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사냥의 시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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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의 봉인을 해제하고 얻을 수 있는 스킬은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대체로 괜찮은 능력이지만 그들 중 몇 개는 특별히 좋다고 평가를 받는다.
양쪽 팔을 검으로 만드는 최강의 예리함을 지닌 수검과 다리에서 나오는 뇌기를 이용하는 뇌전각 역시 그런 최강의 기술로 평가받는 것들이다.
‘여기서 수검과 뇌전각의 싸움을 라이브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이제 박윤주의 양팔이 하얀빛을 내뿜는 검으로 변했고, 한승연의 발에서는 뇌기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강자들이 싸우는 장소에 멍하니 있으면 둘의 격돌에 휘말려 죽기 딱 좋은 행동이 된다.
나는 최대한 뒤로 물러나며 안전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러는 사이 한승연이 먼저 박윤주를 향해 선제공격을 날렸다.
다리를 앞으로 휘두르는 그녀. 둘 사이 간극이 넓어 공간을 격하고 있으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뇌기는 빠르게 박윤주에게 날아갔다.
지지직. 지지직.
피하는 게 효율적으로 보이는 뇌기가 날아왔으나 양팔을 X자로 교차하며 방어하는 박윤주.
펑. 펑. 펑.
박윤주의 검에 부딪힌 뇌기가 연속으로 터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삼연타.’
뇌전각이 무서운 이유는 1차 폭발이 아닌 3차 폭발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번의 타격으로 막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방어를 해제할 경우 다음에 이어지는 연속적인 추가 폭발에 커다란 부상을 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잘 아는지 차분하게 방어하는 박윤주.
‘수검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검이 아니라 뇌기가 통하지 않는구나.’
뇌기가 통하지 않는 수검을 가진 박윤주. 그녀는 한승연과의 싸움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진짜야.”
한승연의 양쪽 다리에서 나온 막대한 양의 뇌기가 무차별적으로 주변 일대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린 더 뒤로 가자.”
나는 오혜수의 팔을 잡고 구경하는 위치를 더 뒤로 옮기려 했다. 한승연이 사용한 뇌기는 사람에게 붙으려는 성질을 지닌 뇌기라 무조건 멀리 있어야 안전하다.
‘이런 범위 공격은 금방 지치는데...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은가 보네.’
주변 일대가 뇌기로 가득해진 상황.
“언니의 공격은 나에게 통하지 않는 거 몰라?”
수검에서 나온 기운이 뇌기를 끌어당기며 막고 있어 박윤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여유가 넘치네. 윤주야, 내가 그동안 마냥 놀다가 역삼에 왔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호오. 이 언니 뭔가 비장의 한 수가 있나 보네.”
“그럼! 당연한 거 아니야?!”
한승연은 미소와 함께 손에서 장갑을 꺼내 끼웠다.
“그...건?”
“너도 뭔지 알아보네? 그럼 니가 오늘 무조건 죽는다는 것도 알겠네?”
박윤주는 한승연의 장갑을 보자 당황했다.
“저 장갑이 뭔데 윤주 언니가 저렇게 긴장할까?”
“그러게. 궁금하네.”
나는 저 장갑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만 오혜수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내가 이런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게 혹시라도 알려지면 좋을 게 없다.
‘저건 일회용 캐시템이야.’
1일 장갑.
하루 동안 파괴가 불가능한 견고한 방어력을 주는 캐시템으로 사용하고 하루가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이걸 구하려고 스미스 할망구의 성노예 짓까지 했어. 물론 그 할망구야 내 손에 죽었지만 말이야.... 내가 왜 이런 말까지 하는지 알겠지? 넌 반드시 내 손에 죽는다는 거야.”
‘스미스 할망구? 아아. 대충 알겠다.’
스미스라는 별칭이나 이름을 가지면 그 이름의 특징으로 인하여 대장장이 스킬을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 저 캐시템은 대장장이 스킬을 가진 스미스라는 닉네임을 가진 누군가가 한승연에게 만들어 준 모양이다.
“천하의 한승연이 이렇게 추잡한 짓도 할 줄은 몰랐네. 내가 한 방 먹은 기분이야.”
“너 같은 년 상대로 내가 뭔들 못하겠어?!”
타다닥. 한승연은 박윤주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
“흥! 난 말이야 싸움에 임하면 절대로 뒤로 물러나지 않아.”
박윤주 역시 피하지 않고 한승연에게 달려들었다.
팅. 팅. 팅.
둘이 격돌하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발생했다. 한승연의 장갑은 캐시템답게 수검을 모두 막아내는 절대의 방어력을 선보였다.
다리에서 나오는 뇌기로 인하여 기운의 일부를 방어에 사용하는 박윤주는 금방 수세에 몰렸다.
퍽. 퍽.
두 차례 정도 한승연의 공격을 허용한 박윤주.
그녀의 입가에서 피가 살짝 흘렀다.
“절삭력이 통하지 않으면 너라도 별 수 없다는 거 알겠어?”
“흥! 그런 소리는 나를 제압하고 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그렇게 할 테니까.”
둘의 격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팅. 팅. 팅.
펑. 펑. 펑.
“아아. 멋있고 부럽네. 사람이 어떻게 저런 능력을 가질 수 있지?”
