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7화 〉홍콩여행 - 그런 거…하고 싶어요? (1) (37/156)



〈 37화 〉홍콩여행 - 그런 거…하고 싶어요? (1)

저는 매년 지금처럼 휴일이 길 때는 별로 집에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여행을 다녔어요.
대학생이 된 이후, 혼자 여행을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집에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더 커졌고, 어느새 긴 휴일이나 방학마다 중국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건 제게 있어서 당연한 일이 되었어요.
계림산 사진을 보고 정말 그런 모양인지 궁금해서 가보기도 하고, 청도맥주가 유명한 청도에도 가서 맥주 축제를 구경하고 오기도 하고, 북경을 계속 돌아다니거나, 일본 여행을 가 보거나….
운동을 좋아하는 만큼 소림사와 화산을  보기도 했어요.
중국에서는 무협소설 때문에 유명한 산으로, 굉장히 험난해서 정상에 오르는 것도 힘들고…내려올때는 완전히 지치기도 했지만…풍경도 좋았고, 재미있었어요.

그런 여행을 즐기면서도  제가 굉장히 빠듯하게 여행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타입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이번 여행은 무척이나 가볍게 잡아 둔 상태였어요.
딱히 갈 곳도 크게 정해두지 않고, 홍콩에서 유명한 곳이나 먹어보고 싶은  먹으러 다니는…식도락 여행 같은 느낌으로 계획했고, 최소한으로 걸을 수 있도록 교통편에 대한 것도 많이 알아봤어요.

공항 버스를 타고 점심 즈음에 공항에 도착한 동생과 저는 다행히 어렵지 않게 비행기에 탈  있었고,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공항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어요.
이런  하기는 뭐하지만…북경의 공항에서 제일 멋있고 제일 편한 맛집은 버거킹이에요.
비행기가 출발하는 곳으로 가는 출입구 바로 옆에 있는 데다, 화장실도 옆에 있고…맛도 안정적이고….
정말로 간단하게 식사를 끝낸 뒤, 저는 동생과 제 핸드폰을  다 로밍시켜놓고 동생과 비행기를 타러 갔고, 비행기 안에서 간단한 대화를 하고, 기내식을 먹었어요.

“앗, 저는 토마토 주스로 주세요.”
“…비행기에서 토마토 주스를 줘요?”
“약간 숨겨진 메뉴 같은 거에요.”

비행기를 탈 때면 늘 토마토 주스를 먹는 게 저만의 규칙이었어요.
한국과는 다르게 짭짤한 맛에, 비행사마다 조금씩 다른 상표를 써서 맛이 달랐고…왠지 탄산음료를 비행 중에 마시면 체할 때가 있었는데, 토마토 주스는 오히려 속을 편하게 해 주는 것 같았어요.
북경에서 홍콩까지는 거의 4시간 정도가 걸리는  비행을 해야 했고, 점심에 출발했지만, 저녁이  되어서나 도착을 할 예정이었어요.
저는 익숙하게 승무원한테 담요를 달라고 부탁하고, 안대를 쓰면서 언제든지 잠들 준비를 했고, 동생은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하면서 물어봤어요.

“여행을 많이 다녀 본 것 같아요.”
“음~꽤 많이 다녔어요. 여행이라고 해야할까…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뭔가 방학에 혼자 집에 있는 게 싫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거든요.”
“그렇구나…누구랑 같이 다녔어요…?”
“응? 혼자였어요. 여행을 조금 계획을 짜고 보고 싶은걸 다 보고 다니는 걸 좋아해서…딱히 누군가랑 여행을 다닌 적은, 아, 친한 친구가  명 있는데, 같이 갔다가  이렇게 힘들게 여행하냐고…다시는 따라오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어요.”

 말을 듣고 동생의 얼굴이 굉장히 묘하게 변했어요.
아무렇지 않은  보이지만 뭔가 마음에 걸리는 듯한 표정이었어요.

“앗, 너무 걱정하진 마요. 홍콩 가는 건 재미있게 놀고 오려고…호텔도 매일 다른 곳으로 변하고,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도 않을 거예요. 먹고, 차 마시고,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고…또 먹는 쪽으로 알아봤어요.”
“아니, 걱정하는 건 아닌데…그, 친한 친구는 혹시…여자에요?”
“네? 어…당연히 친구니까…여자죠…?”

그 말을 듣고 나자 동생은 무언가 굉장한 궁금증이 풀린 것처럼 숨을 길게 내쉬면서 다시 편안해 하는 얼굴로 변했어요.
대체  제가 친한 친구에 대해서 궁금한 걸까요…? 알 수 없었지만, 동생도 담요를 받아 언제든 잠잘 준비를 하고…기내식을 먹은 후 자기로 하면서 여행할 곳에 대해서 제가 설명해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기내식이 나오자, 동생은 의외로 맛있다면서 맛있게 먹어줬어요.

