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혼자 사는 누나 (2) [내용수정]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때부터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었어요.
엄마는 제가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된 만큼, 더더욱 집에 오지 않게 되셨고.
가끔 문자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죠.
생활비는 넉넉하게 부쳐주어서 불만은 없었지만, 저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다른 애들이 말하는 화목한 가정이나, 서로가 신뢰하는 연애관계 같은 거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중학생 때부터 같이 운동하던 친한 남자인 친구랑 잠깐 사귀어보거나…연애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건 아니어서 이것저것 일이 있긴 했지만 딱히 육체적인 관계를 하는 것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어요.
육체적인 욕구는 느꼈지만 그걸 굳이 남자와 풀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엄마가 이혼한 원인이 불륜인만큼...쾌락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그것을 위해 필요한 연애라는 관계 자체에 믿음이 가지 않았어요.
확실히, 엄마의 말대로 저희 집 여자들은 욕구가 좀 강한 점이 있는 건지 저도 꽤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다만 심리적으로는 언젠가 헤어질 관계를 만드는 데에 거부감이 있었고, 엄마가 이혼한 것에 대한 반발감 때문인지 그런 관계로만 연애를 생각하는 남자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대학에서는 저를 레즈비언으로 생각하는 애들도 있을 정도로 이성과의 접촉을 많이 차단했어요.
누군가와 연애를 잠깐이라도 해 본 경험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오히려 경험 후에는…자위기구에 더 빠지게 되었고요.
자위기구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흡착형 딜도 하나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이 사게 되었고…더더욱 자위로만 만족하게 되었어요.
대학생활에서 제게 있어서 뭔가 야릇하거나 두근거리는 일이라는 건 그게 다였어요.
한 명이 8번이나 고백해서, 지쳐가지고 관계를 전혀 하지 않는 연애를 조건으로 세우고 연애해 본 적은 있지만…결국 헤어지자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성욕 때문에 잠깐 사귀고 싶은 것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언젠가 헤어질 관계에 별로 마음이 가지 않게 되었어요.
연애를 하고 싶어지면 그냥 성욕 때문이구나 하고 생각했고 정말로 자위를 하고 나면 더 이상 연애가 생각나지 않아서 더욱 그랬어요.
그렇게 저는 큰 연애 없이 대학을 졸업했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연구생을 할까, 슬슬 취업 준비를 할까 하던 와중이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술 취한 엄마가 새 남자친구를 데리고 집에 왔어요.
여러 해외회사의 계약이나 법적인 문제를 통역하면서 돈을 벌고 계셔서,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이곳저곳을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지만, 그런 만큼 외국인과 사귀는 일이 많았어요. 돈도 많이 벌고요.
집도 혼자 살기에는 큰 집이지만…엄마의 섹스룸 같은 느낌으로 작은 침실이 따로 또 있는 집에 저 혼자 살고 있었고, 세금 문제 같은 것도 취하지 않았을 때의 엄마가 알아서 다 해결해줬어요.
그날 엄마를 부축해서 온 새 남자친구는 현관문을 열 때만 해도 흥분했는지, 아직 30대로밖에는 안 보이는 엄마와 서로 애정행각을 하며 들어오다가, 문 앞에서 저를 보고 여동생이냐고 영어로 물었다가 제가 she is my mom 이라고 한마디 하니, 굉장히 당황스러운 얼굴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대로 돌아가 버렸어요.
가끔 오히려 흥분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번 남자친구는 아니었나 봐요.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해져 버린 저는 취한 엄마를 소파에 드러눕게 시키고, 당황한 엄마의 새 남자친구를 돌려보냈어요.
그리고 취한 엄마를 보고 한숨을 쉬고는 꿀물을 타드렸어요.
그리고 그 날, 술에 취한 상태에선 처음으로 엄마가 진지한 얘기를 꺼냈어요.
“그…아, 미안해. 엄마가 오늘 아빠한테 전화가 와서, 술을 좀 마시고 왔어.”
중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 듣는 아빠라는 단어에 저는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엄마는 취해서 잠들기 전에 말은 다 해야겠다 싶었는지 일방적으로 말했어요.
