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내가 구했어
검은색 팬티만 입고서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조이연.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려 유두를 문질렀다.
“흐윽”
정성스레 젖꼭지를 만지자 유두가 서서히 발기한다.
시도 때도 없이 발기하는 유두.
언제나 느낀다. 수컷을 찾는 암컷의 본능이란 실로 무서운 것이다.
가슴을 비비던 그녀는 자신의 팬티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자신의 보지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흐으읏. 하아앙”
하루에도 두세 번씩은 하게 되는 자위.
세상이 망하고 그녀가 자위를 하는 횟수는 더 늘었다.
왜 그런가 생각하니 금방 답이 나왔다.
식량을 구하러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집에 머물렀고 특별히 할 일도 없다.
목숨을 걸고서 외출하고 돌아오는 때면 다양한 호르몬이 마구 나오는지 강력한 성적 욕구가 그녀의 몸을 타고 흘렀다.
“시발!빌어먹을 실시간 스트리밍.”
과거에는 야한 영상을 하드에 저장해놓고 보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었으나 과학이 발전하면서스트리밍으로 보는 시대로 변했다. 참으로 편하고 좋다고 여겼던 방식.
그런데 세상이 망하고 와이파이가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서 이제 야동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야한 영상을 보면서 자위를 할 때와 손가락만 가지고 비비는 때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
보지를 건드리는 맛이 살지 않는다고 할까?!
그런 탓에 조이연은 자신의 욕구불만이 심각할 정도로 커졌음을 알게 되었다.
“짜증나는데 밖에 나가서 식량도 찾고 좀비도 줄이자.”
강남 경찰서 주변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인근의 좀비를 하나씩 죽이고 치우는 정리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녀 말고도 이런 일을 하는 자들이 더 있는지 거리는 처음 살육의 현장과 비교하면 차츰 깨끗해져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얼마나 많은 좀비가 어디에 있는지 가늠조차 어려운 건 사실이다.
세상에는 이렇게도 많은 사람이 살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수의 좀비가 존재하고 있다.
“폭우를 기념하는 첫 출동이야.”
어제는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재빨리 물탱크의 뚜껑을 열어 물을 넉넉하게 모은 그녀는 도로에 있던 많은 피들이 씻겨 내려가 역겨운 살육의 현장이 깨끗해져 기분이 조금 좋아지기도 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하여 거실에 걸어둔 옷을 든 조이연.
최 반장 언니의 차에 들어있던 시위 진압용 복장을 업그레이드한 옷이다.
기본적으로 가볍고 방어력이 우수한 진압복의 이음새 부분을 보강하여 안전을 강화시켰다.
조금 더 무거워졌고 미관상 우스꽝스럽게 변하기는 했지만 지금 세상에 그딴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세상에 낭만과 패션은 사라진 사치에 불과하니까.
이 옷이 있으면 좀비들의 이빨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으니 불편해도 꼭 입어야 한다.
그거면 충분하다.
옷을 입고 워커를 신고서 신발이 벗겨지지 않도록 끊을 질끈 묶었다.
그러고 나서 헬멧까지 쓴 그녀는 마지막으로 쇠몽둥이로도 사용이 가능하고, 자물쇠 등을 끊기에도 용이한 절단기를 허리에 걸었다.
끝부분을 움켜쥐기 용이하도록 휘이게 만들었고 가죽으로 감아놓기도 하여 그립감이 나쁘지 않은 그녀가 가장 선호하는 무기였다.
모든 준비를 끝낸 조이연.
그녀는 조심스레 자신의 아지트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면 그녀는 항상 생각했다. 한 번 나가면 최소 이틀은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구하자. 소박하지만 확실한 그녀의 목표였다.
조심히 주변을 살피며 움직인 결과 옆에 지어진 원룸 건물의 담벼락 앞에 마치 노상방뇨라도 하는듯한 자세로 서있는 좀비가 보였다.
머무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 좀비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래야 갑작스러운 위험이 생기지 않는 법.
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다른 곳에 좀비들이 있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여기저기 확인하고 있는 조이연.
그녀가 특히나 신경을 쓰는 장소는 바로 자동차 밑이다.
이곳은 필히 확인해야 한다.
좀비들은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느리게 어딘가로 숨으려는 습성이 있다는 걸 망원경으로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알게 되었다.
그런 곳에 숨은 좀비들은 대체로 기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녀 또한 갑자기 차 밑에서 튀어나온 손에 크게 놀란 적이 있기에 꼭 확인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하나씩 살핀 결과 주차된 SUV 차량 아래에 중학생 교복을 입은 좀비 하나가 들어있는 게 보였다.
틱.틱.
절단기로 바닥을 살살 치며 좀비가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만들었다.
“으어어.”
무언가 소리를 들었는지 밑에 있던 좀비가 천천히 기어서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몸통이 차량 밖으로 나온 좀비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조이연을 발견한 모양이다.
타이어 바퀴 앞에서몸을 숨기고 있던 조이연.
퍽. 그녀는 좀비의 뚝배기를 절단기를 이용하여 그대로 박살 내어버렸다.
