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새로운 캠프 (2)
주변을 살피며 자리에서 일어선 나.
다들 자기 할 일을 하느라 바쁜지 이쪽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여자들이야 남자들이 도주하는 게 가장 위험할 뿐 이렇게 갇힌 공간에서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대충 파악도 했으니 이제 혼을 내어줘야 할 대상인 지석의 앞으로 다가갔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앞으로 향하기만 했는데 벌써 움찔하는 지석.
겁쟁이 주제에 남자들 리더를 하고 있다. 다른 남자들이 더 약해서 가능하겠지?
나는 지속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너 뒤질래?”
직설적인 나의 말에 놀라는 지석. 나는 놈의 어깨를 잡고 힘을 주어 눌렀다.
아무리 내 스탯이 너프를 먹었다고 해도 일반인의 평균 스탯이 20인 상황에서 평균 30을 보유했다. 남자인 지석이 나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다.
“으으윽.”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라. 서로 귀찮으면 피곤하잖아.”
내가 무서워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지석. 이제는 당근을 제시할 때이다.
“너는 계속 남자들 리더를 해. 단 나만 건드리지 않으면 되는 거야. 이건 할 수 있지?”
고개를 끄덕이는 지석.
나는 그의 어깨를 풀어주었다.
“잘 지내자.”
“... 어.”
어깨를 툭툭 건드려 주고는 다시 쌀을 씻었다.
이런 약한 놈들은 다루기가 전혀 어렵지 않다.
그렇게 저녁 준비시간이 끝났다.
이제 국과 밥 그리고 인스턴트 음식 몇 개가 있는 저녁 시간이 되었다.
나는 오혜수 옆으로 불려 가서 앉았다.
다들 넉넉하게 배식을 받은 상황.
좀비가 창궐한 세상이면 이렇게 넉넉하게 밥을 먹지 않고 식량도 통제하게 마련인데 여기는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도록 넉넉하게 밥을 먹는다.
내 머리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주변 경계를 서는 일부 여자를 제외하고 모두 자리에 앉자 오혜수가 일어서서 이야기했다.
“우리는 식량그딴 거 신경 쓰지 않는다. 일단 먹어! 부족하면 다른 놈들이랑 싸우는 거야. 그러다 흩어지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 거지. 인생 뭐 있냐.”
“역시 대장!”
“와아아아.”
오혜수가 두목이라 그런지 이 집단은 확실히 정상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된다.
식사가 끝나고 남자들이 설거지를 한 이후 숙소로 보내졌다.
주걱턱을 가진 여자와 관계를 할 뻔했던 장소. 여자들이 남자들을 따먹던 바로 그 장소가 우리의 숙소 중 하나였다.
나는 저녁 식사 후 그곳에 다시 왔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파악에 나서는 나.
현재까지 느낀 걸 바탕으로 하면 여기는 뭐든 계획이 없는 엉망의 집단이다. 그런데 워낙 씀씀이가 후하다 보니 다 떨어질 때까지는 아무도 불만이 없는 그런 구조가 아닌가 싶었다. 얼마나 엉망인지 정해진 숙소도 없어서 그냥 남자와 여자가 무분별하고 난잡하게 구르는 곳이 된 걸로 보였다.
이러면 힘을 가진 여자들이 남자를 따먹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
가만히 숙소에 있어 보니 남자들 중에서는 강제로 당하는 놈도 있고, 여자들과 어울려서 즐기는 놈들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이곳에는 나에게 충격을 주는 것들이 있었다.
바로 남자들끼리 즐기는 놈들.
설마 했는데 내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니들 뭐 하냐?”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너무 역해서 여자들이 담배를 피운다고 밖으로 나갔을 때 놈들에게 다가갔다.
“너 인류애 몰라?”
“인류애? 이 미친 새끼들이.”
퍽. 퍽. 퍽.
화가 나서 몇 대를 때렸다.
“이딴 짓 하는 거 내 눈에 절대로 띄지 마라. 죽여 버릴 거니까.”
인류애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아무래도 이 놈들은 볼 때마다 때려야지 싶다.
저 재수 없는 새끼들 때문에 남자들 사이에서는 힘을 숨기는 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도 같으나 어쩔 수가 없다.
이런 게 인류애? 미친 거 아니야? 참을 수가 없잖아.
성질을 부렸더니 급 피곤하다.
바닥에 누워 쉬려고 할 때 다시 숙소로여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야간 경계 근무의 교대를 마친 덩치가 큰 멧돼지처럼 생긴 여자가 들어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저 남자는 대장에게 받친 거 아니야? 금발에 태닝이라니. 자지도 검은지 너무 보고 싶어. 완전 군침 돌잖아.”
나를 보며 혀를 날름거리며 군침을 삼키는 게 속이 울렁거린다.
젠장! 꼭 미녀만 따먹으라는 법은 당연히 없다. 그렇지만 저년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크 돼지 바로 그 아래에 위치한 수준. 그러니까 거의 거기서 거기라는 뜻이지.
흥분한 덩치 큰 여자는 성큼성큼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냥 모든 걸 놓고 저 돼지와 싸워야 하나 고민이 생길 지경이다.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제 대장 꺼야. 건드리지 마.”
“여기는 공용으로 쓰는 남자들이 있는 곳이잖아.”
“대장 그 미친년이 생리하나 보지. 턱돌이 못 봤어? 대장에게 맞아서 상태가 그 모양이야.”
“턱돌이 새끼 눈에 멍이 들어서 판다가 되었더니 다 이유가 있었구나.”