“어…둘째가, 이번에 대학을…떨어졌는데, 안 그래도 따로 중국어 공부를 많이 해뒀다 면서…혹시 유학생 특별전형으로 들어갈 수는 없냐고…하네? 그래서, 그…둘째도 그래도 엄마, 아들이잖…니?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네 동생도 유학하고 싶어한다고 하고 그…다음주에 오기로 했는데, 조금 갑작스럽지…?”
정말 그 말대로, 갑작스러웠어요.
황당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처음엔 그게 술 취해서 하는 헛소리는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엄마는 다시 전화해서 동생이 저희 집으로 와서 같이 살 거라고, 엄마 방을 조금 정리해 놔 달라는 말을 했고 저는 긴장하고 당황하면서도 엄마가 섹스룸처럼 쓰던 방을 깨끗하게 치워놓았어요.
가끔 저도 야경을 보면서 자고 싶을 때는 들어왔던 엄마의 방은 창문과 침대, 책상, 옷장만 있는 조그마한 원룸 같은 방이었고, 확실히…엄마의 흔적만 다 치우면 바로 공부방으로 쓸 만한 구조였어요.
그리고 얼마 뒤, 동생의 이름을 적은 커다란 종이를 들고 공항에 가고…그때까지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아서 머리가 멍한 상태였어요.
동생이 있다는 기억은 있지만, 너무 오랫동안 못보다 보니까 정말로 나한테 동생이 있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다만, 왠지 모르게 친하게 지내고 싶었어요.
동생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맘에 들었기도 하고요.
혼자서 산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같이 사는 게 기대되기도 했어요.
공부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맛있는 걸 해 줘야 할까? 청소도 자주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어차피 난 지금은 쉬니까, 그리고 엄마랑…아빠도 내가 그렇게 대학에 한번 떨어진 동생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래서 보내는 것 같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부모는 부모니까, 그리고 엄마가 생활비를 잘 안 보내주거나 아빠가 완전히 저한테 연락을 안 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생일마다 용돈과 함께 짧은 메시지를 보내주긴 하셨거든요.
그 값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알림을 듣고 공항 출구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왠지 모르게 시선이 끌리는 키가 큰 남자가 있었는데, 정말 묘한 기분이었어요.
넓은 어깨에, 운동을 좋아하는 제가 보기에도 몸이 좋아 보이는 데다 얼굴이…날카롭고 신경질적이게 보이는데…또 당황한 듯한? 약간 귀여운 인상도 있는 남자였어요.
“어…? 그, 어…혹시, 누나…에요?”
“어? 응? 그, 도, 동생…이세요?”
그리고 그 남자가, 15년 만에 처음 본 제 동생이었어요.
그리고 그날 후로, 동생과 저의 동거가 시작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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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뒤 저는 굉장히 어색해서 완전히 타인을 대하듯 했어요.
사실 그게 당연했어요. 15년 만에 본 거니까요.
그래도…가족의 정? 같은 거에 굉장히 굶주려 있는 건지, 왠지 모르게 자꾸만 잘해주고 싶고, 잘 보이고 싶어서 정말 동생은 제가 처음으로 그렇게나 잘해주려고 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하지만 누가 고백을 하거나, 대학에서 누가 저한테 마음이 있다는 말을 들어도 전 좋아해 줘서 고맙긴 하지만 난 별로 맘이 안 간다. 정도로만 행동하고 별로 좋아한다는 표현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동생을 대하는 게 전 굉장히 어색하면서도 어려웠어요.
잘 해주고 싶은데 어떡해야 잘해준다는 느낌이 나고, 잘 해주는 건지를 잘 모르겠다 싶었어요
집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한 건, 간단하게 서로 마주 보고 인사하는 거였어요.
서로 뭔가 어색하면서도 쑥스러워서 잔뜩 얼굴이 빨개져서 자기소개를 했어요.
“그, 아…안녕하세요, 제가 그…누나, 에요. 공부…그게, 화이팅? 하고…피,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주고…?”
“아, 네…어, 저도. 어…동생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서로 굉장히 바보 같은 인사였어요.
거리감이 느껴지면서도 서로 누나고 동생이라 하니까 굉장히 묘한 느낌, 묘한 기분이었어요.
이름을 말하긴 했지만, 저는 오히려 서로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싶었어요.
