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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화 〉성장하는 나 (69/121)



〈 69화 〉성장하는 나

“희영아. 무슨 일로 왔어?”

“언니! 둘만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알죠?”

사무실에서 박윤주의 보지를 빨고 있는 나는 책상의 앞이 막혀 있어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볼 수가 없었다. 이름과 목소리를 통하여 근육 괴물이 이곳에 들어왔음을 알았다.

“이 아이는 그냥 보지나 빠는 놈일 뿐이야.”

“그래도 원칙은 언제나 중요해요. 언니.”

“넌 너무 깐깐해. //나가 봐. 대물 자지.”

나가보라는 박윤주의 말.

책상 밑에서 그녀의 보지를 빨던 나는 소파로 와서 벗어둔 옷을 빠르게 입었다.

희영이라는 근육 괴물 여자는 조용히 그리고 차갑게 내 몸을 뚫어지게 훑어보고 있다.

노말 좀비가나에게 달려드는 끔찍한 상황이 떠오를 정도로 섬뜩했다.

나는 저 여자가 나를 덮치는 상상을 조금 하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결론은 도저히 반항에 성공할 자신이 없다.

그냥 근육 여자와도 섹스를 해봤다는 좋은 추억으로 사고를 확장시켜야만 할  같은 아주  같은 기분.

끼이익. 탁. 그렇게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나가라고 해서 나오기는 했는데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에서  역할은 뭐냐고?!

박윤주에게 무엇을 하라는 소리를 듣지 않은 상태로 밖으로 나온 나.

다시 보지를 빨려고 앞에서 계속 대기해야 옳은지 뭐라도 일을 찾아서 움직여야 맞는지 여부도 모르겠다.

하나를 택하라면 허락 없이 움직이는  아니다. 따로  하라는 말은 없어서 박윤주의 사무실 앞에 앉아 대기를 하기로 했다.

앉아 있으려니 조금 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박윤주가질문한 가디언.

도대체 가디언은 뭘까?! 혹시 수호회?
단어만 놓고 본다면 영어와 한글의 차이일 정도로 둘은 유사성이 있다.

둘이 일치한다고 가정하고 생각하는 나.

플레이어가 없는 세상이라 수호회는 가디언으로 이름을 바꾸고서 다른 일을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당장 내가 아는 정보로는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의문만 잔뜩 늘어난 기분. 짜증 나.

쑤욱.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어?”

헉. 깜짝이야.

도대체 이 희영이라는 근육은 뭐지?

아무리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지만 이 여자가 박윤주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사람이 무슨 자객도 아니고 어쩜 이렇게 조용히 다니는지 모르겠다.

“넌 나를 따라와.”

따라가기는 싫지만 따라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여 마트의 위층으로 올라가는 그녀.

3층의 여기저기에 칸막이들이 만들어져 있고, 커튼도 쳐져 있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저곳은 사람들의 숙소로 이용하는 공간인가 보다.

4층에 올라온 희영은 아이들이 뛰어놀았을 장소였던  앞에서 멈춰 섰다.

내부에는 여자들 다섯 정도가 구슬땀을 흘리며 빡세게 운동을 하고 있었다.

“자기 왔어? 이 놈은 뭐야?”

특이하게도 여자들을 훈련시키는 건 비쩍 마른 멸치에 안경을 쓴 매서운 눈빛의 왜소한 남자였다. 그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달달한 눈빛으로 근육녀 희영을 바라보고 있다.

자기라 부르는 남자의 눈빛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희영이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강한 남자가 필요하다. 김태양! 니 앞에 있는 준태와 싸워. 가능성이 보이면 너에 많은 혜택이 주어질 거야.”

여자들을 교육시키고 있던 멸치남 준태와 한  싸워보라고 한다.

희영의 말을 들은 준태는 고양이가 쥐라는 먹이를 발견한 표정으로 나를노려보고 있다.

배가 고플 때에만 식사용으로 사용하고 대부분은 괴롭히다 죽이려고 사냥하는 쥐.

