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7화 〉정리가 끝난 동네. (57/121)



〈 57화 〉정리가 끝난 동네.

내가 이곳 세상에 온지도 제법 되었다.

그동안 이연누나와 함께 다니며 남과 여의 뜨거운 시간도 보냈고, 생존에 대한 다양한 경험치도 꾸준하게 늘렸다.

이제 나는 완벽하게 이곳 세상에 적응했다.

너는 남자치고 정말로 대단해. 완전 여자 피지컬도 가지고 있잖아.

이연 누나가 나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그녀가 자주 하는 말.

-뭐야! 이번에 분산으로 저장한 것도 실패야. 내가 하는 건 죄다 이 모양이네. 히이잉. 코인 올인 투자했다가 날려서 이번에는 나눠서 저장하는 걸 택했는데. 치이잉. 세상이 변해도 나의 선택은 왜 이런 건지 모르겠어. 짜증나.

이연 누나는 혹시 몰라 찾기 어려운 곳이라 판단되는 장소 여기저기에 식량을 조금씩 나눠서 보관했다고 한다.

아지트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곳에 보관한 식량을 이용하여 생존을 이어가겠다는 그녀 나름의 대비책이었다.

생각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그녀가 간과한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생존의 본능이 극에 달한 사람들의 식량 감지능력.

이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우리가 바깥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항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기억을 고려하면 이곳 일대에만 실제 생존에 성공한 자들이 상당하다.

이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조이연이 숨겨놓은 걸 귀신같이 털어간다는 건 사실이다.

“도저히안 되겠어. 반드시찾아서 족칠 거야.”

이연 누나의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번에 털린 곳은 제법 많은 식량이 보관된 창고였나 보다.

텅 비어있으니 나야 모르지.

그렇지만, 부지런한 그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화가 나는 상황에 나도 화가 난다. 그녀와나는 함께 식량을 소모하는 공동체이기에 도둑놈이 미운 건 매한가지다.

나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 누나에게 좋은 제안을 했다.

“함정을 파자. 누나.”

“함정?”

“응. 함정.”

“어. 어떻게 함정을 파?”

“그런 함정이 아니고 이건 조금 다른 거야. 누나는 나만 믿어!”

나의 당당한 발언에 기대심 가득한 눈빛을 날리는 이연 누나.

나는 그녀와 함께 으슥한 골목에 주차된 차로 다가갔다.

“여기서 또 하려고?”

피식.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러 누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렸다.

퍽. 자동차의 유리를 깨트린 나는 그 속에들어있는 네비게이션를 꺼냈다.

“이걸로 뭐 하려고?”

“위치 추적이 가능한 기계를 만들 거야.”

“너 공순이 년들이나 하는 작업도 할 수 있어?”

“그게 뭐 어렵다고. 당연하지.”

야한 게임기를개조하고 패치까지 했다가 남녀역전 세상으로 오게 된 나다.

이런 작업? 그저 우스울 뿐이지.

최근에 여기저기 돌면서 발전기와 배터리, 납땜용 기계 등 이미 다양한 도구들을 확보한 상태.

이런 구닥다리 기계들을 분해하여 새롭게 만드는 건 나에게 일도 아니지.

빨리 아지트로 가 위치 추적용 기계를 만들고 싶은 나.

“누나!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응. 좋아.”

아지트에서 할 일이란 빤하다.

주로 관계만 하는 탓에 돌아가는 걸 유독 좋아하게 된 이연 누나.

일찍 들어가자는 나의 말에 설레어 오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


아지트로 돌아오자마자 옷을 벗고 작업에 들어간 나.

커다란 식탁 위에 도구들을 잔뜩 늘어뜨려 놓은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때였다.

무언가 내 다리를 간지럽게 만들어 고개를 숙여보았다.

“누나 뭐 하는 거야?”

“나는 신경 쓰지 마. 너 계속 작업 해.”

이연 누나가 식탁 아래로 들어가 내 좆을 빨기 시작했다.

귀여운 누나다. 이따금씩 좆을 빠는 누나의머리를 쓰다듬어가며 작업에 임하는 나.

오는 길에 이미 작업에 대한 구상은 다 끝낸 상태.

그저 단순 노동만이 남았을 뿐이다.

인공위성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하기에 하늘에서 수십 년간 떠다니도록 설계가 되었다. 당장 인류가 망했다 해도 사용하는 건 당연히 가능하다. 그러니 GPS 수신기가 정상으로 작동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동시 위치를 잡을수 있는 용도로 사용할 GPS 수신기만 뜯은 나는 건물로 이동해도 신호가 증폭되어 찾을 수 있도록만들어주는 안테나 구조도 만들었다. 이후 소형 배터리마저연결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 사용이 가능한 위치 추적기를 만들었다.

예상처럼 기계는 금방 만들었다.

하지만 구닥다리 OS를 이용하여 내가 쓰기 쉬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상당히 귀찮았다. 미래에 나온 편의성이 극대화된 프로그램만을 사용하다가 수동으로 구닥다리 툴을 다루려니 작업 자체는 어렵지는 않아도 단순한 노동을 요하는 작업이 너무 많았다.

시부랄! 프로그래머는 언제나 막노동하는 직군이었잖아.

“누나 더 빨리 빨아.”

“아. 알았어.”

