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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화 〉홍콩여행 - 좀 더 깊게 (2) (53/156)



〈 53화 〉홍콩여행 - 좀 더 깊게 (2)

방으로 돌아간 뒤, 다시 한 번 간단하게 씻은 후 옷을 갈아입었어요.
동생은 그동안 방 안에 있던 과일을 먹고 있었고, 제가 나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입씩 먹여주기도 했어요.
나갈 때가 되니 왠지 벌써 호텔 방을 떠나는 게 굉장히 아쉽게 느껴졌어요.
엄청 좋은 객실인데…너무 고급스러워서 이렇게 가는  아쉽기만 하고, 다음에 또 올 일이 있다면 그때는 룸서비스도 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동생은 조금 오버핏한 셔츠에 얇은 슬랙스를 입었고, 저는 블랙진에 검은색 끈나시를 입고 살이 타지 않기 위해 그 위에 흰색의 시스루 셔츠를 걸쳐 입었어요.
체크아웃을 하면서 직원이 이후에는 어디로 가냐 묻길래 홍콩섬으로  생각이고 그전에는 음료수를하나 사서 가려고 한다 하니, 호텔에서 지하철이 쭉 이어지는 통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어요.

저와 동생은 직원의 친절에 호텔 내부의 통로를 통해 시원하게 이동했고, 홍콩에서는 버스처럼 취급되는 홍콩섬과 침사추이를 오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가는 길에 히레티라고 하는 음료 프렌차이즈에서 과일이 들어간 음료수를 샀어요.
 마신 뒤 과일을 먹을 수 있게 포크도 같이 준 데다, 음료도 커서 아이스팩처럼 들고 다니면서 배에 타게 되었어요.

배를 탄 후 갑판으로 나와서…시스루 셔츠를 입으면서 맨살이 드러나지 않아 이렇게 입는 게 더 시원하지 않을까 싶었는데…생각보다 굉장히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바다를 보고 있던 저는 동생과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동생하고 같이 배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손.”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제가 배가 흔들리는 것에 따라 균형을 잃어서 난간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가자 동생이 평지에서 갑자기 손을 달라고 내밀었어요.
그리고 균형을 잡느라 정신이 팔려있던 저는 저도 모르게 배 밑으로 양손을 허공에서 무언가를 쥐듯 내밀었다가, 깜짝 놀라서  손을 펴면서 한쪽 손을 동생에게 내밀었어요.
얼굴이 빨개져서 동생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자 동생도 제 손동작이 무슨 의미였는지 눈치채 버린 것인지 헛기침을 하면서 제 손을 잡았고, 저는 갑자기 더운 게 안 느껴질 정도로 부끄러워졌어요….

홍콩섬 센트럴에 도착한 후에는 미리 다운받고 가입해 두었던 우버라고 하는 콜택시 앱을 통해서 택시를 부르고 호텔로 이동했어요.
바닷가 쪽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를 달리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에 도착했고, 곧바로 체크인한  방에 도착했어요.
나쁘지 않은…오히려 가격대에 비해 굉장히 좋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호텔이었지만…전날 머문 곳이 홍콩에서도 손으로 꼽히는 호텔이었어서 그런지 왠지 평범하게 느껴졌어요.

방은 한국의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을 만한 느낌의 호텔 방이었어요.
호텔 평가에는 조금 모텔 같은 느낌도 난다고 적혀있었지만, 한국에서 모텔을 가 본 적이 없어서 저는 잘 모르는 일이었어요.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한쪽 벽면이 전부 유리 창문으로 되어있었고, 창문을 통해서 바닷가가 훤히 보이는 곳이었어요. 창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게끔 처리되어서 안심하고 커튼을 열어도 된다고 광고에 적혀있던 게 생각났어요.

“더 더워지기 전에 갈까요…?”