준태의 눈에는 내가 그런 쥐로 보이나 보다. 본인이 고양이라 착각하는 한심한 새끼.

오혜수가 이끌던 곳과 이곳은 엄연히 다르다. 나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을 발휘하기로 했다.

여기서 힘을 숨겼다가는 창남이 하는 일만 하다가 총알받이 같은 용도로 소모될 것 같아서다.

그렇게 준태와 대치하게  나.

놈이 건방지게 손을 움직이며 나에게 덤비라고 도발했다.

기꺼이 응해주는 나. 빠르게 앞으로 달려들었다.

쉬잉. 뒤로 물러나며 힘차게 휘두른 내 주먹을 피하는 준태.

물러나기 무섭게 몸을 돌리며 내 뒤로 접근한 준태는 뒤에서 나를 잡으려고 했다.

좀비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기술이 바로 조르기다.

그라운드처럼 일대일에 특화된 공격은 좀비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렇게 공격하다 어디 하나 물리기라도 하면 그대로 인생이 끝난다. 무엇보다 아무리 졸라도 좀비는 기절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에게는 가장 위력적인 기술.

준태는 주짓수를 배웠는지 능숙하게 내 뒤를 잡았다.

나 망했나?
나는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비쩍 마른 준태와 나의 압도적인 피지컬 차이.
나는 순수 완력으로 준태의 효율적인 공격을 이겨낼 수 있었다.

벽으로 달려간 나는 준태를 벽에 찍었다.

쿵. 쿵. 쿵.
여러 차례나 무식하게 벽에 몸을 던지자 당황한 준태.

슬며시 잡고 있던 나를 놓고 빠지려고 했다.

기다리고 있었다.
이연 누나와 있을 때 마냥 놀기만 했던 게 아닌 나.

몸을돌리며 팔꿈치로 준태의 얼굴을 가격했다.

느낌이 왔다. 제대로 통했다.

퍽. 강력한 엘보에 그대로 주저앉은 준태.

체급 차이가 조금만 적었다면 내가 진건 당연하다.

그러게 누가 비쩍 마르라고 했냐.

“기술이면  된다고 말하더니. 쯧쯧. 한심한 새끼.”

자신을 자기라 부르며 달달하게 바라보던 준태를 매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희영.

“너 마음에 들어. 남자건 여자건 역시 피지컬이 최고지.”

“아. 예.”

희영은 상대의 기술을 힘으로 누른 내가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꼭 마음에 들 필요는 없는데.


*****


내 신체능력이 썩 괜찮다는 걸 깨달은 희영. 그녀는 나를 직접 훈련시켰다.

도대체 어디에 나를 써먹으려는 건지 모르나 분명한 건 그 대상이 좀비는 아니라는 거.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사람을 상대로 유용한 그라운드 기술도 착실히 가르치기 때문이다.

썩을년. 걸핏하면 내 목을 조른다.

요즘은 이 근육년에 의하여 하루에 두 번씩 숨이 막혀 기절을 한다.

켁. 켁. 켁.
양다리로 나의 목을 조르고 있는 희영.

나는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 들어가 있는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다.

탁 탁. 최대한 사뿐하게 희영의 다리에 탭을 쳤다.

“어떻게든 탈출해 봐.”

이런 시발아. 탭을 치면 멈춰주는  세계의 룰이라고.

희영에게 목이 졸려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는 나.

결국 나는 오늘도 기절했다.

쓰러질 때 내 눈에무언가가 보였다.

[위기를  차례 이상 경험하고 죽지 않았습니다.]

[한계를 뛰어넘을 자격이 주어집니다.]

[제한하였던 스탯의 일부가 풀려납니다. -20이 -10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찰싹. 나의 뺨을 때리는 희영.

기절했던 나는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희영! 꼭 뺨을 때려서 사람을 깨운다.

사람을 깨우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는한데 기분이 존나 더럽다.

하지만 뭐 어쩔 수는 없다. 이게 약자의 설움이다.

“다시 시작하자.”

“... 예.”

깨어나자마자 다시 교육이 시작되었다. 항상 열심히 가르치는 그녀.

