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자위 (3) (8/156)



〈 8화 〉자위 (3)

중국에 유학을 온 한국인들은 아무래도 한국인끼리 뭉치는 성향이 좀 있어서 그러기는  힘들었지만, 그룹 안에서 왕따를 당하는 일도 있었어요.

“어? 아뇨. 잘 지내요. 너무  지내서 오히려 공부한 중국어를 잊어버릴까 봐 걱정인데….”
“다행이다...그래도 유학  입장에서는 같은 나라 사람끼리 논다는 게 굉장히  위로가 되니까.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쉴 때는 재미있게 노는 게 좋아요. 모르는 게 있으면 내가 가르쳐주면 되니까. 앗, 여자친구는 혹시 생겼어요…?”
“네? 여자친구…? 왜요?”
“어? 아직 없어요…? 썸 타는 사람도? 왠지 좋아하는 거 같은 여자애는 있어요?”

평소에도 대화를 자주 한 덕이었을까요? 조금 대화가 이어지기 시작하자 점심에 있었던 일은 잊어버린 것처럼 대화가 이어졌어요.
저는 친구에 대해서 묻다가 갑자기  생각에 여자친구는 생겼는지 물어봤고, 남동생의 반응을 보고 없다는  느껴져서 굉장히 놀라게 되었어요.

동생은  질문을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무슨 의도인지 생각해보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느라 안 사귀는 걸까요? 대학에 붙어야 하니 그건 좋긴 하지만...썸 타는 여자도 없다는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어? 이상하다…?”
“뭐가요?”
“아니, 애들이 왜 고백  해요?”
“여자애들이 고백할 것 같아요…? 왜요?”
“어? 잘생겼잖아요. 키도 크고...왜 안 하지…? 안 사귀는 건...상대가 좋아해도 이쪽에서 맘에  들면  사귀는 거니까 이해해도. 고백 안 할 리가 없는데….”


정말로 이상했어요.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잘생기고...확실히 남동생은 또래 애들하고는 차이가 난다고 말할만한 수준의 외모였거든요.
이미 동생이 온 지도 몇 달쯤 지나고 있었기에, 같이 입시를 준비하는 여자애들이 반하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이때는 중국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과, 개인 청결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을 때여서...길가를 걷다 보면 입고 있는 옷과 헤어스타일, 외모만 봐도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차이가 날 때였어요.

남동생하고 조깅을 나가면 주변 사람들이 굉장히 저랑 남동생을 쳐다보는  느껴질 정도였고, 동생이 다니는 한인 유학학원에 있는 학생들 입장에서는...길에서 보이는 남자를 보면 누가 봐도 너무 눈에 띄는 외모에, 학원 안에서 한국 애들하고 비교해도 무조건 눈길이  만한 수준일 게 분명한데….


“...누가 저한테 고백할  같아요?”
“설마 진짜 아무도 안 했어요…? 왜?”

그런 말을 듣고 남동생은 무슨 생각을  것인지 가만히 있다가 저한테 오히려 생각을 물어봤어요.
그리고 그날은 그대로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연애 얘기가 시작됐어요.


“글쎄요, 별로 맘에 안 드나 보죠.”
“그럴 리가 없는데...이렇게 잘생겼는데. 애들 눈이 이상한가 봐요.”
“잘생겼어요? 어디가?”
“응?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가슴도 그렇고, 되게 몸도 좋은데...남성적이고…크고.”
“덩치가요? 나 덩치 크단 말은 처음 듣는데.”
“어? 앗, 네. 덩치 커요. 내가 작아서 그런가…?”

살짝 말실수를 해 버렸어요.


