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홍콩여행 - 그 정도는 섹스 아니잖아요? (1)
다음날, 저는 샤워를 하는 물소리에 깨서 침대에 누운 채 천천히 눈을 뜨고, 누운 채로 몽롱하게 있다가…깜짝 놀라면서 일어났어요.
동생은 이미 샤워 중이었고, 제 몸 위에는 얇은 이불이 덮여있었어요.
저는 일어났다가 손등이 뭔가 굉장히…빡빡하달까, 당기는? 코 팩을 손에 한 듯한 느낌에 손을 들어 올렸고, 손등 위에 말라 있던 정액이…뽀득뽀득 하고 갈라졌어요.
“아, 앗….”
당황하면서 저는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 머리를 만졌어요.
머리도 헤어젤을 바르고 잔 것처럼 뭉쳐 있었고, 손으로 만지니 정말 젤을 바른 듯 굳어있던 머리가 바삭바삭하고 떨어졌어요.
그 소리와 진동, 그리고 온몸에서 나는…진하면서도 달콤한 정액 냄새에 저는 저도 모르게 영역표시를 당한 것 같다고 생각해 버렸어요.
어제 일은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여전히 환기가 되지 않는 방 안에는 침대에 잔뜩 배어버린 땀 냄새와 정액 냄새가 전혀 내보내 지지 못하면서 굉장히 오묘한 냄새로 변해서 가득 차 꿈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어요.
조금 찝찝하면서도 단 냄새와, 비릿한 냄새…그리고 왠지 모르게 진한 남자 냄새에…혼자 살 때 자위를 하고 나면 청소를 하게 만들었던…그, 애액, 냄새가 뒤섞여서…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냄새였어요.
저는 냄새에 잠긴 채 괜히 얼굴이 빨개져서 침대에 앉아있었고…동생이 샤워실에서 나왔어요.
동생은 샤워 타올을 허리에 감고, 그…왠지 뻐근한지 허리를 누르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나오고 있었어요.
선명한 가슴과 팔의 근육이 움직이면서 핏줄이 튀어나오고, 물기가 젖어있는 게 굉장히 야해 보여서 저도 모르게 멍해져서 바라보다가 동생이 말을 걸어서 정신을 차렸어요.
“일어났어요?”
“에? 네? 앗, 네. 일어났어요!”
“…씻고, 나가죠? 체크아웃 시간 될 것 같아요.”
“어? 어? 지, 지금 몇 시에요?”
“10시?”
“어떡해, 어떡해…빨리 씻을게요!”
체크아웃 시간은 11시였고, 샤워하고 머리 말릴 시간을 생각하면 꽤나 빠듯했어요.
곧바로 샤워실에 들어가서 씻기 시작한 저는…굉장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손을 비누로 깨끗하게 씻었는데도 왠지 피부가 굉장히 팽팽한 느낌이 들었어요.
팩을 한 것 같다고 해야 하나…뭔가 주름이 펴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
머리도 살짝 빳빳한 느낌이었고, 그렇다고 아예 안 씻기는 건 아니고 굉장히 미묘하게 정액이 잔뜩 묻었었다는 느낌이 남아있었어요.
게다가 샴푸와 바디워시로 씻어낸 후에도 잘 맡아보면…아주 살짝 냄새가 나는 게 느껴져서…생각보다 정액 냄새가 굉장히 안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혹시 냄새날까 걱정된 저는 머리에 린스를 한 채로 양치를 몇 번이고 해서 만족스러울 때까지 입을 헹군 후에야 가운을 여미고 밖으로 나왔어요.
체크아웃시간은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고…동생은 옷을 입은 채로 기다리다가 제가 나오자 정리가 다 되어있는 캐리어와 가방 쪽을 턱짓했어요.
“옷 꺼내놨어요. 속옷도…짐도 다 쌌고요.”
“고…고마워요….”
“…말려줄게요.”
“어? 네, 네….”
저는 굉장히 당황스럽고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동생의 시선을 전혀 마주치지 못했어요.
