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주유소의 그녀
작은 깡통 로봇을 연상케 하는 쇠로 된 헬멧을 벗은 주유소의 사장.
갈색의 긴 머리카락을 흔드는 그녀가 나를 노려보았다.
시발! 뭐야. 맹수잖아.
살면서 이렇게 섬뜩한 여자는 처음 봤다.
날카로움.예리함그 자체를 연상케 하는 여자.
하얗게 창백한 그녀의 얼굴과 잘 어울리는 표독스럽게째진 눈빛.
근육녀 이희영이 강함으로 남자를 눌렀다면 이 여자는 매서운 눈매로 남자를 짓누른다.
텅. 텅.
그녀가 갑옷을 벗더니 옆으로 대충 던졌다.
무게가 상당히 나가는 편인지 소리가 크게 났다.
그렇게 갑옷을 벗은 그녀.
딱 달라붙는 바지와 티셔츠. 옷이 엄청나게 화려하다.
다리에는좀비들 같은 형상의 절규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주로 그려져 있고, 가슴에는 용이나 호랑이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몸매가 상당히 좋은 그녀. 늘씬했다. 그리고 몸에 완전 딱 달라붙는 옷?
뭐. 뭐야? 설마 이거 문신?
내가 놀랄 때 그녀가 목에 붙은 무언가를 때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내 몸이 그렇게보기 좋냐?”
분명 나를 구할 때 이 여자의 목소리는 상당히 걸걸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목에 걸어둔 저 장치로 음성을 변조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이 더 무섭잖아.
냉혈한 느낌을 풍기는 차가운 인상의 소유자. 거기에 어울리는 냉혹한 목소리가 나왔다.
분위기 때문에 이희영보다 더 무서운 거 같아.
“야! 답을 해야지. 네 몸이 어떤지 말이야?”
“후. 훌륭합니다. 그저 예술입니다. 예술.”
이희영에게했듯 이 여자에게도 살갑게 행동하는 나.
스탯을 40이나 보유한 놈이 나인데 왠지 서글프다.
“너 옷을 다 벗어.”
“예?”
“발가벗으라고. 어떤 놈인지 모르잖아.”
“아. 예”
시발년. 빤스만 한 장 입고 있는데, 구태여 옷을 다 벗으라는 표현을 쓰네.
나는 유일한 옷인 팬티를 벗어 나체가 되었다.
발가벗었으나 발가벗은 게 맞는지 헷갈리는 온몸에 문신을 한 여자.
문신충이 나에게 물었다.
“난 마혜라. 넌 이름이 뭐지?”
“저는 김태양이라고 합니다.”
“태양아. 너 왜 이곳으로 왔어?”
“저기 밑에 마트를 장악한 일당들이 저를 단체로 따먹으려고 해서 반항하다 도망을 쳤습니다.”
“그래? 그냥 박아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잖아.”
“남자가 자지를 아무 곳에나 넣는 건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피식.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마혜라.
“가정 교육은 잘 받았네.”
“감사합니다.”
“근데 말이야. 여자 하나가 돌림빵보다 더 심하게 괴롭힐 수 있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어?”
섬뜩한 느낌이 내 몸을 타고 흐른다.
말을 잘해야만 한다.
“저는 그래도 하나가 좋습니다.여러 명에게 당하면 제가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좋아서 마음이 무너진다는 본심은 차마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디나 그렇듯 순진하고 참한 이미지를 싫어하는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 일단 따라와.”
바이크와 차량 등 다양한 무언가로 가득한 1층의 옆에 있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 그곳으로 마혜라가 올라갔다.
2층은 그냥 집이었다. 마혜라는 성격이 차분하고 정리를 좋아하는지 잘 정돈이 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다.
거실에서 티비를 보지 않는지 거실은 책들로 가득했다.
- 좀비로 가득한 세상.
- 멸망은 반드시 옵니다.
- 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세 가지 방법.
- 전지적 좀비 시점.
- 빌어먹을 좀비.
등등. 다양한 아포칼립스 그리고 좀비와 관련한 책들로 가득했다.
여기에 있는 이 책들만 봐도 그녀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겠다.
근데 세상이 이렇게 망했으니 이 여자가 현명하고 정상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거실의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테이블의 가장 앞에 앉는 마혜라.
“너도 앉아.”
나는 그녀의 대각선 오른쪽으로 가서 앉았다.
우리는 사선으로 마주 보는 상황이 되었다.
그녀가 한쪽 다리를 의자 위로 올리더니 양팔로 그 다리를 잡고 턱을 무릎에 놓았다.
그러고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녀의 올라간 다리를 보았다.
다리에 그려진 귀신같은 얼굴이 나를 흠칫하게 만드는 것도 잠시. 그녀의 다리를 통하여 문신이 되지 않은 보지가 보였다.
핑크색의 보지가 내 눈을 사로잡는다.
팍. 마혜라가 나의 뺨을 때렸다.
악력이 장난 아니다. 그대로 고개가 돌아갔다.
“누가 내 보지를 보래?”
“죄송합니다.”
시발! 보이는 걸 봤을 뿐이라고.
“농담이야. 계속 봐. 남자 자지가 서는 걸 보니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
종잡을 수가 없는 여자 마혜라. 내 예감이 좆은 계속 세우고 있는 게 좋을 거라고 한다.
조금 전에 맞은 건 잊고 보지나 감상하며 좆을 세우자.
손을 옆으로 내민 그녀가 테이블에 놓인 재떨이와 담배 그리고 라이터를 자신의 앞쪽으로 당겨왔다.
