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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화 〉 오늘은 해결사 (121/121)

〈 121화 〉 오늘은 해결사

* * *

나정미의 항문에 잔뜩 사정을 했다. 내 몸을 지배하던 파괴적인 욕구가 가라앉는다. 이제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한 거다.

“정미야. 괜찮아?”

“기분이 좀 이상해서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이상한데?”

“엉덩이가 싸하게 아프기는 한데 이게 마냥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가 않아요.”

“그럼 다음에 다시 넣어 보자. 그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확실히 알게 될 거야.”

“......저 좀 무서워요. 소대장님 자지가 워낙 커서요.”

이런 두려움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내가 좀 커야지 말이야.

하지만 나정미의 생각을 받아주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다.

“정미야. 우리가 누구?”

“트...특전사요.”

“근데 무서워?”

“아...아닙니다.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나는 나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음에 또 넣게 항문은 잘 관리하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대원들과 함께 하는 청소를 끝내고 행정반으로 돌아왔다. 전현화 병장이 나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보며 미소를 짓더니 슬며시 엉덩이를 건드리며 지나간다.

느낌이 왔다.

전현화는 뭔가 꿍꿍이가 있다.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겠지?’

특별하지 않을 거라 판단이 되어서 바로 관심을 접었다.

*****

부대로 여러 대의 차가 들어온다.

사회에서는 투 스타가 그렇게 대단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실 포 스타도 군인이 아니면 그렇게 대단하지가 않다. 하지만 여긴 군대이다. 장군의 힘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단장만 온 것이 아니라 밑에 있던 부하들도 여럿이 여기로 왔다.

황은정 대대장과 황은아 중대장 자매는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다. 괜히 트집이라도 잡으면 피곤하기 때문이다.

사단장 최정숙은 황은아 대위에게 계속 시선을 보내며 자신이 챙기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였다. 자신이 그녀를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한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티가 나는 행동이다.

‘다들 치열하게 사는구나.’

여러 사람이 특정인에게 아부나 하는 모습을 보는 건 따분하고 짜증이 난다. 나한테 아부를 떠는 거라면 모르겠으나 이런 걸 보는 건 불쾌했다.

나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 군인들이 상관에게 아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특이하게 사단장 최정숙을 보필하는 군인 중에는 남자가 있었다.

이곳 세상도 남자 군인이 늘고 있는 추세라 하니까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흔하지 않은 경우라 신기했다.

‘마귀할멈처럼 생겼는데 스트레스 좀 받겠다.’

사단장 최정숙은 심통이 가득하게 생긴 깡마른 아줌마이다. 실제 성격은 모르겠으나 외형으로만 보면 그렇다.

“족구 대표는 연병장으로.”

군대에 오면 가장 많이 하는 스포츠가 바로 족구이다. 오늘은 우리 중대가 사단장과 함께 족구를 하려는 모양이다.

잠시 후 오직 사단장 하나만 즐거운 족구 경기가 시작되었다.

다들 사단장에게 예쁘게 패스하여 떠먹여 주려고 최선을 다한다.

‘꼴 보기 싫어서 안 되겠다. 어디 가서 쉬자.’

나는 조용히 빠져나왔다. 나 하나 없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거라 여겨서다.

뒤쪽으로 가서 벤치에 앉아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충성.”

“충성. 반갑다.”

사단장의 수행원으로 보이던 강민석 대위.

그는 남자라 족구를 하지 않는다. 뒤에 있다가 내가 움직이는 걸 보고는 여기로 따라왔다.

내 옆으로 와서 앉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을 건다.

“후우우. 짜증난다. 누가 너 괴롭히진 않냐?”

“아직은 괜찮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난 죽겠다. 미치겠어.”

“왜 그러십니까?”

“사단장 저 괴물 같은 년이 나를 너무 괴롭히거든.”

“이런 이야기를 처음 보는 저에게 하셔도 되는 겁니까?”

“뭐 어때. 여자들 속에만 있으니까 미칠 것 같앗는데 너하고라도 대화를 좀 하자.”

눈빛을 보니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강민석이다.

커다란 충격을 받은 상태로 추정이 된다.

“이야기를 해서 풀리면 다행이지 말입니다.”

“나 오늘 자살할까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자살하게 만든 사람은 있습니까?”

“어. 당연히 있지.”

“복수는 했습니까?”

“제기랄. 못 했다. 못 했어. 대신 유서는 썼고.”

“그걸로 복수가 가능하겠습니까?”

“너 어떻게든 나보고 살라고 이러는 거지?”

“전혀 아닙니다. 전 남이 죽고 사는 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더럽게 냉정한 새낀데 오히려 더 마음에 드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나는 마음이 조금도 담기지 않은 말을 했다.

“어떻게 진심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냐. 그래서 더 편하긴 하지만 말이야.”

강민석 대위는 내가 조금 다르다는 걸 느껴서 여기로 온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다.

“사단장한테 당했습니까?”

“어..어떻게 알았냐?”

“군대 내 성폭행은 흔하지 않습니까.”

“넌 나보다 인물이 훨씬 더 좋으니까 조심해라. 노리는 새끼들 많을 거다.”

“이미 그렇습니다.”

“흐흐 그렇긴 하겠다.”

“제 생각인데 죽을 거면 증가자료는 남겨놓고 죽으세요.”

