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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자격증 시험 치고 뒷풀이...(2) (27/156)



〈 27화 〉자격증 시험 치고 뒷풀이...(2)

갑자기 분위기가 굳는  느껴졌어요.
동생의 목소리도…집에서 저한테 얘기할  와는 완전히 달라서 깜짝 놀랐어요.
무겁고, 낮고…약간 울리는 게 굉장히 위협적이라서, 눈빛도 날카롭고…처음 봤을 때 잠깐 느꼈던 느낌이 그대로 나와서, 정말 제가 알던 동생이 맞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분위기가 굳는 걸 느낀 다른 친구가 그때 술잔을 내밀더니, 저한테 건네주려 했어요.

“아, 분위기 갑자기 왜 이래~누님, 누님도 한잔 받으세요. 와~진짜 너무 미인이시다. 야!  앞으로 너한테 처남이라고 부르면 되냐?”
“…무슨 개소리야.”
“아하하, 하하, 하…노, 농담이야 농담. 왜, 왜 그래.”

왠지 모르게…동생이 있는 곳의 서열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어요.
여자애들은 다들 동생을 가만히 보면서 옆에 애들한테 눈치를 주고 있었고, 남자애들은 조금 파벌이 나뉘어 있는 느낌이에요.
동생을 좋아하는 애도 있지만, 어려워하는 애도 있고…굉장히, 불편해하면서도 무시하고 싶어 하는 애도 있는 듯한….
그리고 동생 전화를멋대로 받았던, 무시하고 싶어 하는 듯한 애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동생을 놀리듯이 말했어요.

“와~근데 진짜 이런 누나랑 살면 힘들겠다. 너무 예쁘다. 야, 나도 매형이라고 불러주면 안 돼?”
“하지 마.”
“아~왜,  너네 누나 예쁘시다고 칭찬하는 거잖아. 그냥  다 잘생기고 예쁘다고 하는 건데 뭐 어때? 아 솔직히 근데 누나 얘 어때요? 키도 크고, 근육질이고~솔직히 동생 아니면 멋있지 않아요?”
“적당히 하라니까?”
“…야, 너 왜 이러냐?”

동생은 처음에는 저를 보고 말하더니 조금씩 고개를 둘려서 뒤쪽으로 보면서 말했어요.
그런데  말투가…굉장히 공격적인 느낌이라서, 정말로 그, 약간…맹수가 덤벼들기 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굉장히 오싹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걸 저만 느낀 게 아닌지, 갑자기 조금씩이나마 장난치는 듯하면서 실실 친구들이 다들 표정이 굳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여자애들이 서로 쿡쿡 찔러대더니…한 명이 말을 더듬으면서도 대표가 된 것처럼 말했어요.

“아, 아니…야! 적당히 하라잖아! 왜 니가  전화를 멋대로 받고 누나까지 불러오는데? 너 지금 진짜 민폐 저질러놓고  그래!”
“아, 나한테  왜 그러는데? 너네 진짜 와…그래, 내가 취했으니까 한마디만 하자. 너네 뭐 얘 팬클럽이냐? 내가 지금 뭘 잘못 했어?”

왠지 저는, 동생이 굉장히 기분 나빠진  보면서…괜히 온 건가 하고 후회했어요.
걱정해서  건데, 정말로 걱정돼서 온 건데….
집에서랑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봐 버린 것 같았어요.
게다가 친구들 분위기까지…나빠진 것만 같아서…원래는 이런 일이 생기면 그냥 다 무시하고 나 간다. 하고 그냥 기분 나쁜 티를 확 내면서 나가고는 했지만, 혹시 동생이 친구들 사이에 나쁜 소문이 돌까 봐…애써 웃으면서 손사래를 치고 말했어요.

“아니에요, 얘도 일부러 전화 받은 건 아닐 텐데. 취해서 잘못 받았다가 잘못 말했나 보죠. 다음부턴 이런  하는 일 없게 적당히 마시고…다들 어차피 지원하는 대학은 여기 대학가 주변이죠? 이 앞에 대학 합격한 애는 나중에 동생 통해서 얘기해. 나도 거기 나왔으니까 조금 도움 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 언니, 뭔가 목소리가….”
“응, 뭔가 되게 조용해. 되게 좋다….”
“내가 혼자 걱정해서 왔다가 분위기 망치고 가네요?  술…아직 많이 안 마셨네? 동생 친구들이니  정도는 계산해 줄 테니까 재미있게 놀고….”

저는 말하면서도 어디까지나 동생 친구여서 신경 써주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딱히 기억도  할 만한 애들도 몇몇 있다는 생각에 눈도 제대로 안 마주치고 말했어요.
대충 술값을   같은 저는 직원을 손짓해서 곧바로 카드를 건네줬어요.
술값만 먼저 계산해달라고 한 뒤 카드를 돌려받고…저는 그때까지도 잔뜩 화나 있는 것 같은 동생의 등을 톡톡 두드리고, 왠지 기가 죽은…술 취한 남자애를 노려보고 있는 동생한테, 술집의 노랫소리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들리지 않을만한 작은 목소리로 가까이에서 말했어요.

“그, 누나가 갑자기 와서 미안해요? 잘못했으니까 화 풀고, 재미있게 놀고 와야 돼요…?

