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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화 〉홍콩여행 - 그 정도는 섹스 아니잖아요? (4) (46/156)



〈 46화 〉홍콩여행 - 그 정도는 섹스 아니잖아요? (4)

잔에 비춰 보이는 빛 때문인지, 레드와인이 아니라 조금 신비한 색의 은하수를 마시는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와인을 마시고 나자 조금 특이한 요리가 나왔어요.
설명을 들어보니 특이한 요리라기보다는…홍콩에서는 굉장히 대중적인 음식으로 한국요리로 예를 들자면 된장찌개나 김치볶음밥…비빔밥 같은? 요리였어요.

“어어…구운 밥,이라는 거래요. 위에 올라간 건 성게 알이고, 게살이랑 야채를 넣고…볶은 뒤에, 치즈로 덮어서, 다시 오븐에서 구운 거라고 해요.”

궁금해져서  더 질문해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니 홍콩에서는 편의점에서도  먹을 수 있는 요리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저는 갑자기 그런 요리를  이런 비싼 레스토랑에서…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입 먹어보고 나니 굉장히 맛있어서…그런 불만이  들어가버렸어요.
게살 맛도 진하고, 치즈하고  어우러지면서…불맛도 나는 데다가 감칠맛이 굉장해서, 섬세하면서도 입안에서도 재료들의 존재감이 확 하고 뿜어져 나오고, 그러면서도 치즈처럼 녹아서 잘 어우러지는…개인적으로는 제일 맛있는 요리였어요.

“와아…벌써 끝인가봐요….”

디저트가 나올 차례가 되어서는, 티 소믈리에가 끓여준 야생 국화차에, 일본 화과자 같은 느낌의 홍콩식 디저트가 나왔어요.
달콤한 디저트와 차가 너무 잘 어우러져서 굉장히 맛있는데도 아쉬운 느낌이 들 정도였고, 동생과 한입씩 나눠 먹으면서 천천히 먹었지만 결국에는 다 먹어버려서…식사가 끝나버리고 말았어요.

“뭔가 아쉬워요…너무 맛있었어요.”
“음…아까 보니까, 우리 칵테일 마시던 곳 옆에 바도 있던데….”
“앗, 앗, 우리 2차 가는 거예요? 아! 그런데 우리 2차 가면  돼요.”
“왜요?”
“수영장…2차는 갔다 와서 룸서비스로…어때요?”

방으로 돌아와서 저는 캐리어에서 동생이 수영복으로입을 반바지와 제가 입을 수영복을 꺼냈어요.
그대로 곧바로 다시 동생과 함께 수영장이 있는 3층으로 내려갔고, 탈의실 앞에서 저는 동생에게 수영복으로 입을 반바지를 건네줬어요.
안에 수영복을 입고 가운을 걸치고 오는 사람들도 보였지만…저래도 되는 걸까? 싶으면서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탈의실이 있는데 꼭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따라 하지는 못했어요.

“수영복도 챙겨 왔었구나….”
“어? 젖어도 괜찮은 반바지…챙기라고 말해줬는데….”
“…전 홍콩이 바닷가인 줄 몰랐어요. 아니…해수욕장도 아니고 그냥 수영장이지만….”
“앗, 저도 예전에는 홍콩 영화라고 보이던 사진들이 다 빌딩이 잔뜩 있는 도시라서 바닷가라고는 생각도 못 헸었어요. 그래도 이번에 알아보고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여기는 수영장을 꼭 가봐야 한대요!”
“음…그러면…조금 있다가 봐요…?”
“네에~이따가 봐요~”

그렇게 탈의실에서 헤어지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저는 수영장으로 나와 두리번거리다가…동생을 발견해서 천천히 다가갔어요.
동생은 누구인지 모를 여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가까이 다가가니 한국인 여자 두 명이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 이것도 인연인데에…같이 수영하고, 한국인들끼리 방에서 같이 얘기하고 놀지 않을래요…술도마시고…?”
“마, 맞아요! 저희 여자들끼리만 왔는데. 같이 놀래요…? 저희 방 넓은 데….”
“아니…가족하고 왔다니까요.”
“가족한테는 그냥 친구 사귀었다고 말하면….”
“맞아요오…친해지고 싶은데….”

저는 대화를 듣고 왠지 방해가 되는 것 같아 가까이 다가갔다가…조심조심 뒷걸음질을 쳤어요.
상체를 완전히 드러낸 동생은 누가 봐도 시선을 끌 것 같은 외모였어요.
큰 키에 넓은 어깨, 쭉 뻗은 다리…게다가, 온몸이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핏줄이 선명한 근육질이었고, 지금처럼 야경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곳에서는 퇴폐적이게까지 보였어요.

얼굴도 날카로운 인상인데도 굵은 선이 같이 있는 어려 보이지도, 너무 성숙해보이지도 않아서…전체적으로 섹시한…인상이라고 생각할 만한 외모였고….
게다가 동생한테 말을 거는 여자들도 가슴이 굉장히 커서, 왠지 모르게 저는 고개를 밑으로 내리면서…크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제 가슴을 내려다보게 되었어요.
혹시 제가 같이 온  방해였을까 하고…이런데서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그것도 동생한테는 좋은 일이겠지 해서 조심조심 뒷걸음질을 치던 저는 갑자기 동생과 눈이 마주쳤어요.

“아니…하…좋게 말하려니까…어?”