바이크에서 보여준 모습을 통해 나는 느꼈다.
이 여자는 대접받는 걸 엄청 좋아한다.
나는 빠르게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두 손으로 공손하게 그녀의 입에 물렸다.
그녀의 눈이 살짝 커지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분명한 건 결코 싫음이 아니었다.
나는 잽싸게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이려다. 문득 생각이 났다.
불이 너무 강하면 불을 붙여주고도 뒤지게 혼이 나는 경우가 있음을.
탁. 불을 켜봤다.
화력이 살짝 강했다.
조금 위험할 뻔했다.
나는 미리 켜놓은 불을 그녀의 담배 앞으로 가져다 되었다.
담배에 불을 붙여 길게 연기를 당기는 그녀.
“후우우웁. 후우우우.”
빌어먹을 년이. 담배 연기를 내 얼굴로 잔뜩 내뿜었다.
“너도 빨래?”
“주시면 감사히 피겠습니다.”
이런 건 빼는 것보다 피는 게 더 좋다. 애연가들은 같이 담배 피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빈속에 담배라도 좀 빨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한 대 펴.”
입에 담배를 물고서 이야기하는 그녀.
나는 담배를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누가 새 걸 피라고 했어?”
“죄. 죄송합니다.”
이런 썩을 년이. 나는 눈치를 깠다.
그녀의 입에 물린 담배를 조용히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입을 벌린 그녀가.
“후우우우.”
내 얼굴에 다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마혜라 이 여자와 있으면 오래 살기는 힘들 거 같다. 그렇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세상은 아니지.
나는 그녀의 입에서 뺀 담배를 재떨이 앞에 사선으로 놓은 후. 다시 재빨리 그녀의 입에 새 담배를 물리고 불도 붙여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반쯤 피운 담배를 입에 물 수 있었다.
왠지 이러면 좋아할 거 같아서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연기를 흡입한 나는 그녀의 몸에 닿지 않는 곳으로 연기를 내뿜었다.
어떻게 피우건 한 모금을 빠니까 기분은 좋다. 야한 게임 한다고끊었던 금연이 다 날아갔다.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금연은 무슨. 그냥 실컷 피우자.
“내가 뭐하는 년 같아?”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물어보는 그녀. 나를 시험하는 게 분명하다.
“예. 예언가 같습니다.”
“푸훗.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 있는 책과 이곳 시설을 보니까 이런 세상이 발생할 걸 알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너 좀 쓸모가 있을 거 같네.”
“제가 눈치도조금 있고 시킨 일은 엄청 열심히 합니다.”
이 여자가 원하는 건 자기 말을 잘 듣는 놈. 시키는 일에 성실함을 어필해야만 했다.
“그래? 시키는 건 다 한다고?”
“... 네.”
뭐 이런 년이 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뭘 시킬 줄 몰라 불안하다.
“그렇단 말이지.”
혼잣말을 한 그녀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꼬르륵. 꼬르륵.
빈속에 섹스만 하다가 좀비에게 도망친 내 배가 눈치도 없이 허기가 졌음을 알린다.
고민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 마혜라. 이연 누나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너 배고프냐?”
“...... 그렇습니다.”
“지금 세상에서 식량은 뭘까?”
“가장 중요한 자원입니다.”
“잘 아네. 그걸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뭐라도 해야만 합니다.”
“자세도마음에 드네. 따라와.”
그녀가 따라오라며 이동을 한다.
다시 일층으로 내려가는 그녀. 조금 전에는 보지 못했던 등의 문신이 보였다.
커다란 악마 같은 무언가가 입을 벌리고 있다. 나를 잡아먹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마혜라 이 여자가 점점 더 무섭게 여겨진다.
1층의 구석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장소가 있었다.
텅. 텅. 텅.
쇠로 된 계단을 밟으며 아래로 내려간 나와 마혜라.
그곳에는 사로잡혀 있는 좀비들이 있었다.
나에게 사로잡혔던 백준호가 고시원에 하나씩 좀비를 가둬두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철컹. 쇠로 된 문을 하나 열었다.
침대에 꽁꽁 묶여 있는 여자 좀비 하나가 있었다.
좀비가 되기 전 상당한 미녀가 분명하다. 지금도여전히 아름답다. 좀비라 무서울 뿐이지.
“너 이 여자 자세히 봐.”
마혜라의 말에 그녀를 자세히 보았다.
“이희연?”
“맞아. 와일드 비스트 걸로 활동하던 아이돌 이희연이야.”
“그렇군요.”
“여기에 부모님 집이 있거든. 집에 있다가 좀비가된 걸 내가 잡아왔어.”
“대단하십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좀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어.”
“아아. 세상을 구할 생각을 하고계시는군요.”
“뭔 개소리야? 어떻게 하면 쉽게 죽일 수 있을지 궁리하는 거야.”
살짝 부끄럽다. 딱 봐도 마혜라 이 여자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여자로 보이지는 않잖아.
“제가 너무 오버했습니다.”
“이희연은 물리고 난 이후 다른 사람들보다 좀비로 변하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어. 그래서 잡아온 거야. 항체라도 있나 궁금하더라고.”
“아. 예.”
별로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마혜라.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나를 여기로 불렀는지 모르겠다.
“한 번 박아 봐.”
“예에?”
“좀비 보지에 자지를 넣어 보라고.”
“...그 그게.”
“걱정하지 마. 박는 걸로 감염이 되진 않을 거 같더라고. 감염은 입 정확하게는 이빨로만 번지는 거야.”
그건 나도 대충 안다고. 문제는 좀비하고 박고 싶겠냐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