다고 하더라고요. 살아본  아니고 중국 친구들한테 들었던 얘기에요.”
“…저 여기 유학해도 괜찮은 거죠?”


저는 동생의 말에 웃음이 터져버렸어요.
물론 제가 너무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하긴 하지만…그래도 지금 사는 집이나, 동생이 목표로 하는 대학은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상위권이고 상류층들이 다닐 만한 곳이어서 엄격하고 청결한 곳이었어요.
여기 중국 맞나? 싶을 정도로 나무도 많이 심겨 있고….


“괜찮아요, 대신 외식하고 싶으면 누나한테 물어보고  주세요! 지저분한 곳이면 건강이 걱정되니까. 먹고 싶은 음식을 얘기해주면 해줄게요.”
“치킨 같은 거면 해주기 어렵잖아요.”
“치킨 먹고 싶어요? 해줄까요?”


동생은 제 말에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먹고 싶어 하니 저런 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저는 다음에 치킨을 해 줘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 후, 현관을 청소하던 저는 동생이 보지 않을 때…동생이 아까  슬리퍼를 가지고 이 정도 크기쯤 한다고 했던  떠올라서, 저도 모르게 배에 슬리퍼를 대 봤어요.


“히익….”

배 위에 올려지기만 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 이렇게 냉정하게  적이 없었지만, 이렇게 보니 정말 무서울 정도로  게  안에 들어왔었구나 싶었어요.
이런  가지고 있는 것도 무겁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런 게 내 안에 들어왔다는 것도 대체 어떻게 들어왔지 싶어질 만한 길이였어요.
물론 딜도도…처음에 그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건 그래도 배꼽 아래 정도였던 것도 있고, 이건 배꼽 위까지 올라올 정도의 길이인데….


“뭐 해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동생의 몸이 이 정도나 내 안에 들어오는 거구나, 하고 왠지 귀가 뜨거워질 때쯤 동생이 뒤에서 저를 불렀어요.
저는 깜짝 놀라 슬리퍼를 떨어트렸고, 계속해서 현관을 청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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