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주유소의 그녀 (4)
숨이 막히는 상황에서 듣게 된 말. 가디언.
나는 박윤주에 이어 가디언을 이야기하는 두 번째 여자를 만났다.
“가. 가디언?”
“그래! 너 가디언 맞지?”
“아니야. 컥. 난 가.가디언이 아니야.”
“그럼 가디언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어?”
“컥. 숨이 차니까 목은 좀 놓고 이야기하자.”
놓아달라고 했더니 더 죽일 듯이 움켜쥐는 그녀.
“먼저 내 말에 답부터 해.”
“커억. 컥. 박윤주 누나에게 우연히 컥. 들어어엇.”
“박윤주? 밑에 있는 마트를 장악한 그 무서운 년을 말하는 거지?”
이런 미친년이 무섭다고 표현하는 박윤주.
도대체 그녀는 얼마나 강한 거야?!
따먹었던 항문을 생각하면 꼴리지만 그녀의 무력이 나에게 두려움을 준다.
“맞아. 그박윤주. 커억.”
내 눈이 몽롱해진다. 강력한 악력에 정신이 나가고 있는 가 보다.
그때. 퍼억.
손을 놓으며 나를 벽으로 살짝 던진 마혜라.
나는 쇠로 된 벽에 부딪혔다.
“커어억. 허어억. 어어억.”
죽다가 살아난 나는 가쁜 숨을 연거푸 내쉬며 공기의 소중함을 느꼈다.
“박윤주 그년은 가디언이야?”
“본인 말로는 그렇다고 했어.”
“이런 시발! 썅! 아주 개보지 같은 상황이네.”
욕을 내뱉는 그녀.
성질을 조금 부리더니 무언가 고민하는 듯 잠시조용해졌다.
이윽고 생각을 정리했는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여는 마혜라.
“너는 내가 왜 가디언이라고 물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어.궁금해.”
사람을 죽이려고 했으니 당연히 궁금하지.
“저 좀비 말이야. 너의 자지를 맛보고 변했어.”
“...뭐. 뭐라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그러니까 내가 이상해서 너를 보는 거잖아. 넌 자지로 좀비도 바꾼 남자라고. 가디언이 아니면 이런 능력을 가진 남자가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아.”
마혜라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황당한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근거를 가지고 하는 소리야?”
“좀비는 눈앞에 먹이를 발견하면 분노를 표시하는 정도가 있어.”
“그래?”
“이렇게 가까이로 접근하면 눈 속의 동공이 보여주는 분노가 훨씬 더 커지는 게 이것들의 특징이야.”
“그렇구나.”
처음 알게 된 정보. 마혜라는 내 생각보다 좀비에 관하여 아는 게 많다.
“어제 너의 자지가 들어가고 이 분노의 크기가 조금 줄었어. 그리고 오늘은 아주 많이 줄었어. 너도 이희연을 눈빛을 보면 알 거야.”
“캬아아아.”
그러고 보니 좀비의 발버둥과 눈에서 나오는 살벌함이 줄어든 걸로 보이기도 한다.
“너 말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보이기도 하네.”
“이 좀비는 너의 좆맛을 느낀 거야. 아무리 처녀 좀비 보지라도 이건 너무 이상한 거야. 너의 자지는 분명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
나의 자지? ‘위대한 자지’ 이걸로 말은 다했지.
잠깐만. 이건 현질을 할 경우 오억원을들여서 구입 가능한 야한 게임 속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지이다.
모든 여자를 굴복시키는 능력을 가진 자지.
이게 설마! 여자 좀비라도 앞에 여자가 붙으니 자지로 굴복을 시키는 게 가능해진다는 건가?
그게 아니면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잖아.
“너 뭔가 짐작되는 게 있지?”
내 생각을 읽은 듯 날카로운 표정으로 나를 몰아붙이는 마혜라.
어설프게 둘러 되거나 거짓을 말하면 뒤지게 처맞을 거 같다.
나는 진실의 일부를 이야기하기로 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 자지 말이야.”
“자지가 왜?”
“여기에 계속 박힌 여자들은 나의 노예가 되길 원할 정도로 나를 따르려고 해.”
“푸훗. 너 설마 니 좆에 박히면 여자들이 다 니 좆의 육노예가 된다는 이런 황당한 소리를 말하는 거야? 그런 건 보지로 하는 거야. 보지로.”
“잘 들어. 나는 그런 경험을 이미 여러 번이나 했어.”
“그런 주제에 돌림빵이 싫어서 도망을 쳤다고?”
“많은 여자들이 좋다고 달려들면 미칠 거 같아. 나 때문에 싸움도 나고 피도 발생하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 줄 니가 알아?”
날카로운 마혜라의 질문에떠오르는 말을 잔뜩 내뱉었다.
급조된 말이지만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쉽게 반박하지않는 마혜라.
“으음. 차차 실험하면서 살펴보도록 하지 뭐.”
“뭐라고? 실험?!”
“따라와. 이제 배고프잖아.”
조금 전에 나를 죽이려고 했던 마혜라. 그녀는 이제 실험을 하겠다는 소리마저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밥을 먹으러 가야 할 시간.
우리 둘은 2층으로 올라가 식사를 하려고 했다.
수납장을 열자 다양한 즉석 음식들로 가득했다.
“태양 오빠가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볶아.”
다시 말투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마혜라. 확실히 종잡을 수 없는 여자다.
이래서 미친년이 무섭다고 하는구나.
나는 불고기 덮밥이라 적힌 냉동 볶음밥을 먹으려고 꺼내 들었다.
