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홍콩여행 - 그런 거…하고 싶어요? (2)
비행기에서 괜히 급하게 내리려 하지 않는 타입이라서 맨 뒷자리를 원한 거였기도 해서 저는 동생과 같이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내리는 걸 편하게 앉아서 기다리다가 급할 것 없이 가벼운 짐을 들고 내렸어요.
둘이 같이 여행하면서 가지고 온 짐은 캐리어 하나와 백 팩 두 개 정도였고, 그나마도 옷을 제외하면 별로 안에 넣은 게 없어서 가벼웠어요.
작은 캐리어도 들고 타서 짐을 기다릴 것 없이 바로 공항으로 나온 후, 저는 알아본 대로 먼저 옥토퍼스 카드라고 하는 홍콩의 교통카드를 구매했고, 인터넷을 통해서 길을 찾으면서 삼수이포라고 하는, 홍콩의 근로자들이 많이 사는 조금 낡아 보이는 도심지로 가는 공항버스를 탔어요.
“…왠지 조금 덥네요.”
“저녁이라서 그래도 괜찮은 것 같은데…홍콩이 원래 덥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신경 써서 더울 때는 움직이지 말고 어디 앉아있으면서 다녀야겠어요.”
“이래서 반팔 챙기라고 한 거였구나….”
공항버스에서 내려 예약해둔 호텔로 걸어가면서 동생은 굉장히 더운지 셔츠 단추를 조금씩 푸르고 옷 소매도 당겨 올렸어요.
…왜인지 자꾸만 시선이 가는데, 스쳐 지나가는 여자들도 동생을 힐끔거리는 것 같아요.
저는 더울 줄 알고 미리 조금 얇은 청바지에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그래도 덥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친구는 홍콩은 원래 이런 게 재미있는 거라고 하던데…그런 의견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확실히 주변에 보이는 홍콩 특유의 건물들은 무척이나 독특한 느낌이었어요.
삼수이포 건물들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호텔에 도착한 후, 저와 동생은 잠시 몸을 식히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어요.
동생은 좁은 호텔 로비를 걸어올 때도 신기해하더니, 옆 방과 바로 붙어있는 방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라서 방 안을 두리번거렸어요.
“…와, 엄청 작…네요?”
“홍콩은 집값이 굉장히 비싸고, 땅이 작은데 인구가 많아서…점점 집이 좁아지고 있다고 해요. 호텔도 왠지 그런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서…여기가 이런 작은 느낌이면서도 제일 깔끔한 호텔이라고 하더라고요…이상해요?”
“작긴 하지만 있을 건 다 있고…침대 두 개 사이가 이것밖에 안 떨어질 거면 왜 두 개로 해놨나 싶긴 하지만요.”
“조그마해서 왠지 인형의 집 같아요. 그런데도 샤워실도 다 있고, 냉장고도 있고…에어컨도 있고!”
“…고시원 같네요.”
저는 동생의 소감이 너무 정확하면서도 웃겨서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웃었어요.
2인실인 호텔 방은 정말 고시원처럼 자그마했고, 입구에 캐리어 하나를 놓고 나면 샤워실로 바로 옆에는 샤워실이, 그리고 한 걸음만 가면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어요.
동생은 바로 캐리어를 열어서 얇은 반팔을 꺼내 입었고, 갈아입는 동안 에어컨을 키고 잠시 침대 위에 앉아있던 저는 왠지…동생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이렇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게 문득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동생의 몸을 보고있어도 되는걸까요…아니, 동생이니까…당연히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 거지만….
“땀 닦아줄까요…?”
“아, 고마워요.”
동생의 등이 땀에 젖어서 빛이 반사되는 걸 보고 저는 방 안에 있는 수건으로 등을 닦아줬고, 옷을 갈아입은 동생은 제 앞에서 옷을 갈아입은 게 아무렇지도 않은지 가방에서 지갑만 꺼내 들면서 말했어요.
“그럼, 어디 갈 거예요…?”
“밥 먹으러 가요!”
저는 동생과 함께 밖으로 나와, 가장 먼저 호텔에서 얼마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미슐랭 1스타로 유명한 딤섬 집을 찾아갔어요.
체인점이 꽤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 있는 곳이 본점이었고…처음으로 홍콩에서 뭔가를 주문하는 거다 보니 긴장했지만, 영어로 된 메뉴판에 메뉴를 체크해서 주문하는 종이를 건네줘서 정말 어렵지 않게 주문할 수 있었어요.
홍콩에 오면 가장 먼저 먹어보고 싶었던 샤오마이와 완탕면을 시킨 뒤, 레몬 콜라 차라는 홍콩 특유의 음료수를 시켰어요.