이상하게 누나가 좆을 빨아주니 작업이 원활하게 나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자발적으로 빨아주는 누나에게 더 열심히 빨아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누나의 입에 사정도 하면서 열심히 작업에 들어간 나.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러갔다.

“완성이야. 완성! 이제 이것들을 우리 창고에 보관한 음식 사이에 넣기만 하면 끝이야.”

“드디어 도둑놈 새끼를 잡는 거야?”

“이제는 시간문제지.”

나는 좆을 빠는 누나의 얼굴을 살짝 올려 자지를 그만 빨도록 만든 후 발가벗은 상태로 아지트의 음식 창고로 가서 유통기한이 긴 건조 음식을 꺼내어 왔다.

훔쳐간 놈이 바보가 아닌 이상 유통기한이 임박한 걸 먼저 먹을 거다. 길게 남은 건 처음에 건드리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으니 그런 음식에 자연스레 이 기기를 넣어야 한다.

다시 식탁으로 돌아온 나 조심스레 포장을 뜯은 후 테이프를 이용하여 아주 섬세하게 수신기를 넣었다. 그렇게 안에서부터 테이프 작업을 하며 최대한 개봉한 티가 나지 않도록 만들어 나갔다.

“누나 긴장되는 순간이니까 귀두를 부드럽게 빨아.”

“으음. 음.”

공돌이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저 섬세함만을 요구하는 작업. 나는 비닐과 테이프 그리고 핀셋을 이용하여 뜯은티가 나지 않는 포장 작업에 들어갔다.

극도로 예민한 작업 탓일까 나의 자지도 잔뜩 흥분하게 된다.

이연 누나의 혀를 느끼며 마지막까지 집중한 나.

결국 미끼용 수신기가 들어간 음식을 만들었다.

“빠느라 고생했어. 누나! 침대에 가서 누워. 보상을 받아야지.”

“나 진짜 힘들었어. 너 힘들어도 알지?”

“물론이야. 기대하라고.”


*****


좀비를 죽인 아지트 인근의 어느 집에서 발견한 김치.

그곳에서 라면을 부셔 먹으며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이연 누나와 나.

부셔서 먹는 라면과 김치인데 묘하게 맛이 있다.

먹다 보니 진짜 끓인 라면에 김치를 먹는 감성도 생겨나 나름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하아. 주택가에 식량은 죄다 털어간 것 같네.”

“여기 주변에 유독 생존자가 많아서 그런 거 같아. 누나.”

식사가 끝나고 오늘 수확이 작다는  깨달아서 그런지 이연 누나가 작은 푸념을 늘어놓는다.

“태양아. 우리 오랜만에 마트 쪽이나 한 번 살펴볼까?”

“거기 있는 좀비들이 어디 가겠어?!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곳인데 일단은 그냥 있자. 누나. 너무 급하다 싶으면 그때 도전하자고.”

좀비들이 모여서 하나의 물결을 이루듯 거대화 된 상태로 돌아다는 걸 ‘좀비 웨이브’라 부른다.

나는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 웨이브와 비슷한 광경을 L마트를 보다가 발견했다.

마트 주변을 빼곡하게 둘러싼 좀비들.
망원경으로 살핀 결과 내부에 사람들이 있어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안에서 좀비들을 효율적으로 퇴치한 것이 분명했다.

거대 마트를 확보한 저들은 방대한 식량을 보유했다는 훌륭한 장점이 있다. 대신 철저하게 고립되었다는 단점도 있었다.

L마트는 답이 없어 눈길을 돌린 곳이 이곳 주변에 있는 다른 대형 마트인 Y마트.

이 마트의 경우 L마트의 상황과는 다르게 좀비가 잘 보이지 않았다.

대신 내부에 들어가면 어떤 좀비들이 어떻게 나타날지 짐작할 수가 없는 곳이다.

함께 다니며 2인조 좀비 사냥에 자신감이 붙어나갈 때 나와 이연 누나는 그곳에 음식을 찾으려고 가본 적이 있다.

그러나 잠시 후.
여러 마리의 노말 좀비가 뛰어나오며 우리를 잡으려고 달려와 급하게 밖으로 빠져나온 기억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느리지 않게 움직이는 노말 좀비를 본 나는 Y마트라면 무의식적으로 가기 싫다는 인식이 생겨난 상태이다.

결국 마트라는 존재는 굉장히 매력적인 장소이지만 가까이 하기에는 그림의 떡이라 아쉬운 공간이다.

이연 누나도 그걸 알기에 푸념을 늘어놓을 때 주로 마트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다.

팅. 팅. 팅.

요란한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식사를 끝내고 소화를 시키고 있던 나와 이연 누나는 밖으로 나갔다.

이곳은 누나와 내가 좀비를 많이 죽여 나름은 클린  곳이다.

그곳으로 가자 남자 둘과 여자 둘이 있었다.

중년의 부부 커플로 보이는 쌍.

“거 봐. 당장은 이곳에 좀비가 없다니까.”

30대 후반에 다부진 느낌을 풍기는 아주머니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저 아줌마가 리더인  했다.

여기 동네에는조이연과 나처럼 좀비를 사냥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 아마도 저들이 아닐까 싶다.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은 여럿을 봤는데 같은 동네를 거주하면서 좀비를 제거하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제야 처음 보게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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