동생과 저는 더 더워지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을 가기 위해 호텔에서 나왔어요.
제일 처음 간 곳은 만모사원이라는 곳으로, 홍콩에서도 굉장히 오래된 사원이었어요.
안에는 문신과 무신을 함께 모신다고 하고, 관운장을 무신으로 모시는 게 특징이라고 했는데…그런건 다 눈에 들어오지 않고 소용돌이 모양으로 축 늘어져 있는 향이 잔뜩 매달려서 천천히 타들어 가고 있는 것만 눈에 들어왔어요.

“여기에 소원 비는 건가 봐요….”
“누나는 무슨 소원 빌 거에요?”
“대학…합격시켜달라고….”

여기가 홍콩에서는 꽤나 영험한 사원처럼 얘기하고 있어서…꼭 오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어요.
저는 동생이 대학에 합격하기를 정말 열심히 기도하면서…일본 신사에서 볼 수 있었던 새전함 같은 곳에 일부러 챙기고 있던 새 지폐를   넣었어요.

“가, 가요….”

동생은 그런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고, 기도가 끝난 후에 동생이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는 게 왠지 부끄러워져서 저는 동생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면서 빠르게 사원 밖으로 끌고 나왔어요.

홍콩섬은 중국의 북경 시내처럼, 한국의 강남처럼 빌딩이 굉장히 빼곡했어요.
조금만 시내로 들어가도 이곳이 바닷가이고 섬이라는  잊어버릴 정도로 빌딩이 높게 지어져서 빌딩 숲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고, 사원에서 나온  동생과 함께 가는 곳은 그런 홍콩섬이 한눈에 보이는…홍콩에서 가장 높은 언덕인 빅토리아 파크라는 곳이었어요.
피크 트램이라고 하는, 모노레일 같은 열차를 타고 천천히 올라갈  있었고…산길을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한쪽은 밀림, 한쪽은 빌딩 숲이 보이는 풍경이라는 특이한 경치를 감상할  있었어요.

트램 안에서도 같이 사진을 찍다가…파크 위에 도착해서도 같이 사진을 찍고, 위에 도착하면 있는 스카이 테라스에서 홍콩 전경을 바라보면서  사진 찍고….
그리고 여기까지 도착한 후에는 해가 질 때까지 얌전히 앉아서 구경하는 게 계획이었어요.
더운 햇빛을 계속 받기는 싫어서…스카이 테라스에 있는 카페에서 차와 케이크를 시켜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동생과 창가에 앉은 채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어요.

“경치 예쁘다~그쵸?”
“…네?”

…왠지 동생은 경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지, 멍하니  쪽을 보고 있다가 말을 걸면 깜짝 놀라고는 했어요.

“…왜 자꾸 그렇게 보고 있는 거예요…?”

자꾸 그러다가…왠지 시선이 굉장히 부끄럽게 느껴져서 저는 고개를 떨어트리고 올려다보면서 물었고, 동생은 그런 제게 조금 고민하는 듯 입을 다물고 있다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말했어요.

“…조금 이상한 얘기 해도 돼요?”
“응…? 네에. 괜찮아요.”
“…누나는  남자로 어때요?”
“어…?! 무, 무슨 말이에요…?”

그리고 저는 동생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말을 물어봐서, 깜짝 놀라면서도 얼굴이 순식간에 화악 달아올랐어요.

“그냥…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쭉 드는 생각인데. 홍콩이니까…다른 곳이니까 이런 생각 드나 봐요.”
“무, 무슨 생각…요?”
“…난 누나 여자로밖에  보이니까, 그냥…이상형, 같은 느낌이고….”
“어? 어…?”
“…잘못하는 건가. 싶어서….”

저는 동생의 말에 저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괜히 누가 들었을까 놀라면서도 굉장히 부끄러운데, 왠지 기분 좋기도 한…여러가지로 복잡한 감정이었어요.
동생은 카페에서 시켰던 차가운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삼키더니, 창밖에 보이는 빌딩 숲을 가만히 보면서 얘기를 이어갔어요.

