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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화 〉 최후의 전투(완결) (95/121)

〈 95화 〉 최후의 전투(완결)

* * *

마혜라는 자신의 일에 있어서 누구보다 철저한 여자다. 다른 부분은 엉성하기 짝이 없으나 그녀의 관심사에 포함될 경우 그녀는 무섭도록 집중하는 여자이다.

나와 오혜수는 마혜라가 촬영한 이희영의 영상을 여러 번에 걸쳐서 확인했다.

그녀가 얼마나 강력한 근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근육으로 몸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며 보호를 하는지도 파악했다.

결론은 쉽게 나왔다.

지금은 우리 셋이 덤벼도 그녀를 이기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그녀를 제압하려고 한다.

우리가 그녀를 이기기 어려운 건 분명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결이란 항상 그렇다.

­ 결코 공정하지 않다. ­

우리는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준비할 거고, 그 결과는 승리로 끝이 날 거다.

거리를 두고 은밀하게 이희영을 추격했다.

사당 옆에 있는 봉천 방향으로 이동하는 이희영.

그녀는 사당의 높은 언덕을 내려가며 낙성대 방면으로 향했다.

“됐어.”

시끄러운 소리가 발생할 경우 박윤주가 들을 수도 있다. 그러면 곤란하다. 이희영 하나도 버거운데 더 강한 조재인 박윤주가 우리의 일에 개입하는 건 승리가 사라지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언덕을 넘으면 그녀가 알아차릴 수 없어지기에 가장 큰 걱정은 사라졌다.

“혜라야 괜찮겠어? 너무 무식한 방법이잖아.”

“더 좋은 방법은 있어?”

“....”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고통을 참는 건 내가 최고야! 나만 믿어.”

우리 전력의 에이스인 그녀가 참으로 듬직하다. 나는 그녀에게 내 스킬 불사조를 넣어주었다.

“내가 회복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아니야. 난 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너가 고마워!”

나에게 해맑은 미소를 보여준 마혜라는 사륜 바이크를 타고 이희영에게 다가갔다.

부아앙. 부아앙.

바이크 소리가 들리자 이희영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갑옷을 입은 주유소의 사장 마혜라를 알아보는 이희영.

“주요소 사장이잖아!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지?”

“너 힘을 좀 쓴다며? 나도 힘이라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데. 너와 힘을 겨루고 싶어서 왔어.”

“설마 힘으로 싸우자는 소리는 아니지? 넌 갑옷을 입고 있어도 나보다 근육이 작아. 그러니 꺼져. 기름이 필요해서 특별히 봐준다.”

“힘이 강한 년들은 악수만 해봐도 안다고 하던데. 자! 악수나 하자.”

마혜라가 건방진 자세로 팔을 내밀었다.

“한심한 년. 내가 우스워?”

“응!”

이희영은 마혜라의 도발에 화가 난 모양이다. 그대로 마혜라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무서운 핏줄이 생겨났다.

두 여자와 운동을 한 나는 알고 있다. 순수한 힘은 이희영의 압승이다. 아머를 입고 있어 알 수는 없지만 마혜라는 지금 팔이 부러지는 고통을 느낄 거다. 불사조가 있어 몸이 버틸 수는 있지만 무척 고통스러울 거다.

“이게 다야? 힘이 하나도 없잖아. 물근육이야?!”

마혜라는 또 이희영을 도발했다.

‘지독한 년. 우리 편이지만 깡이 미쳤어!’

“이 년이 혼이 나려고!”

잔뜩 화가 난 이희영은 더 강하게 힘을 주는지 장갑을 낀 마혜라의 팔이 심하게 뒤틀렸다. 팔이 으스러지는 거 같음에도 마혜라는 태연했다.

“이게 다야? 내가 힘을 주면 너 그대로 쓰러지겠는데?”

“넌 뒤졌어! 각오해! 이제부턴 전력이다.”

근육이 폭발하듯 온몸의 핏줄이 다 튀어나온 이희영은 모든 힘을 오른손에 주는 거 같다. 저런 악력이라면 마혜라의 팔은 부러질 게 뻔했다.

