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좀비의 지배자 (2)
마혜라, 이희영, 박윤주. 이들 세 여자는 도저히 인간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강했던 이유.
저 여자들은 모두 ‘개화의 봉인’을 푸는 단계에 도달한 능력자이다.
‘개화의 봉인’
게임 속에서 만들어진 모든 인간은 각자 특별한 재능 하나를 반드시 지니고 태어난다. 이렇게 타고난 힘을 ‘개화의 봉인’이라 부른다.
성장한 인간은 특별한 수련을 통하여 신체를 한계치까지 성장시킬 수 있다. 이런 한계의 구간에 지속적으로 머물다 보면 자신의 몸에 숨은 힘을 발현하는 것에 성공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것을 개화의 봉인이 풀렸다고 부른다.
게임에서는 적당히 몸을 움직이면 알아서 한계를 초월했다는 알림이 나오며 개화의 봉인을 풀어 능력을 제공한다.
이때 게임을 하는 우리 플레이어가 주로 할 일은 ‘리세마라’ 계속 반복적으로 리셋을 하여 좋은 능력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게임에서 어떻게 수련을 했고 어떤 방식으로 몸을 자극했는지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그걸 안다면 나도 개화의 봉인을 풀 수가 있는데, 애석하게도 아직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어쨌든 이 여자들이 왜 이리도 비정상적으로 강한지 알았다.
그러면 그렇지. 스탯 40의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진다는 건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다.
나도 한계를 초월하여 ‘개화의 봉인’을 풀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스탯 50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아 노력하긴 싫다.
“태양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 하는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데 특별히 그냥 넘어갈게.”
어떤 때에는 섬뜩할 정도로 똑똑하나 대체로 꼴통 그 자체인 마혜라. 종잡을 수 없는 여자라 항상 조심해야 한다.
조금 전 이희연 좀비가 내 자지를 정성스럽게 빨아 줄 때 몸에 좀비 바이러스의 항체가 생겼다.
이걸 알게 되면 마혜라가 나를 실험체로 쓰려고 할 건 자명한 일. 절대로 이 사실을 숨겨야 한다.
*****
다시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이희연 좀비는 감옥이 아니라 2층에 있는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내가 좀비를 착실하게 가르친 결과, 이제 애완동물 수준의 행동은 가능하게 되었다.
“앉아.”
바로 앉는 이희연 좀비.
“일어서.”
바로 일어서는 이희연 좀비.
“물구나무 서.”
물구나무를 서는 이희연 좀비.
“그 상태로 움직여.”
“좌로 굴러.”
“우로 굴러.”
“대가리 밖아.”
내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한 귀여운 이희연 좀비.
동물은 사육사나 주인이 시키는 걸 제대로 수행했을 때 음식을 준다. 하지만 나는 이희연 좀비에게 좆을 줘야 한다.
다양한 내 명령을 수행한 이희연 좀비는 당당하게 내게로 와 엉덩이를 뒤로 내밀며 박아 주라는 신호를 보낸다.
아주 대담하고적극적인 좀비다.
고생했으면 보상은 필수지. 나는 발기한 자지를 이희연의 보지에넣었다.
이렇게 훈련의 마무리는 항상 섹스로 끝을 낸다.
지금은 점심을 먹고 있는 중.
이희연 좀비가 식탁 아래로 내려가 내 자지를 빤다. 이게 식사가 되는지 모르겠으나 성실하게 빤다.
좀비가 좆을 물고 있음에도 마혜라와 함께 식사를 하는 나.
요리와 설거지까지 좀비에게 시킬 수 있으면 완전 대박인데 그렇게 복잡한 건 할 수 있는 지능이 없다. 그저 너무 아쉽다.
“태양 오빠. 이제좀 어려운 훈련을 시키자.”
“어려운 거?”
“응. 좀비를 통한 좀비 사냥을 시키는 거야.”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혁신적인 대박이다.
이희연은 살아 있을 때의 신체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노말 좀비다. 그렇기에 행동이 빠르다.
아직 같은 아군을 공격하는 좀비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군이 아군만 공격하는 상황. 생각하면 일당 천의 위용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이희연 좀비였다.
“성공만 하면 좀비가 무섭지 않겠다.”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오빠가 많이 먹어. 이 좀비가 보상으로 원하는 건 오빠의 자지뿐이잖아.”
“그렇지. 내 자지는 좀비마저 굴복시키지.”
식사가 끝났다. 1층으로 내려간 나와 마혜라. 그리고 이희연 좀비.
마혜라는 밖으로 나갈 때 입는 갑옷을 챙겨 입었다.
나에게는 가죽 자킷과 바지를 주기에 그것을 입었다.
중무장을 한 마혜라의 모습.
대단히 위험하다. 근육녀 이희영은 마혜라가 자신보다 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명백한 오판이다.
마혜라는 갑옷이 전혀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입고 다닐 정도로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
실제 마혜라는 외부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 이희영이 자신보다 약하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한 것이다.
“태양 오빠. 잠깐만.”
갑자기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는 마혜라.
내가 멀뚱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
찰칵. 그녀는 손에 쥔 무언가를 재빨리 내 목에 걸어 체결하였다.
“이거 뭐야?”
“개목걸이야. 개목걸이. 나하고 멀리 떨어지거나 내가 기분이 나쁘면 오빠의 목을 펑하고 터트릴 수 있는 개목걸이.”
“뭐라고?”
“오빠가 도망갈 수도 있는데 그냥 데리고 나갈 수는 없잖아.”
