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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화 〉임무(4) (74/121)



〈 74화 〉임무(4)

꼬르륵. 배에서 밥을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생각하니까 화가 난다.
이희영은 어제부터 나의 식사를 전혀 챙겨주지 않았다.

허기가 진 상태라 배에서 소리가 나고 있음에도 무언가를 먹으라고 말할 분위기가 아닌 그녀. 이러면 굶어야 한다.

아침부터 공복이라니.
아무래도 빈속으로 주유소 사장에게 접근하라 할 모양이다.

“어떤 방법으로 제가 주유소 사장에게 접근하면 되겠습니까?”

“가장 좋은  ......아무래도 도망치다가 그년에게 구조 받는 거 아닐까? 그게 가장 최선이야. 위기 상황에서는 만난 남자와 여자는 금방 욕정이 끌어 오르는 법이거든.”

“아아. 그렇군요. 연애에 대하여 잘 아시나 봅니다.”

“드라마 보면  나와.”

아니 드라마나 운운하는 주제에 뭔데 이렇게 당당하게 연애를 말하는지 모르겠다.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지 않을까요?”

“드라마가 현실이야. 발정으로 가득한 년들이 하는 연애야 빤하지.”

“근데 말입니다. 좀비를 피하다 실수로 제가 잡히면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뒤지는 거지.그것도 피하지 못하는 남자는 그냥 죽는  나아. 어차피 그런 세상이잖아.”

“......네.”

그걸 피하지 못하면 죽으라니. 생존의 조건을 너로 맞추면 지구는 이미 멸망이야.

허들을 좀 낮추라고 하고 싶으나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섹스를 했다고 잠시 착각을 했던 나. 이 여자가 정상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지금 주유소로 가면 될까요?”

“아니.  준비가 더 필요해.”

그러면 그렇지! 오해할 뻔했잖아.

나는 알아서 미남계를 쓰고 재주껏 아이디 키를 가져오라고 할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주유소로 가면 되는지 여부를 물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다 준비가 있었던 모양이다.

기대심을 품으며 물었다.

“어떤 준비가 필요합니까?”

“너 말이야. 더 초췌하게 보일 필요가 있어.”

갑자기 느낌이 싸하다. 뭔가 불길한 대답이 나올 거 같다.

“초. 초췌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는 떨면서 물었다.

“그래! 넌  박으면서 힘을 뺄 필요가 있어.”

“... 예에?”

자신의 핑크색 팬티를 옆으로 밀며 보지를 보여주는 이희영.

“빨리 자지 박아. 퀭하다 싶을 정도로 따먹고 나서 너를 보낼 거야.”

나는 그렇게 이희영과 아침부터 오후까지 무려 열 번의 섹스를 치러야 했다.

좀 물고 빨면 바로바로 서버리는 내 자지가 살짝 원망스러울 정도로 진하게 했다. 근육년이라면 평생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원 없이 이희영과 떡을 친 기분마저 드는 나.

“이제 주유소 년을 잡으러 가도록 해.”

덜덜덜. 빈속에 하도 떡만 쳐서 그런지 다리가 심하게 후들거린다.

이런 나와 달리 흡족한 미소를 보이며 여전히 힘이 넘치는 이희영.

혹시 내 정액을 먹어서 그런가?

함께 굶은 이희영과 나의 차이는 그녀가 내 정액을꾸준히 먹었다는 것뿐. 단백질을 보충한 차이가 이렇게 큰 결과를 도출하는 건가?!


*****


- 그곳 일대에 그년이 설치한 CCTV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도 못하니까  순간 절대로 방심하지 마. -

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태로 노리는 주유소의 주변을 도망치듯이 돌아다니는 나.

“캬아아악.”

결국 좀비 하나가 나를 발견했다.

40대의 아줌마 좀비. 치마는 어쩌다 사라졌는지 모르겠는데 하의는 팬티만 입고있는 아줌마 좀비였다. 복장을 보니 시장이라도 다녀오다가 좀비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저 아줌마와 나의 처지가 같아서 기분이 씁쓸하다.

나 역시 상황을 극적으로 만들기 위하여 팬티만 입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팬티만 입은 나와 치마를 입지 않은 아줌마 좀비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헉. 헉. 헉.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스탯 40이 초라할 정도로 금방 숨이 차오른다.

섹스란 정말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운동임을 새삼 느낀다.

“캬아아악.”

“크야라라락”

이제 아줌마 좀비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의 뒤를 잡으려는 좀비의 수가 늘어났다.

이러다 진짜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찔한 상황이다.

분명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했다. 그래서 짜증이 나지만 이런 전략을 택한 이희영의 판단 자체는 납득이 된다.

멸망한 세상을 혼자 상상하며 준비한 미친년에게 접근하려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되어야만 통할 것이다.

계속 도주하던 나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사방에서 나를 노리는 좀비들이 달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눈에 주차되어 있는 은색의 SUV 차량이 보였다.

재빨리 주차된 SUV 차량 위로 올라갔다.

헉- 헉- 주변으로 좀비들이 모여들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망한 거 같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좀비로 인하여 금방 고립이 되었다.

팬티만 입은 상태에서 덤벼드는 좀비를 발로 처내고는 있으나 이미 한계가 아닌가 싶다.

이리저리 발버둥을 칠  좀비 하나가 내 발목을 잡았다.

쿵. SUV 위에 있던 나는 그대로 넘어지게 되었다.

소름이 돋는 손이 나를 물려고 잡아당긴다.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나. 하지만 이런 저항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아찔한 순간이다.