“이거 대체…레몬 콜라인데 왜 Tea가 뒤에 적혀있는 거에요?”
“음…그게, 레몬 콜라가 아니고…레몬 콜라 차 라고 하는 음료수래요. 콜라랑 레몬이랑 생강을 푹 끓여서…몸에 좋다고 하던데….”
“…끓여요?”
“의외로 수정과 같고 맛있대서….”
“…수정과가 맛있어요?”
“마, 맛 없어요?”
“아뇨…맛있…죠.”
동생의 음료수는 레몬 리베나라고 하는 시원한 자줏빛 음료수였어요.
음료수가 먼저 나와서 한번 맛보니 상큼하고 달콤하면서도 살짝 새콤한 맛이었고, 그 후 제 레몬 콜라 차를 마셔보니…정말 생각한 대로 수정과 같으면서도 의외로 좀 더 묘한 맛이었어요.
따듯한 진저에일에 탄산을 빼고 레몬을 섞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짭짤한 토마토 주스도 그랬는데…누나가 중국에 살고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가 지금 떠올린 기분이에요.”
“어? 왜, 왜요?”
“아니…음, 잘 먹는건…좋은건데…혹시 솔의눈 같은 거 좋아해요?”
“맛있긴 한데…중국에선 한국 음료는 너무 비싸서 잘 마시진 않아요. 애초에 음료수를 잘 안 마시기도 하고요.”
“제일 좋아하는 음료수는요?”
“중국 음료 중에서는 차파이라고 하는 상표의 유자녹차…그리고 펄이 잔뜩 들어간 밀크티…?”
“어…? 정상적이네요?”
“어? 왜요…?”
동생이 왠지 이상한 질문을 계속하다가 완탕면하고 샤오마이가 나왔어요.
음…뭐랄까, 중국요리만큼 향신료가 가득하지 않아서 좋으면서도, 묘하게 종류가 다른 향신료가 조금 들어간 것 같긴 했어요.
그래도 못 먹을 느낌보다는 딱 맛을 좋게 해주는 정도만 들어가서 맛있었고, 면을 먹다가 완탕을 집어먹는 게 갑자기 입안에 맛을 진하게 해 주는 것 같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샤오마이도 굉장히 잘 만들어서, 완탕하고는 또 다른 맛이었고…저는 그래서 중국에서 몇 번 먹어본 맛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동생은 굉장히 맛있었는지 우물우물하고 잘 먹어줘서…완탕을 하나 집어먹었다가 그대로 가만히 젓가락을 문 채 동생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왜 그래요? 저 혹시 뭐 묻었어요…?”
“어? 아, 아뇨…뭔가, 먹고 있는 거 보는 게 좋아서….”
제 말을 들은 동생은 어떤 점이 웃겼던 건지 피식 하고 웃더니 천천히 마저 먹었고…식사를 마친 저희는 가게 밖으로 나와 야시장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요.
저녁을 먹은 것만으로 어느새 해가 완전히 지가 밤이 된 거리에는 퇴근하는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가득해졌고, 저는 동생과 홍콩 밤거리를 나란히 걸으면서 몽콕 야시장이라는 곳으로 걸어갔어요.
“홍콩 요리집은 주방을 공개해야만 하고, 일정한 청결 수치를 지키지 못하면 검문에 걸려서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해요. 중국인들도 그래서 홍콩에서 장사를 하게 되면 깨끗해진다는 말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왠지 중국인이 지저분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 안 했어요. 중국인 지저분하다고 안 했어요. 홍콩이 깨끗하다고 한 거에요….”
“상대적으로 중국이 지저분하다는 얘기가 되는 거 아니에요?”
저는 동생의 말에 반박하지 못해서 조용해졌어요.
홍콩은 굉장히 조그마해서, 알아본 바로는 부산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의 크기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몽콕 야시장에 도착했고, 동생과 함께 시장의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녔어요.
네온사인이 가득한 전광판과 대나무로 뼈대를 세운 채 외관을 수리하고 있는 건물들, 철하고 파이프와 시멘트가 가득한 도로와…1층에서 2층은 상가로 쓰면서 굉장히 높고 커다라면서도 낡은 빌딩 위로는 사람이 사는 집들이 가득했어요.
뭐랄까, 퇴폐적인 듯하면서도 레트로한 분위기가 굉장했어요.
건물들은 굉장히 빼곡하면서도 길들은 대부분이 교차로였고, 차들이 다니기보다는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은 거리는 왠지 미래적인 느낌도, 과거로 돌아온 느낌도 같이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간판이 가득한 야시장에서 동생하고 같이 구경하면서…한 가지 느낀 게 있었어요.