“어차피, 한국말 알아들을 사람도 적을테니까…그냥 얘기할게요? 나 솔직히 누나 처음  날부터 되게 그냥…귀엽고, 예쁘다? 그런 생각 해서. 계속 신경 쓰이고…원래 이런 성격도 아닌데 왠지 자꾸 조심하게 되고 그러거든요.”
“어…? 어…그, 그래…요?”
“처음에는 그냥 내가 누나가 갑자기 생기니까 신경 쓰나 보다 싶었는데…계속 같이 사니까 자꾸 성적인 생각 들고, 안 그러려고 했는데…그런거 봐 버리니까…그뒤로는 그냥, 여자로밖에 안 보이고…거기다, 이것저것 있었잖아요.”

동생의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특히…원래 이런 성격이 아닌데 조심하게 된다는 말은…왠지 제 얘기를 하는  같기도 했어요.
원래는 저도 전혀 이런 성격이 아니고, 생각도 이렇게 하지 않았던  같은데 어째서인지 동생 일이 엮이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지는  같았어요. 처음  때도…조금, 굉장히섹시하다는…생각을 하긴 했지만, 안 그러려다가도…그런 걸 봐 버리니까…자꾸, 자위해 버리게 되고….

“누나도 알겠지만…누나가  된다고 해서 참고 있기는 한데, 솔직히 참기 엄청 힘들어요. 아…누나도, 내거…큰거 좋아하잖아요? 보면 자꾸 눈 초점 이상해지고.”
“어? 어? 그래요? 초점…이상해져요?”
“뭔가 그것만 가만히 보고 있다고 해야 되나…황홀해 하는 표정 잠깐 하고 그러잖아요.”

저는 너무 부끄러워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애써 속으로 삼키면서, 제 걸로 시켰던 석류 음료를 마셨어요.
황홀해 하다니…그야, 전혀…그런 느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그야 보고있으면 멋있고, 남자답고 더 보고싶어지고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되긴 하지만 황홀해 보인다니….

“나도 누나 골반 큰거…엄청 취향이거든요…애초에, 그 커다란 걸 잔뜩 써서 자위해댄다는 게…나도 그렇게 마음대로 막 허리 흔들어도 된다는 말 같고.”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아아…진짜. 그냥, 모르겠어요. 솔직히 진짜 엄청 섹스하고 싶어요. 미칠  같아요…키 이렇게 조그마한데 이렇게 섹시하고 야하니까…그냥, 욕구가 자꾸 쌓이고 나도 누나가 섹스 싫다고 할 때마다 정신 차리고 이성 잃었다가 다시 잡고 하는데…그렇다고, 성욕만 막 일어나는 그런 건 아니고…누나로서도 굉장히 좋아하고…이성으로서도, 자꾸 느껴지니까….”

저는 동생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기분이 묘해졌어요…부끄럽지만 굉장히 진지한 얘기여서…그런데도 굉장히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러웠지만,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동생은 말하다가 갑자기 말실수한 것처럼 입을 다물더니, 입을 가렸고 제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미안해요, 기분 나쁘죠. 동생인데 이래서…성욕에 막 휘둘려서…하아….”

저는 동생의 말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어요.
그런  기분 나쁘다고 하면…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게 좋게…누나로서 정말 자상하고, 청순하다고…칭찬해줬는데 제가 보여준 모습은 동생의 자지에…잔뜩 정신이 빠져서 킁킁 하고 냄새 맡아대거나…자위해대고, 개처럼 헥헥대는…정말로 저야말로 성욕에 잔뜩 휘둘려서, 제정신이 아닌 모습을 잔뜩 보여줬어요….

“아, 아니에요…저야말로, 야한 모습이나…보이고….”
“그냥 누나가 아침에 자꾸 야한 모습을 보니까 흥분하는 거 아니냐는 듯이 말해서, 좀…자꾸 신경 쓰여서 그래요. 누나가 이렇게 섹스 하는 거 싫어하는데 내가 자꾸 억지로 하는 거같고…싫죠?”
“어? 어…?”
“그냥…누나는 나 대학 합격하라고 열심히 해준 건데. 소원도…그렇고….”
“소원…?”

