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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화 〉홍콩여행 - 그 정도는 섹스 아니잖아요? (3) (45/156)



〈 45화 〉홍콩여행 - 그 정도는 섹스 아니잖아요? (3)

해변 산책로에서 왠지 동생은 카메라맨처럼 핸드폰으로 자꾸  사진을 찍어댔고, 저는 괜히 신나서 모델처럼 포즈를 잡아보기도 하다가, 여자 셋이서 한국어를 하면서 지나가던…한국인 관광객에게 부탁해서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좀 더 붙어보세요~좀 더, 우와, 진짜 잘생겼다….”
“우와~진짜, 와, 몸 되게 좋다….”
“와아~자자, 키스! 키스! 키스해보세요~잘 찍어드릴게요!”
“저, 저희 커플 아니에요….”
“어…? 아, 썸 타시는구나? 그럼 뽀뽀?”
“아, 아니…그게….”
“…뽀뽀는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어?! 어?”

…갑자기 동생이 뒤에서 한 팔로 안으면서 손으로 V자를 하고 볼에 뽀뽀를 하는 사진을 찍히기도 했지만…동생의 핸드폰을 건네줬던 탓에, 동생은 핸드폰을 돌려받자마자 머리 위에 높게 들어 올려서 제가 뺏어가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아, 안돼요. 안돼요.”
“왜요. 왜 안돼요. 뽀뽀도 안돼요?”
“아니, 아니, 아아아~안돼요. 주세요.”
“조금 있다가 줄게요. 잠깐만…자, 여기요.”
“어어?! 방금 어디 보낸 거에요?  한 거에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결국, 뺏어서 가만히 사진을 보다가…저는 깜짝 놀라면서 얼굴이 빨개지고, 동생은 등을 굽히고 고개를 내린 채, 제 볼에 입술을 대면서도 카메라를 똑바로 보고 V자를 하는…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런 사진은 누가 보면 오해한다고요.”
“누가 봐요? 안 보여줄 건데.”
“아니, 그치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지워야 하는데…지울게요…?”
“지우지 마요.”
“지울게요?!”
“왜 지워요. 지울 거면 뭔가 해줘요.”

누군가가 보면 오해할  같은 사진이어서 동생에게 설명하고 곧바로 지우려 했지만, 동생이 허락해 주지 않았어요…아무리 그래도 동생의 핸드폰에 있는 사진이었고, 허가를 받고 지워야 한다는 생각에 저는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으면서 계속 지울 거라고 말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도망 다녔고, 동생은 3분 정도 계속 쫓아다니다가 결국 지우는 걸 허락해줬어요.
그리고 저녁 시간대가 되기 전에 해변 길을 따라가서 스타의 거리에 도착했어요.

스타의 거리에 후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저와 동생은 성룡의 핸드프린팅에 한쪽씩 손을 대고 사진을 찍었어요.
제 손은손도장보다 작았는데, 동생의 손은 그보다 더 컸어요.
성룡의 사인 옆에 한국어로 성룡이라고 또 사인이 적혀있어서 관심을 가진건데…사실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홍콩 영화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하지만 그런 저와 달리 동생은 조금 신난 것처럼 여러 사진을 찍었고, 몇몇 남자 배우들의 프린팅 위에 혼자 손을 올리고 사진을 찍거나, 저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도 했어요.

“우와! 이거봐요! 이거! 나, 이 사람 알아요!”
“…이거 실제 크기는 아니죠?”

 더 거닐다가 저는 저도 알고 있는 배우의 동상을 발견하고 아는 척을 했어요.
사실 이름하고 얼굴만 아는 정도였지만…동생은 꽤나 좋아하는 배우인지 이소룡 동상 앞에서 동생이 동상과 똑같은 포즈를 취해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후…생각해 둔 게 있어서 너무 늦기 전에 동생을 보채서 호텔로 돌아왔어요.
로비로 가서 직원에게 예약되었던 방 번호를 말하고 키를 건네받은 뒤에야 저는 호텔 안을 살펴봤어요.
하버뷰가 좋은…그러니까, 항구가 잘 보이는 호텔은 굉장히 탁 트인 시야면서도 어느새 해가 진 홍콩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고, 전체적으로 빽빽한 인상이었던 홍콩 건물들 때문인지 커다란 건물이 더욱 고급스러워 보였어요.

“…이거 진짜 먹어도 되는 거죠? 따로 계산 안 하고?”
“객실에 이미 포함된 금액이래요. 저녁 먹기 전에 아직 조금 시간 남았으니까…가볍게 먹고 있을까요…?”