불사조가 있어 치료는 될 거다. 하지만 고통을 없애주는 건 불사조의 능력이 아니다.

그런데.... 마혜라의 깡은 달랐다.

“야! 이게 최고면 너무 약하잖아. 덩치가 아쉬운데?”

“헉. 너 뭐..뭐야? 사람이라면 나보다 힘이 강할 수 없어. 난 분명 그런 존재야!”

“이제부턴 내가 힘을 보여주지. 넌 놀라지 마라.”

“넌 팔이 부러졌어. 힘도 없지 않잖아!”

조금 전 힘을 과도하게 사용한 이희영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자~ 간다!!!”

마혜라의 외침에 오혜수가 힘차게 레버를 내렸다.

그러자.

지지징 지지징. 지지징.

우리는 바이크와 마혜라의 갑옷 그리고 이곳 일대의 바닥에 초고전압의 전기가 흐를 수 있도록 설치를 해두었다. 지금 마혜라의 팔을 타고 강력한 전기가 이희영에게 전해질 거다.

“크아악. 크아악.”

몸을 쥐어짜며 힘을 쓴 이희영은 몹시 순간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강한 전기가 들어오자 그녀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건 마혜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내가 넣어준 불사조가 있기에 전기를 견딜 수는 있지만 고통은 오로지 본인의 의지로 견뎌야 한다.

“이러다 혜라도 죽는 거 아니야?”

“다 자기 팔자야. 손을 올리기 전까진 절대로 전기를 차단하지 말라고 했어. 난 그렇게만 할 뿐이야.”

오혜수는 마혜라에게 수차례에 걸쳐 전기를 차단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착실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그녀는 지독했다.

초고전압의 전기가 마혜라와 오혜수의 몸을 타고 흐른다. 이희영의 눈과 코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쓰러졌다.

그녀가 쓰러졌음에도 전기를 참으며 이희영의 팔을 잡고 있는 마혜라. 그녀는 여전히 손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그렇게 삼 분 정도가 올랐다.

“으아악! 아아악!”

죽었거나 기절한 걸로 보이던 이희영이 갑자기 고함을 쳤다.

‘저 미친년은 죽은 척하고 버티고 있었던 거야? 근데 저걸 알고 있는 마혜라도 미친 거 같아!’

기절한 척 한참을 참았으나 결국 고함을 친 이희영. 그녀가 고함을 치다 쓰러졌음에도 마혜라는 온몸으로 전기를 흐르게 한다.

그녀의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아아아아!!!!”

또다시 고함을 치는 이희영.

‘저 근육은 확실히 미친년이야.’

불사조도 없이 저런 고통을 버티다니.... 그저 놀랍다.

하지만 불사조가 있기에 승자는 이미 확정이다. 당연히 마혜라가 이겼다.

시간이 더 흐르자 팔을 내리는 마혜라. 그녀의 손을 확인한 오혜수가 전기를 차단했다.

우리는 마혜라에게 다가갔다.

죽은 걸로 보이는 이희영이 보인다.

나는 이 근육과 섹스를 자주 했고, 나름 속궁합도 괜찮았다. 그래서 조금은 마음이 씁쓸했다.

“어떻게 됐어?”

“의식은 남겨 생포를 하고 싶기는 했는데.... 의지가 너무 강해서 죽여야만 했어.”

“어쩔 수 없지. 확인 사살하고 묻어주자.”

나의 말에 오혜수가 그녀의 목과 심장을 찔렀다. 강력한 전기에 당했던 이희영은 그대로 삶을 마감한 것이다.

*****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희영은 참으로 지독했다. 물론 더 지독한 마혜라가 있기에 우리는 승리할 수 있었다.

이 승리를 지켜보며 나는 깨달았다.

가디언의 여자들은 회유가 불가능하다. 이건 게임의 시스템이 작용하는 그런 느낌이다.

­ 이 여자들은 악당이고 위대한 자지의 영향을 받지 않으니 죽여야 할 대상이다. ­

내가 느끼는 감정은 즉여야 한다는 거다.. 그렇기에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미나야. 발사해.”