오혜수는 절대적인 강함을 추구하는 여자. 저 둘이 가진 진짜 실력을 목격하자 열광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퍽. 퍽. 퍽.
주요 급소를 가격하지는 못했으나 한승연의 매서운 공격은 박윤주에게 여러 번에 걸쳐 타격을 주었다.
“이제 너도 끝이구나. 윤주야. 받아!”
뇌기로 공간을 장악하고 있는 한승연은 기력 소모가 상당한 상태.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그때였다. 한승연이 앞으로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뒤에 숨어 있던 근육괴물 이희영이 빠른 속도로 뇌기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지지직. 지지직.
주변 일대를 장악한 뇌기가 이희영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펑. 펑. 펑.
이희영의 몸에 붙은 뇌기가 폭발을 일으켰다.
‘저 미친년! 대단한데?’
설마 했는데... 근육이라는 방어막이 일시적으로 뇌기를 막아주고 있다. 얼마나 지속적으로 방어가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당장은 방어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이라 볼 수 없는 형상이라 더럽게 무섭네.’
이희영은 온몸의 근육과 핏줄을 극한까지 올렸다. 그녀가 근육을 최고치로 올린 모습은 그야말로 마귀가 따로 없었다.
맹렬하게 달려든 이희영은 그대로 한승연을 끌어안았다.
“윤주 언니! 지금이야.”
“플랜 B구나. 잘했어. 희영아. // 너의 최후다. 한승연.”
이희영은 단순히 박윤주의 도주를 차단하려는 계획만 지니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스스로의 희생도 감수하고 달려들 계획을 품고 있었다.
남은 힘을 쥐어짠 박윤주는 그대로 달려들어 한승연의 심장에 자신의 수검을 찔러 넣었다.
쑤욱. 쑤욱. 쑤욱.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여겼는지 무자비하게 찔렀다.
한승연이 치명적인 공격을 당하자 주변 일대를 장악하고 있던 뇌기가 모조리 사라졌다.
털썩.
이희영이 손을 놓자 그대로 주저앉은 한승연.
“희영이가 개화의 봉인을 풀다니. 이...걸 몰...랐네.. 제.에...엔장!”
퍽. 최후를 맞이한 한승연.
싹둑.
베타랑 박윤주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는지 그대로 한승연의 목을 잘랐다. 그리고 이희영을 바라보았다.
“수고했어. 희영아.”
“뭘. 언니가 더 고생했지. 근데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네.”
“시발. 그러게 말이야.”
털썩. 둘은 박윤주의 마지막 말과 함께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박윤주는 한승연의 공격에 많은 타격을 허용했고, 이희영은 뇌기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했던 탓에 코와 귀. 눈에서도 피가 흘러내리는 상황이다.
‘저 둘은 부상을 당했잖아.’
나는 귀에 손을 올리고 무전을 보냈다.
혜라야. 지금 이것들 부상인데 잡을 거야?
당연히 아니지! 둘이 힘을 합쳐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면 내가 질 것 같아. 태양 오빠. 난 방어 특화라 하나면 몰라도 둘은 무리야.
절호의 기회 같은데 아쉽다.
“혜수하고 태양아. 한승연의 집에 들어가 쓸모 있는 게 있는지 살펴봐.”
박윤주는 이희영과 함께 부상을 당한 탓에 나와 오혜수에게 한승연이 머물던 곳의 조사를 명령했다.
“알았어. 언니.”
“어차피 건질 것도 없을 거야. 대충 조사하고 나와.”
이희영은 구태여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어떻게 보면 대장인 박윤주의 명령을 부정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박윤주는 이희영의 의견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표정이다.
‘둘이 지쳤으니 기력을 회복할 때 혹시 몰라 살펴보라는 의미인가 보네.’
나와 오혜수는 한승연이 장악하고 있던 단독주택으로 들어갔다.
“으으으. 으으.”
성노예로 이용되는 남자들이 모인 방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곳의 문을 열었다. 한승연의 뇌기가 이곳에도 전해졌는지 다들 뇌기의 침투로 인하여 죽어가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조이연의 형부와 조카 민호가 있었다.
둘은 나를 알아봤는지 간절히 도움을 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말을 할 힘도 없을 정도로 그들의 상태는 최악이다.
둘에게 다가간 나.
“살리는 건 할 수 없어. 대신 여기 있는 여자들은 모조리 죽었으니까 편하게 세상을 떠나.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이딴 세상이 아니길 바라자.”
내 말을 듣자 둘은 마지막까지 부여잡고 있던 희망의 끈을 놓았는지 그대로 숨을 멈췄다.
이제 조사를 하자.
한승연의 방으로 이동한 나는 여기저기 분주하게 뒤졌다.
그런데 특별한 건 전혀 없었다.
‘하긴! 뭐가 있을 거면 박윤주가 여기로 나를 보냈을 리 없지.’
적당히 뒤적거리던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뭐가 있어?
나와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마혜라가 물었다.
그딴 거 없어.
있으면 찾을 자신은 있고?
기분이 살짝 나쁘지만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뼈는 때리지 말자.
쏘리! 나중에 내가 따로 조사할 테니까 오빤 걱정하지 마.
그럼 수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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