온몸이 근육으로 무장된 이 여자는 어울리지 않게 스포츠용 핑크색 팬티와 브라를 입고 나를 교육시킨다.

사람을 이렇게 꼴리지 않게 만드는 것도 어쩌면 능력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사람 자체가 성욕이 별로 없다는 건데 성욕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말이야.

“너 남자치고는 잘하고 있어. 가서 쉬다가 점심을 먹고 다시 이곳으로 와.”

“알겠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나는 3층의 숙소로 내려갔다.

 손이 덜덜 떨린다.

기절할 때 보았던 글이 사실이라는 걸 알리듯 나는 잃었던 스탯의 반을 회복하여 현재 40의 스탯을 확보했다. 몸에서 힘이 샘솟는 기분이 든다.

일반적인 사람의 한계치에서 10이나 더 오른 상황.

다시 이런 힘을 가지니까 확실히 알겠다. 순수하게 힘으로만 싸운다면 희영에게 그렇게 밀리지 않을 같다.

올 스탯 맥스인 50일 때의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괴물이었구나.

내가 힘을 사용하는 법을 전혀 몰랐을 뿐이다.


원래는 3층에 있던 의류 코너를 나눠서 여러 개의 방으로 만들어둔 박윤주.

그중에서 가장 깨끗한 방이 오혜수의 방으로 지정되어 있다.

문은 없고 커튼으로만 구분이 되는 3층의 방들.

나는 내 방이 아닌 오혜수의 방으로 들어갔다.

S급으로 그녀를 측정한 이유를 보여주듯 내부는상당히 좋은 물건들이 많았다. 나름 서열 대접은 확실히 해주는 곳이다.

커튼을 열고 들어가자 며칠 째 침울한 표정을 보이던 오혜수를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던 그녀.
정정당당한 일대일의 싸움에서 패배한 게 커다란 충격인가 보다.

“괜찮아?”

“왜 왔어? 비참하게 무너진 나를 놀리려고  거야?”

성질을 부리는 것만 봐도 패배의 쓰라림이 느껴진다.

이런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을 내게 만드는 그렇게 어렵지 않지.

“너는 왜 패배자처럼 있어?”

“졌으니까. 나는 패배자니까. 그저 무릎 꿇은 년일 뿐이야.”

“실망이네. 오혜수.”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상대는 전국구 박윤주야. 최고라 불리는 박윤주라고.”

“그래! 그런 여자를 상대로도 회심의 발차기를 날린 년이 너지.”

“너. 너 그걸 본 거야?”

“당연하지. 나는 널 믿었고 지금도 믿고 있어.”

오혜수의 눈빛이 미묘해졌다. 서서히 내가 원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눈빛이다.

“이렇게 무너졌는데 아직도 나를 믿어? 너 같은 남자는 어차피 강한 여자를 좋아할 뿐이잖아. 거기다  박윤주에 불려 가기도 했어.”

“그래! 나는 어쩔  없이 그년의 보지를 빨았어. 하지만 그게 중요한건 아니지.”

“그럼 뭐가 중요한데?”

“다음에 이길 수 있냐? 결국 이길 수 있냐? 이게 가장 중요한 거야.”

“뭐?”

“내가 박윤주라면 절대로 너를 살려두지 않아. 넌 그만큼 위험하고 강한 여자야.”

“나를 높게 평가하는  고마운데 나는 다시 태어나도 박윤주와 싸우면 이길 자신이 없어. 그년은 괴물이야. 나는 사람과 싸운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어.”

박윤주를 이야기하는 오혜수의 눈.
두려움이라고는 없을 것 같던 그녀의 눈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깊게 들어가 있다. 저걸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박윤주의 그늘에서 벗어날  없는 개가 될 것이다.

그러면 내가 곤란하지.

“이긴 사람이 강자가 아니라 마지막에 남은 사람이 진짜 강자라고 하잖아. 여긴 좀비로 가득한 세상이야. 일대일이 무슨 의미야. 결국 이기냐가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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