“증거자료?”

“유언 그거 죽고 나면 말짱 꽝이지 않습니까. 동영상 같은 거 하나 남겨두면 모든 게 술술 풀립니다.”

“그러게. 그런 당연한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괴로워서 그런 것이지 말입니다. 힘내서 죽을 때 하나라도 데리고 갑시다. 그게 바로 물귀신 아닙니까.”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강민석 대위.

“고맙다. 금태양 소위. 좋은 시간이었다.”

“저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강민석 대위님.”

*****

부대에 사단장이 왔다가 갔다.

다시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나는 오늘 황은아를 만나야 한다.

귀찮게 말이다.

퇴근하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후 부대 옆에 있는 신도시로 이동을 했다.

나 ­ 10분 후 도착

중대장 ­ 고마워. 기다리고 있을 게.

나는 황은아 중대장에게 도착 시간을 알렸다.

이제 차에서 내려 황은아가 사단장 최정숙의 아들 최인규와 만나고 있는 곳으로 간다.

지난 생과 달리 이곳은 성도 엄마를 따르는 더 역한 부분이 있는 세상이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카페가 약속 장소였다.

그곳으로 접근하자 창가 쪽에 익숙한 여자 황은아와 느끼하게 생긴 남자 최인규가 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황은아에게 다가갔다.

“태양아 왔어?”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황은아.

“왜 여기로 불렀어? 이 사람은 누구야?”

“이쪽은 내가 과외하고 있는 사단장님 아들.”

“아니 군바리가 무슨 과외야?”

“저기요. 군인은 과외를 하면 안 돼요?”

사단장의 아들 최인규가 나를 여자처럼 노려본다.

면상을 갈기고 싶다는 충동심이 생겼으나 꾹 참았다.

“니가 뭔데 군바리 여친한테 과외를 받냐?”

“태...태양아. 진정 좀 하고 이야기를 하자.”

내가 강하게 나가자 황은아가 당황한다.

“이게 진정할 일이야?”

“난 너뿐이야. 너도 알잖아.”

“야 들었지? 이 년은 내 꺼야. 넌 꺼져.”

나는 최인규에게 냉정한 말을 던졌다.

놈이 황은아와 나를 노려보더니 눈물을 뚝뚝 흘린다.

존나 역겨워서 꼴도 보기가 싫다.

“흥.”

울먹거리던 최인규가 화장을 다시 고치려는지 화장실로 향했다.

핸드백을 두고 간 것을 보면 다시 여기로 올 모양이다.

“지독한 놈이지 말입니다.”

“그러게. 아무리 너라도 저런 남자를 떨어트리는 건 힘들겠지?”

황은아는 내가 이렇게 했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단장의 아들 최인규의 집요함에 놀라고 있다.

“최후의 수단을 써야겠습니다. 중대장님. 허락하십니까?”

“뭘 하려고 그러는데? 나 좀 많이 무서운데?”

나는 주먹을 쥐고는 조용히 들어 올렸다.

“이...이게 최선?”

“물론입니다.”

“아~ 어떻게 하냐.”

“빨리 답을 하세요.”

“아...알았어. 그렇게 하자. 대신 최대한 살살해.”

“주먹을 쓰는데 살살이 어디 있습니까. 일단 조지고 봅니다.”

나는 가능하면 적당히 놀림을 주고 끝을 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게이 같은 새끼를 직접 마주하니 가슴에서 울컥하는 것이 생겼다.

물론 이곳 세상의 남자들 다수가 저렇게 행동을 한다.

저놈은 그저 운이 없을 뿐이다.

나는 화장실로 걸어갔고, 화장을 고치고 나오는 최인규의 팔을 잡고 다시 안으로 넣었다.

화장실의 문을 틱 하고 잠그자 최인규가 당황한다.

“지..지금 뭐 하는 겁니까?”

“야. 다시는 연락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보내 줄게.”

“그렇게 할게요. 저 다시는 황은아 대위한테 연락하지 않겠습니다.”

“이게 어디서 구라야.”

나는 신뢰가 전혀 가지 않는 최인규의 머리를 잡아 뒤러 저친 후 복부에 배빵을 하나 선물했다.

퍽.

묵중한 내 주먹이 정타로 꼽혔다.

“쿠엑. 컥. 우욱.”

너무 아프니까 눈물도 흘리지 못하는 최인규이다.

“기본이 세 대라는 것 정도는 알지?”

“그...그게 무슨! 죄송해....”

퍽.

나는 또다시 배빵을 선물했다.

너무 아픈지 흐느낌도 없이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최인규이다.

불쌍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주먹에 자비란 있을 수 없다.

밟을 땐 확실히 밟아야 한다.

퍽.

나는 배빵을 하나 더 선물했다.

“내가 너 하나는 인생을 망칠 수 있어. 그러니 황은아한테서 떨어져. 정 가지고 싶으면 내가 먹고 버릴 때 가져 가는 거야. 알겠어?”

고개를 끊임없이 끄덕이는 최인규이다.

“신고할 거면 해. 나는 배만 때렸고 여기는 남자 화장실이라 CCTV도 없거든.”

남자가 여자를 신고하면 죄가 없어도 큰일이 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자가 남자를 신고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적다.

특히 전과와 같은 기록이 없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걸 아는지 최인규도 수긍하는 표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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