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자위 (2)
자위할 때의 저는 버릇처럼 옷을 다 벗고 해요.
입고 해도 되지만…땀도 잘 나는 데다가 뭣보다 자꾸만 느낄 때 침을 흘리는 버릇 때문에 옷에 침을 흘리는 게 신경 쓰이고, 쓸리는 것도 그렇고…여러가지로 신경 쓰는 게 많았어요.
야한 영상도 잘 보지 않고, 오히려 글이나 만화를 보거나 영상 중에서도 소리가 많이 나오는 걸 주로 봤는데, 그대로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는 소리를 듣고 상상하는 걸 좋아해서 이어폰을 꽂은 채로 눈을 감고 자위할 때가 많았어요.
그러니까, 보통 시각을 차단하고 청각을 통해서 자극을 받는 자위를 좋아했던 거였어요.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조금, 그…물건의 형태에 예민하다고 해야 하나. 크기나 색, 형태가 조금이라도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예를 들면, 가끔 영상에 보면 나오는 이상한 걸 넣은 경우나 너무 과하게 휘어지거나…끝뿌분이 볼펜처럼 뾰족하거나 하면 조금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게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보통 제 머릿속에서 상상되는건, 이상적인 형태로 만들어진 딜도 같은 물건이나…아니면 머릿속에서 상상한 흐릿하면서도 전혀 거부감이 안 들 만한 물건이었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그랬지만, 그날은 정말 기분이 이상해서….
남동생의 방을 치워주다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 가득 찬 휴지들을 보고…시간을 확인하고 고민한 끝에,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갑갑함을 무시하고….
결국, 또 자위를 해 버리기 시작했어요.
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정말 이번에는 아예 마음먹고 제대로 자위를 하려 들었다는 거였어요.
저는 자위 할 때에는 문 쪽은 절대 보지 않았어요.
아예 완전히 등지고 해야만 안심하고 느낄 수 있었어요.
누군가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중학생 때부터 엄마의 남자친구나, 취한 엄마가 멋대로 제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일 때문에 생긴 부정적인 반응 같은 거였어요.
그러니까…그때의 저는 옷은 완전히 다 벗고…동생 방 바닥에 딜도를 붙여서 세워놓은 뒤 올라타면서,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야한 영상을 틀어놓은 채로 핸드폰을 제 옆의 바닥에 내려놓아서 다리를 양옆으로 해서 주저앉은 채로 상체를 완전히 바닥에 붙히고…두 손을 모아서 엎드린 자세였어요.
모아진 두 손에는 동생의 정액 휴지가 든 쓰레기봉투가 있었고, 그 상태로 저는 다리힘으로 엉덩이만 밀어 올리듯 위아래로 흔들면서 자위를 해댔어요.
소리도 제대로 참지 못한데다가…굉장히 흥분해서.
사실, 머릿속에는 남동생이 자위하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굉장히,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커다란 물건은 정말 제가 이상적이게 생각하는 모양보다도 더 이상적이었어요…부끄러운 얘기지만, 자꾸만 그 남성용 자위기구에…빼낼때 너무 걸려서 잡아당겨 지다가 뽁 하고 빠져나오던 광경이 떠올랐어요.
긁어내는 자극에 너무 약해서 허리를 흔들면 너무 느낄 것 같아 무서워서 피하고 있었지만, 이때의 저는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완전히 멋대로 허리를 흔들어대면서 눈을 꽉 감고, 귀에 들리는 야한 소리에 집중하면서….
입에서는 완전히 숨이 찬 강아지 같은 소리가 나고 있었어요.
귀로 들리는 게 아니라 몸 안에서부터 울려서 느껴졌어요.
헥, 헥, 헥 하고 가끔씩 너무 느낄 때면 오오옹 오오옹 하고 고양이 같은 소리가 나기도 했어요.
“하오오옹…, 후응, 후으으응, 헤엑, 헥, 헤에엣.”