이것들은 사람이 아니야. 그저 살육에 미친 존재들이야.
조이연은 좀비를 죽일 때 무자비하다.
만약 이것들이 진짜 사람의 의식을 마음으로라도 품고 있다면 이렇게 죽여주는 걸 고맙게 여길 거라 믿는 그녀이기에 깔끔하게 죽이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최대한 조용히 뚝배기를 깨버린 탓에 구석에 서있는 좀비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있다.
소리도 없이 놈의 뒤로 다가간 조이연은 절단기를 높게 들었다.
그러고는 힘껏 휘둘렀다.
퍽. 이렇게 좀비 둘의 뚝배기를 깨 거주지 주변의 안전을 확보한 그녀.
그녀는 밖으로 나오며 미리 계획한 장소를 찾아 이동에 나섰다.
누군가가 거주하고있는 집 앞으로 간 조이연.
이틀 전부터 이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찾아왔다.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식량을 구하려고 돌아다니다 죽었거나. 사는 게 괴로워서 자살을 했거나.
어느 쪽이건 기분이썩 좋지는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내부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모아놓은 식량이 가득 있었다.
이 식량만으로도 최소 한 달은 먹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녀는 득템을 했다는 생각으로 이 집에 있던 식량을 자신의 아지터로 옮기려고 했다.
그때였다.
타다닥. 타다닥.
요란하게 뛰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절단기를 꺼내고 전투를 대비한 그녀. 하지만 그 소리와 그를 쫓는 소리는 무심하게 그녀가 있는 곳을 지나갔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온 조이연.
그녀는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작은 망원경을 품에서 꺼내 상황을 파악했다.
환자복을 입은 남자가하나가 좀비들을 피하여 뛰어가는 모습이 망원경에 잡혔다.
“이게 뭐하는 상황이지?”
조이연이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영화였다.
잘 생긴 남자를 통하여. 생존자를 유혹하는 악당 무리들.
뭔가 그런 상황과 유사하다는 기분이 든 것이다.
그녀의 생각을 증명하듯. 남자는 오로지 환자복만 입고 있다.
저건 마치 나를 따먹어주라고 뛰어다니는 모습과 흡사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절박했고, 지금이 그럴 상황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그녀.
사람마다 상황이 다 다르니까. 내가 짐작하지 못하는 일도 있을 수 있어.
일단 꼼꼼하게 살펴보자는 마음으로 그 남자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 결과 조이연은 결론을 내렸다.
이 남자는 진짜로 좀비에게 쫓기고 있다.
조이연의 심장이 그녀의 허락도 받지 않고서 멋대로 쿵쿵거리기 시작한다.
이런 생각이 나쁘다는 건 알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저 남자를 따먹는 생각으로 가득해졌다.
어차피 무법과 약탈의세상이 도래했다.
여자가 남자 하나 따먹는 걸로 뭐라할 사람은 없다.
얼마 전 그녀가 구해주었던 중년의 남자는 자신을 따먹어도 되니까 제발 자기를 지켜달라고 했다.
인물이 조금만 괜찮았어도 좋게 생각할 여지가 있었을 텐데, 아무리 그녀가 모솔 아다 년이라도 그런 아저씨는 싫었다. 나이가 한참 더 들면 몰라도 일단 지금은 아니라 생각한 그녀는 발가벗고 자신을 유혹하려던 아저씨를 차갑게 외면했다.
이 세상에는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어.
구해주면 남자 몸도 좀 핥고 자지 정도는 빨자고 해도 되는 게 아닐까?
내가 책임지면 되잖아. 이런 건 그저 소소한 요구에 불과하잖아.
그녀는구하기도 전에 온갖 생각을 다했다.
그렇게 조이연이 고민에 빠진 사이.
도주하던 남자는 체력이 소진되어 위기가 임박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뛰어들어 구할 수는 없어. 너에게 기회를 주마. 이 귀여운 놈아.”
조이연은품에서 손거울을 꺼내 빛이 보이도록 유도했다.
남자의 표정을 보니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보낸 신호를 본 모양이다.
“내가 있는 곳까지만 와라. 맨. 그러면 살려는 줄 게.”
그렇게 조이연은 손에 땀을 쥐며 남자가 도주하는 모습을 바라보였다.
위태위태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결국 자신이 부른 곳으로 향해오는 남자.
조이연은 이 남자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사력을 다하여 뛰어올 때. 이 남자가 자신의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놀란 그녀는 그가 거의 다 왔을 때 부끄러움을 느끼고는 벽 뒤에 숨어서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켜야 했다.
벽하나를 마주하고 그가 도착한 상황.
쿵. 쿵.쿵. 떨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킨 조이연은 헬멧의 선바이저를 아래로 내렸다.
처녀의 부끄러운 모습을 이 남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최대한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상태로 그의 앞에 나타나 손을 내밀었다.
덥석. 그녀가 내민 손을 힘차게 뛰어오르면 잡은 남자.
그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끌어올리며 조이연은 생각했다.
‘넌 이제 내 꺼야.’