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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임무(2) (72/121)



〈 72화 〉임무(2)

“주유소 사장이 조금 특이한 모양입니다.”

박윤주가 건넨 파일에는 다른 설명이 없고 사진 여러 장만 있었다. 뭐라고 대꾸를 해야 좋을지 몰라서 그냥 형식적으로 응답하는 나.

“영화를 보면  그런 사람들 있잖아. 지구에 종말이  수도 있다면서 혼자 오버하고 준비하며 사는 사람들 말이야. 너도 본 적이 있지?”

“물론 있습니다.”

“딱 그런 년이야.”

“근데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이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왜 하는지 그게 궁금하다. 도대체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빨리 이야기를 하자. 박윤주.

“문제가 조금 있기는 하지. 그년이 가진 주유소의 주변에는 송유관이 묻혀 있고, 그년은 대형 주유 탱크도 가지고 있거든. 그것들을 확보하면 기름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그 미친년이 협상할 마음 자체가 없다는 거야. 자기도 가진  많다 이거지.”

“그렇군요.”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여자인가 보다.참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그러니까 니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어.”

“제가 말입니까?”

“그년은  봐도 성욕이 넘치게 생겼어. 분명 엄청 굶주린 상태일 거야. 그러니까 너처럼 반반한 남자가 접근하면 환장할 거라는 거지.”

그러니까 미남계를 펼치라는 소리이다.

분명한 것은 나에게 거부권이 있을 리 없다는 거. 이왕 해야만 한다면 군말 없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이번 기회에 저의 능력을 보이고 싶습니다.”

“호오. 바로 답을 하네. 너 아주 마음에 들어.”

“지금 같은 세상에 공짜로  먹고 잘 쉬게  준다는 건 말이 되지 않잖아요.”

“자기 밥값은 하겠다? 남자치고 자세가 아주 마음에 들어.”
니가 결국 시킬 거 아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거절이 가능한 거라면 바로 거절이지.

이런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 갑옷까지 만들어 놓고 있는 미친년을 상대로 나서고 싶겠냐?

*****

조직의 큰 언니 박윤주가 시켰으나 서열 2위인 근육녀 이희영이 주도하는 주유소 탈환 계획.

나는 이희영과 함께 단 둘이서 마트 밖으로 나가야 했다.

이희영은 근육질에 어울리지 않게 하늘색의 원피스를 입고 산책을 나가듯 마트를 떠났다.

내 눈이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근육년도  번쯤은 따먹을 맛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된다.

굶주렸다고 하기에는 오혜수랑 자주 했다.

뭐지? 나는 정말로 여자를 가리지 않는 건가.

무기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무기도 소지하지 않은 상태로 이희영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정말로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이희영.
좀비들이 가득한 세상으로 나가는데 그렇게까지 겁이 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아군으로 두면 이희영은 듬직함 그 자체이다.

바리케이드 지나서 밖으로 나온 우리 둘.

“캬캬캭 카아.”

좀비 하나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앞으로 달려왔다. 속도가 빠른 게 노말 좀비이다.

이희영이 그녀의 원피스를 살짝 들었다.

날씬한 허벅지가 아닌 근육으로 무장한 악마의 다리가 이러하지 않을까 싶었다.

치마를 올리자 그녀의 허벅지에 걸린 쇠로 만든 단봉이 보였다.

단봉을 뽑은 이희영이 주먹으로 꽉 움켜쥐자 단봉의 앞부분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전직 육상 선수라도 되는 듯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좀비.

이희영의 주변에 좀비가 도착했다 싶을 때였다.

퍽. 그대로 머리통이 거의박살이 나버렸다.

그렇게 노말 좀비는 끝이었다.

이희영의 전투력은 확실한 놀라움을 준다.

잠시 후. 좀비 여섯 마리가 곳에 있는 걸 목격했다.

나를 보며 미소를 보이는 이희영. 섬뜩했다.

“잘 봐. 배신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려고 이러는 거니까.”

탁. 탁. 탁.

빠르게 앞으로 달려간 그녀는 양 허벅지에 하나씩 꼽아둔 쇠로 만든 단봉 두 개를 동시에 꺼내더니. 정확하게 딱 여섯 번만 휘둘렀다.

퍽.
퍽.
퍽.
퍽.
퍽.
퍽.

한 방에 하나씩 뚝배기가 깨지며 사망하는 좀비.

원래 좀비란 이렇게 쉽게 잡는 건가?

전투력이 너무 압도적이고 파멸적이라 그저 감탄만 나온다.

배신이라 ...저 우람한 근육을 보면 쉽게 배신할 엄두가 날  같지는 않다.

그녀와 함께 서초구와 과천을 경계로 하는 언덕을 조금 우회하며 산책하듯이 올라갔다.

고작 한 시간 남짓의 거리일 뿐인데 가는 길에 만난 좀비는 무려 오십 마리.

도합 오십 번의 휘두름으로 모든 좀비의 뚝배기를 깨버린 이희영.

이 여자 하나면 천군만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산보를 하듯이 좀비를 없애며 움직였다.

그녀와 나는 인적이 없는 어느 3층의 태권도 도장으로 올라갔다.

