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혼자 사는 누나 (1)
어린 시절에는 무슨 일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4살 차이가 나는 동생과 떨어지게 되면서, 초등학교도 아직 가지 않았던 저는 영문도 모른 채 동생을 못 만나게 되었어요.
누나니까 잘 봐달라는 말을 들어서 3살까지 돌봐준 동생은 제 말을 듣지 않기도 했지만 엄마나 아빠보다도 누나를 먼저 말하기 시작했고, 저도 꽤나 귀여워했었어서 굉장히 속상했어요.
처음 하루 이틀이 지났을 때는 동생이 언제 오냐고 물어봤지만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동생은 앞으로 아빠랑 산다고, 앞으로 엄마랑 둘이서 잘 살아보자고 말씀하실 뿐이었어요.
그대로 저는 엄마를 따라서 중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어른이 될 때까지 한국에 돌아가지 못했어요.
중학생이 되고, 집에 엄마의 새로운 남자친구들이 찾아와 제게 인사할 때쯤에서야 엄마로부터 왜 이혼했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엄마는 지금 같이 다녀도 30대 초반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젊은 외모를 타고나서 어릴 때 같이 수영장을 가면 비키니를 입은 엄마에게 모르는 오빠들이 하나둘씩 다가가곤 했어요.
그게 뭔지 전혀 몰랐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엄마가 집안일에 소홀한 만큼 혼자서 밥을 해먹고 청소를 하면서 정말 혼자 살아가기 시작하니 완전히 인생을 즐기기 시작한 엄마의 새로운 남자친구…흑인들이 오면서부터 집에서 취해 있는 날들이 많아지셨고, 어느날 결국 술에 완전히 취하셔서 저한테 말해주셨어요.
이혼의 원인은 엄마의 불륜이었어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엄마는 굉장히 성적으로 많이 개방적인 생활을 하셨었고, 엄마의 친구가 그걸 질투해서 밝힌 거였어요.
처음부터 헤어지고자 한 건 아니고, 아빠의 용서도 있고, 서로 대화도 나눠보았지만….
결국, 서로의 문제 때문에 헤어지게 되었다는 얘기였어요.
“왜 지금 얘기해주는지 아니~? 엄마 쪽 집은 여자들이 다들 욕구가 심하거든. 엄마는 특히 심한 거고~너도 아마 엄마 딸이니까 비슷할 거고, 중학생이니까 슬슬 이런 것도 알테고~조심하라고 말해주는 거야. 조심하라고오~”
술에 완전히 취한 엄마의 변명 같은 말을 들으면서, 저는 아, 그래서 부모님이 다시 같이 살지 않는구나 하고 이해하게 됐지만 그와 동시에 성적으로 조금 거부감이 생겼어요.
매번 취할 때마다 이어지는 엄마의 교육 아닌 교육 때문에 개방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거부감이 쌓여만 갔어요.
그런 제가 처음으로 성에 눈을 뜨게 된 건 고등학생 때였어요.
“Oh, Sorry.”
“앗, 아….”
밤새 엄마의 방에서 들려왔던 짐승같은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쳐서 화장실에 가다가, 샤워하던 엄마의 흑인 남자친구와 마주쳤고, 그의 커다란…처음 보는 남성기를 보고, 자꾸만 해선 안 될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때부터 성적인 미디어를 많이 찾아보기 시작했지만, 실천으로 옮기진 않았어요.
그저 호기심에 가까운 거라고 생각하면서 두근두근 떨리면서 많이 찾아보고,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그런 거구나 하고 지식을 쌓고, 가끔씩 엄마의 흑인 남자친구가 올 때면 일부러 샤워 소리가 들릴 때 나가서 마주치지기도 했어요.
그는 나중에는 저의 그런 행동이 귀여운지, 흥분해있는 물건을 씨익 웃으면서 보여주기도 했어요.
조금 불행이게도, 그 크기가 저의 기준이 되었어요.
제가 본 물건은 그의 물건이 다였고,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물건들도 그만큼 컸기 때문에 그게 정상인 줄 알았어요.
순정만화에서 나오는 처음은 아픈 거라는 묘사도, 저렇게 크면 당연히 아플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호기심에 결국 연애를 해보고…연애만을 흉내 내 보면서 저는 무언가 이상한 걸 알게 되었어요.
남자에게 딱히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함부로 사랑한다고 하는 남자에게 믿음이 가지 않았고, 계속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은 거짓말로만 들렸어요.
이혼하는걸 보고,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기 때문인가 보다 하고 냉정하게 생각했지만 연애에 대해 흥미가 가지 않는 건 고쳐지지 않았어요.
성적인 흥미는 있어서 사귀던 상대에게 한번 보여달라고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작은 크기에 그 사람처럼 어른이 아니어서 이런가 보다 할 뿐이었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욕구를 느껴도 열심히 운동해서 푼다는 생각만 했고, 어른이 되면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누군가와 연애를 하는 건 점점 더 멀게 느껴졌어요.
연애뿐만 아니라 사람을 사귀는 데에도 거리감이 늘 느껴졌어요.
친해져도 언젠가는 헤어질 수 있고, 한국인 애들은 조금 더 소속감 같은 게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도는 손절이라는 말은 친구 사이도 영원하지 않은 걸 넘어서 자기 이득에 따라 잘라버린다는 걸 느끼게 했어요.