저는 동생의 말을 듣고, 한 박자 늦게 이해했어요.
사원에 가서 동생의 대학 합격 소원을 빌었던 걸 얘기하고 있는 거였어요.
그게 대체 갑자기 왜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자, 동생이 갑자기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어요.

“하아…그냥, 누나는 나랑 생각이…다르구나 싶어서요. 그냥…나 어리니까, 어리광 받아주는 거고. 억지 받아주는 거고…내가 늘 멋대로 밀어붙일 뿐이고…다…대학 합격하면 상관없는 일일 텐데…그냥, 누나는 내가 동생이니까…대학 붙길 바라니까, 욕구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신경 써주는 거고….”

저는 저도 모르게 동생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어요.
동생은 저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고…굉장히 복잡한 눈빛을 하고 있었어요.

“…내가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싶어서요. 누나가 자상하니까, 내 생각 많이 해주니까 이용하고 있는 거고…누나는, 나랑 그런  하기 싫은데…사실…누나가 여자로밖에  보이는 내가 잘못된 거니까. 그치만, 15년이잖아요…? 진짜…전혀 누나로 안 보이는 걸 어떡해요.”
“그, 그치만…그건….”
“알아요, 이상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거…누나도 나 동생으로만 보이진 않잖아요. 그래도…동생으로 보고 싶어하는 거잖아요. 나랑…다르게….”
“어…?”

동생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저는 시선이 멋대로 위아래로 흔들렸고, 동생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보며 눈을 마주치고는…그대로 시선을 떨어트리면서 왠지 굉장히 우울해 하면서,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누나는, 내가 동생이기만 하면 좋겠죠…?”

저는 동생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어요.
왜인지…머릿속에는 남자에게 고백받았던 지난 일들이 떠오르면서 동생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어요.
그러면서도 고백하고는 다르다고 생각되면서…고백처럼 느껴져서 부끄럽고, 기쁘기도 하지만…걱정도 되고, 미안하면서도, 혼란스럽고…복잡한,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되어버려서…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애초에, 누나가 정말 내 누나이긴 할까…하는 생각도 했어요.”
“네…?”
“…이혼, 왜 했는지…계속 궁금했단 말이에요. 사실은, 사실은 누나가 엄마가 몰래 숨겨둔 애라던가…그런 상상도 했는데. 그건…말도 안 되는 상상이고…아빠가 만약 다르다고 해도, 그런 드라마 같은 얘기라고 해도 엄마는 같으니까…아니, 이건 좀 바보 같죠?”

동생은 왠지 자기가 생각해도 황당하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머리를 긁적이고는…음료수를 들고 그대로 쭈욱 마셔서, 한 번에 잔을 비워버렸어요.

“하아, 미안해요. 그냥 이상한 얘기 한 거에요…미안해요…아, 이 케이크 맛있죠?  사올까요? 누나 이거 맛있다고 했는데 제가 너무 많이 먹었죠?”

동생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었어요.
그리고 갑자기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 털어버린 것처럼 태도가 변해서는.
왠지 모르게, 어째서인지 모르지만…전하고, 뭔가 다르게 느껴졌어요.
동생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조금 벽을 치는 듯한 게 느껴졌고. 굉장히 속상해하는  느껴졌어요.

“저, 저도….”

왠지, 고백하고 차인 듯한…제가 차버린 듯한 그런 남자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어째서인지 가슴이 굉장히 갑갑하고, 꽈악 쥐어지는 것 같고, 심장이 울먹거리는 것 같아서….
저는, 저도 모르게…정말로, 요즘…아니, 처음부터 굉장히 고민했지만, 동생에게 숨기고 있었던걸…말해버렸어요.

“저도…동생으로 안 보여서…고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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