“이거 봐요! 중국에서 봤던 거에요!”
“왠지 말 안 통하는 작고 특이한 중국에 온 기분이에요.”
홍콩 야시장 특유의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지만, 딱히 사고 싶어지는 건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렇게 질이 좋은 것도 아니고, 딱히 홍콩적인 색채가 강한 것도 아니고….
저녁인데도 꽤 습도가 높고 더워서 기념품을 사기보다는 후이라우산 이라고 하는, 홍콩의 유명한 음료수 체인점에서 망고주스를 사서 마시며 돌아다녔어요.
“망고주스 맛있어요!”
“…뭔가 묘한 맛이네요.”
“어…? 벼, 별로예요?”
“아니, 맛있어요.”
동생은 왠지 보면서 생각한 맛과 다른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망고주스를 마셨고, 저는 원래 망고를 좋아해서 굉장히 기분 좋게 빨대를 쪽쪽 빨아대면서 마셨어요.
“재미있는데, 뭔가 이상하게 재미있어요~”
“생각한 거 하고는 다르긴 한데…그쵸?”
I♡HK이라고 적힌, I♡NY를 따라 한 듯한 티셔츠, 저작권을 신경 쓰지 않고 만든 캐리어에 다는 캐릭터 러기지 택, 그리고 여러 가지 캐릭터 USB와 나노큐브들을 팔고 있었어요.
조금 더 들어가자 가짜 명품가방, 가짜 명품지갑을 파는 코너가 나타났고…동생은 굉장히 퀄리티가 높아 보인다며 깜짝 놀라서보고 있었어요.
“음…홍콩에서 파는 가짜는 티가 안 난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어? 그래요?”
“뭔가, 명품을 만드는 공장이었나, 유통하는거였나…거기에서 몰래 더 만들어서 팔기도 한다고, 그거는 이렇게 시장으로 흘러들어와서 판매되니까 상자도 없고, 보증서도 없지만…만드는 재료나 과정은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가짜가 아니라 진품 아니에요?”
“애매한 것 같아요. 신기하죠?”
가방 코너를 지나서 시계가 잔뜩 있는 곳에 가자 사람들이 한국어로 롤렉스있어요, 티 안나요 하는 말을 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어요.
동생도 갑자기 관심을 가지면서 걸음이 빨라지며 다가가길래 저는 놀라면서 따라갔고, 가만히 시계를 내려다보는 걸 보면서…동생도 역시 남자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거 얼마에요?”
“앗! 안돼! 절대 안돼요! 가짜는 사는 거 아니에요!”
“아, 아니…그냥, 가격만 궁금해서.”
“차라리 갖고 싶으면 누나한테 말해요! 돈 벌어서 진짜로 사줄 테니까! 가짜는 사는 거 아니니까 관심 가지지 마요!”
저는 중국에 살면서 가짜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거에 굉장히 민감했어요.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당당하게 들고 다니는 것도 싫었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노력을 훔쳐서 간단하게 돈을 버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어요.
동생은 제 단호한 말을 듣고 가짜 시계를 사는 걸 포기했고, 동생과 저는 조금 더 들어가서 둘이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조금 더 시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와….”
“빠, 빨리 가요.”
그렇게 조금 더 들어가자 왠지 잘못 들어온 것인지, 야한 속옷 같은걸 대놓고 걸어둔 채 판매하고 있었어요.
성인용품들도 잔뜩 진열되어있고…이런걸 내놓고 판매한다는 거에 깜짝 놀라면서도 왠지 야한 속옷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동생의 셔츠를 잡아당기면서 재촉한 저는 동생이 보고 있는 속옷을 봤다가 얼굴이 빨개져서 팔을 잡아당겼어요.
아무것도 가리지 못해서 안 입는 게 나아 보이는 티팬티에, 메이드복이라는걸 속옷으로 꾸며서 만든 듯한 디자인…거기에, 일본에서 입는 여자 교복을 개조한 듯 짧으면서도 달라붙을 것 같은 속옷….
“저런 게, 좋아요…?”
“어, 그게….”
“제, 제가 저런 거 입어줬으면 좋겠어요?”
“…입어 줄 거에요?”
“아뇨오?!”
그리고 또 기념사진을 찍고…둘이 같이 음료수를 쪼옥 마셔대다가 찍기도 하고, 왠지 다른 사람한테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하고 싶었지만 핸드폰을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무서워서 셀카만 자꾸 늘어났어요.