“여자애들이 고백할 것 같아요?”
“응. 특히 중국에 있다 보면 애들이 한국 애들끼리 뭉치고, 연애도 한국사람하고만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사실 이런 말은 나쁜 말이지만...우리가 사는 여기 아파트 주변은 그래도 중국인이 깨끗하잖아요? 여긴 비싼 아파트라서 그렇지만, 중국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청결에 신경 쓰진 않아요.”
“어...갑자기 그건 왜요?”
“그런 만큼 원래도 한국 애들끼리는 주변 사람들하고 한국인 친구를 비교해서...중국에서는 약간 한국인을 보고 외모를 더 좋게 느끼는  있거든요. 일단, 저도 학교 다닐 때 중국 애들한테 그래서 고백 많이 받아봤지만,  번도 사귄 적은 없고...그래서 지금은 한인 유학학원에 다니니까 한국 애들끼리만 있다 해도 길거리에서  보던 사람들보다 잘생겨 보이는 것도 있을 텐데 그게 없어도 한국 애들 사이에서도 잘….”
“잠깐, 잠깐만요. 고백받았어요…?”
“응? 네. 많이요. 전 제가 엄청 예쁜 것 같진 않은데 운동을 자꾸 해서 그런가…? 활동적인 모습이 좋다면서 고백하는 애들도 있었고, 중국 애들은 그냥 너무 예쁘다면서 하는데. 결국,”
“고, 고백 받아줬어요? 남자친구 있던 거에요?”
“어? 어? 아뇨, 저는 별로 연애에 관심이 없어서…앗, 세  정도는 받아줬어요. 한 명은 그냥 친구였던 한국 애고, 한 명은 한인교회에서  오빠. 한 명은 대학에서 만난 일본인이었는데….”
“자, 잠깐만….”
“어…?”


남동생은 뭔가 갑자기 충격을 받은 듯이 말을 멈추게 하더니 저를 가만히 보고 입을 벌리고 있었어요.
저는 뭔가 말실수를 한 건가 싶었다가, 아무 말도 안하길래...저는 고민하다가 물어봤어요.


“어...저 혹시 말실수 한 거 있어요…?”
“아뇨, 그건 아닌데…그게 아니고...그냥....”


저는 남동생의 반응을 보고 뭔가 또 제가 실수한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뭘 실수한 건진 모르겠지만...남동생은 굉장히 생각이 많아진 것처럼 답답해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또 실수했다는 생각에...너무 미안해지고 자신감이 없어져서, 물이 담긴 컵을 잡고 손가락을 꼼지락대다가...작은 목소리로 약간 울먹이면서 말했어요.

“미, 미안해요...나 오늘 실수가 많죠…?”
“어…? 네?”
“뭔가 말실수한  같은데 맘 상하게 해서 미안해요...거기다 점심에는 그, 그런 천박한 모습도 보여주고….”
“네?! 어? 아니, 저기….”

갑자기 잊고 있던  떠오른 것처럼 남동생은 당황했고, 저도 부끄럽고 민망해졌지만, 그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어요.
남동생 친구가 한 말도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라서 더 심해졌죠.


“그으...나 원래 그렇게 생각해주는 것처럼 청순하지 않아요...야, 야동도...보고, 자위 많이 하고...전에, 자위하는 거 이해한다고 했잖아요? 나도, 그, 욕구가...있어가지고, 남자는 심지어 여자보다 그런 욕구가 훨씬 강하다고 하니까…그래서 이해한 건데, 저도, 그...하는데...그런거 보여줘서 미안해요.”
“어? 어?”
“처, 천박한 모습 보여줘서 미안해요.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그대로 남동생은 제 사과를 들은 뒤 아무런 말이 없었어요.
거실에는 벽에 달아둔 시계 초침소리만 또각또각 들렸고, 저는 가만히 앉아있다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졌어요.

실망시켰다고 해야 하나, 부끄러운 것도 있었지만, 남동생이 원하는 이상적인 누나가 아니게 되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컸어요.
이대로 싫어하면 어떡하지 싶어지고, 갑자기 또 가족하고 멀어진다는 게 트라우마처럼 떠올랐어요.
순식간에 저는 우울해져서, 자학적이게 되어 버릴 것만 같았어요.