조금이지만…안에 들어와 버렸고, 섹스라고 한다면 섹스일까 싶으면서도 동생의 말대로 완전히 들어온 것도 아니고…섹스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결국, 섹스를 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지만…그렇다고 해도 동생의 것에 매달리듯이 달라붙어서 쪼옥 쪼옥 하고 소리를 낸다거나, 뽀옥 하는 소리를 내면서 매달리던 소리를 잔뜩 들려줘 버린 건…제가 동생의 것을 굉장히 기대하면서 흥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도 부끄러워서 당장에라도 어딘가에 숨어지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동생은 동생대로 묘하게 제 눈치를 보는 느낌이었고, 제가 침대 옆에 셋탑박스가 올려져 있는…굉장히 뭐라고 하기 어려운 공간이었어요.
화장대로 쓸 수 있게 만들어 두기만 한 듯한 공간이었는데, 셋탑박스 바로 옆에 자그마하게 거울이 있었어요…그 앞에 서서 비치되어 있던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뒤에 서서는 드라이기를 뺏어 쥐더니 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면서 말려주기 시작했어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선도 밑으로 향한 채 손도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입고 있는 가운이 혹시라도 벌어질까 봐 두 손으로 여며 잡고 있었고, 동생은 그 순간 잠깐 멈칫하더니…다시 계속해서 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섬세하게 말려줬어요.
다 말리고 난 뒤에는 잠시 등을 돌려줘서 옷을 갈아입게 해 줬고, 저는 오늘도 청바지에 흰색의 반팔 티셔츠를 입게 되었어요.
전날과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옷이었고, 팔에 선크림을 바르고 난 뒤 동생에게도 건네줬어요.
동생도 저와 비슷한…흰색의 반팔 셔츠에 청바지였고, 더울 걸 생각한 것인지 앞 단추를 하나 더 풀러 두고 있었어요.
그 후, 호텔 체크아웃을 한 뒤…삼수이포에서 지하철을 타고 침사추이로 이동했어요.
지하철 안은 밖에 비해 무척 시원해서 내리고 싶지 않을 정도였어요.
홍콩 지하철은 굉장히깔끔하면서도 잘 되어 있었어요.
중국은 역마다 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지? 싶어지는 구조가 있었지만…홍콩은 좁은 땅을 잘 활용한 건지, 알기 쉽고 찾기 쉽게 만들어진 덕에 쉽게 침사추이까지 도착할 수 있었고, 침사추이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지도를 찾으면서…식당을 찾아가 아침밥을 먹었어요.
콘지라고 하는 홍콩 특유의 죽으로, 제가 시킨 건 비프 콘지였어요. 동생은 홍콩식 볶음밥을 시켜먹었고, 맛에는 상당히 만족한 것 같았어요.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마친 후에는 밀크티를 시켜 마셨어요.
그리고 동생과 저는 그동안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고…동생이 길을 찾을 때마다 조금 말을 걸었지만, 저는 목소리만 들어도 어째서인지 너무 부끄러워서 작게 고개만 끄덕여서 대답했어요.
“…여기 맞아요?”
저는 동생의 말에 다시 끄덕였어요.
여기에서 같이 하룻밤 보내고 싶어서…어제 거길 잡아서 돈을 아끼려 했던 것도 있었어요.
호텔은 5성 호텔에, 바닷가에 위치한 호텔이었어요.
홍콩 센트럴과 침사추이 사이에 있는 곳으로, 와인, 칵테일을 시음할 수도 있고, 루프탑 수영장도 있는 곳이었어요.
호텔 예약을 하면서 항구 쪽 전망을 부탁했고, 전망이 안 좋은 방향이라면 다운그레이드를 할 생각도 있다고 말을 해주니 직원이 신경 써 주어서…아직은 방이 없지만저녁즈음에 준비되는 방이 있으니, 그곳으로 하시겠냐는 말을 물어왔어요.
항구가 보이는 쪽은 야경과…홍콩의 야경에서도 유명한 심포니 오브 라이트라는 레이저 퍼레이드를 볼 수 있는 방이었어요.
그런 만큼 예약이 꽉 차 있는 것 같았고, 다행히 원하던 방을 잡을 수 있었어요.
예약한 뒤 저는 동생과 저의 짐을 호텔 카운터에 맡겼고, 직원이 체크인 할 시간이 되면 방에 짐을 가져다 두겠다고 말해줬어요.
그 후 시간을 보니 어느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서…호텔 밖으로 나가 저는 동생과 함께 밖으로 나갔어요.
침사추이는 쇼핑몰도 많고, 관광객들이 대단히 많은 곳이었어요.
점심을 먹을 곳으로 생각하고 있던 곳은 관광객들도, 사람들도 많이 모이는 중심가였어요.