그런데…저는 화를 풀어주길 바래서  말에 동생은 어째서인지 저를 한번 봤다가, 더 화가  것처럼 돼서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핸드폰하고 지갑을 집어 들더니 제 팔을 잡아끌면서 말했어요.

“나 간다.”
“어? 어?! 벌써 가?! 술 오늘 처음 같이 마시는 거잖아!”
“어어?! 왜애?! 좀 더 마시고 가! 우리 2차도 갈 건데? 클럽 갈 건데!”
“니들끼리 가던가.”
“어? 어?”

왠지…목소리가 굉장히 뭔가 꾹 참고 있는  같아 무서웠어요.
정말로 평소에 저에게 하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다큐멘터리에서 늑대나 사자 같은 동물이 경계하면서 으르렁거리고 위협하는 느낌이었어요.

“어? 야, 야 괜찮아?”
“…미안, 놀 기분 아닌 것 같다. 나중에 같이 놀자.”
“어, 그래…야.  새끼 신경 쓰지 마. 너한테 엄청 열등감 느끼잖아. 조심히 들어가고…아, 누님. 전에 버거 만들어주신  아직도 생각나요. 너무 맛있었는데~다음에 또 맛있는 거 해주세요. 제가 선물 들고 갈게요!”

술집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그나마 동생 집에 찾아와서 장난치던…그래도 동생하고 친해 보이던 남자애가 갑자기 따라 나와서 괜찮냐고 물어봤고, 동생은 그 말에 조금 화가 풀렸는지 손을 휘휘 저으면서 말하더니, 제 팔을 끌고 술집 밖까지 끌고 갔어요.
그대로 밤거리를 조금 걷다가…조금씩 걸음걸이가 느려지더니, 조금 인적이 드문 곳에서 동생이 멈춰 서길래 저는 놀라면서도 동생이 기분이많이 안 좋아 보여서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기분…안 좋아졌어요?”

그런 제게 동생은 가만히 서서, 천천히 뒤돌아보더니…여전히  옷소매를  채로….
전봇대가 가득한 인도 밑에서, 차도에서 차가 몇 대나 지나가는 걸 기다리고서야.
약간, 위쪽에 있는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때쯤, 저를 가만히 내려다보면서 물었어요.

“누나는…내가 동생 아니고, 다른 남자였으면 어때요?”
“어?”

저는 그게 무슨 말인지 순간 이해하지 못해서, 대답하지 못했어요.
결국, 저는 무슨 의도인지, 뭘 물어보고 싶은지를 알기 어려워서…그러면서도 왠지 날카로운 동생의 눈이 조금 무섭게 느껴져서 시선을 피하다가, 되물었어요.

“동생이…아니면요?”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동생만 아닌 거에요. 그러니까, 몸 이렇고…키 이렇고…외모 이렇고, 목소리도, 그리고, 그것도.”
“어? 어?”

그것도, 라니…동생의 말에 저는 순식간에 부끄러워졌어요.
그런 것까지 조건에 들어간다니.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으라는 거예요.

“그런 남자가  가다가 말 걸거나, 번호 달라고 했다거나. 아니면, 클럽 같은 데에서 뭐…꼬시려 한다거나…커다란 거 누나한테 자랑하는 느낌으로 부비부비, 같은 걸 한다거나.”
“그,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에요….”
“부비부비? 그냥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심야에는 잘 나오잖아요.”
“크, 크다고, 무조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좋아하잖아요.”

저는 도저히 이 부끄러운 대화를 이어나갈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큰 걸 좋아한다고 동생이 생각한다니…물론, 물론…그거에, 많이 익숙해지긴 했지만…손가락만 넣는다고 해서 못 느끼는 것도 아니고, 꼭 커야만 하는 게 아닌데….

“누, 누나한테 그런  하면 못써요….”
“대답해줘요.”
“어? 어?”
“솔직하게, 동생이 아닌데 저 같은 남자면, 그런 남자가 저런 식으로 누나가 좋아하는 거 다 알아볼 수 있게 해주면서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지금…평소보다 훨씬 부끄러운 말을 하고, 부끄러운 대답을 원하고 있었어요.
저는 다시 대답하지 않고 피하려다가…왠지 모르게, 그렇게 화가  것 같았던 동생이 이젠 속상한 듯, 뭔가 속에 맺힌 듯…정말로 대답을 원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이런 외모, 이런 키…이런 성격, 어깨도, 몸도…똑같은 데다가 동생만 아닌…거기에, 자기가 크다고 저한테 어필까지  버려서, 그런 것들을 다 알고 있는남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만히 동생의 몸을 조금씩, 얼굴에서부터 다리까지 천천히 쓸어내리듯 보다가…조금, 부끄러워서…바닥에 보도블록의 금을 보고 시선을 따라 그어가면서, 손목을 꽈악 쥐고 있던 동생의 손 위로 반대쪽 손을 포개어서 잡아주면서 말했어요.

“동생 아니면…그러면, 좋아, 했을지도, 모르죠.”

동생은  말을 듣고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어째서인지 갑자기 조용해져서…가만히 얼굴을 들어 올려다보니, 굉장히 묘한…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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