야시장을 꽤 본 것 같자, 저는 택시를 잡아서 동생과 같이 삼수이포로 돌아왔어요.
기본요금은 한국과 비슷한 정도였고, 요금이 올라가는 걸 잘 봐둬서 정확한 가격을 건네주고 내리자, 순식간에 한참 걸어갔던 거리를 이동해서 호텔 근처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렇게 간단하게 야시장을 본 걸로 홍콩여행 첫날을 끝내려고 하다가…가죽 공예품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어요.
“이거 귀엽다….”
“…고양이 키링이네요.”
그리고 가죽에 스티치만으로 무늬를 넣어 만든 고양이 얼굴모양의 키링에 푹 빠져버려서 저는 가만히 구경하고 있었어요.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더니 동생도 제가 뭘 보는지 궁금했던 건지 다가와서 고개를 내밀었고, 보고 있던걸 확인하고 가만히 있더니…지갑을 꺼내서 어느새 가게 주인에게 돈을 건네주고 있었어요.
“어?”
“마침 열쇠고리 없었는데, 두 개 사서 같이 해요.”
“어? 어?”
저는 이렇게 갑자기, 설마 사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당황했어요.
동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저한테 짝이 맞는 한쪽을 건네줬고, 저는 손바닥에 키링을 올린 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처음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에 두근두근하면서 손에 꼭 쥐고 동생을 올려다봤어요.
“고, 고마워요…꼭, 하고 다닐게요.”
저는 혹시나 키링을 잃어버릴까 봐 바로 가방 안에 넣었어요.
기분이 굉장히 좋아져서 히죽히죽 웃으면서 동생하고 같이 밤거리를 걷다가…더 늦기 전에 먹어보고 싶은 식당이 있어서, 더는 돌아다니지 않을 생각으로 동생을 데리고 식당으로 찾아갔어요.
“여행 오면 야식 먹어야 돼요!”
이곳도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고…한국의 방송에서 유명해진 요릿집이었어요.
벽면에는 홍콩의 방송에 출연한 내용이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었고, 한쪽 기둥에는 한국 방송에 나온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가게 안에는 손님이 가득했고…저희끼리만 앉는 게 아닌, 여러명과 같이 합석해서 먹는 식이어서 저와 동생은 조금 어색해하면서도 둘이서 꼭 붙어서 같이 음식을 주문했어요.
“…술도 마실래요?”
“앗…그, 금지인데….”
“음…홍콩에서 나오는 맥주가 있대요. 블루걸이라고…이거 같이 시켜서 마셔요.”
“으, 으으…그, 그럼…한병만, 이에요…?”
한동안 술은 금지하기로 했지만, 홍콩에서만 나오는 맥주라는 말에…결국 딱 한 병만 사서 나눠 마시기로 했어요.
메뉴는 소고기 감자 볶음과 스파이시 칠리 크랩, 특히 스파이시 칠리 크랩이…정말, 동생이 맥주를 시키자고 한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자극적이면서도 맛있는…굉장히 안주 같은 요리여서, 맛있게 먹게 되었어요.
“우와, 이거…이거 먹어봐요.”
“와, 이거…껍질도 씹어먹는 거죠?”
“앗, 연한 부분만 먹어요.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신기해. 왠지 한국요리 같아요. 쪽파에, 마늘에….”
“게 튀김 같다. 이거 엄청 맛있네요?”
“매, 맥주…한병, 더 시킬까요?”
“그래도 돼요?”
그리고…맛있는 요리에, 맥주를 세 병 정도 같이 마신 후, 살짝 취한 느낌이 들면서…깨끗하게 다 먹은 뒤 천천히, 동생의 팔을 잡아 기대면서 일어났어요.
동생은 제가 조금 취해서 기대고 있는 걸 전혀 거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걱정되는지 한쪽 팔로 살짝 안아왔어요.
그 후 편의점에 잠시 들려서 마실 거를 사고 호텔로 돌아갔어요.
다행히 호텔은 멀지 않은 데다가 동생도 길을 잘 기억하고 있어서 10분도 되지 않아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순식간에 하루가 지나가버려서…방 안에 들어와 침대에 서로 누워있다가…살짝 고개를 돌려 동생을 바라봤어요.
왜인지 동생도 가만히 저를 바라보고 있었고…동생과 저는 마신 맥주 때문에 조금이지만 술 냄새가 나면서, 서로 눈을 마주친 채 가만히 있었어요.
“첫날…끝났네요.”
“네, 네에…어땠어요?”
“음…생각보다, 엄청 막 바쁜 것 같지도 않고 묘해요.”
“여행 온 기분 들어요…?”