그리고 그대로, 절정할 것 같은 순간에 버릇처럼…엎드린 채로 요가 하듯이 발끝으로 하체만 쭉 세워서, 엉덩이를 최대한 높이 들어 올렸어요.
이때 처음으로뭔가 정말 완전히 풀어진 절정을 했다는 게 느껴졌어요.
배 안쪽이 녹아버렸다고 해야 할까, 뭔가가 녹아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퓻 퓻 하는 진동이 느껴졌고, 약간…그, 싸 버린다는 게 느껴졌는데, 싸버려서 절정 한다기보다는 너무 가버려서 밑이 풀어지면서도 긴장해서 움찔거리면서 저절로 나와버리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가 버린 건 처음이라서 아직도 생각이 나는 감각이였어요…클리가 너무 빳빳해져서 아플 정도인 데다가, 바닥에 쓸리는 꼭지도 묘하게 간지러우면서도 웅웅거리고, 구멍도…벌렁벌렁 거린다구 해야되나…살짝,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냄새를 맡으면서 커졌다가 작아졌다 하는 것처럼 밑쪽이 그렇게 멋대로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요.
뒤쪽의 구멍도…자꾸만 엉덩이가 멋대로 가 버린 후의 여운으로 움찔거리면서 조여졌다 풀어지고 있었어요.
고양이처럼 울어대면서 발끝을 쭈욱 세워 올리고…그대로 절정하다가…저는 그대로 천천히 엉덩이를 내려서 엎드린 채 무릎으로 선 자세로, 딜도에 살짝 톡톡 닿게 하면서 남은 여운을 달랬어요.
정말로, 부끄럽지만 너무 만족해버려서 멍해진 상태로 눈을 천천히 뜨고…바닥에 볼을 문대면서 헥헥대다가….
정말 갑자기, 굉장히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차갑다고 해야 하나…? 바람이 엉덩이에 닿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문을 닫고 있었는데 왜 바람이 느껴지지? 하고 정말 갑자기 문득 든 생각에 저는 어라~? 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뒤로 돌렸다가.
정말, 기절하면서 비명을 지를 뻔했어요.
방문 앞에서 동생이 엄청나게 얼굴이 빨개져서는…문 고리를 잡은 채 입을 벌리고 가만히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저는 진짜 머릿속이 새하얘진다는 게 어떤 느낌을 얘기하는 것인지 그때 확실히 느꼈어요.
진짜로,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제가 잘못 보는 건가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물웅덩이가 되어버린 바닥에 살짝 미끄러지고, 앉아있다가 놀란 고양이처럼 후다다닥 하고 네발로 기어가듯이 도망쳐서 동생 침대의 이불을 확 끌어오고….
“어? 어? 어? 에? 어? 어? 어? 왜? 왜, 왜? 어?”
뭔가 망가진 듯한 소리를 입에서 자꾸 내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얼굴이 빨개진 채로 당황하면서 바닥에 놓인 딜도를 열심히 잡아서 떼려 하다가…너무 미끈거려서 손에 쥐었다가 쓸어올리기만 몇 번 반복하고, 정신을 겨우 차려서 흡착판 부분을 잡아서 떼네고 몸을 가리고 있는 이불 안에 넣고…그대로 말을 잃은 채로 시선을 마주쳤다가 피했다가 했어요.
정말로 혼란 그 자체였어요.
대체 왜 왔는지, 아직 시간 안 됐을 텐데 싶고, 설마 내가 시간 잊을 정도로 오래 한 건가 싶고, 들켰다는 게 부끄럽고,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는 게 부끄러운데…남동생은 제가 침대 이불을 벗겨내면서 갑자기 휙 하고 끌려오듯 날아온 지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굉장히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어요.
“지, 지갑…두고, 가서…점심시간이라, 편의점에, 사, 사 먹고 싶은 게…있어서. 가, 갈게요! 미안해요!”