그래서인지 길을 가던 도중 한 길에서 홍콩 특유의 많은 인파에 휩쓸렸고, 저와 동생은 걸어가다가도 멈춰서 서로를 계속해서 찾아보게 되었어요.
특히 동생이 두리번거리면서 저를 찾는 일이 많았어요.
동생은 키가 커서 멀리 가도 쉽게 보일 정도로 찾기 쉬웠지만, 저는 키가 작아서 그런지 조금만 눈을 떼도 동생이 불안하게 두리번거렸고…결국 세 번째 찾아봤을 때 동생은 제 앞에 가만히 서더니…손을 내밀면서 말했어요.
“…손.”
눈을 깜빡거리면서 동생을 올려다보던 저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양손을 교차시켜서 포개고, 아랫배 쪽에 올리면서…천천히 밑으로 내리다가 깜짝 놀라서 제자리에서 튀어 오르면서 양손을 확 하고 가슴께까지 올렸어요.
“어? 어?”
“소, 손…달라고요. 잃어버릴 것 같으니까.”
저는 제가 방금 한 행동이 뭐였는지가 머릿속에 떠올라 얼굴이 빨개져서 눈을 크게 뜨고 동생의 눈치를 살폈고, 동생도 방금 제가 한 행동이 뭐였는지 알아챈 것인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돌린 채 손을 내밀었어요.
저는 부끄러웠지만, 동생의 말대로 정말 이대로는 움직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주뼛주뼛 하며 손을 잡았고, 그대로 동생에게 끌려다니면서 사람이 좀 적은 길로 빠져나갔어요.
하지만 동생은 사람이 적은 길에 가서도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오히려, 날이 더워 땀에 잔뜩 젖은 손에 깍지를 꼈어요.
저는 주뼛거리면서도 가만히 깍지를 낀 채 동생을 따라갔고…동생은 앞만 보면서 걸어가다가도 자꾸만 뒤돌아보면서 저를 힐끔거렸어요.
조금 헤맨 끝에, 점심식사를 하기로 생각했던 식당에 도착했어요.
딤섬으로 유명한 가게였고, 디저트 딤섬이 캐릭터 모양으로 만들어지거나, 굉장히 귀여운 디자인으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사실 맛있을 것 같기보다는 이 귀여운 캐릭터 딤섬을 직접 보고 싶어서 가고 싶었던 곳이였는데…생각보다 훨씬 맛있고, 훨씬 귀여워서 저는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안에 육즙이 가득한 샤오롱빠오, 투명한 피로 빚은 새우 딤섬, 얇은 피가 속까지 균일하게 튀겨져서 굉장히 바삭한 춘권…평범한 딤섬들도 맛있었지만, 디저트로 시킨 아기돼지모양, 병아리모양, 백조모양, 딤섬이 너무 귀엽고 예뻤어요.
노란색의 슬라임…? 같은 특이한 모양도 하찮은 귀여움이 있다고 해야 하나…저는 계속해서 혼자 꺄악 꺄악 하며 사진을 찍어댔어요.
특히 커스타드 크림은 조심스럽게 옆을 베어 물면 캐릭터가 입을 열고 크림을 주르륵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이 되었는데, 한입 작게 베어 물고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는 귀여운 모습이었어요. 병아리 딤섬은 작은 새장 안에 들어가서 서빙되어서 손대는 것도 아까웠고, 백조는 특히 예뻐서…이게 정말 딤섬일까, 먹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어떡해…먹기 아까워…어….”
그런데 사진을 잔뜩 찍으면서 굉장히 신난 저와 다르게 동생은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마음에 걸리는 듯 보였어요.
불편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안절부절 못한다고 해야 하나…점점 기분이 안 좋아지는 듯한 모습에 왠지 조금씩 신경 쓰였던 저는, 사진을 찍던 걸 멈추고, 동생의 눈치를 보다가…동생과 눈이 마주쳤어요.
“왜, 왜…요…오?”
왠지 갑갑해 보이는 모습에 저는 주뼛거리면서 물었고, 동생은 가만히 저를 바라보다가…길게 한숨을 몇 번이고 내쉬고는, 시선을 살짝 피하면서 작게 말했어요.
“미, 미, 미…미안…해요.”
“어…?”
“미…미안하다고요. 아아…진짜…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동생은 상 위에 팔을 올리면서 머리를 감싸 쥐더니…갑자기 제게 사과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