“나는 해물 철판 볶음이 좋은데.”
이런 시부랄! 그냥 처음부터 해물 철판 볶음을 먹자고 했어야지.
뭔들 다 맛이 있을 거 같은 상태라 군말 없이 해물 철판 볶음이라 적힌 음식으로 바꿨다. 뒤를 슬며시 바라보면서 조용히 3개를 꺼냈다.
1.5인분은 먹고 싶은 소박한 나의 욕심 때문이다.
분명히 3개를 꺼냈음을알고 있을 텐데 뭐라 하지 않는 마혜라.
그래도 굶겼으니까 조금 더 먹는 건 묵인하려나 보다.
치이익. 치이익.
전자레인지로 해동한 즉석 볶음밥을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볶아서 한 끼를 뚝딱 만들었다.
다 되어있던 걸로 만든 거라 딱히 어려운 건 없다.
그렇게 만든 음식을 그릇에 공평하게 나누려고 할 때였다.
“태양 오빠는 나 원래 2인분 먹는 걸 어떻게 알았어?”
아아. 저 썩을 년. 사람을 무지하게 열이 받게 만든다.
꾹 참고, 1인분만 내 그릇에 담았다.
턱. 식탁 위에 두 개의 그릇을 올린 나.
“잘 먹을 게. 너도 잘 먹어.”
“그래. 잘 먹어. 태양 오빠.”
최대한 천천히 꼭꼭 씹었다. 허겁지겁 먹으면 일시적으로 더 배가 고파짐을 이연 누나의 집에 처음 갔을 때 충분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대한 느리게 식사를 한 나. 배는 여전히 고프지만 뭔가 들어왔음이 느껴져 다행이다.
그렇게 식사가 끝났다. 간단한 설거지를 끝내자 나에게 식탁에 앉으라고 말하는 마혜라.
손짓을 보니 또담배를 붙여야 할 것 같아서 그녀에게 담배를 건네고 불도 피워주었다.
“오빠도 한 대 빨아.”
“어. 고마워.”
그렇게 담배를 함께 피우게 된나와 마혜라.
계속해서 나에게 연기를 내뿜는 마혜라. 두들겨 패고 싶지만 꾹 참는 나.
어쨌든 담배를 함께 피운다는 건 대화를 하겠다는 의미. 예상처럼 마혜라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태양 오빠가 가디언에 대해 아는 게 뭐야?”
“정말로 별거 없어. 박윤주가 나에게 가디언이 아니냐고 묻더니 자기가 가디언이라며 섹스를 할 때 항문만 사용하는 게 원칙이라고 해서 뒤로 자지를 박았어. 그게 전부야.”
“항문 개방. 그건 가디언의 오랜 전통이지. 비겁한 배신자 년들.”
“배. 배신자 년들?”
“이제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니까. 특별히 알려 줄 게.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수호회가 목적을 상실하는 일이 발생했어. 그래서 할 일을 잃어버린 우리들 중 일부가 가디언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어.”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듣게 되는 이름 수호회.
나처럼 게임에 접속한 플레이어를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게임이 현실이 되면서 플레이어가 사라졌고, 이제 그들이 변질되어 가디언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마혜라.
“목적을 상실한 수호회?”
“이건 이 세상의 비밀이야. 너는 모르는 게 더 나을 거야.”
“그렇구나.”
그 비밀을 너보다 더 제대로 아는 게 바로 나야.
지난 금태양 시절과 시기는 조금 다르지만 내용은 얼추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그 수호회의 멤버들 다수가 모여서 만든 게 가디언이라는 세상을 위하자는 새로운 조직이야.”
“세상을 위하자는 조직?”
“어. 그렇게 세상을 위해 만든게 놀랍게도 좀비 바이러스야.”
“뭐라고?!”
“세상을 위해 인류라는 쓰레기의 대부분을 정화하겠다고 결심한 년들이지.”
“그렇구나. 넌 어떻게 이리도 잘 알아?”
“나도 수호회의 멤버였거든.”
어쩐지 비정상적으로 강하더라. 스탯 40인 나를 벌벌 기도록 만든다는 건 쉽게 납득이 되질 않았지.
하긴. 세상의 멸망에 대비하려면 뭔가 근거가 있어야 하기는 하지.
수호회가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려고 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기에 이런 대비가 가능했던 거다.
“근데 넌 왜 박윤주를 몰라?”
“수호회나 가디언 둘 모두 비밀 조직이고 점조직이야. 자기들도 누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라. 조직의 리더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어.”
“리더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넌 조직에 가입을 했던 거야?”
“신비한 힘을 보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어. 그렇구나.”
단호한 마혜라의 말에 바로 꼬리를 내리는 나.
“우리는 수호회 시절에도 서로의 얼굴은 공개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으며 서로를 암묵적으로 도왔어. 물론 아는 사람은 일부 있지만 전체를 다 아는 건 오직 회주와 부회주 뿐이야.”
게임 속 NPC들이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설정으로 만들어진 조직이 수호회라 나름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구나. 그럼 회주나 부회주가 가디언을 만든 거잖아.”
“아마 회주가 만들었을 거야. 부회주는 원칙을 중요시하고 이런 걸 했을 성격이 되지 않거든.”
“그럼 부회주는 죽었겠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회주가 세상을 상대로 바이러스를 퍼트려 일류를 한 번 쓸어버리는 계획을 꾸몄다. 부회주가 가장 큰 걸림돌이니 살려두었을 리는 없을 거다.
근데 부회주가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