남동생은 지갑을 줍고는 도망치듯이 후다닥 하고 방에서 나가고 현관에서 나갔고.
저는 멍하니 앉아있다가 뒤늦게 제가 자위하면서 하던 자세들이나, 소리들을 떠올렸어요.
“아아아아아앙! 아아아아아!!”
그리고 그대로 이불에 얼굴을 묻고 막 비명을 지르다가…남동생이 돌아올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에, 뒤늦게 샤워를 하고 정리하고….
완전히 정신이 나간 채로 거실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어요.
그, 사람이라는 건 굉장히…생각보다 더 훨씬 현실을 믿을 수 없게 되면.
해결책을 생각한다거나 속상하다거나 화가 나는 게 아니고…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 나게 돼버려서.
그냥 뇌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더 이상의 자극이 오는 걸 차단하는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날 남동생은 드물게도 원래 돌아오던 시간보다 훨씬 늦게, 밤이 다 되는 시간에 들어왔어요.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앉아있는 저랑 마주친 남동생은 우물쭈물하면서 들어왔어요.
굉장히 저를 어려워하는 듯한? 집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한 채 현관문에 서 있는 남동생을 무릎을 안은 채 소파에 앉아서 가만히 보다가 저는 천천히 머릿속에 전원이 들어오듯 조금씩 정신을 차렸어요.
남동생이 현관에서 다녀왔습니다도 못하고 서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저는 갑자기 엄청나게 부끄러워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남동생을 실망하게 한 것 같고, 그런 걸 보여줘 버려서 부끄럽고 창피하면서 미안했어요.
그런 이유에서 가장 먼저 제가 남동생한테 한 말은 사과였어요.
“그, 자, 잘 갔다 왔어요? 미안해요, 점심에 그, 이, 이상한 거…보여줘서.”
“어?! 어? 아뇨, 어…? 그게, 네?”
“앗, 신발 벗고 들어와요. 아, 미안해요. 그, 저녁…하는거 깜빡해서, 앗, 맛있는 거 시켜먹을래요? 피자? 아, 아니면 라면 끓여줄까요…?”
“어…어, 네에….”
남동생은 왜 그런지 당황하면서도 천천히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왔어요.
저는 피자를 시키려다가 늦은 시간이라서 배달해서 오면 더 늦게 밥을 먹게 될까 봐 라면을 끓여줬어요.
중국에도 신라면이 굉장히 유행한 데다가, 한국보다도 건더기가 더 많아서 찬장에는 신라면을 잔뜩 넣어뒀어요.
“앗, 고마워요….”
그리고 동생이 온 뒤로 공간을 좀 더 절약해서 쓸려고, 동생이 키가 큰 만큼 라면을 높은 데에 넣어놔서 잘 꺼내지 못하는 걸 본 동생이 가까이 다가와서 뒤에서부터 꺼내줬다가, 고개를 위로 올려서 동생의 얼굴을 보고 말하자마자 얼굴이 빨개지더니 확 하고 떨어졌어요.
전 그 모습을 보고 날 피한다는 게 느껴져서 순식간에 속이 상했어요.
어쩌다가 그런 짓을 해서….
라면을 끓여준 뒤 식탁으로 가져다 놓은 저는 동생한테 물을 떠주고 반대편에 앉았어요. 그대로 한 냄비에 둔 라면을 서로 덜어먹다가, 저는 천천히 동생하고 대화를 시도했어요.
“그, 어디 갔다 왔어요…?”
“약간, 산책…조금, 하고.”
“산책…? 혼자서요?”
전에 데려온 학원 친구들하고 놀러 간 걸까 싶었지만, 그건 아닌건지 동생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는 혹시 전에 친구를 때려서 싸우기라도 한 걸까? 하고 왠지 걱정되어서 걱정하는 티를 숨기지 못하고 물어봤어요.
“어…? 혹시, 친구들하고 조금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