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황은아 중대장과 저녁
* * *
나는 밤에 윤지의 엉덩이까지 핥아주었다.
그렇게 잠을 재운 동생이다.
다음날 아침, 흔들어도 윤지가 눈을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진짜 자나 볼까?’
나는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야.
움찔한다. 나는 일어나기 싫어서 누워 있을 뿐임을 깨달았다.
어. 아들. 나라 지키느라 고생이 많아.
나라를 지키기는 개뿔. 그냥 있는 거지.
무슨 일로 전화했어?
짐작하는 그대로야.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지가 갈 데가 어디 있어.
내가 혼을 많이 냈어. 반성도 많이 했고, 그러니까 혼을 내지는 마.
엄마한테는 윤지가 많이 반성했으니까 혼을 내지 말라고 했다. 다분히 착한 오빠의 흉내를 내는 것이다.
혼이 난다고 윤지가 철이 들겠어?
그래도 이번엔 확실히 달라. 진짜 다를 거 같아.
네가 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믿을 게.
그럼! 아들을 믿어야지.
.......근데 윤지가 돈을 달라고 하진 않았어?
그런 건 이야기하지 말자. 내가 말하지 않는 건 알아서 했다는 거야.
엄마가 아들 편하게 해줘야 하는데 고생만 시켜서 미안해.
어허. 여자가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
미안. 내가 다른 여자들과 달리 감수성이 좀 풍부해서.
울면 영미 아줌마한테 말한다?
미쳤어?
그러니까 여자답게 울지 마.
알았어. 아들. 윤지 잘 타일러서 집으로 보네. 엄마가 화를 낸 건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그럴 게. 엄마. 사랑해.
나도 사랑해. 아들. 역시 애교는 아들이 최고야.
나는 전화를 끊고 윤지의 옆구리를 가볍게 툭 쳤다.
미동도 하지 않는다.
“너 안 자는 거 다 알아. 엄마도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하니까 집에 갈 준비나 하자.”
“으음.”
윤지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연기하면 뒤진다?”
“헤헤. 이런 건 넘어가 줘야지. 오빠.”
“내가 시외 주차장까지 데려다 줄 게.”
“오빠가? 출근은?”
“조금 늦어도 돼.”
나와 윤지는 샤워를 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삑삑.
소리가 나자 윤지가 나의 차를 바라본다.
“이 차는 뭐야?”
“오빠 차 뽑았다.”
“구..군인이 월급이 그렇게 많아? 어제 나한테 오백도 줬잖아.”
“오빠 운이 좋게 복권 하나 당첨됐어.”
“뭐야.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고 하더니. 복권 당첨인데 입을 쓰윽 닫고 있었던 거야?”
이곳 세상에 올 때 이미 있던 돈이라고 말을 하면 당연히 믿을 리 없다. 나는 귀찮게 이런저런 말을 하기 싫어서 복권에 당첨이 되었다고 했다.
“다음에 가면 엄마랑 너 용돈도 좀 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우와~! 신난다. 오빠 최고. 쪽쪽.”
윤지는 나에게 안겨서 뽀뽀를 했다.
나는 그런 윤지를 바라보았다.
“미안 오빠. 여자 새끼가 뽀뽀나 해서.... 오글거렸지?”
“알면 됐어.”
많이 좋았으나 그렇게 답을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시외 주차장으로 가서 윤지의 표를 끊은 후 아침을 먹기 위해 주변의 국밥집에 들어갔다. 세상이 변해서 어딜 가도 할아버지 국밥으로 가득하다.
맛은 변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동생에게 국밥을 든든하게 먹인 후 다시 시외 주차장으로 향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50만원을 손에 쥐어주었다.
“오...오빠.”
윤지가 감동했다.
“너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남자는 만나지 마. 만나면 오빠가 죽여 버릴 거야. 알겠어?”
“어! 걱정하지 마. 이제 술자리에 가도 남자 새끼가 있으면 내가 두들겨 팰 거야.”
“패는 건 어떻게 하라고?”
“으슥한 곳에서 제대로 박살내야지.”
“자세가 딱 공무원 합격할 자세다. 수고해. 힘든 일 있으면 오빠한테 연락하고.”
“응 오빠. 나 갈 게.”
윤지는 나를 안아주더니 그대로 버스에 탔다.
*****
나는 윤지를 데려다주고 난 이후 부대로 돌아왔다.
상황실로 가자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황은정 대대장이 있어서다.
“금태양 소위. 휴가라 사람이 없다고 상황실 근무를 이따위로 하나?”
어차피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연락이 올 곳이 없다. 아무런 문제도 없을 줄 알고 병사에게 잠깐 맡겼는데....... 재수 없게 황은정 중령이 여기에 왔다.
“표정이 그게 뭐야? 재수 없게 딱 걸렸다는 표정인데?”
“아닙니다.”
그걸 알면 그냥 넘어가라고!
“넌 생활실로 가.”
황은정 중령의 말에 자리를 지키던 대원이 돌아갔다.
이제 상황실에는 나와 황은정 중령 둘 뿐이다.
“뭐 때문에 늦었지?”
“동생이 사고를 치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잘 타이르고 국밥 한 그릇 먹이고 왔습니다.”
군부대는 좁고, 군부대가 있는 곳도 시골이라 사람의 시선이 빤하다.
괜히 거짓을 말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말하는 걸 택했다.
“상황은 이해를 한다. 그렇지만 이런 꼼수는 아니지. 이건 군인의 자세가 아니다.”