“한국에서 올 때는 저가 항공으로 왔었죠…? 기내식은 뭐였어요?”
“물요.”
“네?”
“물 말고는 없었어요. 토마토 주스랑 이런 건 진짜 생각도 못했어서 좀 신기한 기분이네요.”

그런 저가 항공도 있구나…싶으면서, 그럼 이게 동생의 첫 기내식이라는 생각에 저는 동생과는 다른 메뉴를 부탁한  음식을 조금 덜어줬어요.

“이것도 먹어봐요!”
“어, 아. 그럼 누나도 이거….”
“앗, 잘 먹을게요….”

그렇게 서로 조금씩 나눠 먹은 뒤, 토마토 주스를 마시고 화장실을 갔다 오고…조금씩 비행기가 불편해지려 할 때쯤, 저는 좌석을 뒤로 조금 눕히면서 잠들 준비를 했어요.
일부러 편하게 눕히려고 표를 티켓팅할때 가장 뒷좌석으로 해달라고  둔덕에 뒷좌석을 신경 쓰지 않고 누울 수 있었고, 동생은 저를 따라 좌석을 눕히고는…갑자기 궁금한 듯 제 연애에 대해서 질문해왔어요.

“전에 고백받은 적이 많다고 했잖아요.”
“응…? 네에. 음…꽤 많았어요.”
“한국사람하고, 일본인 하고만 연애했다고 했었죠?”
“연애…라고 해야 할까요? 음…연애는, 서로 사랑을 나누다…라는 말이니까. 딱히…좋아해서 사귀어 준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냥, 남자친구라는 게 어떤 건지 궁금했던  같아요….”
“중국 애들이 더 많이 고백한 거 아니에요? 학교도 다녔으니까.”
“음…네에. 아무래도 중국 애들은 제가 한국인이다 보니까  관심이 갔던 것 같고, 한국 애들은…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중국 애들보다는 유학생들이 모인 학원에서 더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운동하다 보니까 묘하게 제가 몸매가 좋아 보였나 봐요.”

실제로도 고백을 받을 때마다 정말로 궁금해서 제가 왜 좋은지를 물어보면…대부분이 하는 말이 몸매가 너무 예쁘다는 말이었어요.
그게 대체  연애감정으로 이어지는지를 생각해 볼수록 결국에는 성적인 시선으로만 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좋은 고백은 아닌  같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중국 애들하고는 왜 안 사귄 거에요?”

저는 동생의 질문에 조금 고민하다가, 솔직하게…너무 이상하게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대답했어요.

“…사귈 생각도 안 들어서요….”
“어? 왜요?”
“그게…이상하게 들으면  돼요? 음…중국애들은, 아무래도 한국인보다는…위생에 대한 관심이 조금 적어요. 빈부 격차가 있어서 그런지 부유층들은 안 그렇지만, 중국은 굉장히…저소득층이 많은 나라거든요. 앗, 그러니까…얘기가 길어지는데, 간단하게 말해주면…으으, 머리에 늘 은하수가 펼쳐져 있는 애랑은 친해질 생각도 잘 들지 않았어요.”
“…네?”
“그, 우주…에, 검은색이면. 흰색이…별이 막….”
“풉! 아, 아, 아아~은하수. 그런 얘기구나.”
“아, 아니…진짜로, 아아…이거 인종차별이라거나 그런 거 아니에요. 대학에 오니까 그런 애는…정말 정말 드물어졌지만, 어릴 때  중국 애들은 다들 그랬고, 그런 애가 좋아한다고 고백해도 솔직히…어린 마음에는 고맙거나 신기하거나 궁금하기보다는 기분이 나빴어요….”
“아하! 아하하, 하, 아니…아니, 안 웃을게요. 푸훕….”
“우, 웃지 마요! 저한테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단 말이에요.”

중학교 때에 매일매일 학교에  때마다 물티슈를 들고 다녔던 걸 생각하면 정말로 진지한 얘기였어요.
한창 한류 드라마와 아이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애들은 제가 가지고 있는 한국 가방, 한국 공책, 한국 펜에도 관심이 많아서…심지어 제 자리에도 제가 없을 때면 앉기도 하고 엎드리기도 해서 사춘기의 민감한 나이였던 저는 늘 물티슈를 가지고 다니면서 깨끗하게 닦고 앉았어요.

그걸 보고 한국 애는 역시 깨끗해 하는 말을 하는 애들을 보며 더 기겁했고, 학교에서는 화장실도 가지 않고, 집에서만 화장실을 가서 그걸로도 왠지 저를 한국인 여자애는 화장실도 안가 하는 이상한 말을 하는 남자애들이 있지 않나.
생각하다 보니 소름이 돋아서, 몸서리를 쳤어요.