“우리 집 여자들은~뭔가 안 좋은 게 있어~좋은 거기도 한데?? 너~무 이쁘거든? 내 언니…너한텐 뭐지이? 언니도, 모델하는데…흑인 모델이 꼬시면 넘어가구! 잘생긴 애가 꼬시면 바람피구! 동생도~참~배우했었잖니~? 어릴 때 그래서 네가 참 잘 따랐는데~나도 배우 할 거야 하면서~아하하하, 그런데, 결혼 안 하잖니? 결혼하면 자기가 바람 필걸 아니까 못하는 거야~예쁜데, 남자들이 미치도록 달려들고, 그걸 거절 못 할 만큼 밝히는 게, 도화살이 잔뜩~잔뜩 꼈다니까?”
어느 날 또 취해서 말했던 엄마의 술주정대로, 확실히 저도 뭔가 있긴 했어요.
욕구가 굉장히 많이 느껴질 때가 있었고, 그럴 때면 정말 참기 어려웠어요.
학생일 동안 공부를 하면서 참고 참던 욕구는, 대학에 합격한 순간부터 더 이상 참기 어려워졌어요.
결국, 어느 날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남성의 성기 모형을 보고, 대학에 합격한 순간…딱 하나만 사보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구매한 곳은 타오바오라는 쇼핑 사이트 에서였어요.
원래도 중국은 이런 물건들을 사는 데에 한국처럼 성인인증 같은걸 하지 않아서 간단히 살 수 있었지만, 성인까지 안 사겠다고 마음먹은 건 약간의 반항심 같은 거였어요.
섹스에 미쳐버린 것처럼, 어린 딸을 바로 옆방에 두고 늘 짐승처럼 울부짖어대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자꾸만 꼬셔대는 서양인들.
가끔씩 가정교사가 생기기도 할 때는 엄마가 날 신경 써주는 건가 생각했지만, 그게 가정교사 겸 섹스파트너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그냥 포기해버렸어요.
하지만, 그런 만큼 쾌감에 저렇게 미쳐버리는 걸 혐오하면서도 계속해서 궁금증만 쌓여갔어요.
엄마는 7개국어를 마음대로 하는, 저로서는 이해가 안가면서도 대단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어요.
가지고 있는 감정을 다 제외하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상당한 엘리트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저렇게 망가져서는 쾌락을 끊지 못하는 모습을 어린 시절부터 봐오다 보니, 반발심도 가득 생겼지만, 호기심도 상당해졌어요.
결국 도착한 성기 모형은 검은색의, 제 기억 속에서 남자의 기준이 된 것과 가장 흡사한 물건이었어요.
그리고 그 물건을 저는 대학에 합격한 순간, 이제 나도 어른이니까 이런 걸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으로 넣어보게 되었어요.
당연하게도,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바보같이 아무런 경험도 없는 제 안에 구매하면서 같이 온 젤을 잔뜩 짜놓고 7인치나 되는 걸 거의 억지로 밀어 넣은 게 제 첫 자위였어요.
통증에 눈물을 흘리면서 빼내고는 숨을 내쉬면서 대체 왜 이런 걸 좋아하는 거지 하고, 섹스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을 더더욱 미치광이 취급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만 보고 만져볼수록 기분이 이상해졌고, 엄마의 남자친구였던 그 사람이 씨익 웃으면서 보여주던 게 떠올랐어요.
그래서 자꾸만 꺼내보고, 자꾸만 만져보고 하다가…처음이라서 아픈 거였을 거야 하고 다시 한 번 넣어보고, 후회하고….
그때, 또래 여자애들과 처음으로 자위 얘기를 해봤어요.
다들 제가 그런 얘기를 하니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하더니, 제가 그런 쪽의 경험이 없다는 말을 하자 말이 되냐는 말을 했어요.
엄마의 외모를 닮아서 저는 남자들을 홀리는 묘한 분위기의 외모를 하고 있었고, 욕구가 쌓이거나 집에 엄마가 남자친구를 데려오면 조금이라도 그 소리를 덜 듣고 싶어서 밖에서 달리거나 운동을 하다 들어와서, 그렇게 되려고 노렸던 건 아니지만, 남자들이 굉장히 매력을 느낄만한 외모를 하고 있었거든요.
직접 말하기도 뭐하지만, 고백을 꽤 많이 받았어요.
한번 연애를 경험해본 뒤에는 한때의 감정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다가오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전부 다 차버렸지만요.
아마 그래서 굉장히 의외였을 거에요. 남자한테 그렇게 인기가 많아 보이는 애가, 늘 도도하게 여왕님인 양 거리를 두고 다니던 애가 사실은 자위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애였다니.
묘한 우월감을 가진 애들은 저한테 자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줬고, 저는 그때 처음으로 넣는 것만이 자위가 아니고, 꼭 넣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모두가 공통으로 하는 말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단 한 명도 자위가 힘들거나 아프거나 기분 좋지 않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섹스를 싫어한다는 애도 한 명도 없었어요.
섹스 후에 생기는 서로 간의 관계 문제라거나 트러블은 싫어하지만, 섹스 자체는 좋아하고 자위도 다들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하고 있었던 거에요.
저는 제가 잘못된 건가 싶어서, 다시 몇 번인가 자위를 시도해봤고.
결국, 어느날부터인가….
굉장히, 정말 이게 뭔지 당황할 정도로.
쾌감이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