저는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눈을 마주치자마자 깜짝 놀라고…동생과 눈을 마주친 채로 살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줬다가, 괜찮으니까 마음대로 하라는 의미를 담아서 동생 쪽으로 두 손바닥을 내밀었어요.
그러자 동생은 갑자기 무표정해져서 턱짓으로 저를 오라고 했고…저는 당황해서 한 번 더 손바닥을 내밀었지만 숨을 길게 내쉬고는 인상을 써서…저는 눈치를 보면서 천천히 다가갔어요.

“아, 안녕하세요….”
“어? 어…?”
“일행 있다고 했잖아요. 가세요.”
“야, 야…가자, 가.”
“어? 아, 아니…저기, 전화번호라도….”
“가, 가자니까….”

…순식간에 두 사람이 멀리 도망치듯 사라져버렸고 동생이  앞으로 다가왔어요.
저는 왠지 미안해져서 동생을 올려다보면서 사과했어요.

“미안해요….”
“…뭐가요?”
“아니,  때문에…가버렸잖아요.”
“그게 왜요?”

동생은 뭔가 계속 불만스러운 목소리였고, 저는 그게 저 때문에 여자들을 보내야 됐어서라고 생각했어요.
객관적으로 봐도 동생은 굉장히…그, 남자로서 우월한 외모였고 왠지 모를 페로몬 같은 게 느껴질 만한 외모였어요.
누가 봐도 여자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할  했고…지금처럼 수영복을 입고 옷 밑에 감춰두던 이런 몸까지 드러냈는데, 아무도 다가오지 않을 리가 없었어요.
뒤늦게 든 생각이지만, 당연히 동생은 제가 있어서 지금 여자가 다가와도 그냥 보낸 것 같았고, 저는 동생의 성욕이 많이 쌓인다는  아는 만큼 당연히 남자로서…방금 전의 상황은 저만 없었다면 하고 생각할만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저런 여자들 좋아하지 않아요?”
“네?”
“누나랑 다르게 가슴도 크고….”

동생은 제 말을 듣더니…왠지 조금 어이가 없어 하는 듯한 얼굴이 되었어요.

“쟤들 도망가기 전에 시선 어디 향하는지 봤어요?”
“어…? 아뇨…?”
“저기…그 사람들은 오히려 누나 골반 보고 도망간걸요?”

저는 동생의 말에 깜짝 놀랐어요. 아니, 대체 왜…?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어요.
제가 골반이 크긴 하다는  저도 자각할 정도로 조금 다른 사람들하고 비교가 되긴 했지만…그 사람들은 어깨가 안 아플까 걱정될 정도로 엄청나게 가슴이 컸는데…대체 동생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싶었어요.

“아, 아니…제 골반을 보고 왜 도망가요…그리고 가슴이 그렇게 큰데….”
“크긴 컸죠. 그래서요?”
“어…아깝지 않아요…?”
“네?”
“이게 인연이 되어서 여자친구가 될 수도 있잖아요. 남자는 가슴  거 좋아하니까….”
“…진심으로 하는 말이죠?”
“어? 아니에요?”

대체 뭐가 잘못 된 걸까요…? 왠지 오늘따라 동생하고 대화가 잘 안 맞는  같았어요.
동생은 왠지…왜 동생의 얼굴을 보고 제가 이런 생각이 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해탈한 것 같은 표정이 되었어요.
그리고 뭔가 어린애를 가르치는 듯한 느낌으로 제게 다가오더니, 허리를 한 팔로 살짝 감싸 안으면서 말했어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는 있는데, 저는 골반을 훨씬 더 많이 봐요.”
“그렇구나…아까  사람들은 골반이 별로였어요?”
“매일 보는 게 이건데…저건 애기죠 애기.”
“아니…제가 큰 거고. 저게 정상이에요. 원래 큰 거에 운동해서 더 큰 거니까…누나 몸에 너무 익숙해지면 안 돼요…?”
“…지금  말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죠?”
“어?! 뭐가요…?!”

또 뭔가  모르고 이상한 말을  건가 싶었지만, 동생은 무슨 얘기인지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그저 조용히 제 몸을 위아래로 힐끔거리면서 살펴보듯이 하더니…수영장 안으로 천천히 발을 담그면서 말했어요.

“수영복…엄청 잘 어울려요.”
“…아까  사람들 입은  훨씬 이뻤는데.”

저는 구매한 지는 조금 된…비키니를 입고 있었어요.
이번에 처음 입어보는 거였고, 호텔을 예약하면서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서 들고온 거지만, 왠지 조금 전의 큰 가슴에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을 보고 나니까 제가 입은 건 조금 아이같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었어요.
가슴이 그리 크지 않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어서, 캉캉 프릴이라고 하는, 층층이 프릴이 쌓인 디자인으로 몸매를 커버할 수 있는 비키니였어요.
밑쪽은 별로 프릴이 없었지만…조금 가렸으면 하고 바라는 건 가슴이었기 때문에, 구매하면서 굉장히 입어보고 싶었던 수영복이었어요.

“…아까 얼굴 보고 아무 생각도 안 들었어요?”
“얼굴…? 예쁘던데….”
“아…아니다. 그냥 이 얘기 그만하죠. 왜 모르는 사람 얘기를 계속하고 있어요.”
“어…? 뭐, 뭔데요…? 무슨 얘기에요?”
“…제가 자연미인을 훨씬 좋아한다는 얘기니까 신경 쓰지 마요.”

왠지 뜬금없는 말에 저는 어리둥절 하면서도, 동생의 말대로 모르는 사람 얘기를 계속할  없다는 생각에 수영을 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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