당연히 모든 중국인이 저랬다는 건 아니고, 지금은 중국도 많이 성장하고 바뀌어서 다른 모습도 많지만…그래도 위생적으로 조금 부족한 점은 많이 눈에 띄었어요.
사실 동생에게 매일 직접 요리를 해 주려 하는 것도…밖에서 위생적이지 못한 음식을 먹을까  걱정되기 때문이기도 있었어요.

“아, 그러면…대학에 가서는요? 대학에서는 깨끗했다면서요.”
“…좋아한다는 걸 전혀 느낄 수가 없어서요.”
“…네?”
“그게, 음…저는, 아무리 그래도…고백을 잠깐이라도 받아준 경우는 전부 다, 굉장히 정성스럽게 고백하거나…여러번 고백하거나 해서, 제 마음은 몰라도 얘가  진짜 좋아하긴 하나보다…싶을 때만 고민하고 받아줬던 거거든요.”
“…네. 그럼…중국애는 고백을 한 번만 했던 거에요?”

그건 아니었지만…저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조금 주제에서는 벗어난 얘기지만, 좀 더 구체적인 원인을 설명해주기로 했어요.

“아니…그게, 아니고…으음…그, 중국 로맨스 드라마 같은 거…본 적 있어요?”
“…아뇨.”
“그, 저도 안봐요…어릴때부터, 한국 드라마나…한국 영화…미국, 일본 거는 봤지만. 중국거는…아무리 스토리가 좋고 재미있어도,  보게 되더라고요.”
“왜요?”
“그게, 아예 중국어를 못할 때는 그런 느낌이 적어서 봤는데…여러 언어를 하고 보니까, 굉장히…중국어는 발음이 세잖아요? 약간 화내는 듯한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저에겐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어요.
중국어를 잘하게 될수록 오히려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고…다른 나라 언어들은 대부분 감정에 따라 부드럽게 발음이 변할 수 있지만, 중국어는 성조라고 하는 특이한 발성 때문에, 그게 어려워요.

“그, 성조 때문이긴 한데요…발음이나 글자가  이해가 안 된다고 해야 하나…중국사람이 나쁘다거나, 매력이 전혀 없다거나 그런 말은 아닌데, 일단 전…어려울 것 같아요. 목소리에서 그런 감정을 읽어내기 어렵다고 해야 하나…대화 자체가 너무 서로 오류가 많은 느낌이어서….”

대체 어떤 걸 예로 들어야 이해할  있을까 고민하던 저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전달될 만한 말이 떠올라서 동생에게 말해줬어요.

“아, 예를 들자면 이런 거에요. 중국어로 쓰스쓰, 쓰쓰, 스쓰스 하면…무슨 말  것 같아요?”
“…네?”
“이, 이런 느낌…이에요. 방금 말한 건…’열 네 마리 사자가 사십사 개를 먹었다 ’ 라고 말한 거에요. 뭘 먹었는지는 얘기하지 않았고, 문장으로는 조금 이상하지만요….”
“…네??”

정말로…동생에게 해준 말 그대로, 방금 제가 한 말은 같은 발음이지만 발음을 하는 방법만 달라지면서 뜻이 변하는 문장이었어요.
중국어는 이런 대화가 많아서 정말로 확실하게 체득한 게 아닌 이상 대화의 뜻을 전부 파악하기가 어려웠고…심지어 대학에서 수업할 때도 교수님이 칠판에 글씨를 적다가 이거 어떻게 쓰지? 하고 학생한테 물어보는 일도 있었어요.

그런 만큼 오래 살았다지만 외국인인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의미를 100%이해할 수 없는 언어이기도 했고 특히 감정을 읽는 게 굉장히 어려워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는  아닌 이상 상대가 기분 좋게 말하는 건지 아니면 화가 난 건지 알아보기도 힘들었어요.

“이, 이게 안 좋다거나 나쁘다거나…중국인이 이상하다거나 하는 얘기가 아니라, 언어의 차이 같은 거에요. 다른 언어를 하다 보니까 오히려 더 특이한 구조를 하고있는 중국어에서 전달력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해야 하나….”
“아…무슨 얘기인지 알겠어요. 쓰쓰쓰…쓰스….”
“앗, 아니아니. 쓰스쓰 는   마리 사자니까, 쓰쓰쓰 가 아니고 쓰스, 하고 쓰…앗, 아니에요…저도 모르게 과외할 때처럼  버렸네요…앗, 여행 끝나면 발음 시험  거에요?”

저는 저도 모르게 발음을 교정해주다가 여행 중에도 이런 걸 하면 질려 버릴 거라는 생각에 사과했어요.
하지만 이런 발음은…중국어를 말하려면 아주 싫으면서도 중요한 거였기도 해서, 여행이 끝난 뒤에는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게 조금 대화를 하다가…저와 동생은 잠이 들었어요.
그리고 비행기가 덜컹! 하고 흔들릴 때쯤 눈을 떴고…일어났을 때에는 이미 홍콩에 도착해, 기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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