갑갑한 소리를 쳐하고 있네.
전역해도 된다고 알림이 나오면 이까짓 군대는 당장 때려치운다.
“죄송합니다.”
“하아~.”
황은정의 눈빛을 보니 징계를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여기서 사건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대대장님. 이번 일은 넘어가 주세요.”
“뭐어? 넘어가 달라고?”
“네. 우리 사이에 이런 부탁은 할 수가 있지 않습니까?”
“우..우리 사이?”
“네. 제가 특전사를 하는 이유가 대대장님 때문 아닙니까?”
“그게 이번 일을 눈감을 정도가 되나?”
나는 황은정의 뒤로 가서 그녀를 껴안았다.
“그러지 말고 융통성 있게 잘 좀 부탁합니다.”
나는 그녀의 군복 상의를 만졌다.
탱탱한 가슴이 느껴진다.
“흐읏.”
“아시겠죠?”
나는 그녀를 간지럽게 만들며 계속 옷 위로 젖을 만졌다.
“금태양 소위. 지..지금 애교로 넘어가려는 건가?”
“네 맞습니다.”
이런 건 정공법이 좋다. 그리고 한 번 이렇게 넘어가지면 다음엔 더 쉽다.
“그...그런....”
나는 황은정의 군복 상의를 당겨서 올린 후 안으로 손을 넣었다.
뜨거운 살은 보드라워서 기분이 좋다. 나의 손은 점점 위로 올라갔고 그녀의 브라에 닿았다.
“대대장님. 이래도 거절이에요?”
“....이..이건 너무 빨라.”
황은정은 나의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갔다.
“예에?”
“이번 일은 특별히 못 본 걸로 하겠어. 그렇지만 이렇게 급하게 진도가 나가면 안 되는 거야.”
“....아. 예.”
황은정은 젖이나 좀 만져주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더니, 우리가 사귀는 것에 대한 소리를 하고 있다.
하여튼, 고지식한 년이다.
그래도 넘어간다고 하니 다행이다.
“나중에 따로 연락할 게. 금태양 소위. 그때 보자.”
얼굴이 붉어진 황은정 중령은 다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저번에 만지라고 했던 젖을 이번에 만져주려고 했는데 실패다.
*****
할 일이 없다.
멍하니 시간을 때우다가 저녁에 퇴근을 했다.
직원들 숙소 앞에서 익숙한 여자를 보았다.
황은아 중대장이다.
나는 아는 척을 하려다 멈췄다.
그녀는 지금 젊은 남자와 함께 있다.
치장을 하고, 눈빛도 느끼하게 생긴 것이 게이라는 느낌을 주는 놈이다.
뭐. 게이는 너무 심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않는 외모였다.
나는 아는 척을 해도 되는지 몰라서 일단은 하지 않았다. 조용히 나의 숙소로 들어와 자리에 누웠다.
억지로 샤워를 하고 나와서 멍하니 누워 있었다.
배가 고파져서 라면을 끓여 먹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를 찾아왔다.
“중대장님.”
“저녁 먹었어?”
“아니요?”
“10분 후에 내 방으로 와.”
“아. 네.”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위층에 있는 황은아 중대장의 숙소로 갔다.
‘휴가기간인데 숙소에서 자네.’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어 왔어? 들어와.”
황은아의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와 하얀 스포츠 브라 그리고 핑크색 반바지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 브라는 유두가 다 보이잖아.’
이렇게 보니 황은아는 참 상큼한 느낌을 주는 여자다.
“저기 앉아.”
황은아 대위는 분식을 한 가득 구입하여 놓았다.
“오랜만에 먹고 싶어서 샀는데 양이 너무 많더라고.”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밥을 차리기 귀찮았는데 이런 거라면 마다할 생각이 없다.
나는 황은아와 함께 떡볶이, 튀김, 순대를 먹었다.
출출했던 상황이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식사에 집중했다.
“조금 전에 같이 있던 남자 내 애인 아니야.”
“....네. 그렇군요.”
황은아가 누구를 사귀는지 여부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진짜 아니라고.”
“알겠습니다.”
“아. 짜증 나.”
황은아는 그놈이 정말로 싫은 모양이다.
나는 화가 나는 일이 있냐고 물으려다 포기했다. 이유는 귀찮아서다.
“야 금태양.”
“예.”
“너는 관등성명도 되지 않냐?”
“퇴근하고 밥 먹을 때 그딴 거 시키는 사람은 선임도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흐흐. 너 깡이 좀 있다? 남자가.”
“그런 거 같습니다.”
“너 내가 짜증이 난다고 하면 무슨 일 있냐고 물어야 하는 거 아니야?”
“말을 꼭 하고 싶으면 이렇게 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황은아는 나를 귀엽게 노려보았다.
매운 떡볶이를 오물거리는 그녀가 입을 연다.
“아까 그 새끼 사단장님 아들이야.”
“네.”
“사단장님이 억지로 시켜서 과외를 하는데 너무 귀여운 척을 해.”
“그 정도면 귀여운 거 아닙니까?”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됐거든. 그런 새끼는 한 트럭으로 줘도 거절이야.”
“사단장님이 들으면 곤란한 말인 거 같습니다.”
“니가 사단장은 아니잖아.”
“뭐 제가 사단장은 아니죠.”
황은아가 ‘님’을 빼기에 나도 따라서 뺐다.
“사단장이 나를 며느리 삼고 싶어 하는데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