“처, 천박 안 해요...안, 안 천박했어요….”
“아, 아뇨. 천박해요. 그렇게 이성 잃고 변태같이….”
“아뇨, 그, 예, 예뻣...는데, 진짜로, 귀, 귀엽고...야하고.”
“어?”

그런데 그 후에 갑자기 동생이 꺼낸 말에 저는 머릿속에 있던 여러 생각들이 날아가 버렸어요.
놀라서 고개를 들고 남동생을 보니까, 남동생은 얼굴이 엄청 빨개진 채로  쳐다보지 못하고 비어있는 냄비만 보고 있었고, 저도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궈버렸어요.


“지, 진짜로...그, 엉덩이도, 예쁘고...허리도 가늘고…다리도  뻗어서, 목소리도 이쁘고….”
“아, 아니, 저기, 아니….”
“거, 거기도 엄청 야하고 예뻐서.”
“저기?! 잠깐만, 에?!”

자학심과 자괴감에 젖어가던 제 머릿속이 순식간에 수치심으로 덧씌워졌어요.
남동생은 제 반응이 부끄럽고 그만해달라는 의미라는 걸 알아주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고의 아니게 저를 머리가 어떻게 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끄럽게 만들었어요.


“허, 허리도 엄청 흔드는 게 솔직해서 귀여웠고, 그게 끝까지 다 들어가고, 야해가지고 눈  떼고 있던 제가 잘못한 거고.”
“자, 잠깐만욕?! 그만, 진짜로 그만 말해줘요 제발, 으아, 으아아앙….”
“어, 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 어떡해...어, 언제부터 본 거에요….”


남동생은 제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저는 그게 정말...제가 가버리고 난 후에 온 게 아니고 한창 자위중일 때부터 보고 있었다는 반응으로밖에는 느껴지지 않아서 머릿속이 펑 하고 터져버렸어요.
유리로 된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박박 긁어대면서 저는 머리를 박은 채로 있다가, 고개를 들어서 남동생의 얼굴을 봤다가 얼굴이 너무 뜨거워져서 얼굴을 다시 가려버렸어요.

“치, 치울, 치울게요….”


그리고 그대로 라면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어요.
동생은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고, 저는 그릇들을 평소와는 다르게 설거지도 하지 않고 치워둔 뒤 동생한테  자기 전에 타주던 핫초코를 타서 내밀고 인사를 했어요.

“저, 저기...오늘은 진짜, 그, 실수니까...미안하고, 그게, 이거, 마시구...이, 잊어주세요.”

그런  보고 남동생은 고개를 끄덕이고 핫초코를 받았다가...갑자기 든 의문이 있는지 물어봤어요.

“근데...왜  방에서….”
“어? 어?”
“어? 그러고 보니까, 왜, 휴지….”
“아, 아, 아!! 그, 잊어요! 빨리, 마시고! 마시고 잊어주는 거잖아요!”


저는 남동생에게 제발 부탁하는 눈초리로 손에 쥐고 있는 핫초코를 억지로 마시게 하려고 양손으로 잡아 들어 올렸고, 동생은 갑자기 당황해서는 한쪽 팔로만 제 양팔의 힘을 버티면서 말했어요.

“아니, 아, 마실게요! 잊을게요! 이거 지금 뜨거워! 천천히 마실게요!”

그리고 동생이 핫초코를 다 마시는 걸 확인한 뒤 저는 한 번 더 경고하고 제 방으로 들어가버렸어요.


“잊은 거에요! 아무것도 못 본 거에요!”

그리고 전 제 침대에 누워서 빨리 잠들어 버리려다가...잠들려고 할 때마다 자위하고 있는 제 뒤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을 동생의 모습이 떠올라서, 도통 잠이 들지 못해 뒤척였어요.

이불 안에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작게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이불을 뻥뻥 발로 차기도 했지만, 정말 잠이 잘 안 왔어요.
결국, 다시 방 밖에서 화장실 문이 열리고 물소리가 쭈욱 날 때쯤에서야 잠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 문제는  다음 날에도 끝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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