사람이 없어서 내부가 깨끗한 태권도 도장.

이희영이 태권도 도장의 캐비닛을 열었다.

이곳이 처음 오는 장소가 아닌 듯.

캐비닛 안에는 여러 가지 음식과 물건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바로 망원경이다.

 개를 꺼내어 나에게도 하나를 건네는 그녀.

“저길 바라 봐. 보일 거야.”

이희영이 손짓한 곳을 망원경으로 살폈다.

꽤나 큰 주유소 하나가 보였다. 주변과 조금  떨어진 곳에 지어진 주유소인데 상당히 규모가 크게 지어져 있었다.

“무력으로 저길 빼앗으면 안 됩니까?”

주변에 좀비들이 가득한 곳도 아닌데, 왜 저길 이희영 같은 여자가 빼앗지 않나 모르겠다.

“잘 들어. 저 미친년은 저곳에 폭발 장치를 묻어두었어. 자기가 죽으면 여길 매장하면서 죽겠다는 거지. 거기다 저년도 나와 싸워도 손색이 별로 없어.”

뭐어? 이희영만큼이나 강하다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오해하지는 마. 순수하게 싸우면 내가 압도적으로 이겨. 저 미친년이 무기를 많이 만들어 놓았거든. 그래서 제압이 어려운 거야.”

“알겠습니다.”

미친년 같은 근육 괴물이 미친년이라 말하는 주유소 사장. 몸에 오한이 드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갑옷도 만들어서 입고 다니는 여자잖아.

“이제 시작할 시간이야.”

“무슨 시작이요?”

“저 미친년이 생리하는 시간이 시작된다는 거지. 기다려 봐. 아주 놀라운  볼 수 있을 거야.”

이희영의말에 망원경을 들고 계속 기다렸다.

잠시 후 사륜 바이크를 탄 무언가가 갑옷을 입고 주유소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주변 일대를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근에 있던 좀비들이 그녀가 있는 곳으로 나타났다.

여기는 주택가이고 좀비로 변한 사람도 많은 곳인데 생각보다 나타난 좀비의 수가 적다.

“저 미친년이 하도 죽여서 저긴 좀비가 적어.”

역시 이희영,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금방 파악한다. 항상 조심해야 하는 년이다.

여러 좀비가 모일 수 있도록 바이크를 천천히 모는 갑옷을 입은 무언가.

달리는 과정에서 좀비가 나타나면 돌기가 달린 방망이로 머리통을 때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그녀의 뒤로 주렁주렁 따라오는 좀비 수십 마리.

바이크에서 내린 그녀가 무기로 보이는 무언가를 꺼냈다.

오오! 대단하다. 화염방사기였다.

좀비들을 불로 태워버리는 그녀.

먼 곳에 있어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저 어깨의 떨림만으로도 지금 웃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저건 분명히  여자의 광기다.

“내가 왜 조심하는지 알겠지? 저런 무기가 많고, 자폭까지 각오한 년이야. 하필이면 저런 년이 기름을 확보하고 있어서 우리가 참 난감해.”

“그냥 미친년 그 자체군요.”

“너는 저년이 가진 주유소의 아이디 열쇠만 확보하면 되는 거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솔직히 성공할 자신이 없어서 도망가고 싶지만,  옆에 있는 이희영이 당장은  무서워 도주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저년에게 접근할 거야. 알겠지?”

“예.”


*****


밤이 되었다.
아주 작은 LED등을 하나 켠 이희영.

그녀는 이곳 태권도 도장에서도 그냥 있는  싫은지 몸을 풀었다. 의자 두 개를 넓게 펼쳐놓은 후 다리를 양 옆으로 찢은 상태로 팔짱을 끼고 있다.

스트레칭 한 번 놀랍게 한다.

태권도 도장의 매트 위에 누워있는 내 눈으로 이희영의 핑크색 팬티와 도끼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하여튼 특이한 여자다.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속옷은 무조건 핑크색만 입는 이희영. 근육 주제에 취향도 확고하잖아.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보지에도 근육이 있냐는 것이다.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내 눈길을 이희영이 봤나 보다. 나는 재빨리 눈을 감았다.

“안 자는 거 알아.”

“아. 예.”

“잠이 오질 않겠지. 그렇다고 내 보지를 그렇게 뚫어지게 볼 필요는 없잖아.”

“죄송합니다.”

“내 보지를 본 이유는 뭐야? 눈에 호기심이 있던데.”

사람을 꼼꼼하게관찰하는 이희영. 내가 보지를 보고 저곳에도 근육이 있나 잠시 고민한 걸 느꼈나 보다.

“그. 그게. 좀 민망한 생각입니다.”

“괜찮아. 지저분한 상상은 나를 화나게 만들지 않거든.”

이렇게까지 했으면 바로 말하는 게 좋다. 내가 판단한 근육녀 이희영은 그렇다.

“실은 보지도 근육이 생길  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라고? 호호호. 참 재미있어. 너는.”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

괜찮다고 말하는데 더 무섭다.

“김태양. 너 내 밑으로 와서 보지에 근육이 있는지 확인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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