동생은 저를 당연히 누나라고만 불렀고, 저도 이름은 오히려 동생이 아닌 모르는 남자인 걸로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동생님, 동생씨, 아니면 저기요라고 불렀어요.
굉장히 이상한 호칭이었어요.
“우리 조금 대화가 필요해 보이죠…?”
“음, 네에.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까요?”
“그냥 서로 취미 같은 거? 좋아하는 거랑 싫어하는 것 정도…?”
무척 어색한 분위기에, 거리감이 너무 많이 느껴져서 제가 먼저 대화를 하자고 하고, 서로 어느 정도 인사를 했어요.
“취미는…운동? 그냥 몸을 쓰는 건 다 좋아해요.”
“어…조금 그럼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제가 다니던 대학 체육부인데, 친구 중에 몇 명이 선수로 뛰게 되어서,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공부만 계속하면 오히려 체력이 떨어져서 안 좋으니까 괜찮으면 한번 같이 가봐요. 아, 좋아하는 음식은 뭐에요?”
“연어 좋아해요. 해산물은 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 특히 연어 스테이크. 아, 마요네즈 말고 소금간만 한 거로요.”
“앗, 뭔가 운동할 때 먹는 것 같네요. 그럼 모레에는 연어 스테이크 해줄까요?”
“어…? 괜찮은데….”
“아니에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니까, 이런 건 자주 말해줬으면 해요. 그리고, 나도, 그, 동생이니까…해주고싶고….”
“아, 어, 그러면…네, 해주세요.”
“그러면…운동은 어떤 운동 좋아해요?”
“음…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냥 달리는 것도 좋아하고, 몸을 움직이는 거나 땀나는 거 자체를 좋아하는 느낌? 약간 필요성도 느끼고요.”
운동의 필요성은 저도느끼고 있었지만, 약간 말하기 부끄러운 이유에서였어요.
확실히 욕구가 많은 날에는 운동하고 오면 개운해지는 게 컸거든요.
당연히 저와는 다른 이유일 것 같았고 몸을 만들고 싶다거나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대화는 대부분이 저의 질문으로 이어졌어요. 동생은 처음에는 제가 너무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는지 당황했다가도, 제가 이것저것 해주고 싶어한다는 게 티가 나니까 기분 좋은지 조금씩 웃는 얼굴이 되었어요.
정말 굉장히 보기 좋은 미소여서 놀랄 정도였어요.
동생은 상당히 몸이 좋았고, 옷을 입는 것도 꽤 자기가 몸이 좋다는 걸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입었어요.
전체적으로 활동적인 옷이라고 해야 하나, 후드티나 후드집업도 좋아하고…운동복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저도 그 당시에도 레깅스를 입고 있었을 만큼 굉장히 활동적인 옷을 선호했거든요.
이렇게 말하기 뭐하지만, 동생은 누가 봐도 여자를 많이 울릴 법하게 생겼었어요.
저보다 머리 하나 반은 더 큰 키에 좋은 비율이 여자에게 얼마나 인기를 끌었을지를 짐작하게 만들었어요.
누가 봐도 여자 경험이 많을 것 같은 외모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운동을 좋아하는 건 혹시 유전인 것인지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아해서, 같이 조깅을 하기로 했어요.
“뭔가 되게 이상해요. 생각한 거랑 다르다고 해야 되나.”
“응? 왜요…?”
“오기 전에 친구들이 누나는 원래 다 그냥 성별만 여자인 형제라고, 누나에 대해 환상을 품지 말라면서 이것저것 말해줬거든요.”
동생은 상당히 친구가 많아 보였는데, 역시나 그런 건지 중국으로 오기 전에 친구들한테 이것저것 많은 얘기를 듣고, 자기 사정도 어느 정도 얘기해보고 온것 같았어요.
“그런데 음, 뭐랄까 뭔가…이상적인 누나 같아요.”
“어? 이, 이상적이에요? 내가…?”
“네, 음…그냥? 첫인상? 아, 어…정말로 그냥?”
뭔가 부끄러운 듯 양손을 모으면서 하는 말에, 저는 왜 그런지 굉장히 기분이 좋아졌고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많이 피곤했을 동생을 일찍 재우면서, 침대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상적인 누나.
부끄러운지 더 얘기해주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잘 보인 거겠지.
앞으로도 잘 보이고 싶다,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