체크인을 완전히 마친 뒤에는 직원이 짐을 이미 방으로 옮겨두었다면서…괜찮다면 클럽 라운지를 가 보는  어떻겠냐고 추천을  주어서 안내를 받아 클럽라운지로 갔어요.
동생과 웰컴 드링크로 받은 샴페인을 마시고…마침 이브닝 칵테일 타임이라는, 칵테일을 주는 시간이어서 바텐더에게 추천하는 칵테일을 아무거나  달라고 부탁했어요.

칵테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해서 한 말에 바텐더는 원하는 맛과 도수를 말해달라고 해서…저는 달콤하면서도 도수가 그리 높지 않은 술을, 동생은 도수가 좀 있으면서도 청량감 있는 술을 부탁했고, 칵테일을 들고 클럽 라운지에서 제공되는 치즈와 중국식 스푼에 담긴 한입 요리…케이크를 나눠 먹으면서 로비 라운지에서 연주되는 라이브 음악을 잠시 듣고 있다가, 이러다가 저녁 식사를 못  만큼 배가 부르게 될  같다는 생각에 방으로 올라갔어요.

“맛있어서 조금 너무 먹어버린 것 같아요…어떡해.”
“배부른 정도는 아니긴 한데…저녁  먹어도  것 같은데요?”
“안돼요…예약했단말야. 벌써 계산도 했다구요.”

비싼 만큼 크고 예쁜 방을 제대로 구경할 새도 없이 동생을 부추겨 서로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고, 곧바로 다시 밑으로 내려와서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갔어요.
동생 모르게 미리 이 시간으로 예약해둔 곳이었고, 시간도 생각한 것과 딱 맞을 것 같았어요.

레스토랑은 호텔 지하에 있었지만, 창밖으로는 홍콩의 야경이  들어오는 곳에 있었어요.
조금 어두우면서도 따듯한 조명으로 비춰지는 인테리어를 즐기면서, 예약을 해  덕에 기다리거나 하지 않고 바로 들어가 좌석에 앉았고…동생은 들어오면서부터 계속 두리번거리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여기 비싼 거 아니에요?”
“음…가격은 비밀이에요. 광둥요리를 하는 곳인데, 미슐랭 2성 레스토랑이에요.”
“…호텔은 5성인데, 여긴 2성이네요. 합치면 7개네….”

저는 동생이 정신이 나간 것처럼 중얼거리는 말이 뜬금없으면서도 웃겨서 입을 가리고 웃었어요.
유명한 레스토랑인 데다가, 어느 정도 품위를 요구하는 탓에 따로 옷을 챙기기까지 했어요.
동생은 더운 날씨인데도 흰색  팔 셔츠에 검은색 슬렉스를 깔끔하게 입고, 따로 가져온 블로퍼를 신고있었고…저는 민소매 셔츠였지만 정장에 입을만한 검은색 치마를 입고, 구두는 메리제인 스타일의 미들힐을 신고 있었어요.
동생과 저는 레스토랑에서 또다시 나오는 웰컴 샴페인을 받은 뒤 같이 건배했고, 저는 잔을 부딪치면서 동생한테 감사 인사를 했어요.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와줘서…학원비 많이 아낀 돈으로 온 거에요. 고마워요!”
“…누나가  가르쳐준 건데 그걸 왜 저한테 고마워해요.”

동생은 뭔가 부끄러운지 샴페인을 조금씩 마셨고, 조금 놀란 눈을 했어요.
저도  모금 마셔보고 너무 맛있어서…한잔 더 마시고 싶었지만, 앞으로 나올 음식들을 생각해서 참고 앉아있었어요.
잠시 샴페인과 같이 나온…식사를 사기 전에 먹는 간식 같은 오이피클과 자차이라는 중국의 절임 채소를 조금 먹고 있으니 곧바로 코스요리가 시작되었어요.

“이건…유자 소스랑 간장에 버무린 표고버섯에, 해파리랑…채  닭고기? 래요.”

처음 시작은 더운 날씨에 잘 어울리는 시원한 요리였어요.
차갑게 나와서 냉채 같은 느낌이었고, 소금간이 약간 싱거운  하면서도 재료의 맛이 굉장히 진해서…간이  되었는데도 간이 다 되어있는 묘한 느낌의 맛이었어요.
시원하면서도 유자 향과 약간의 참깨 드레싱 같은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줬고, 그릇을 비우자마자 다른 요리가 서빙되어왔어요.