주걱턱 여자의 별명이 턱돌이라니.
하여튼 어느세상이나 사람을 놀리는 방식은 다 똑같구나 싶다.
“짜증이야 나겠지만 어떻게 하냐. 다른 놈을 따먹으면서 참아.”
“아니 다 같이 쓰는 놈들만 모아두는 곳에 자기 남자를 두면 어쩌자는 거야. 아아아 시발! 보지나게 짜증 나.”
멧돼지 년은 옆에 있는 남자에게 가더니 온갖 패악질은 다 부리기 시작했다.
- 치마 올려라.
- 빨아라.
- 자지 넣어라.
- 더 빨리 허리 흔들어라. 등등.
저런여자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남녀역전이 일어난다면 이건 끔찍한 일이라는 걸 분명하게 깨달은 순간이다.
식사 후에 찾아온 뜨거운 시간도 다 지나가자 여자들이 오른쪽에 모여서 지저분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음담패설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귀를 쫑긋하고 듣게 된다.
나 조금 전에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던 놈인데.
“내가 강남 X천 병원 출신 간호사 아니냐.”
“요즘은 여자 간호사도 있다고 하더니 너 같은 년이 여자 간호사를 하는구나.”
나를 따먹고 싶어 하던 덩치 큰 여자와 그녀를 말리던 여자의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덩치를 말리던 퀭한 모습의 여자가 간호사 출신.
간호사 일을 하다가 너무 지쳐서 눈이 저렇게 퀭하게 변했나?
그러고 보니 X천 간호사라면 내가 입원해 있던 병원이잖아.
“남자 간호사가 있는데 여자 간호사가 하는 일은 도대체 뭐냐?”
“크크 내가 재미난 이야기를 해 줄 게.”
“재미난 이야기?”
“응. 니들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지면 나 같은 년들이 뭐 하는 줄 아냐?”
“뭐하는데?”
많은 여자들이 간호사 출신 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
“나는 말이야. 바지를 벗겨서 몰래 불알하고 자지를 만지고 놀아.”
“그. 그거 걸리면 범죄잖아.”
“당연히 범죄지. 그러니까 재미있어서 몰래 하는 거지.”
“혹시 기절한 환자를 따먹기도 하냐?”
“그건 좀 어렵지. 자지를 빠는 건 수시로 하고.”
“기절한 잘 생긴 남자의 자지나 빨다니. 간호사 년도 보지나게 할 만한 일이네.”
“좀비 사고 터진 날 괜찮은 놈이 하나 들어왔거든. 그래서 내가 냉큼 바지 벗기고 자지를 좀 빠는데 사고가 터져서 그대로 도망 나왔어.”
“그 남자 환자는?”
“몰라. 그냥 바지 깐 상태로 문 앞만 막아주고 우리 다 도망쳤어.”
“아 놔. 시발! 너 같은 년들 때문에 내가 병원에 가기 싫다니까.”
“뭐래. 넌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주사가 무서운 거겠지.”
둘의 대화를 듣던 중 깨달았다.
내가 왜 깨어났을 때 상의만 입고 바지는 벗겨져 있었는지 말이다.
저 퀭한 년이 내 자지를 빨다가 도망쳐서 밑이 휑했던 거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네.
그러고 보니 저년이 아까 펜스를 타고 돌아서 오라는 말도 했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인 나의 바지를 까고 좆을 빨다가 도주한 년이 펜스에서 나와 이연 누나를 구해줄 것처럼 했던 년인 상황.
나와는 상당한 악연이 있는 년이라 하겠다.
*****
불이 꺼지고 어둑한 밤이 더욱 깊어졌다.
피곤함에 깊은 수면에 빠진 나.
덥석. 누군가가 내 입을 막았다.
그 손길에 놀라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조용히 고개를 돌려보니 퀭한 눈빛을 한 그 간호사 출신의 여자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이 여자의 이름은 얼핏 듣기로 채정아.
복수하려고 외워둔 이름이다.
“쉿! 너 조용히 해.”
목이 차갑다 여겨지더니 내 목에 칼도 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면 어쩔 수 없잖아.
일단 가만히 있어야 한다.
“너 X천병원에 있던 그 좆쟁이 맞지?”
“...”
일부러 답을 하지 않았다.
“금발에 태닝인 남자가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하니까 이 여자의 말이 맞다.
“그때 니 좆만 빨다가 도망 온 게 한이라 다시 병원에 가볼까 하다가 오혜수 일당에게 잡혀 있었어. 여기서 너를 다시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아까 구해주라고 달려올 때 나는 우리가 운명이라는 걸 나는 느꼈어.”
아니 시발! 운명이라면서 목에 칼을 들이 미냐?
“얌전히 있어. 조용히 끝낼 테니까.”
채정아가 내 입을 막은 손을 떼더니 그 손으로 나의 몸을 만진다.
가녀린 손으로 여기저기를 만지니 간지러워서 움찔거리게 되는 나.
“새끼 보지나게 겁먹었네. 말만 잘 들으면 좋게 넘어가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내 몸을 만지던 채정아의 손이 슬슬 아래로 내려왔다.
내 고추의 털을 몇 번 만지더니 부드럽게 내 자지를 움켜쥐는 그녀.
“맞아. 딱 이거야. 이걸 잊지 못해서 밤에 잠도 못 잤다니까.너 때문에 내가 여기 있는 남자들 하나도 따먹지 않아서 부처 소리를 들어. 그러니까 니가 책임져야 하는 거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