“솔직히 말하면 홍콩에 여행 왔다기보다는, 그냥 누나랑 어디 놀러 왔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왠지 동생의 말을 듣고 저는 공감해버렸어요.
홍콩에 왔는데도 이상하게 혼자 여행을 갔을 때처럼 여행지에 두근거리거나, 어딜 빨리 가고 싶거나 하지 않았어요.
하루종일 묘한 기분으로…야경보다는 동생을 가만히 보고 있고, 기념품보다는 동생이 뭘 보고 있나 보고 있고…제가 음식을 맛있게 먹기보다는, 동생이 뭘 집어먹는지 보고 있고….
생각해보면 동생도 비슷했어요. 어느 순간 눈이 마주쳐서 보면 저를 가만히 보고 있고…왠지, 색다른 장소에 있는 걸 즐기기보다, 색다른 장소에 상대가 있는 걸 즐기는 듯한…느낌이었어요.
“호, 홍콩…건물, 신기하죠?
“…네, 명품 구두만 신고 있는 키다리 할아버지 같아요.”
“풉…뭐, 뭐에요그게.”
저는 동생의 비유에 웃으면서도 굉장히 잘 맞는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층, 2층만 몇 번이고 고쳐서 깨끗한 데다가, 상가로 쓰고 있어서 굉장히 현대적이게 변해있고…자리잡은 매장도 세븐일레븐, 스타벅스 같은 현대적인 매장에 깔끔한 인테리어였는데, 그 위에 쭉 이어져 보이는높은 아파트는 빛에 바랜듯한 회색에 낡은 실외기와 어두운 창문이 가득했어요.
그 점이 묘하게 미래적이면서도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모순적인 느낌이라 생각했는데…동생의 말을 듣고 보니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밑부분만 깨끗하고 예쁜 건물…공간을 아끼느라 빼곡하고 억지로 높인 것처럼 높게 지어진 홍콩 건물들.
“비유 이상해요…재미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침대에 얼굴을 반쯤 묻은 채 피식 웃어대자, 동생이 가만히 제 얼굴을 바라봤어요.
가만히…조용히…침대에서, 호텔에서 서로 한 방에…눕고, 엎드린 채 저희 둘밖에 아는 사람이 없는 해외에서….
“씨, 씻을…게요.”
저는 점점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얼굴을 붉히면서 동생의 눈길을 받다가 시선을 피하면서 말하고 일어났어요.
그리고 가만히 있는 동생을 뒤로하고, 옷을 입은 채 샤워실에 들어가 안에서 전부 벗은 뒤 따듯한 물을 맞으면서…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많이 걷지는 않아서 피곤하진 않았지만, 왠지 갑자기 뜨거워진 머리속 때문에 샤워를 하면서 몸과 머리를 식혔어요.
동생도 씻어야 한다는 생각에 길지 않은 샤워를 끝내고, 머리를 수건으로 틀어올린 채 가운을 입고 나간 저는 좁은 방 안으로 돌아오자마자 동생의 시선을 받았어요.
샤워하고 나온 제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는 동생의 눈빛이 왠지 부끄러워졌어요.
조금씩, 조금씩 가운을 입은 몸을 살펴보고…왜인지 지금에서야, 뒤늦게서야 한 방에 있다는 걸 깨달은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려요.
“샤, 샤워…해요.”
저는 애써 침착하면서, 동생도 씻고 자야 하니 어서 샤워하라며 수건을 건네줬어요.
동생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샤워실로 들어갔고…저는 샤워실 문이 닫히고 쏴아아아 하는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마자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침대 끝에 주저앉았어요.
“하, 하아…이상해….”
분명 즐겁게 구경하고 다니면서 여행할 생각이었는데, 자꾸만 동생하고 단둘이서 아무도 모를만한 곳에 같이 있다는 게 신경 쓰였어요.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막상 와 보니 동생하고 같이 새로운 풍경과 문화를 보면서 재미있어 하는 게 아니라 서로 힐끔힐끔 훔쳐보기만 하는 것 같았어요.
머리를 틀어올렸던 수건을 풀어 젖은 머리를 말리면서 제 눈은 자꾸만 샤워실을 향했고, 이젠 머릿속에 선명하게 기억되어버린 동생의 몸이 상상되었어요.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아는데도 상상하고 긴장해버려서 자꾸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괜히 목이 타서 편의점에서 사온음료수를 들고 꿀꺽꿀꺽 마셨어요.
(아아앙, 아앙, 하아아앙 하아앙)
(삐걱, 삐걱, 삐걱, 삐걱)
“어, 어…?”
그리고 그때 갑자기…위쪽에서부터 야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