아아. 나는 이렇게 죽는구나.
많은 여자를 따먹지 못해서 아쉽고 마지막으로 먹은 년이 근육이라는 현실이 살짝 아쉽다.

그렇게 죽음이라는 공포가 나를 덮쳤다.

바로 그때. 펑. 펑.

내 팔을 잡고 있던 좀비의 머리가 박살이났다.

그리고 앞에서 차량으로 올라오려던 다른 좀비 하나도 머리가 박살이 난 상황.

쓰러졌던 나는 조금 전의 공격에 의하여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의 앞에 사륜바이크를 타고 쇠로 된 갑옷을 입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토록 기다리던 주유소 사장이다.

“거기서 재주껏 이쪽으로 뛰어와. 여기까지 오면 살려줄 거야.”

상당히 걸걸한 여자의 목소리. 살고 싶으면 바이크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한다.

나는 SUV의 뒤로물러난 후 발에 힘을 주어 앞으로 내딛으며 힘차게 점프를 했다.

슈웅 퍽. 아슬아슬하게 좀비들의 머리 위를 통과하여 바닥으로 떨어진 나.

바로 앞에  수 있는 길이라 여겨지는 수단이 없었다면 결코 이렇게 멀리까지 점프는 하지 못했을 거다.

타다닥. 타다닥.
스탯 40의 위엄을 살려 열심히 앞으로 달려갔다.

내가 달려 나가자 사륜 바이크가 달리며 방향을 틀었다.

“뒤에 타.”

이런 시발!뒤에 태울 거면 조금 기다려주거나 느리게 달리면 되잖아. 그거 좀 해주면 어디 덧나?

공복 상태에서 체력마저 바닥이 난 이후 좀비를 피하여 도주만 하던 나.

체력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 매정하게 달려가는 4륜 바이크.

아자자자. 없는 힘도 쥐어짜면서 앞으로 달려가 겨우 여자의 등을 잡고서 바이크에 올라탈 수 있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뒤에서 쇠로 된 갑옷을 착용한 주유소 사장의 몸을 껴안았다.

이런 재질이라면 좀비들이 뚫을  없네.

바아앙. 바아앙.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며 힘차게 달려가는 4륜 바이크.

가까이에서 보니 우측 하단에 액정이 달려 있다. 화면이 계속 바뀌며 이곳 일대의 좀비 상황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핸들로 CCTV의 화면을 바꾸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준비만 봐도 이 여자는 보통이 아니다.

“캬아야칵”

뒤에서 노말 좀비 두 마리가 맹렬하게 달려왔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는 나와 달리 사이드 미러로 상황을 파악한 갑옷을 입은 여자.

“노말 좀비들은  죽여야지.”

끼이이이익.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사륜 바이크를 옆으로 튼 상태로 멈췄다.

틱. 틱. 탈칵.

산탄총을 빠르게 개방한 그녀는 빠르게 탄을 넣으며 장전을 완료했다.

펑. 펑.

퍽. 퍽.

 방에 하나씩 아주 제대로 노말 좀비의 머리통을 부셨다.

“나이스. 이 맛에 좀비를 잡는다니까.”

우와. 이 여자의 사격 실력은 놀랍다.

내가 감탄하는 사이.

부아앙. 부아앙.

핸들을 최대로 당기며 빠르게 주유소로 달려갔다.

그렇게 그녀의 주유소 앞에 도착했다.

상당한 숫자의 좀비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 게 보였다.

왼쪽 소매를 위로 올린 그녀.

갑옷의 팔목에는 1부터 10까지 숫자가 새겨진 버튼이 있었다.

그녀는 1번을 눌렀다.

파아악. 파아악.

주유소의 앞에 둥근 분무기가 튀어나오더니기름을 앞으로 뿜었다.

가슴팍에 손을 넣은 그녀는 피우던 담배를 꺼내더니 손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팔로 담배를 통째로 흔드는 그녀. 그러자 뽑기 편하게 담배 한 개비가 위로 튀어나왔다.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담배를 내미는 그녀.

죽다 살아났으니까하나 빨라는 소리인가?

고맙긴 한데 이런  저기 있는 좀비들을 죽이고 하자고.

“뭐하냐?! 입에 물리지 않고.”

이런 썩을 년이. 자기가 빨려고 내밀었던 거다.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입에 담배를 물면 끝인데 이렇게 가져다 받치라는 걸 보니 사람을 굴복시키고 노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 년이다.

나는 잽싸게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여자의 입에 가져다 받쳤다.

왼쪽 입술로 담배를 문 그녀.

이번에는 성냥을 내밀었다.

“불을 피워”

치이익. 냉큼 불을 피웠다.

그리고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그녀의 입 주변에 불을 가져다 놓았다.

입으로 쑤욱 담배 연기를 빨아 당기는 그녀.

“후우우. 던져.”

좀비 무리와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져 냉큼 성냥을 던졌다.

화아악.

바닥에 뿌려진 기름에 의하여 삽시간에 불이 붙었다.

부아앙. 다시 바이크를 타고 주유소에 있는 건물 바로 앞으로 온 그녀. 이번에는 2번을 눌렀다.

그러자 주유소의 바닥에서 쇠로  바리케이드가 올라왔다.

이런 걸 설치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3번을 누르는 그녀.
지이잉 소리와 함께 주유소에 있던 쇠로 된 문이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바이크를 타고서 내부로 들어온 나.

열린 문이 아래 내려간다.

잠입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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