“알았어.”

탁. 최마나가 엔터키를 눌렀다.

최미나는 자신이 해킹에 성공한 다른 나라의 핵을 발사했다. 목표는 파주의 어느 지점이다.

가디언이 보유한 인공위성이 우리에게 영상을 전송한다. 저 멀리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핵미사일.

가디언은 파주에 동면 기지를 은밀하게 만들었다. 대공포 같은 게 갖춰져 있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저 공격에 그대로 끝장이 날 거다.

펑.

화면으로도 거대한 폭발이 보인다. 결국 가디언의 긴부들은 제 꾀에 제가 넘어갔다고 할 수 있는 최후를 맞이했다.

이제 세상에 살아남은 가디언은 오직 하나다.

박윤주.

이 여자만 제압하면 내가 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

스킬 ‘수검’을 가진 전투력 최강의 여자.

이제 그녀를 죽이기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제법 흘렀다.

대단하던 박윤주는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

그녀를 보좌하던 이희영이 실종되었었기 때문이다.

의동생을 잃어 상실감을 느낀 그녀는 업무에서 약점을 노출했고, 성격도 포악해졌다. 우리가 주변에서 그녀를 살핀 결과 마트에는 그녀를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가득하여 점점 사람이 줄어들고 있었다.

좀비 바이러스로 망한 세상을 이끌어 가려던 지도자 역할을 담당하려던 여자는 스스로 무너져져 간다.

*****

박윤주를 제거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지 몇 달이 흘렀다. 그동안 조이연은 의식을 회복했다. 전력에 커다란 도움이 되는 여자가 생긴 것이다.

얻은 게 있다면 안타까운 것도 있다. 오혜수와 조이연은 누구보다 열심히 수련을 했음에도 아직 개화의 봉인을 풀지 못했다.

“어차피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없잖아. 이번에도 밀고 나가자. 늘 우리는 이걸 거야.”

나의 말에 여자들이 손에 힘을 불끈 쥐었다.

우리는 마혜라가 만든 무기를 휴대한 후 최후의 적 박윤주가 머무는 마트로 향했다.

두려움을 느낀 이들이 대부분이라 야반도주하는 이들이 가득한 마트다. 이희영이 없기에 마트는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곳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갑자기 박윤주가 사라질 상황을 고려하여 이렇게 위험을 무릎쓰고 그녀를 제거하려고 여기에 왔다.

나는 그동안 성실하게 훈련시킨 여자 좀비들을 데리고 마트의 안으로 들어갔다.

마트 일층에 위치한 푸드 코트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박윤주가 보였다.

나를 발견한 박윤주는 반가운 표정을 보였다.

“드디어 왔구나. 태양아.”

“혹시 내가 이들의 리더라는 걸 알아차린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박윤주.

“여기 틀어박혀 몇 달을 고민하니까 알겠더라. 너 아니면 이런 상황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 넌 정체가 뭐지?”

“나? 좋은 자지를 가진 남자!”

피식. 미소를 보이는 박윤주.

“이번 주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으면 이곳을 떠나려 했는데 잘 왔다. 너희도 나를 이긴다는 확신은 없어서 한참을 고민한 거 맞지? 아니라는 소리는 하지 마. 난 그렇게 바보가 아니니까.”

“정확하다. 박윤주. 솔직히 필승의 자신은 없거든.”

“애송이들아 사력을 다해 덤벼라. 나는 내 동생 이희영을 죽인 용서할 생각이 없다.”

쉬익. 쉬익.

박윤주가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의 팔이 수검으로 변했다.

강기가 집결된 팔이라 저것은 거의 모든 걸 자를 수 있다. 우리가 가진 무기는 그녀의 팔을 견디기 어려울 거다.

팔을 휘두르며 이들의 대장인 나에게 달려드는 박윤주.

나를 타깃으로 정한 모양이다.

‘나야 좋지.’

휘이익. 나는 뒤로 조금 물러나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좀비들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 앞으로 달려왔다.

“넌 좀비마저 부리네? 그래도 내가 죽인다. 받아라!”