도망갈 궁리를 했던 건 당연한 사실. 이렇게 개목걸이를 착용당하고 보니 딱 걸렸구나 싶다.
급 시무룩해진다.
“너무 슬퍼하지 마. 도망가지만 않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곳에 들어오고 난 이후 처음으로 1층의 문이 다시 열릴 거라 생각했는데, 마혜라는 지하로 내려갔다.
나는 좀비 이희연을 데리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가는 길에 내 가죽 바지에 손을 넣어 자지를 만지는 이희연 좀비.
좀비 주제에 성욕이 지나치게 강한 것인지 아니면 내 위대한 자지가 좀비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나도 헷갈린다.
지하의 복도 끝.
철벽의 한쪽 구석에 마혜라가 손을 올렸다.
- 사용자 확인이 끝났습니다.
드르륵. 드르륵. 벽으로 알았던 쇠가 옆으로 움직였다.
“따라와. 오빠. 주유소 앞은 박윤주 일당이 감시하고 있을 거야.”
마혜라 너는 다 알고 있었구나. 보통 치밀한 성격이 아니다.
나는 그녀의 뒤를 보며 함께 이동했다.
조금 걸어가자 지하수로가 나타났다.
여기저기 죽어있는 좀비의 시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마혜라가 죽인 듯 보인다.
제법 움직이자 지하수로의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드디어 밖으로 나온 나. 간만에 햇볕을 내려째자 기분이 조금 상쾌해진다.
주변을 둘러보며 살폈다.
“여. 여기는?”
“맞아. 여기 군부대야.”
서초구의 높은 언덕을 넘을 때에 보게 되는 수도 서울을 지키는 군부대.
이 지하의 수로는 그곳과 연결되어 있었다.
“근데 군인은 왜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거야?”
수호회 출신의 마혜라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거 같아서 넌지시 물었다.
“가디언이 군대부터 괴멸시켰거든.”
“그게 가능해?”
“가디언은 엄청난 능력자들의 집단이야.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나에게 당시 어떠한 일이 발생했는지 상황을 설명하는 마혜라. 요약하면 대략 이러했다.
가디언이 군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준비한 건.
헌혈 차량을 돌리며 군부대 내부에서 가장 먼저 좀비 바이러스가 터질 수 있도록 시간을 조율했다는 것 그리고 모든 군수납품 업체를 장악하여 군의 무기 보관 시스템을 다 바꾼 것이다.
그 결과 좀비 사태가 터졌을 때 군이 가장 먼저 무너졌다.
해킹에 의하여 최첨단 무기는 시작부터 사용 불능. 무기고의 일제 폭발. 마지막으로 느닷없이 부대 내부에서 생겨나는 좀비들.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군이 무너져 내렸다.
물론 일부의 군대는 유능한 지휘관이 있어 재래식 무기 일부를 확보하며 상황이 최악으로 내달리는 걸 막았다고 한다.
그러나
“바이크 부대라고도 부르는 가디언 최고의 타격대가 있어. 그것들이 전국을 돌면서 부분 방어에 성공한 잔존 군부대를 하나씩 멸살시키고 돌아다녀.”
“바이크 부대?”
“그 옛날 세계를 지배한 전설의 몽고 기병보다 더 무서운 진정한 죽음의 타격대. 그년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마. 그냥 그 년들은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최고야.”
아무래도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사람을 죽이는 부대인 거 같은데, 강한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모양이다.
근데 그런집단에 딱 어울리는 몰골과 면상이 바로 마혜라인데.
“태양 오빠. 왜 나를 기분 나쁘게 쳐다봐? 맞을래?”
“아무리 봐도 오토바이랑 너랑 잘 어울려서.”
“닥쳐. 오빠. 나는 다시는 두 발 바이크를 타지 않을 거야.”
뭔가 이유가 있는 듯 보인다.
여기서 한 마디를 더하면 분명 나를 때릴 년. 그냥 넘어간다.
*****
이곳은 마혜라가 많이 정리를 했는지 좀비가 얼마 없었다.
PX. 군대의 매점이 보인다.
끼이익. 거침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마혜라.
“캬갸가악”
좀비 하나가 빠르게 달려왔다.
그런데.
빠직. 빠직. 퍽.
좀비의 팔 하나를 잡고 그대로 비튼 마혜라가 나머지 손도 빠르게 비틀어 버렸다.
양팔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좀비를 빠르게 넘어트린 후 다리마저 발로 밟았다.
순식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가 된 군인 좀비.
매점의 내부로 들어간 마혜라는 진열대에 놓인 감자칩 하나를 들더니 의자에 앉았다.
“그걸 죽이라고 명령을 해.”
“알았어.”
나는 좀비의 등 위로 올라갔다. 꿈틀거리는 것도 힘들게 만들어 놓은 터라 명령을 내리기 어렵지 않을 거 같다.
나는 이희연 좀비에게 예리한 검 하나를 내민 후 손에 꼭 쥐어 주었다.
“캬아악?”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희연 좀비.
나는 내가 밟고 있는 좀비를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뭔가를 느낀 이희연 좀비가 밟힌 좀비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나는 머리를 손으로 몇 번 지목한 이후. 칼로 찌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희연 좀비.
나는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쑤욱.
칼을 내밀어 밟힌 좀비의머리를주저하지 않고 쑤셨다.
“잘했어.”
나는 이희연 좀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빠는 조교 같은 거 하면 엄청 잘할 거 같아. 시작부터 괜찮은데?”
“조교? 내가 아주 좋아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