“어…더블 보일링? 이라는 게, 광둥의…특별한, 스프를 끓이는 기술이라고…앗, 잠깐만요? 아. 그 기술로 끓인…새우랑…아아아, 모, 모르겠어요. 앗, 메뉴판을 보니까 생선 부레랑, 황이버섯? 이라는 거래요.”
“이게 부레라는 글자에요?”
“네에. 앗, 이거 나중에 가르쳐줄까요? 시험에는 잘 안 나오는 글자긴 한데….”

저는 음식이 서빙될 때마다 직원의 설명을 동생한테 통역해줬어요.
조금 어려운 영어가 나오면 메뉴판을 받아서 한자로 적힌 메뉴를 읽어줬고, 제가 느끼는 요리의 느낌을 동생도 비슷하게 이해할  있도록 도와줬어요.

그 후로도 소프트 쉘 크랩이라는, 껍질이 연한 시기의 게를 이용한 튀김 같은 요리, 자그마한 돌솥에 따듯하게 데워지며 나오는 와규 큐브를 구운 요리가 나왔고, 저는 요리마다 바쁘게 촬영하고, 통역해주면서 천천히 조금씩 음미하면서 먹었어요.
스테이크가 나올 때는 레스토랑의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레드와인을 한 잔씩 시켜서 같이 먹기도 하고…그리고 직원에게 저희 둘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때쯤, 창밖으로 펼쳐진 야경이 갑자기 변하면서, 고층 건물들 사이로 빛과 함께 밖에서부터 음악이 울려 들리기 시작했어요.

“우와….”
“와아….”

홍콩의 야경을 볼 때, 처음 오는 관광객이라면 꼭 보라고 추천해주던…심포니 오브 라이츠라고 하는 음악이 함께하는 레이저 쇼였어요.
타이밍 좋게도…그 순간 웨이터에게 카메라를 건네준 덕에, 웨이터가 센스있게 동생과 제가 밖을 바라보는 모습을 찍어주었고…동영상 촬영도 조금 해 준 듯했어요.
15분 동안 이어지는 쇼에 저와 동생은 도중에 창밖에서 눈을 떼고 서로를 마주 봤고, 저는 기분이 좋아 활짝 웃으면서 동생에게 말했어요.

“사실…오늘 여기에서 이거 같이 보려고 계속 시간 신경 쓰고 있었어요.”
“…이거요?”
“네에. 여기 호텔에서 자고, 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식사하면서 야경에 저걸 같이 보는게…홍콩 여행하면 다들 최고로 생각하면서도, 하기 힘든 여행이라고 하더라고요.”

턱을 괴고 창밖을 보고 있던 저는 레이저 쇼가 계속되면서 테이블 위의 레드와인 잔이 여러 가지 빛깔로 환상적이게 빛나고 있는 걸 발견한 저는 잔을 천천히 들어 올렸어요.
그대로 옆으로 기울여서 앞으로 살짝 내밀자 잔 안으로 빛들이 투과되어 들어오면서 와인이 어두운 보랏빛으로 살짝 빛나서…굉장히 예쁜 색이 되었어요.

가만히 그걸 보고 있었더니…갑자기 시선이 느껴져서 저는 동생 쪽을 바라봤어요.
왠지 동생은 멍한 눈으로  쪽을 보고 있었고, 저는 왠지 제가 이상한 짓을 하다가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져서 얼버무리듯 웃어버렸어요.

“그, 그러니까…그, 같이…처음 여행 오는 거니까. 최고로 좋은 여행이 됐으면 좋겠어서…사실 오늘이 하이라이트에요…내일은, 별로 재미없을지도…호텔도 괜찮은 곳이지만, 여기에 비하면 실망스러울지도 몰라요…앗, 이건…와, 와인에 빛이 비추는 게 예뻐서…짜, 짠 할래요? 들어봐요. 되게 예쁘게 빛나요.”

저는 동생이 가만히 저를 바라보고 있어서, 갑자기 와인잔을 들고 한쪽 눈을 감은 채 뚫어져라 보는  그렇게 이상해 보였을까 하는 생각에…동생도 이걸보면 그래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저처럼 와인잔을 들게 시켰어요.

“…그러게요.”

그리고 동생도 똑같이 저랑 와인잔을 살짝 기울이면서 들고…가만히 빛에 비춰보더니, 이해해줬는지  쪽으로 비춰보면서 찌잉, 하고 잔을 살짝 부딪쳤어요.

“정말로…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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