힘차게 달려드는 박윤주.

나는 그녀의 실력을 잘 알기에 무서웠다. 하지만 무섭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싸워야 한다.

내 좀비들이 박윤주에게 달려든다.

서걱. 서걱.

육안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팔을 움직이는 박윤주. 그녀의 손이 움직일 때면 나의 좀비들의 신체는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그때였다. 좀비 하나가 운이 좋게도 박윤주의 다리를 잡았다.

‘성공이다!’

박윤주에게 약간의 주춤거림이 생겼다. 지금 좀비들이 우르르 달려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휙 휙 나는 짧게 휘파람을 불며 달려들라는 명령을 보냈다. 내 남은 좀비들이 박윤주에게 뛰어든다.

“지금이야.”

탕. 탕. 탕.

우리는 가지고 있던 총을 박윤주에게 발포했다.

팅. 팅. 팅.

검을 손으로 튕겨내는 박윤주.

‘수검의 총알 피하기잖아.’

저건 박윤주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수검이라는 스킬일 자동으로 총알을 피해주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설마 현실에서도 저렇게 작용할까 했는데 그대로다.

“모두 총을 버려. 이제부턴 채찍을 사용한다.”

처음부터 총은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마혜라가 제련한 채찍으로 무기를 바꾸라 했다.

쉬잉. 쉬잉. 우리는 사방에서 채찍을 휘둘렀다. 박윤주를 잡고 늘어지는 좀비가 모두 죽기 전에 그녀를 제압하는 게 가장 좋은 상황이기에 나의 마음이 다급해져 갔다.

마혜라는 쇠로 만들어진 우리의 채찍이 수검의 날카로움을 몇 번 견딜 수 있다고 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다.

바로 잘리지 않는 채찍.

우리에게 기회는 있다는 걸 모두가 직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던 중, 턱. 성공이다! 마혜라가 침착하게 박윤주의 목에 채찍을 걸었다.

수검으로 채찍을 자르려는 박윤주.

그때였다. 오혜수와 조이연이 채찍을 날려 박윤주의 수검을 붙잡았다. 수검의 강기와 날카로움 탓에 금방 끊어지겠으나 당장은 버틸 수 있다.

나는 고민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올지 여부. 내 결론은 빠르게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나는 허벅지에 있는 검을 뽑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지금 나의 머리에는 박윤주의 심장을 찔러 그녀의 삶을 멈추게 만든다는 의지뿐이다.

사력을 다해 달렸다.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이 잠깐의 시간에 내가 끝낸다는 의지와 신념 오직 이것들 뿐이다.

그저 사력을 다해서 움직이는 순간.

나는 무언가를 보았다.

[플레이어의 의지가 스탯의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지금부터 스탯의 한계를 벗어난 능력을 발휘합니다.]

눈앞에 글자가 생겨났다.

글자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나는 느꼈다. 내 몸을 빛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쑤욱. 나의 검이 박윤주의 심장을 찔렀다. 나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내달린 결과였다.

쿠엑. 컥.

피를 토하는 박윤주.

“마지막의 그 움직임은 도대체 뭐지? 도저히 사람이라 볼 수가 없던데?”

“나도 몰라. 그냥 한계를 또 돌파한 거 같아.”

“뭐? 어이가 없네....”

나의 마지막 말을 들을 박윤주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나는 문득 떠올랐다. 심장을 관통하면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만약 죽기 직전까지 수검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박윤주는 기필코 나를 데려갔을 거다.

아무래도 내가 운이 좋았던 거 같다.

근데 어쩌랴. 운도 엄연히 실력이다.

*****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세상에 온지도 벌써 5년이 흘렀다.

박윤주를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나를 어찌할 존재는 없었다. 나는 내가 지닌 우월한 힘과 강한 나의 여자들을 이용하여 이 세상의 지배가 되었다.

좀비가 좀비를 죽이는 건 너무도 쉽다. 나는 좀비를 지배하는 좀비킹이라는 명성과 함께 미인들이 사랑을 갈망하는 위대한 왕이 되었다.

‘이제 하렘을 즐긴다.’

[완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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